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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약혼녀에게
작가 : 시쿠글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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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나는 너를 사랑해(1)
작성일 : 19-11-1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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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1.

 "으아... 사람 되게 많네.."

 

 다리아파.

 

 유리는 다리를 살살 주무르며 연회장의 테이블에서 학교의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유리가 입고 있던 연한 아이보리색의 드레스의 위에는 꽃이 자수된 투명한 천에 올려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한 쪽이 귀 뒤로 넘겨져 있었는데 그곳에는 금장으로 된 나비모양의 금침이 비스듬히 올려져 있었다.

 

 나비모양의 금침은 유리의 옆통수를 거의 다 채울정도로 크고 아름다웠다.

 

 비아룬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마법 대학교 솔리네.

 

 솔리네를 포함한 총 5개의 마법학교 일명. '화연랑'들은 입학연회식 때 수도에서 축제가 열렸다.

 

 그리고 입학연회식날 입학생들만을 위해 따로 학교 내의 홀을 준비해 주었었다.

 

 푸딩의 일종인 바바루아와 비스켓으로 둘러진 샤를로트.

 

 차가운 크림 위에 그을린 설탕이 올라간 크렘 브륄레까지.

 

 나는 디저트를 이것 저것 접시에 담기 시작했다.

 

 5-6개 정도의 디저트를 고른 나는 가벼운 아메리카노와 함께 탁자에 앉았다.

 

 "음....안녕?"

 

 어...누구지?

 

 유리가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한 쪽으로 돌아보자 하얀피부에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유리는 여자아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너랑 나랑 같은 반 이던데.... 우리 통성명할래?"

 

 수줍은 듯 아닌 듯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유리는 설핏 웃으며 통성명을 시작했다.

 

 "그래...난 스피나 제국 자안후작가의 장녀, 유리 자안이야."

 

 "어...난 사라 왕국의 로제타공작가의 차녀, 세아 로제타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반. 4명 밖에 없던데 수업이 가능할까?"

 

 세아는 내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서 수다를 시작하려고 했다.

 

 "음...글쎄? 다른 학년들도 아우름(Aurum)은 그정도 밖에 학생이 없었다고 하니깐 아마 가능하겠지....?"

 

 "그래도 걱정이야."

 

 그렇게 세아가 걱정을 하고 있는 찰나, 그런 세아의 곁으로 한 남학생이 다가왔다.

 

 "안녕. 난 세뇨라왕국의 세뇨라공작가의 장남 레번 세뇨라라고 해. 너희 같은 반이던데...맞아?"

 

 반짝이는 금발에 노란 머리카락을 가진 레번은 병아리같았다.

 

 노란 눈동자를 깜박일때마다 삐약삐약 거리는 것 같달까.

 

 "만나서 반가워."

 

 "나도 반가워."

 

 우리는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나저나... 나머지 한 명은 누굴까..?"

 

 "그러게. 누군지 궁금하다."

 

 "확실한 건....남자애였어."

 

 레번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삐약거렸다.

 

 그래. 넌 앞으로 삐약이라고 하자.

 

 난 속으로 레번의 별명을 지으며 흐뭇한 미소로 레번을 쳐다보았다.

 

 

 2.

 "유리. 너 가면무도회에 참가할꺼야?"

 

 "음...가면무도회?"

 

 음.... 그런게 있었던가?

 

 초대장을 받긴 했으나 아버지의 눈을 피해 간신히 도망쳐온 유리는 초대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채로 왔었기에 세아가 하는 말이 생소하게 다가왔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세아를 쳐다보자 세아가 말을 이었다.

 

 "이번 학년 학생회장이 특별히 준비한 무도회라고 하던데...? 우리학교 학생들은 밤 11시 이후부터 가면을 쓰고 돌아다녀야 한대."

 

 "맞아. 나도 들었어. 이번 가면 무도회를 통해서 학생들간의 신분적 차별없이 모두가 평등한 친밀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세아와 레번은 오늘 처음보는 사이인데도 쿵짝이 좋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자신을 제외한 두 사람이 공자와 공녀이다 보니 신분적 격차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유리는 그저 떨떠름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가면무도회라니 신기하네...

 

 유리는 치맛자락을 사락거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럼 우리 같이 가면무도회까지 달릴까?"

 

 유리를 향한 세아의 질문.

 

 "좋아. 그 전에 먼저 와인이나 한 잔 하자고."

 

 세아의 질문에 대한 레번의 답변.

 

 난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유리가 어색한 웃음을 짓자 레번은 그저 그런 유리를 한 번 툭하고 쳤다.

 

 그런 뒤, 그는 넉살좋은 웃음을 보이며 와인잔과 화이트와인을 가지고 왔다.

 

 "우리 벌써 먹어도 되는거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술을 마시면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세아와 나는 말로는 '먹으면 안 될텐데...'거리면서 손은 이미 술잔을 쥐고 있었다.

 

 "뭐 어때. 우리를 위해 열린 연회인걸."

 

 살짝 노란빛이 도는 투명한 화이트와인이 와인잔에 쪼르륵거리며 담겼다.

 

 결국, 그들은 참치오이카나페와 새우치즈구이를 곁들여가며 서로의 술잔을 부딪혔다.

 

 3.

 루한은 붉은 와인을 삼키며 계속 그녀의 뒤를 눈으로 좇고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분노가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뭐가 저렇게 기분이 좋담...'

 

 그는 팔을 기울여 얼굴을 기댄 뒤, 방방거리는 그녀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한껏 들떠보이는 그녀의 손에는 와인잔이 들려있었다.

 

 "벌써 술 먹으면 안될텐데..."

 

 피식.

 

 나 또 웃은건가.

 

 그는 살짝 내려온 머리카락을 다시 뒤로 쓸어넘기며 그녀를 응시했다.

 

 이렇게 자꾸 웃어도 될까.

 

 루한은 자꾸만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아 술을 한모금 더 들이켰다.

 

 "저 머리카락이랑 반지, 미르가 아니야?"

 

 "그러게 누구지?"

 

 "그나저나 루한공자는 '전기'속성을 쓸 수 있다며?"

 

 그의 특기인 '전기'는 특이 속성이었다.

 

 "과연 미르가군...."

 

 "미르가에서 사피아노 커런덤(Spiano Corundum)이 나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겠지."

 

 "맞아. 그 집안은 원한다면 아우름(Aurum)탄생일정도는 편지 한통으로도 받아낼 수 있는 가문아닌가."

 

 사람들은 저마다 쑥덕거렸다.

 

 미르가에 대한 동경.

 

 그리고 루한이 가지고 있는 특이속성 '전기'에 대한 동경.

 

 그런 상황이 비일비재했던 루한에게는 짜증나는 소문들에 불과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분과 권력, 그리고 재능에 대한 시기어린 동경.

 

 루한은 그 모든 것들이 가증스럽고 짜증이 날 뿐이었다.

 

 '여기서도....시끄럽겠군.'

 

 루한은 짜증이 나 마시던 와인을 한모금 더 들이켰다.

 

 그의 의사가 어찌되었건 '전기'속성을 다루는 마법사는 굉장히 희박했기에 소문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3.

 "우와. 이거 지인짜 마싰다."

 

 이미 약간 술에 취한 유리는 기분좋은 목소리로 애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도 맛있어. 먹어봐."

 

 "이것도 진짜 맛있는데?"

 

 술이 들어간 뒤, 급속도로 친해진 세아,삐약이.유리.

 

 삼총사는 서로 쭐래쭐래 거리면서 연회장 밖을 빠져나와 여러 안주거리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 염통꼬지도 맛있던데...."

 

 유리가 살짝 풀린 눈으로 헤헤거리며 웃자 나머지 둘도 그녀를 보면서 같이 웃었다.

 

 "야. 왜 웃어어어"

 

 "너가 웃으니까 웃기잖아아.."

 

 셋은 전부 이미 만취가 된 상태였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지...?

 

 휘청.

 

 탁.

 

 유리의 뱅글거리던 눈이 한순간 고정되었다.

 

 으에? 나 지금 넘어질뻔 한거야?

 

 유리가 정신을 차릴쯤 자신이 어정쩡한 자세로 어떤 남자의 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이거 쫌 나주세여..."

 

 이러시면 안되시거든여....

 

 "싫으면 어쩔껀데."

 

 "시르면 안되시죠오. 지금 저 약혼남도 있는 몸이라구요오..."

 

 유리는 게슴츠레한 눈을 부릅뜨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음...어디서 많이 맡아봤던 냄새인데.

 

 피식.

 

 그 남자가 웃었다.

 

 

 4.

 가면에 가려진 얼굴이 가려진 데다 술 때문에 남자의 얼굴이 희뿌옇게 보였으나 매력적인 분위기를 가진 남성이었다.

 

 "아휴우우..."

 

 유리는 손서래를 치며 말했다.

 

 "계속 그러케 저 붙들고 있다가는 크은일 나요오...."

 

 그런 유리를 조심스럽게 남자가 놓자 유리는 큰소릴 떵떵쳤다.

 

 "난 태어날 때부터 약혼남이 있었다니까아느으은!!!"

 

 그녀는 갑자기 주먹으로 서럽다는 듯이 옆에 있던 벽을 쳤다.

 

 "아이고.....내 팔자야아아아..."

 

 그런 유리를 지켜보던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이고오....내팔자아야아아아..."

 

 난 너무 서러워.

 

 왜 하필 오빠가 약혼남인거야.

 

 유리의 목소리에는 울분이 차있었다.

 

 "내가 옆집 오빠야랑 썸탈때도 다 깨빡치고.

 

 원래 요즘은 남편이랑 애인은 따로라고 하던데...

 

 아직 결혼도 안했으면서 왜 그랬던거야..."

 

 유리의 서러움은 루한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서러워 진짜아...."

 

 급기야 유리는 울기 시작했다.

 

 흐어엉.

 

 나는 오빠 때문에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시집가게 생겼잖아.

 

 그런 징징거리는 유리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하얀 슈트의 남자는 그녀를 들쳐맸다.

 

 "으잉?"

 

 오잉?

 

 이게 뭐지?

 

 "나 지금 나는거야?"

 

 "어."

 

 오-. 대박.

 

 "나 난다!!!”

 

 유리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유리는 슈퍼맨같은 자세를 취하며 나는 시늉을 했다.

 

 와우.

 

 오메이징.

 

 이건 혁신이야.

 

 한참을 자신이 난다는 사실에 날뛰던 그녀는 어느 순간. 필름이 끊겼다.

 

 

 5.

 으윽.

 

 무거워.

 

 루한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고 있었던 짐짝을 살포시 침대에 던졌다.

 

 "못 본사이에 꽤 무거워졌네."

 

 그는 어깨를 돌리며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달큰한 미소가 퍼졌다.

 

 이제 방해할 장애물도 하나도 없어.

 

 루한의 얼굴에는 퍼진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내가 얼마나 보고싶어했는지 모르지..."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몰래 가뒀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에 씌여있던 가면을 살짝 풀자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얼굴이 나타났다.

 

 "아..."

 

 그는 그저 작은 탄식을 했다.

 

 자그마치 2주나 못봤었잖아.

 

 그의 짜증어린 행복은 루한의 입술에서 유리의 볼까지 전달되었다.

 

 "보고싶었어."

 

 또 혼잣말.

 

 그는 유리가 자는 틈을 타 뽀뽀와 고백을 성취한 뒤 뿌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옷을...갈아입혀야 하나?

 

 옷이 불편한지 뒤척거리는 유리를 보면서 루한은 괜히 얼굴을 붉혔다.

 

 내가 지금 옷을 갈아입혀줘도 괜찮은 전개인건가...?

 

 어짜피 난 쟤랑 그렇고 그런것도 다 해야하는 사이인데...

 

 그래도 허락은 받아야겠지..?

 

 "유리야... 옷..갈아입을래..?"

 

 "우웅...."

 

 유리는 잠꼬대인지 대답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소리를 냈다.

 

 하.

 

 저걸 또 대답하면 어떡해...

 

 루한은 뒷덜미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술에 취한 애의 답을 믿어도 될까?

 

 루한은 부들거리는 손을 애써 멈췄다.

 

 어떡하지...

 

 그의 머리속에는 물음표가 가득채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채워지기 시작한 듯 했다.

 

 착한생각.

 

 같은 생각을 골백번을 곱씹은 그는 겨우 말을 뱉어냈다.

 

 "일단 얼굴을 먼저 씻겨야겠다"

 

 옷을 갈아입히려던 루한은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나왔다.

 

 그는 붉은색 천에 물을 가득 머금긴 후, 그는 천천히 유리의 얼굴에 묻어있는 먼지와 화장을 닦아주었다.

 

 "음.... 언제쯤 일어나려나..."

 

 

 귀가 새빨개진 루한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리는 자꾸 부스럭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으으음..."

 

 유리의 잠꼬대에 더 타들어가던 루한은 뻣뻣한 발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유리야...그게.....그니깐...."

 

 루한은 붉어진 뒷통수를 커다란 손으로 가리며 겨우 입을 뗐다.

 

 " 나. 목욕 좀 할께."

 

 나가긴 싫고. 옷을 벗기기엔 좀 그래서.

 

 일단 나부터 씻으려고.

 

 루한은 마지막 말을 삼킨 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99

작가의 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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