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1.
23.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르시오.
가. <남>:수속성의 아신을 가진 자를 강화조절시킬 수 있다.
나. <라>:화속성의 아신을 가진 자를 강화조절시킬 수 있다.
다. <마나>:목속성의 아신을 가진 자를 강화조절시킬 수 있다.
라. <제바>:금속성의 아신을 가진 자를 강화조절시킬 수 있다.
1.가,다. 2.나,라. 3.가,나,라. 4.나,다,라. 5.가,나,다,라.
유리는 가볍게 5번을 찍으며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15분 남았습니다."
하나테교수의 낭랑한 목소리.
유리는 남은 두 문제를 보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시간은 얼추 맞출 것 같은데...'
24.비아룬 조각을 만든 신은?
...?
'내가 이런 걸 배운 적이 있던가?'
유리는 곰곰히 고민을 하다가 '제 1신 생명의 신'을 적었다.
마지막.
25.현재 부재 중인 짝수 신 중 하나이자, '용의 주인'들을 가호하는 신은?
음.... 이건 알겠다.
정답:제 6신 사랑의 신.
'이건 모르면 아우름(Aurum)일 수가 없지...'
유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시험지를 훑어보았다.
목속성부터 수속성까지 4가지의 속성조각은 비랑 화랑 구분없이 모두 2조각씩이고.
화랑 조각에서 두 조각 중 한 조각은 정령의 조각, 한 조각은 마법의 조각이라는 것.
유리는 자신감있는 눈빛으로 앞에 풀었던 문제들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제 걷겠습니다."
띵동댕동.
하나테 교수가 걷는다고 하는 동시에 종이 울렸고 교수는 시험지를 걷어 강의실 밖을 나갔다.
2.
"시험 끝이다!!!!!"
"엄청......힘들었어..."
세아와 세한은 각자의 소감을 말하며 유리와 레번의 곁으로 걸어갔다.
"와 이제 진짜 끝이네."
"벌써 한 학기가 끝나다니 너무 충격적이야."
"그러게. 한게 뭐 있다고."
넷은 서로 대화를 하면서 강의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럼 이제 축제갈 준비만 하면 되겠다."
"일단 짐은 다 싸서 본가에 보내야지."
"아...그건 그렇네."
한 번 배정된 방은 4년 내내 쓸 수 있었지만 계절이 바뀌다보니 옷이나 몇가지 물건들은 다시 집으로 들고가야 했다.
"'검술'은 잘 쳤어?"
유리를 향한 레번의 물음.
유리는 웃으며 레번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당연하지 날 뭘로 보고."
아직 루한만큼의 특이속성을 발현시키진 못했지만 이제 조각을 이용해 자신만의 검을 다룰 수도, 마나를 증폭시킬수도 있게 된 유리였다.
"난 '정령학'망한 것 같아."
"시험이 아마.... 운디네를 꺼내는 거였던 것 같은데?"
세아가 레번을 향해 묻자 레번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1학년 1학기에 운디네는 좀 아니지 않냐?"
"그래서 못했어?"
"음.....아니."
레번의 짖궂은 웃음.
그런 레번을 보던 세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친 놈이. 사람을 속이려 드네."
"아 근데 3학년 때는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정령을 소환해야 한다더라."
"그래서 어쩌라고."
세아는 레번을 주먹으로 때리며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을 일관했다.
"얘는 뭐만 하면 사람을 속이려들어."
"넌 뭐만 하면 남자나 꼬시려 들잖아."
갑자기 진중해진 분위기.
뭐야...이 분위기는?
유리는 떨떠름해진 분위기에 세한을 향해 겻눈질을 보냈으나 세한은 자신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3.
"아. 됐고! 오늘은 시내에 같이 나가서 이것저것 좀 사고 그러자."
"그래. '용의 축제'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물건사서 들고다니기 어려울꺼야."
세한은 유리를 향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당연히 루한선배랑 같이 갈 줄 알았는데?"
"뭐래. 걔가 왜 선배야."
"솔직히 공자님이 자리가 애매하긴 하잖아."
유리와 세한의 대화에 낀 세아가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솔직히 같은 공작가라고 해도 스피나 제국의 공작가. 특히 미르공작가는 급이 다르지."
"심지어 나이도 우리보다 많고."
그런 세아의 주장을 뒷받침해준 것은 레번이었다.
"난 내가 살면서 그 공자랑 같은 대학에 다니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맞아. 아무래도 그 정도되는 집안은 국가에서도 다른 나라의 대학에 못가게 할텐데."
"그러니깐."
레번과 세아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루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하긴....그렇긴 하지.
유리는 그들의 말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은 엄청 어릴 때부터 약혼했던거야?"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세한의 질문.
그런 세한의 질문에 유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약혼이었거든."
"음...두 가문이 서로 결탁하기엔 서로 사이가 좀 안좋지 않았나?"
"그렇게. 근데 왜 하게 됐는지는 비밀이라...."
유리는 고개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물어보지 말자. 괜히 유리만 입장 난처해져."
"맞아. 우리가 대충 서로 비밀 공유해도 되는 사이도 아니고."
레번의 말에 세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각자마다 한 제국이나 왕국의 실세인 공작가와 후작가의 자녀들이니.
세한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우리가 세한이네 별장에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할거야."
유리는 세아와 레번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당연하지."
"그럼 일단 우리 딱 1시간 뒤에 여기서 모이는 거다?"
아우름(Aurum)기숙사의 1층 로비.
그들은 작별인사를 한 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4.
그 시각,
솔리오라제국의 수도. 솔리네.
솔리네의 한 상가 안에서는 은회색 머리의 남자가 칼을 눈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전하. 현재 솔리오라 제국에 온 명분은 사찰단이 아니라 축하사절단이온데...."
"어짜피 지금은 자유 시간이지 않느냐."
진중한 무게의 울리는 목소리.
그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신하는 속으로 감탄했다.
'대학을 졸업하신지 1년도 안되신 젊으신 분께서 이리 주도면밀하시다니....'
제 2황자 이온의 호위기사는 속으로 깊은 존경을 표했다.
카즈마 할린:<내요.달행.바득.내마나>
한미한 자작가문 할린가에서 황족의 호위기사로 뽑힌 그는 자신의 상사인 이온 사라 스피나를 동경했었다.
지금도 카즈마의 눈에는 황궁의 별당에서 푹 쉬어도 되는 왕세자가 현재 솔리오라제국을 틈틈히 사찰하며 경쟁 국가의 군사력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하가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전 반드시 따라가겠습니다."
그곳이 타지인 사라왕국이라고 해도요.
카즈마의 생각은 살짝 황자의 의도와는 비껴나가긴 했으나, 그는 그대로 황자에 대한 충성심을 불태웠다.
"그러던가...."
황자는 귀찮다는 듯이 대충 대답하며 다른 칼을 훑어보았다.
"이것은 마정석인가?"
"예. 그렇습니다요."
철물점의 주인은 주섬주섬일어나 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불의 정령 '샐라임'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합지요."
"....흠."
샐라임정도면 꽤 괜찮은 물건인건가?
이온은 칼을 눈 끝으로 쓸어내리며 칼집에서 칼을 꺼냈다.
스릉.
날카롭게 벼린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칼집에서 나온 칼은 진동을 울리며 반짝였다.
"정령들이 죽을 때 남기는 영혼석을 박은 검이니만큼 가격이 꽤 나갑니다요."
"꽤 쓸만한 검이군."
칼집도 칼도 깔끔하고.
이온은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칼을 휘둘러보았다.
"전하. 그런데 전하께오선 이미 가보인...."
카즈마는 말을 하다 말고 이온의 허리춤에 매달린 칼을 내려다보았다.
스피나제국의 가보. 켄슬리움.
그의 허리에 채워진 칼집에 박혀있는 세세한 큐빅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빛으로 반짝였는데, 이는 모두 다른 빛의 영혼석들이었다.
"나에 대해 구지 관심갖지 않아도 된다."
날카로운 이온의 명령.
그런 황자를 보면서 카즈마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온은 자신보다 4살이 많은 카즈마를 하대하며 바라보았다.
"그대의 검술실력은 나또한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를 믿는다는 것은 아니다."
"알고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본분만을 해나갔으면 좋겠군. 카즈마경. 난 황자로써. 넌 호위로써."
이온이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실어 말을 하자 카즈마는 고개를 더욱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철물상의 주인은 그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아래로 내려깔 뿐이었다.
5.
"아...유리!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아. 유하때문에."
유리는 자신의 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유하를 보여주며 어색하게 웃었다.
"됐어. 어짜피 아직 해도 안 졌고, 오늘부터는 야시장이 선다고 했으니깐."
새침한 세아의 말투에 유리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일은 유리가 없으면 심심해서 어쩌나...."
레번의 나즈막한 투덜거림.
"미안해."
"미안해할 건 아니지. 루한선배도 많이 기다리실테고. 원래 너가 '용의 축제'에 참가하게 된 이유도 내일의 데이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깐."
괜히 미안해하는 유리를 보며 세한은 덤덤하게 위로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난 오늘 뽕을 뽑겠어!"
세아의 불타는 눈빛.
그런 세아를 지그시 바라보던 레번은 한숨을 푹하고 쉬었다.
"진짜 감당이 안된다니깐."
그렇게 그들은 천천히 솔리네의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세아야. 이거 너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어머. 진짜? 하나 사야겠다."
어느덧 시내 안의 부띠끄에 들어오게 된 넷은 서로의 옷을 골라주고 있었다.
"역시. 넌 좀 붉은 계열의 옷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유리의 칭찬에 세아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드레스를 입은 자신을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내가 생각해도 오늘 좀 나 괜찮은 것 같아."
".....뭐래."
그런 세아의 들뜬 분위기를 무참하게 밟아버리는 레번.
레번의 말투만큼이나 레번의 눈빛은 낮게 가라앉아있었다.
흠...역시 여기 둘이 뭔가 기류가 있어...
유리는 자신의 촉이 무언가를 말하는 것을 느끼며 그 둘을 빤히 쳐다보았다.
"유리야. 너는 입을 옷 구했어?"
"어?...아 어."
세한이 유리에게 말을 걸자 유리는 웃으며 옷을 보여주었다.
깔끔한 블랙드레스.
"루한이 내일 커플룩으로 검은 색으로 맞춰입자고 그랬거든."
허리에 검은 띠가 둘러져있는 기본적인 드레스를 고른 유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 어울릴 것 같아?"
"응. 엄청."
그런 유리를 바라보며 웃던 세한은 이미 붉은 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너도 옷 잘어울려."
"고마워."
쑥쓰러워 하는 세한을 보던 유리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음...뭐지? 저 익숙한 실루엣은?
유리는 순간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
뭔가 얼어붙을 것만 같은 분위기.
'어디서 많이 느껴본 분위기인데....?'
유리는 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은회색의 머리카락.
자신보다 한참은 큰 키.
그리고 자신을 항상 바라보고 있던 진한 눈빛.
'설마....?'
그런 그녀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듯이 남자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이렇게 만나네?"
"설마...."
"설마.... 까먹은건 아니겠지...?"
낮게 깔린 음성.
"....당연하지."
그 뒤를 이은 유리의 담담한 목소리.
유리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모를리가 없...잖아.
그녀의 앞에 서있던 그는 늘 유리가 검술연습을 하고 있는 시간이면 옆에서 함께 검술시합을 섞은 사람이었다.
다부진 체격에 매끄러운 검술실력이 인상깊었던 사람.
그는 유독 그녀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귀족이 아니라 성을 말해주지 않았던 사람.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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