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후로...난 우리가 결혼식을 한 곳이..우리가 살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큰 집에서.....저 눔이랑...단 둘이 살아야 한단 말인가..
너무...크다고 생각된다.....
어느샌가...1주일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요즘 들어 느낀 거지만....난 놈을 피해다녔다....
또 그런 일이 안일어날꺼라는 보장은 없으니까......난 철저하게 대비해야 했다..
[예영이는 어딨습니까..? ]
[사모님은 2층 거실에 계십니다..사장님..]
[네..그럼 쉬세요...]
벌써 며칠째 수아가 자신을 피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서진..
오늘도 회사의 직원회의를 미루어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왠지 모르게...
그날 그녀의 눈이 머리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늘 그의 마음을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김수아!! 김수아!! 그 방에 있다는 거 다 알아!! 어서 나와보라구!!"
"난....할말없어요!! "
나는 지금...문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놈과 신경전 중이다...
이 문을 여느냐 마느냐의 나의 목숨이 달렸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문고리를 놓지 않았다..
그 순간...쾅..하고 난 문에서 떨어져서 내동댕이 쳐졌고....
방문이 열리고 내 눈에 비친건
여유롭게...손에 방문 키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오는 놈의 모습이었다..
"씨...누가 이렇게 함부러 들어와요!!"
"여긴 내 집인데...내가 허락 받고 들어와야 해?"
"..그런건 아니지만...몰라요!! 나가요!! 보기 싫으니까!! "
"다 좋은데...날 짐승처럼은 보지 말아줬으면..좋겠거든...
내가 말했잖아..그때는 술에 취해서 그랬다구...!! "
정말...어이가 없었다..술에 취해서....그랬다...
너라는 인간은 술에 취하면...여자를 그렇게 대하니? 그런거야 ?
"술에..취하면...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네? "
"젠장!! 미안하다고 했잖아!! "
"......정말...당신이라는 사람한테..실망이네요...."
"알았어...내가 잘못했어..정말..잘못했어..다시는 건들지 않을게..."
"......됐어요....나가주세요......"
"언제까지 이럴껀데!! 아직도 11개월은 더 남았다고!! 그때까지 이럴꺼야?"
헉....맞다... 난 이 인간이랑 아직도 11개월하고도 24일을 더 살아야 한다..
그런데...정말로..언제까지 이 남자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맘이 흔들린다... 그래..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잖아...
"정말.. 나 안 걸들꺼죠.."
"그래...난 약속은 지키니까 걱정마..."
"...좋아요..그럼...화해해요.."
난 놈에게 손을 내밀었다....일종의 화해의 악수라고나 할까..?
그런데....내가 내민 손이 무안해지기 시작했다..그 이유는....
내손을 쳐다보기만 할뿐...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이 놈의 태도 때문이었다...ㅡ.ㅡ;;;
"저기..제 손이 무안해하고 있거든요.."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하..괜찮아요!! 이 정도는!! "
그래 이 이놈아!! 그 약속 꼭 지켜라...이렇게 쓸데없을 때만 지키지 말구!!
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또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제서야 내 손을 잡고 웃는 이 남자.... 마음을 알 수 없는 이 남자....
난 이 남자와의 동거를 무사히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ㅠ0ㅠ
"우리 화해 기념으로 밥 먹으러 갈까..? "
"밥이요.....하하;;좋아요...나가요.."
난 놈의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 나갔다..
일주일만에 집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늘 창밖으로만 보던 거리의 풍경은 생각보다 멋있었다..
주황색 가로등은 비가 온 후라서 더욱더 눈부셨다..
"머먹을래..?.."
"역시..일본 하면..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결국 회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네...큭...그래..가자.."
한참을 달려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무지 큰.....횟집...이었다..
솔직히..횟집이라고 하기엔.....너무 고급스러웠다...
늘 외삼촌과 같이 다녔던 횟집과는......먼가...레벨이...다른....곳이었다...
"어때? 괜찮아..?.."
"아...네? ...좋아요..광징히...^-^.."
"다행이네..."
우리는 횟집의 한구석탱이에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이.....내가 살고 있는 집과 마찬가지로 나무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난 이 바닥이 싫다.....왜 냐구..?
사람은 모름지기 뜻뜻한 온돌방에 배깔고 자는게 최고거덩.....ㅡvㅡ
"오셨습니까...사장님.."
"늘 먹던데로 해주세요.... "
헉!! 한..한국말을 한다!!!!!
요즘들어 난 한국말이 너무 그립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왜 이렇게 반가운 건지..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나를 향해서 씽긋 웃어주는 이 놈..
그 사람이 나가자 난 놈을 향해서 궁금함을 다 풀어놓았다..
"어떻게 한국말을 할 줄 알아요.?"
"한국인이거든.."
"아...근데...이렇게...큰 식당을....와....돈 정말 많이 버렸나보네요.."
"그런 셈이지....어때? 좋아..?"
"네...너무 너무..^-^ 다음에 또 와요..!! "
"훗..그래..."
어느새 난 놈에게 쌓여있던 봄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난 또 변덕쟁이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이 사람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겨우 한국말하는 사람이 하는 횟집에 데려와 줬다고....마음을 바꿔버리는 지조없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