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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란만장 인생
작가 : Q현
작품등록일 : 20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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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테러리스트 (상)
작성일 : 20-03-04     조회 : 56     추천 : 0     분량 : 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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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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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비가 시커멓게 내렸다.

 

 구남파 마을 사람들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풍습에 따라 비가 그쳐야 고기 잡았기 때문이다.

 

 그게 곧 그들에게 최악의 수가 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상단>을 먼저 목격한 건 어구를 손질하던 바야칠 노인이었다.

 

 그는 분명 그 상단이 촌장의 대답을 듣고 떠난 줄 알았다.

 촌장은 품위를 잃지 않은 표정으로 <안 되오>라는 말을 열 일곱번이나 했다.

 

 그 후, 상단의 지도자는 말없이 문을 나가 버렸다.

 바야칠은 그의 뒷모습을 봤다.

 안케 키르간이란 자의 눈빛은 모든 걸 파괴할 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 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단은 그 때보다 훨씬 많은 무리를 이끌고 왔다.

 

 그들의 거의 검은 바탕, 빨간 줄 깃발이 사방에서 흩날렸다.

 선두 차량이 멈췄다. 잠시 후, 그들이 바야칠 노인을 확인했다.

 

 직감이 뛰어난 노인은 즉시 어구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다리는 날아오는 유탄보다 더 빠를 수 없었다.

 

 퍽!

 하지만 노인의 피가 뿌려지는 순간, 천둥이 폭발음을 묻어 버렸다.

 

 콰쾅!

 구남파 마을 사람들은 죽음의 신호를 그렇게 놓쳤다.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 바탕 빨간 줄의 차량들.

 오늘은 마을 전체를 포위해 버렸다.

 

 촌장의 집 옆에 있던 젊은 에타디가 상황을 보려고 문을 활짝 열었다.

 

 슉!

 열리는 동시에 날아온 저격 총알이 그의 머리통을 뚫고 가 버렸다.

 다시 사방이 잠잠해지고 빗소리만 들렸다.

 

 그 공포의 침묵을 외지인들은 즐기고 있었다.

 우비를 걸친 상단 사병들은 풀숲에 숨었다.

 

 안케 키르간은 흥미로운 듯이 쌍안경으로 마을을 돌아봤다.

 그는 구남파 따위가 자신의 야망을 거스른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안케는 바로 한 손을 들었다 재빨리 내렸다.

 

 “공격!”

 

 유탄들이 쉭쉭 뱀소리를 내며 먼저 날아갔다.

 오늘을 위해 특별히 등유와 네이팜을 잔뜩 쑤셔 넣었다.

 

 쾅!

 콰쾅!

 

 포탄이 나무집을 순식간에 불덩이로 만들어버렸다. 쏟아지는 비는 오히려 불을 집집마다 퍼뜨릴 뿐이었다.

 

 “꺄아아아악!”

 “아아악!”

 

 1분도 안돼 사람들이 온 몸에 불을 뒤집어쓰고 뛰쳐나왔다.

 

 “그냥 타게 냅 둬. 총알 낭비들 하지 마라.”

 

 상단 간부들은 어리숙한 병사들을 독려했다.

 

 쾅!

 화재를 피한 사람들은 촌장집 뒤편에서 뛰쳐나왔다.

 

 “지금이다, 쏴!”

 

 타타타타타타!

 비명 지를 틈도 없었다. 엘렉의 뇌수가 터져나오는 걸 시작으로, 눈먼 총탄들이 목재 분쇄기처럼 사람들을 찢어발겼다.

 

 “사, 사람살려!”

 

 오스론 일가족은 그 살육을 틈타 반대방향으로 뛰었다. 그렇게만 하면 마을 뒷산을 탈 수가···

 

 퍽!

 그 앞에 대기중이던 상단 장갑 슈트가 오스론을 덮쳤다. 거대한 기계발이 그의 새하얀 살을 사정없이 으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이며 내장이 터져 빗물을 밀어내고 웅덩이를 메꿔버렸다.

 

 “아아아악!”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오스론처럼 장갑 슈트에 짓밟히던가, 아니면···

 

 “죽여라!”

 

 샤삭!

 단분자 칼날과 플라즈마 창에 찔려 죽는 일만 남았다.

 

 이 거대한 학살현장에서 키르간 상단이 미소 짓는 동안,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검은 비만 무심하게 불길 위로 떨어져 증발할 뿐이었다.

 

 

 마을이 무력하게 파괴되고, 죽어나가는 사이,

 고딘 남매는 아직 창고에서 화를 피하고 있었다.

 

 남매의 부모는 유탄 공격에 이미 까맣게 타들어 갔다.

 

 “아치크! 내 말 잘 들어!”

 

 아치크의 누나 그뤼나 고딘은 우는 동생을 몇번이고 조용히 시켰다.

 

 “더럽더라도··· 이 하수통을 따라 나가. 넌 작으니까 도망칠 수 있어.”

 

 “싫어···”

 

 쾅!

 

 “놈들이 코앞에 왔어. 고집 피울 거야?”

 

 “난 누나와 갈 거야···”

 

 “안 돼. 누나는··· 도크라 성자에게 간택된 몸이야. 무녀는 그 고장에 남아야 해.”

 

 “누나는 알았지? 이렇게 될 줄?”

 

 그뤼나는 아무 말 못했다. 아치크가 더 울먹였다.

 

 “저 놈들이 오는 것도 알았으면서··· 왜 도크라 성자는 우릴 안 돕는 거야?

 

 왜 맨날 누나와 기도하면서 그랬는데··· 엄마 아빤 왜 죽어야 하는데? 왜 이래야 하는데?”

 

 탕! 타탕!

 상단의 학살자들이 창고 근처까지 다가왔다. 누나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다가, 동생의 어깨를 잡았다.

 

 “성자는 저버린 적 없어. 우리가 준비 안했을 뿐이야. 아치크. 너만은 그래야 해. 깨어서 이 재난을 일으킨 자들에게 성자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쾅!

 

 창고 문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뤼나는 눈물 범벅이었다.

 

 “얼른 가! 안 그러면 너도···”

 

 쉬이익 쾅!

 폭발과 함께 아치크는 깊은 하수통으로 떨어졌다. 그의 온 신경은 폭발을 등으로 받은 누나에 향했다.

 

 그녀의 몸은 허리가 갈라져 몸통과 다리가 따로 떨어졌다.

 

 “누나···”

 

 아치크는 더 소리 높일 수 없었다. 그 외지의 악마들이, 창고를 헤집고 들어와 버렸다.

 

 “요 계집··· 여기서 자기 성자에게 기도하던 모양입니다.”

 

 “참 쓸데없는 짓을··· 이거 무녀복이었군. 그럼 그럴 수도 있지.”

 

 “헉··· 배도 터진 게 살아있습니다.”

 

 그걸 보고 놀라던 외지인들이··· 돌연 그뤼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아랫도리가 날아갔으니, 대장이 재미 못 보겠는데요?”

 

 그뤼나는 처절하게 외쳤다.

 

 “너, 너희에게 성자가 저, 점지한 파, 파멸이 있을··· 커흡!”

 

 “야, 우리도 성자들과 연결 돼 있어. 너네 그 저주 따위에 걸릴 거 같아?”

 

 짝! 짝!

 그들이 비참한 누나에게 손찌검을 해댔다. 아치크의 떨림이 두려움에서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가만 둬. 곧 죽을 그것도 여자애 잖느냐. 고통을 덜어 줘야지.”

 

 거대한 체구의 안케는 갑자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에 전동칼이 쥐어졌다.

 

 샤삭!

 하수통이 오물에 피냄새까지 확 퍼졌다. 그 심연에서 아지르는 떨어지는 누나의 피와 살점을 맞으며 악마의 왕 얼굴을 똑똑히 확인했다.

 

 “총수님! 가족 사진입니다···”

 

 “뭐야, 이년 동생이 있어?”

 

 그 말에 아치크는 분노에서 다시 공포로 떨렸다. 하수통의 빛 한점 없는 곳으로 숨어 들었다.

 

 “하지만 도망칠 길목은 우리가 다 막았어. 나오는 놈도 다 죽였고.”

 

 “여기 놈들은 자기 이웃 애들도 데려와서 놉니다. 다른 집에 있지 않을까요?”

 

 “하기야··· 그런데 닥치는 대로 터뜨리며 죽이다 보니, 뭐 누가 뒤졌는지 알기나 해야지···”

 

 부하들의 넋두리를 듣던 그 마왕이 코웃음을 쳤다.

 

 “뭘 하든 이 마을은 두 번 이상 죽는다. 너희는··· 내 계획을 지장 없이 추진하기나 해.”

 

 “네, 넷!”

 

 그 위압적인 말에 부하들이 뜨끔하며 물러나갔다.

 끝인가? 소년 아치크는 한참이 지나자 그렇게 생각하고만 싶었다.

 

 불길과 빗소리 말고는 다시 인기척이 사라졌다.

 하지만 냄새는 달랐다. 피와 기름 냄새 말고··· 묘하게 이상한 냄새가 추가됐다.

 

 아치크가 그걸 오존향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어렸다.

 그것도 학살자들이 설치한 전자기 폭탄에서 나오는 거라곤···

 

 쿠쿠콰아아앙!

 콰쾅! 콰콰쾅!

 

 엄청난 땅울림과 함께, 하수통 밖에서 지옥의 불열기가 몰려왔다. 그 강력한 폭발에 집이고 뭐고가 모래가루처럼 흩어졌다.

 

 안케 키르간이 말한 구남파 마을의 두번째 이상의 죽음이었다.

 

 “아아악!”

 

 그의 한쪽 고막이 날아가고, 피부는 고열화상으로 물집이 잡혔다.

 폭발이 끝나지 않았다.

 

 쿠쿠쿠쿠쾅!

 

 마을 지반에 매설된 전자기 공명 폭탄이 지하를 송두리째 뽑아버렸다.

 고르 집안 지하에서 수십년 동안 튼튼하게 있던 하수통도 이번엔 무사하지 못했다.

 

 “아아악!”

 

 소년은 폭발에 휘날리면서도 누나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려 애썼다.

 

 “아치크. 너만은 그래야 해. 깨어서 이 재난을 일으킨 자들에게 성자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그는 뜨거운 지옥불 공기를 화상투성이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뚫고 그 복수로 끓는 피를 사방에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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