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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작가 : 검은베로니카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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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 개의 시간 (3)
작성일 : 16-09-12     조회 : 444     추천 : 0     분량 : 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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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말하며 호연이 꺼낸 건 분홍색의 편지 카드였다. 안에 써진 내용은 …….

 

 - 내 것을 다시 돌려받겠어. -

 

 “편지에는 이 한 문장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혹시나 몰라서 지문검사도 해봤습니다만 지문조차 남아있질 않았어요. 이 편지가 도착하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그 사건이 일어났죠.”

 

 호연은 그렇게 말하며 드물게도 입술을 깨물었다.

 

 “그 뒤에 제가 얼마나 시달려야 했는지 상상도 못 할 겁니다. 마음 같아선 원흉인 도진 씨 당신을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바다에 대충 던져버리고 싶지만 …… 지금은 당신을 거둬들인 제 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후.”

 

 호연은 그렇게 말하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건은 주의가 부족했던 제 탓도 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경계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무명의 편지가 어떻게 제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 사실 자체가 충분히 수상했는데 말입니다.”

 

 뭐, 이젠 다 지난 이야기입니다. 하고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 사건이 ‘그녀’와 어떻게 관계가 있다는 거지?”

 

 “자세한 이야기는 길어지니까 생략하도록 하죠. 첫 째, 당신이 ‘그녀’를 살해한 날. 저는 그것을 본 증인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지금 보다시피 살아있죠.”

 

 그렇게 말하며 호연은 간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여자 쪽의 사진을 톡톡 두드렸다.

 

 “다른 사람일 확률도 있지 않나? 이 사진 한 장으로 이 사람이 그녀라고 확신할 수 있나?”

 

 “우리의 정보망을 너무 얕보면 곤란한데요. 이미 공항에서 이 시각에 통과한 사람이 누군지 정도는 파악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말입니다, 그녀는 일본 국적을 취득해서 이전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도진은 이마를 짚었다. 약하게 두통이 일었다. 시계가 살짝 일그러졌다.

 낡은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향수가 일었다. 오래된 기억 속에 묻어둔 사람의 이름이 그제야 떠오른다.

 

 도진은 그 이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유하.”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살아있다는 실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도진의 기억 속에서 그녀-유하는 죽었다. 모든 것을 불태우고, 그 불꽃으로 자신마저 불태우며 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그녀는 그렇게 죽었다.

 

 그녀가 살아 있다며 조사를 시작하라는 호연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도진은 믿지 않았다. 절대로 다른 사람이라고 마음 한쪽에서 부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방금 전 까지도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 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괴로울 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고서야 드디어 현실의 괴리감이 하나로 이어졌다. 유하는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유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녀는 정말로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호연은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뻐근한지 등을 곧게 세웠다.

 

 “저는 이미 평범한 가정은 버렸습니다. 당신이 아끼는 그 꼬마 괴물. 그런게 현실에 정말로 있을거라고 누가 생각했나요. 그녀가 살아있다고 해도 놀랍지도 않아요.”

 

 도진은 입을 다물었다.

 호연은 생각에 빠진 도진을 보며 빙긋이 웃었다.

 

 “둘 째, 이채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압니까?”

 

 도진은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생존자인가.”

 

 “도진 씨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그 말 그대롭니다. 당신이 오늘 했던 이야기. 그 꼬마 괴물이 정말로 사람의 거짓말을 알 수 있다면 이채수는 그녀, 아니 유하 씨라고 하죠. 유하 씨를 알고 있는 사람이 되죠. 그리고 이채수 씨는 우리가 찾고자 했던 바로 그 생존자가 맞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가 정말로 그 비행기 사고의 생존자라면 그 날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이야기 해줄 유일한 사람이다.

 

 “이채수 씨가 유하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증언해 주겠죠. 그러니 도진 씨 당신은 이채수 씨를 찾아가 그의 증언을 제대로 받아두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

 

 호연은 그렇게 말하며 뱀처럼 입술을 핥았다.

 

 “감입니다.”

 

 도진은 순간 하? 하고 목소리가 나올 뻔한 것을 참았다.

 

 “감이라니, 너무 허무맹랑한 거 아닌가?”

 

 “후후, 마지막은 사실 농담 반 진담 반입니다만 의외로 내가 있는 자리도 만만한게 아니거든요. 이곳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은 중요한 법이랍니다. 그리고 제 감은 유감스럽게도 빗나간 적이 잘 없답니다.”

 

 “그렇다고 해 두지.”

 

 “어라? 못 믿는 건가요? 어쨌든 좋아요. 위 같은 세 가지의 이유로 저는 사건의 범인이 그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도진 씨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드리죠.”

 

 호연은 몸을 기울여 도진에게 얼굴을 가까이 밀어 붙였다.

 

 “이채수의 증언을 확보하세요. 증언만 확보하고 나면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그리고 유하 씨를 반드시 찾아내세요. 가능하면 생포해주면 좋겠네요. 그 사건 덕분에 입었던 여러 가지 손해를 보상받고 싶거든요.”

 

 호연은 그렇게 말하고 도진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가는 눈을 뜨고서 도진을 향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리고 말 하는걸 잊었는데 만약 그 사건에 당신이 관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기대해도 좋아요. 행여나 그녀가 말하는 잊어버린 것 이라는게 도진 씨 당신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도진은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 말하는 호연의 말에는 조금의 장난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벌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표정에선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호연은 빙그레 웃었다. 호연은 누군가를 몰아세울 때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무너지기 직전의 표정을 보는 것이 가장 좋았다. 도진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자신에게로 분노가 향하는 순간을 떠올렸다.

 

 “너무 굳어 있으면 잡아먹고 싶어지니까 긴장 푸는 게 좋아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행여나 그녀를 찾았지만 이미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아무리 저라도 별 수 없으니까요.”

 

 호연의 머릿속에선 드라마가 그려지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도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녀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죽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했다.

 

 호연의 머릿속과는 별개로 도진은 차분했다. 아마 최대한 동요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 호연은 짐작했다.

 

 도진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때가 온다. 호연은 단 한 번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원래 뜸을 들이면 들일수록 괴롭히는 보람이 있는 법이다. 호연은 다시 한 번 그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도진은 호연을 한번 흘기고선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내가 알아서 하지. 유하를 찾아서 진상을 확인하는 게 먼저야. 나는 아직도 그녀가 그런 일을 했다고는 생각 안 해.”

 

 “뭐, 좋을대로 하시길. 결과만 제대로 나오면 당신이 어떻게 일을 진행하던 상관없답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대로 진행해 주길 바래요. 아참, 선물이 있답니다.”

 

 호연은 갑자기 박수를 치더니 옆 좌석에 놓여있던 케이스를 끌어왔다. 그리고 케이스에서 파일을 꺼내더니 도진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도진은 호연의 얼굴을 한 번 미심쩍게 쳐다보고선 파일을 열었다. 파일 안에는 지도와 함께 붉은 색 점과, 날짜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 뭐지?”

 

 “유하 씨에 관한 추가적인 정보입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최근에 그녀가 머물렀던 장소에 대한 조사도 해 두었죠. 보면 알겠지만 가장 최근에 머물렀던 곳은 이 우림시 근처에요. 그녀는 이미 당신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죠. 후후후.”

 

 파일의 내용물에는 그녀가 머물렀던 장소뿐만 아니라, 만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함께 표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 도진이 아는 사람은 이채수 하나뿐이었다.

 

 아마 이들은 이미 그녀의 위치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굳이 자신에게 떠넘기는 이유의 저의가 무엇인지 도진에겐 짐작이 가지 않았다.

 

 “다음 한 장 더 넘겨봐요. 그건 도진 씨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기뻐했으면 좋겠네요.”

 

 호연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도진은 다음 장을 넘겨보았다. 절대 호연의 말처럼은 반응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장을 펼치는 순간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이건 …….”

 “후후, 마음에 든 모양이군요?”

 “당신에게서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군.”

 “기뻐해주니 보람이 있네요.”

 

 호연에게는 재미있는 정보일지는 몰라도 도진에게는 아주 간절한 정보였다.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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