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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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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 공주 (3)
작성일 : 16-09-25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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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룡이 공간을 갈랐다.

 

 기둥만한 굵기의 번개가 마안의 닌자에게 작렬했다. 암흑뿐인 황야 위로 오렌지색의 빛줄기가 출현했다. 빛이 번뜩이고 주변 공기의 온도가 급상승. 다음순간, 굉음이 귀청을 찢는다. 초초고열과 그곳에서 발생한 충격파에 벽 위에 쌓인 기와가 먼지로 산화했다.

 

 원소계열 4서클 마법 라이트닝 캐논(lightning cannon).

 

 마법을 이용해 순간에 생성해낸 벼락을 전방으로 뿜어내는 단순한 주문이지만 효과는 절대적. 회피가 불가능한 속도와 방어마법을 꿰뚫는 초절한 위력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대인(對人) 마법 중에서는 최강으로 꼽혔다.

 

 유나는 천천히 앞으로 내뻗은 팔을 내렸다. 오른팔의 검 모양의 문신에서 빛이 사그러들었다. 팔꿈치 아래로 전개되어 원통형의 포구를 생성하고 있던 팔뚝이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닌자들이 뒤에서 주문을 짜내는 동안 서가삼랑이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지가 닌자들의 시선을 끄는 동안 유나 역시 오른팔에 저장되어있는 유일한 고위마법이자, 그녀가 가진 최강의 화력을 준비했던 것이다.

 

 유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라이트닝 캐논은 대 전쟁 시기, 고위마법사를 저격할 때 가장 많이 쓰여 '대마법사 사냥꾼'이라는 이명까지 붙어있는 마법이었다.

 

 낙일류의 기술을 사용하는 닌자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금 유형이 다른 마법사에 불과했다. 아무리 재능이 있고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개인이 가진 마력량과 그 흐름을 제어하는 회로양에는 한계가 있는 법. 6서클 이상의 마법을 구현 가능한 고차원의 마법사라도 순간적인 반응만으로 라이트닝 캐논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유나는 곧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둥글게 파인 벽의 상단에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마안의 닌자가 말했다.

 

 “순간적으로 이만한 수준의 마법을 발동시키다니. 상당히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군.”

 

 놈의 좌우에는 라이트닝 캐논의 전격을 맞고 피한방울 남기지 못한 채 숯덩이로 변해버린 닌자들의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마안의 닌자는 멀쩡했다. 놈의 몸 위로 화염이 넘실거렸다. 갑옷같이 몸을 감싸고 있던 불이 옷을 태운다. 흑의가 재가 되어 흩날렸다. 그 속에서 빛을 반사하는 은회색의 갑주가 드러난다. 몸에 단단히 달라붙어 어찌 보면 마치 속옷처럼도 보이는 물건의 정체를 유지는 알고 있었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야, 갑자기 고류닌자가 왜 튀어나와?”

 

 고류닌자(古流忍者).

 

 서양의 마법을 기초로 한 낙일류 인술과는 달리, 고류닌자의 인술은 동도 특유의 주술과 대륙에서 들여온 무술을 기초로 만들어진 기술이다. 마안의 닌자가 입고 있는 것은 코우가의 고류닌자들 중 화염의 인을 다루는 자들이 입는 옷이었다. 몸 위를 흐르는 불꽃은 언뜻 마법처럼 보이지만 화, 수, 목, 금, 토, 오행술(五行術)의 한 축을 극도로 추구한 내공의 발현. 즉, 호신강기의 일종이다. 마안의 닌자는 상성 상 우위에 서 있는 ‘기’의 힘으로 힘의 격차를 뒤집어 강대한 마법을 막아낸 것이다.

 

 허나 서가삼랑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단지 고류닌자의 등장 때문이 아니었다.

 

 낙일류 닌자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고류닌자였다는 사실이 문제다.

 

 과거로부터 오랜 전통을 이어온 인술을 이용하는 고류닌자는 기득권 세력인 왕당파의 거대한 한 축이고, 새로운 방식의 힘을 사용하는 낙일류 닌자는 비왕당파의 신진세력이었다. 두 유파는 기원뿐만 아니라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였다. 평화로운 시대였어도 보기만 하면 서로를 죽이려들었을 놈들이 내전까지 벌이고 있는 지금 같은 진영에 서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상식에서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 비틀림이 승패를 갈랐다.

 

 마안의 닌자는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는지 웃음기어린 말투로 유지의 물음에 답했다.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안타깝게도 네놈은 그걸 못 들어. 이제 죽을 테니까.”

 

 놈이 손을 저었다. 잠시 멈춰있던 닌자들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서가삼랑을 가두고 있는 사면(四面)의 벽이 격렬하게 진동. 벽화에 그려진 지옥의 불길이 열화같이 타오르며 처마 밑에 달려있는 귀신의 얼굴이 킥킥킥 괴소를 뿌린다. 네 개의 문고리 중 한 개가 터져나갔다.

 

 문 너머의 암흑 속에서 거대한 주먹이 튀어나왔다.

 

 목강시는 수수깡으로 보일 정도의 거권(巨拳)이 포탄과 같은 속도로 정면에서 밀고 들어온다.

 

 유지는 몰라도 상당한 손상을 입은 유나와 차량 안의 자애는 피할 수 없다.

 

 유미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수라귀구속제어술식 2단계를 해제. 대력귀를 몸에 깃들이며 금강귀검을 뽑아냈다. 수라환신대법을 극성으로 끌어올림과 더불어 몸의 무게를 끌어올리는 기공, 천근추(千斤墜)를 전력전개. 작지만 산과 같은 압력을 담은 몸을 내밀어 압도적인 크기의 권격에 맞서갔다.

 

 유미와 주먹이 충돌.

 

 “크악!”

 

 비명과 함께 소녀의 몸이 비스듬하게 튕겨져 나갔다. 피를 뿌리며 닌자들이 세워놓은 귀신의 벽에 처박힌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주먹의 궤도 역시 비스듬하게 틀어졌다. 유지와 유나, 서가삼랑의 차량을 스치듯이 지나쳐 반대편 벽에 들이받았다. 하지만 충격은 없고 그저 뿌연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어진다.

 

 숨 쉴 틈도 없이 다음 번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서가삼랑의 측면에서 옆으로 뉘인 발이 바닥을 쓸어 담으며 밀어닥쳤다. 속도는 주먹보다 떨어지지만 크기는 훨씬 더 크다.

 

 이번에는 유나가 움직였다. 유미가 벌어준 시간동안 그녀는 공간압축팔찌에서 2미터는 될법한 거대한 장대를 꺼냈다. 앉아쏴 자세를 취하며 어깨를 넣는 홈에 몸을 견착했다. 조준이고 뭐고 냅다 방아쇠를 당긴다. 장대의 내부에서 마법으로 생성된 초고압의 전력이 집중되었다. 탄환을 도전용 선로의 사이에 끼워 넣고 자기장의 힘으로 가속시킨다. 레일건을 발사.

 

 막대한 반동으로 공간압축팔찌를 합해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유나의 몸이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밀려나갔다. 어깨의 외부장갑과 내부의 인공근육다발이 조각조각 끊어지며 옆구리의 손상부분에서 쇳조각이 튀었다. 일반인이었으면 반동만 가지고도 몸이 찢어질 위력이다.

 

 음속의 일곱 배에 달하는 속력의 탄두가 거대한 발에 착탄. 거대한 발을 두부처럼 꿰뚫고 지나가며 고속의 충격파가 원형으로 퍼져나간다. 가운데의 구멍이 급격히 확장. 닌자들이 소환한 거인의 발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며 파편으로 변했다.

 

 허나, 아직 문은 두 개나 남아있었다.

 

 유미는 벽에 처박힌 상태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유나는 다시 한 번 레일건을 준비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옆구리의 부상이 심한지 배 부분에서 불꽃이 튀었다. 레일건의 반동이 어찌나 강했는지 어깨의 표면장갑은 우그러들어 펴지지를 않는다. 강제기동 명령을 내릴 테지만 늦다. 일, 이초면 어느 정도는 움직일 수 있겠지만 당장 시간이 없었다.

 

 유지는 뛰어난 무술가지만 어디까지나 기술이 좋고 전술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에 재주가 있는 것이지 그가 가진 내공과 힘은 평범한 축에 속했다. 피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피하고 흘려낼 수는 있겠지만 정면으로 들이받아 누군가를 지킬 힘은 없다. 설령 몸을 피한다고 해도 혼자서는 남아있는 닌자들의 포위망을 뚫을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서가삼랑 모두가 죽는다.

 

 막대한 충격을 받아낸 덕에 전신이 부서질 듯이 아파왔다. 하지만 유미는 이를 악물며 벽을 박차고 뛰었다. 세 번째 문이 열리기 직전에 유지와 유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주화입마에 걸려서 죽거나 피에 미친 괴물이 되어도 상관없다.

 

 유미의 목도리가 새빨갛게 물들며 그 속에 새겨진 금실이 빛을 발했다. 봉인이 하나 둘 풀리며 잠들어있던 수라마경의 기운이 전신에서 솟구쳤다. 앙다문 입에서는 송곳니가 비죽 튀어나오고 양 눈의 귀화가 번뜩인다. 무시무시한 힘이 몸에서 들끓었다. 준비가 끝났다. 유미는 입을 달싹였다.

 

 “수라귀구속제어술식 4단계 해......"

 

 유지가 갑자기 유미의 등을 때렸다. 등에 내공을 부어넣자 장심을 타고 맑은 기운이 뻗어 들어가 마기로 들끓는 몸속의 열기를 식혔다. 경력의 흐름이 끊겼다.

 

 당황한 유미는 숨을 삼키며 사방으로 날뛰려하는 수라마경의 기운을 억눌렀다. 끊고 들어오는 타이밍이 좋아 기맥이 뒤엉켜 주화입마에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힘을 끌어올릴 때를 놓쳐버렸다. 그녀는 사나운 눈으로 유지를 돌아보았다.

 

 “이게 지금 무슨 짓......”

 

 콰앙!

 

 뭐라 따질 틈도 없이 세 번째 문이 열렸다. 또 다시 거대한 주먹이 공간을 비집고 튀어나온다. 힘을 끌어올리고 싶지만 늦었다. 유미의 눈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그녀는 도대체 왜 유지가 자신을 방해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유지는 말없이 유미와 유나를 붙들고 땅바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회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바싹 엎드려도 주먹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유미가 소리쳤다.

 

 “뭐하는......”

 

 유미는 이번에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서가삼랑이 등지고 있던 귀문(鬼門)이 터져나갔다. 문이 열린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벽과 문이 송두리째 박살나며 파편을 뚫고 거대한 그림자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두터운 먼지 속에서 강철의 푸른빛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서가삼랑의 앞에 선 것은 사람의 형태를 본 따 만들어진 전투병기. 대부분의 마공학 병기를 손쉽게 무력화시키는 무림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마법사와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지혜의 결정체.

 

 ‘Anti Martial arts Armor’

 

 AM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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