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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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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 공주 (4)
작성일 : 16-09-26     조회 : 148     추천 : 0     분량 : 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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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가 구동음을 내며 자세를 잡았다. 키가 4미터에 달하는 AMA지만 날아드는 주먹은 그것보다도 더 컸다. 단박에 기계를 뭉개기 위해 날아든다. AMA가 주먹을 뻗었다. 그것의 주먹 앞부분에는 두 개의 쇠막대가 선로처럼 앞으로 뻗어있다. 선로 사이로 스파크가 튀며 폭발이 일어난다. 강철의 주먹이 불꽃을 뿌리며 선로를 타고 발사되었다. 레일건과 같은 원리로 가속된 주먹은 터무니없는 속도로 거대한 괴물의 주먹과 부딪혀간다. 귀신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기계의 주먹이지만 음속을 초월한 속도의 힘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쇠주먹이 귀신의 주먹을 파고들었다. 단박에 검지, 중지, 약지를 부러트리며 주먹 한 가운데가 퍼억 꺼진다. 충격이 사방으로 퍼지며 귀신의 주먹이 폭발. 소환이 해제되며 사방으로 흩어져 먼지가 되었다.

 

 철컥거리는 쇳소리와 둔중한 엔진소리를 내며 AMA가 허리를 들었다. 머리 부분에 달려있는 일자형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귀신의 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마안의 닌자를 노려본다. 양옆에 달려있는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섞인 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네놈이 배신자였군.”

 

 동도어이기는 했으나 유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 말을 알아들었다. 낯익은 목소리에 서가삼랑은 물론이요, 차안에 숨어 불안하게 떨고 있던 자애까지 놀란 눈을 하고 AMA를 쳐다보았다.

 

 마안의 닌자는 눈살을 일그러트리며 혀를 찼다. 손을 흔들어 공격신호를 내린다. 닌자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경장갑이긴 하지만 AMA는 엄연히 전차의 일종이다. 로봇은 두터운 장갑으로 포화를 견디며 주먹을 허리 뒤로 당겼다. 방금 전에 귀신의 주먹을 쳐부순 오른 주먹이 아닌 왼 주먹을 준비한다. AMA의 왼쪽 팔뚝에는 나팔을 뒤집어 씌운듯한 둥그런 원통이 달려있었다. AMA가 움직였다. 납작한 기계의 다리가 땅에 처박히며 수 톤에 달하는 체중이 집중. 인간의 것을 몇 배로 불려놓은 관절과 근육이 요동치며 힘을 짜낸다. 강철로 만들어진 발목, 무릎, 허리가 회전하며 연결부위에서 불똥이 튀었다. 왼쪽 팔뚝의 원통 뒤편에서 로켓이 분사. 주먹의 가속력을 더한다. AMA의 거체에서 정권 지르기가 터져 나왔다. 허공을 향한 일격. 그리고 원통형의 나팔이 울부짖었다.

 

 “────────!”

 

 굉음. 공기가 찢어지는 난폭한 소리가 고막을 뒤흔들었다. 주변공기가 요동치며 나팔의 입구를 기점으로 막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주먹의 정면에 있던 닌자들이 충격파에 휩쓸려 날아갔다. 진형이 무너진다.

 

 AMA의 어깨에 달린 총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어깨에 세문씩 달린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벽 위의 닌자들을 향해 포화를 쏟으며 거구가 마안의 닌자를 향해 돌진한다. 그와 동시에 기회를 잡은 서가삼랑이 반격을 개시. 유나는 두정의 기관총을 양 옆구리에 끼우고 탄막을 펼쳐 닌자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 사이로 유지가 기총격을 날려 한명, 한명 닌자들을 쓰러트린다. 유미 역시 교룡귀검을 출검. 채찍검을 크게 휘둘러 AMA를 엄호했다.

 

 마안의 닌자가 앞으로 뛰어나갔다. 총탄을 불꽃의 호신강기로 막아내며 거리를 좁힌다. 무지막지한 기세를 몰고 달려오는 AMA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폭발이 뿜어졌다. 유미의 적난이룡검을 튕겨낸 폭검(爆劍)이 AMA에게 틀어박힌다. 다음 순간, 마안의 닌자가 튕겨나갔다.

 

 마안의 닌자는 공중제비를 돌다가 하늘을 향해 불꽃을 내쏘았다. 순식간에 바닥에 내려앉아 자세를 고쳐 잡는다. AMA의 일자형 눈이 그를 바라보며 빛을 뿜었다. 로봇의 어깨장갑에는 조금 우그러 들은 흔적이 있다.

 

 마안의 닌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의 전력, 8할에 가까운 공력을 실었음에도 피해를 제대로 줄 수 없다. AMA의 기본 동력은 마력이지만 장갑판은 항마처리가 되어있을 뿐인 금속이다. 거기다가 신령의 축복을 받아 강화되어있다. 거기다 조종사의 대응역시 훌륭했다. 얼핏 그냥 무작정 들이 낸 것처럼 보이지만 공격이 들어가는 순간, 로봇의 거체를 살짝 틀어서 공격을 비스듬히 받아냈다. 가벼운 몸짓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위력이 반은 감소했을 것이다.

 

 닌자의 마안이 좌우로 움직이며 난전으로 번져가는 전장을 빠르게 훑었다.

 

 AMA가 달려들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작은 구덩이가 패이며 흙이 튄다. 마안의 닌자는 결단을 내렸다. 닌자들에게 걸려있는 섭혼술의 시전자였기에 소리를 칠 필요는 없었다. 텔레파시를 사용해 후퇴명령을 내리며 뒤로 도약. AMA와의 거리를 벌리려 했다.

 칼싸움을 나누다가 불리하답시고 도망치려 하면 등을 보이는 순간 칼을 맞기 십상이다. 유지는 마안의 닌자가 기세를 누그러트리는 잠깐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백번 쪼는 쏙독새가 총알을 쏘아냈다. 뒤로 후퇴하던 마안의 닌자가 자신을 노리는 살기에 반응. 호신강기를 집중시킨 팔을 들어 기력의 불길로 총알을 증발시켰다.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마음의 틈새를 만드는 데에는 충분하다. 아차 하는 순간에 AMA의 왼팔이 허공을 향해 지르기를 쏟아냈다.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지며 거친 충격파가 마안의 닌자를 덮쳤다. 닌자의 몸이 굳는다. 동작이 굼떠진 틈을 노려 AMA의 오른팔에 달린 선로가 마안의 닌자를 겨냥했다. 푸른 전류가 충전되며 스치기만 해도 즉사일 위력을 담은 초음속 찌르기가 준비된다.

 

 화염의 인을 다루는 고류닌자의 기술에는 자신의 발밑에서 불길을 터트려 고속으로 움직이는 것이 있다. 마안의 닌자는 그 기술을 사용해 초음속 찌르기를 피하려 했다.

 

 사각에서 검은 밧줄이 날아와 닌자의 몸을 옭아맸다. 팔과 허리를 빙 둘러 감고 그 끝이 바닥을 파고들어 닌자를 땅에 고정시켰다. 밧줄에 달려있는 날카로운 칼날이 갑옷에 날카로운 끝을 걸치고 불똥을 튀겼다.

 

 “......!”

 

 닌자는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들었다. 로봇의 팔과 옆구리 사이로 푸른 불꽃을 담은 눈망울이 보였다. 강철의 선로가 코앞으로 밀어닥쳤다.

 

 선로를 타고 발사된 주먹이 밧줄대용으로 쓰인 교룡귀와 함께 닌자의 몸을 분쇄했다. AMA의 주먹을 기점삼아 일시적으로 붉은 안개가 퍼져나갔다가 뒤이어 솟구쳐 오르는 흙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지휘관을 처리한 AMA와 서가삼랑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여세를 몰아 닌자들을 밀어붙였다. 총탄과 마법이 사방에서 터졌다.

 

 “후퇴! 후퇴해라!”

 

 닌자 중에 한 명이 외쳤다. 격렬한 전투로 복면이 벗겨져 상처투성이인 얼굴이 드러나 있다. 피를 토하듯이 소리치며 닌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칼을 휘저어 닌자들을 지휘하려 했다. 그러던 그의 머리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갈기처럼 뻗어있는 나무의 밑동이 떨어졌다. 상처투성이의 닌자는 그것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압도적인 질량이 몸을 짓눌렀다. 머리가 파열, 목이 부러지고 허리, 다리가 갈려나가며 피가 튀었다.

 

 닌자를 쥐포로 만들어 버린 것은 살아 움직이는 나무, 목강시였다. 피에 굶주린 마물은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뛰어올랐다. 그 뒤를 이어 부서진 벽 안쪽으로 마기에 오염된 짐승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광기로 물든 눈깔에 침을 질질 흘리며 미쳐 날뛰는 개, 고양이, 쥐 따위가 사람들을 덮쳐간다. 이젠 진형이고 뭐고 없다.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서가삼랑은 차량을 끼고 치열한 방어전을 하는 도중이었다. 유나가 옆구리에 샷건을 끼고 마력으로 조종하는 화염방사기를 어깨에서 꺼내어 작은 짐승들을 쏘고 불태웠다. 유미는 대력귀검을 꺼내서 목강시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차량의 위에 올라서서 유미와 유나를 보조하던 유지가 AMA를 발견했다.

 

 AMA가 초음속 찌르기로 목강시 하나를 산산조각 냈다. 발로 짐승들을 짓뭉개며 어깨에서 쏘아대는 기관포로 닌자들의 포위망을 뚫어낸다. 서가삼랑을 돌아보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유지가 외쳤다.

 

 “유나야! 운전해! 이곳을 빠져 나간다!”

 

 그는 차 지붕에서 뛰어내려 유나의 옆에 섰다. 발을 뻗어 바닥을 기는 뱀의 머리를 터트리며 총알로 한 발씩 사방에서 덤벼드는 짐승들을 맞췄다. 유나는 숨을 내쉬며 무기를 회수, 차에 탔다. 유지가 텔레파시를 날려 AMA가 보낸 손짓을 공유했다. 유나는 생각했다.

 

 AMA가 길을 뚫어줄 것이다. 서가삼랑은 그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시동을 걸었다. 거친 전투 때문에 엔진이 망가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 번에 시동이 걸렸다. 핸들을 틀어 AMA의 뒤를 쫒았다. 유미는 훌쩍 뛰어 차량의 지붕에 올라서서 덤벼드는 것들을 향해 교룡귀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뒤를 유지가 천천히 따랐다. 닌자들은 이미 절반 이상이 죽은데다가 지휘를 하던 머리를 잃어 연계를 잃고 제각기 살기 위해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때문에 닌자들의 방해는 없었다. 서가삼랑의 차량은 금세 AMA의 꽁무니에 따라붙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AMA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강시가 달려들었지만 강철의 거인은 목강시의 거구를 붙잡아 그대로 바닥에 메쳐버렸다. 그 충격만으로도 짐승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주위에 살점과 피를 뿌렸다. 저급한 마물들로는 AMA의 진격을 막을 수가 없다.

 

 서가삼랑은 그렇게 AMA의 도움을 받아 전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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