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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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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 서가삼랑(徐家三狼) (3)
작성일 : 16-09-02     조회 : 54     추천 : 0     분량 : 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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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는 불리하다.

 

 장도를 휘두르던 남자의 생각이었다. 그의 상대인 계집은 엄청난 길이를 가진 뱀 형태의 칼을 이용해 안전거리에서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남자는 반격의 기회도 잡지 못한 채 방어만 하고 있다. 일방적인 공격과 일방적인 방어.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최대한 빠르게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어깨를 노리는 채찍검. 장도를 비스듬하게 치켜들어 흘려낸다. 동시에 손목을 뒤집어 내려 베기. 뱀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가 땅을 차고 튀어 올랐다. 기를 집중한 발바닥으로 밀어내며 칼을 휘둘러 머리위로 쳐 올렸다.

 

 유미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충격량을 운동에너지로 전환. 채찍 검이 요동치며 뱀의 머리가 공중을 크게 선회했다. 그리고 그 것이 유미와 남자를 동시에 가로지르는 일직선 위에 올라왔을 때, 순식간에 내리쳤다. 손잡이에서 시작된 힘의 파도가 채찍 검의 밧줄같은 몸을 타고 오른다. 그 힘이 끝에 달하자 뱀의 머리는 음속을 돌파하며 남자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 꽂혔다.

 

 남자는 단전에 정신을 집중. 가지고 있는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전신과 검으로 흘려보냈다. 그가 쥔 장도에서 푸른 기운이 솟구쳤다. 아지랑이 같던 기운은 이내 단단히 뭉쳐 보호막처럼 검을 감싸 안는다.

 

 기공의 극치인 강기(剛氣)가 구현되었다.

 

 그것은 마법과 무공과 귀신이 범람하는 이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강의 힘. 단점은 단지 구현하기 어렵고 오랫동안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뿐인 무상성의 능력이다. 남자는 검강을 담은 장도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채찍 검을 쳐올렸다.

 

 “케에엑!”

 

 괴상한 비명과 함께 채찍 검이 둘로 나뉘었다. 끝에 달린 뱀의 머리가 허공을 난다. 그것은 곧 피로 산화해 허공에 흩어졌다.

 

 유미는 인상을 쓰면서 채찍 검의 남은 부분을 회수했다. 수 미터를 넘는 길쭉한 검이 검집 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납검을 완료한 유미는 검을 뒤로 빼고 허리를 틀며 발검자세를 취했다.

 그 사이 남자는 장도를 쳐올린 자세에서 바로 상단세로 이행. 칼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자세를 잡았다. 그가 검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초에 불과했다. 그 시간 안에 끝을 낸다. 그가 다리에 힘을 주었다. 디디고 있던 땅이 폭발하며 남자의 몸이 아음속으로 돌격. 순식간에 유미와의 거리를 좁힌다. 유미를 일도양단할 기세로 장도를 내리그었다.

 

 유미 역시 발검. 디딤발을 단단히 밟으며 전신을 회전시켜 초속으로 검을 뽑아냈다.

 

 쩌엉!

 

 둘의 검이 충돌하며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유미를 검째로 동강낼 생각이었던 남자는 눈을 홉떴다. 그의 검강을 막아낸 것은 상어이빨이 달린 톱니 검도, 엄청난 길이로 늘어나는 채찍 검도 아니었다.

 

 은색 비늘이 햇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이번에 유미가 뽑아낸 칼은 비늘을 촘촘히 두른 늘씬한 직도(直刀)였다. 이전에 꺼낸 검들에 비하면 월등히 상식적인 모양이지만 비늘 하나하나가 꼬물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자 소름이 돋았다.

 

 “하압!”

 

 남자는 기합을 지르며 검을 내리 눌렀다. 검강을 막아내는 비늘 검의 강도가 놀랍긴 하나 그것뿐이다. 검의 위력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면 힘으로 밀어 붙일 뿐이다.

 

 남자는 유나보다 신장도 훨씬 컸고 근육량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공으로 육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증폭이지, 첨가가 아니다. 같은 양의 공력을 사용한다면 기본적인 육체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남자의 생각대로 유미는 힘에서 밀렸다. 검강을 실은 장도가 비늘 칼을 밀어내며 점점 유미의 몸 쪽으로 다가갔다. 유미는 검집으로 칼등을 눌러 양손으로 버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남자의 장도가 유미의 어깨에 닿았다. 재킷의 옷깃이 검강에 닿자 그대로 좌우로 벌어지며 피가 흘렀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전력으로 칼을 그어 내리려는 찰나, 유미의 입술이 달싹였다.

 

 “수라귀구속제어술식(修羅鬼拘束制御術式) 2단계 해제.”

 

 바람도 불지 않는데 목도리가 펄럭였다. 하얗던 목도리가 붉은 색으로 옅게 물들며 표면 위에 금색의 문양이 떠오른다.

 

 “신체빙의 대력귀(大力鬼).”

 

 유미의 얼굴이 빨개졌다. 홍조가 떠오른 게 아니라 아예 피부 자체가 변형을 일으킨 탓이다. 동시에 어깨와 팔의 근육이 팽창. 낙낙하던 가죽재킷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검의 압력이 폭발적으로 증대. 남자의 안색이 급격하게 굳었다. 유미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을 발휘해 단박에 남자의 장도를 쳐냈다. 그리고 비늘 검을 허리로 되돌려 납검.

 

 “도검빙의 교아귀(鮫餓鬼).”

 

 허리 틀며 내딛은 디딤발에 바닥이 내려앉는다. 근력이 강화된 만큼,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될 맹렬한 발검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 검집에서 뛰쳐나온 건 이빨을 톱니처럼 세운 교아귀. 남자는 장도를 일자로 세워 막았지만 대력귀의 강력이 실린 교아귀의 톱니는 종잇장을 가르듯 장도를 썰어내고 남자를 두 조각으로 갈라버렸다.

 

 “이, 런... 말도 안 되는......”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내장을 쏟으며 거꾸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피가 흘러넘쳐 웅덩이를 이뤘다.

 

 그 모습을 발견한 사이보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마법사 놈은 저래서 주문은 외울 수 있을 까 싶을 정도로 만날 술에 취해 빌빌대던 쓰레기였지만 대검의 남자는 달랐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를 홧김에 죽이고 뛰쳐나왔다던 그는 한창 현역이었고, 키워내기 힘든 고급 인력인 무공고수였으며 그들 셋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한 괴물이었다. 그런 놈이 조그마한 여자애에게 상처하나 입히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사이보그는 살살 주위를 살피며 눈치를 보았다. 그를 쫓아다니며 전투를 이어가던 유나가 그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 옆에는 유지도 있다. 사이보그는 마지막으로 검을 검집에 꽂아 넣은 유미와 눈이 마주쳤다. 자비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차가운 눈이 그를 마주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시발......”

 

 유지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귀에 가져다댔다.

 

 “헉...... 이런 시바알?”

 

 사이보그는 번쩍 양 손을 들었다. 그는 다혈질에 입이 더럽고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했지만 쓸데없는 자존심이 없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다. 그는 납죽 엎드리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누군가가 나카무라 세이지의 어깨를 흔들었다. 나카무라 세이지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 안에 있었다. 하지만 밖의 풍경이 달랐다. 파랗던 하늘은 검게 물들어 있고 그 가운데에는 해 대신 달이 떠 있다. 풀 한포기 없던 황야는 없고 건물들이 그득히 들어서 있는 도시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는 잠시 초점 없는 눈동자를 꿈뻑이다가 고개를 휘휘 저어 멍한 기운을 털어냈다. 문밖에 서 있던 유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동도어로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이만 내리시죠.”

 

 “그래, 빨리 내려. 이 새끼야. 좁아서 죽겠으니까.”

 

 나카무라 세이지는 귀청을 울리는 거친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자리에는 양팔에 구속구를 주렁주렁 달아놓은 험상궂은 표정의 남자가 있었다. 유지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 동도어도 할 줄 알아?”

 

 나카무라 세이지를 노려보던 남자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어 비굴하게 웃었다.

 

 “침대 위에서 계집들에게 몇 마디 주워들었죠. 매음굴에 굴러다니는 동도년들이 많거든요.”

 

 “주워들은 거 치고는 상당히 유창한데.”

 

 “제가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 머리는 좋습니다.”

 

 둘의 대화를 듣던 나카무라 세이지가 더듬더듬 물었다.

 

 “저... 이 분은 누굽니까?”

 

 “아까 우리를 습격했던 도적 중 한명이에요. 현상범이죠. 우리 같이 가난한 낭인(浪人)들에게 제 한 몸 바쳐 용돈을 지급해 주시는 좋은 분이라고나 할까요.”

 

 “아... 그렇군요.”

 

 나카무라 세이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유미가 유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유미를 돌아보았다.

 

 “네, 아가씨. 왜 그러세요?”

 

 “저 인간들이 아까부터 뭐라고 떠드는 거야.”

 

 유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대화를 친절히 번역해 유미에게 알려주었다. 대화 내용을 모두 들은 유미는 옆자리의 사이보그 도적을 흘겨보았다.

 

 “이런 쓰레기가 ‘좋은 분’이라고? 어이가 없군.”

 

 유지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유미야. 넌 정말 유머감각이라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그딴 거 필요 없어.”

 

 유미는 그 말을 끝으로 팔짱을 끼며 좌석의 시트에 몸을 묻었다. 그 뒤로 유나가 작게 덧붙였다.

 

 “그러는 주인님도 딱히 유머감각이 좋지는 않으신데요......”

 

 셋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동안 나카무라 세이지는 차에서 내렸다.

 

 ‘이곳이 반도의 도시......’

 

 허름한 판자 집과 누렇게 변색된 건물이 즐비하고, 바닥은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했지만 도시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사방이 불빛으로 가득했다. 네온사인은 깜빡이고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움직여 각자의 일을 한다. 군데군데 동도어로 적힌 상가의 간판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보니 그의 고향에 있던 도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찬찬히 도시의 풍경을 지켜보던 나카무라 세이지의 시선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벽에서 멈추었다. 벽은 그 끝이 어디인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벽 위로는 수많은 마천루가 고개를 내밀고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아마 저 곳에 진짜 반도의 모습이 있겠지. 지금의 그가 서있는 허름한 도시는 반도인이 되지못한, 혹은 반도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는 반쪽짜리들의 집합소일 것이다.

 

 유지가 나카무라 세이지의 옆에 섰다. 그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시선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채고 말했다.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벽 근처에는 되도록 가까이 가지 마세요. 실적 올리려고 눈에 불을 키고 있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나카무라 세이지는 무겁게 고개를 끄떡였다.

 

 “조심하도록 하죠.”

 

 “그리고 이 동네는 치안이 안 좋으니까 밤에 돌아다니는 건 자제하시고... 제가 아는 여관을 하나 소개해드릴 테니 오늘은 여기서 주무세요. 다른 곳보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밤중에 누가 몰래 들어와 배에 칼침 놓고 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유지는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쪽지를 나카무라 세이지에게 건네었다. 나카무라 세이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쪽지를 받았다.

 

 “아, 그리고 이건 낭인 중개소 사무실 명함이에요.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보세요. 저희 말고도 실력이 괜찮은 친구들이 꽤 있으니까요.”

 

 나카무라 세이지는 명함을 받으며 유지를 돌아보았다.

 

 “당신들을 다시 고용하고 싶으면 뭐라고 하면 됩니까?”

 

 “서가삼랑(徐家三狼)을 찾는다고 하시면 됩니다.”

 

 “서가삼랑...... 알겠습니다.”

 

 나카무라 세이지는 고마웠다며 꾸벅 인사를 했다. 그는 차안에 있던 유미와 유나에게도 인사를 한 뒤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던 사이보그 도적이 문득 중얼거렸다.

 

 “서가삼랑? 졸라 촌스럽네. 그게 도대체 언제 적 별호입니까?”

 

 유지는 한심하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이 친구가 뭘 모르네. 요즘은 별호는 복고풍이 대세야.”

 

 유나는 발끈 화를 냈다.

 

 “그 별호 저희가 지은 거 아니거든요?”

 

 마지막으로 유미는... 아무 말 없이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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