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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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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 극동도(極東島) (5)
작성일 : 16-09-14     조회 : 150     추천 : 0     분량 : 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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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천막을 걷고 나왔다. 공방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미완성, 혹은 실패한 무기들을 가지고 놀던 유지가 그녀를 발견했다.

 

 “다 끝났어?”

 

 “...네.”

 

 “뭔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지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 유나의 뒤를 따라 용우가 나왔다. 유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서 2미터는 될 법한 장대를 집어 들었다.

 

 “이건 뭐야?”

 

 장대는 길쭉한 막대 두개를 나무젓가락처럼 모아놓은 것 같은 생김새였다. 두 막대의 사이에는 구멍이 뚫려있고 반대편 끝 부분에는 차량에나 달법한 거대한 마나 배터리가 달려있다. 아랫면에 손잡이와 방아쇠가 달려있는 것으로 봐서 총기류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크기는 총기보다 대포에 더 가까웠다. 군대생활을 제법 한 유지였지만 그도 이렇게 무식한 생김새의 개인화기는 본 적이 없었다.

 

 유지가 들고 있는 것을 본 용우는 여상스럽게 대답했다.

 

 “아, 그거? 요즘 제작 중인 신제품이야.”

 

 “뭔데?”

 

 “레일건. 군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걸 소형화시켜서 만들어 본건데... 문제가 있어서 다시 작업하려고 박아둔거야.”

 

 서가삼랑 중에서도 화력을 담당하고 있는 유나는 소형화 레일건이라는 말에 정신이 퍼뜩 든 듯했다. 그녀는 흥미어린 기색으로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데요?”

 

 “발사할 때 타임랙이 일정치 않은 것도 문제고, 반동도 심하고. 발사하고 난 뒤에 총신이......”

 

 유지가 불쑥 말했다.

 

 “이거 가져가도 돼?”

 

 용우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시제품이 아니라 비싼데.”

 

 “얼만데?”

 

 “기본 재료값만 500만원.”

 

 용우가 부르는 가격에 경리담당인 유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는 꼼꼼하게 질문을 했다.

 

 “진짜요? 위력이 얼마나 되는 데요?”

 

 “작게 만드느라 위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현용 장갑차라도 측면이나 후면 장갑은 뚫을 수 있을 거야. 4서클 이상의 방어마법도 어지간해서는 관통할 거고. 대신 실험 횟수가 적어서 장담은 못해.”

 

 “몇 발정도 쏠 수 있는데요?”

 

 “두 발.”

 

 “그 정도면 확실히 살만한데요...”

 

 유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잠겼다. 그녀는 유지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저희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데 굳이 이만한 화력이 필요할까요?”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지. 언젠가는 분명히 쓸 일이 와. 투자 못 할 정도로 비싼 것도 아니잖아?”

 

 유지는 예전부터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와 오랫동안 싸움터를 전전하면서 덕을 톡톡히 보았던 유나는 필요한 때에 미리 장비를 준비해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서가삼랑의 자금사정에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유나가 고민에 빠져있는 동안 유지가 용우를 돌아보았다.

 

 “친구야, 조금만 깎아줄 수 있겠니?”

 

 용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그럼. 반값만 줘. 대신 자료조사 좀 하게 사용 하고 난 뒤에 상황보고랑 포격 후 잔해 같은 것좀 사진으로 찍어서 가져다줘.”

 

 “고맙다. 친구야.”

 

 유지는 레일건을 유나에게 건네었다. 유나는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작동시켰다. 그녀의 팔찌에는 고등 이론을 바탕으로 정립된 공간압축 마법이 걸려있어 압축된 공간 안에 엄청난 양의 물건을 넣어둘 수 있었다. 부피만 줄일 수 있지, 무게는 줄일 수가 없어서 넣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근력만 있다면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장구다.

 

 유나는 마법진을 펼쳐 팔찌 안으로 기둥만한 레일건을 밀어 넣고 언제든 그것을 꺼낼 수 있도록 식별 가능한 인식마법을 걸어두었다.

 

 레일건을 산 뒤에 유지와 유나는 공방과 붙어있는 무기 창고에 들어갔다. 창고는 공방과 달리 서늘했다. 행여나 보관하고 있는 제품들이 상하지 않도록 온도를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장비는 이미 갖추고 있었기에 그들이 구입한 것은 대부분 사용하면 바로바로 없어지는 소모품이었다. 각종 총알과 수류탄, 도폭선, 그리고 마공학 화기에 사용할 마나 배터리, 예비용 마력회로선... 기타 등등.

 

 비교적 화기(火器)를 적게 사용하는 유지는 금세 보급을 끝냈지만 유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 공간압축 팔찌에 탄약을 우겨넣었다. 그녀가 덩치가 큰 괴수나 목강시(木僵尸)등을 대비한 대전차 로켓을 고르는 중에, 창고를 돌아다니던 유지가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뭔데 그래요?”

 

 유나는 로켓들을 팔찌에 쓸어 넣곤 유지에게 다가갔다. 유지는 아이 같은 눈으로 무언가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유나가 유지의 옆에 서자 거대한 동체가 보였다. 높이는 4미터쯤 될까, 각진 몸체에 터무니없이 커다란 팔과 다리가 달려있다. 유나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거대한 인간형태의 기계였다.

 

 그것은 최신 기술의 정수가 가득 담겨있는 ‘Anti Martial art Armor’, 줄여서 AMA라고 불리는 이족보행병기였다. 과거 동서전쟁의 시기에 마법사들이 무림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백병전 특화 전차가 발전한 것으로, 화력전이 중요해진 근대에 와서는 대형 화력이 무력화되기 쉬운 시가전이나 산악 전투를 주무대로 활약하는 특수 병기였다.

 

 전투에서의 효용성과는 별개로 멋들어진 외형 때문에 의장용이나 특수부대의 마스코트 등으로도 활용되는 일도 많고, 영화나 소설 등의 픽션에서도 등장빈도가 높다.

 

 다소 어린이 취향인 유지는 이 병기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아 자그마한 조립식 모형을 사 모으는 취미가 있을 정도다.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며 AMA를 구경하던 유지가 용우에게 물었다.

 

 “이건 어디서 주문한 거야? 실제 모델은 진짜 오랜만에 보네.”

 

 용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시청에서 산거야. 시내 방위력을 높인다고 하던데. 몇 달 전에 동도의 야쿠자들이 구형 AMA를 들여왔다는 소문도 있고... 내전 때문에 그쪽에서 도망 온 고수들도 많고 하니까 시에서도 불안해졌나봐. 시장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다고 담당자가 투덜거리더라.”

 

 유지는 장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아주 훌륭한 시장님이시군. 다음번 투표 때 잘 해드려야겠는걸.”

 

 “그런 쓸데없는 이유로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지 마요...”

 

 점검과 보급을 마친 유지와 유나는 공방을 빠져나왔다. 친절하기 짝이 없는 용우는 그들이 돌아가는 것을 배웅하러 따라 나왔다. 유나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매번 이렇게 따라 나오실 필요 없는데...”

 

 “뭘, 이 정도는 학교 다닐 때 유지가 나한테 해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유지는 쯔쯔 혀를 차며 말했다.

 

 “소심한 친구 같으니... 그런 걸 언제까지 우려먹을래? 그냥 다 잊어버려.”

 

 용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잊어버릴 테니까 지금까지 장비 값 깎아준 거 다 뱉어낼래?”

 

 유지는 정색을 하며 용우의 어깨를 짚었다.

 

 “친구야,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은혜 갚은 까치로 살아주렴. 이 형님은 그런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네가 말 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야.”

 

 “멍청한 자식.”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용우는 주먹을 들어보였다.

 

 “다음에는 치호까지 모여서 동기들 끼리 한 잔 하자.”

 

 “그래, 술값은 돈 제일 잘 버는 네가 내고.”

 

 유지는 손을 들어 용우와 주먹을 맞대었다.

 

 ***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서 있는 건물 위에 뾰족한 첨탑이 서 있었다. 첨탑은 장막처럼 펼쳐진 검은 하늘과 흐릿한 구름 속에 파묻힌 초승달을 배경으로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 첨탑 위에 올라선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팔과 다리에 각반을 차고 온통 새까만 옷을 입은 그는 밤하늘에 완연히 녹아들어 두 눈만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이 첨탑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발 아래로 대산시의 야경이 비쳤다. 빌딩의 숲과 반짝거리는 빛의 무리가 어지러이 움직이며 장관을 펼쳐낸다. 흑의인(黑衣人)은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반도의 발전은 대단하군. 이것이 하나로 뭉쳐진 민족의 힘인가.”

 

 그의 눈에는 안타까움과 부러움, 그리고 증오가 넘실거렸다.

 

 “우리가 이걸 따라가려면 몇 년이나 걸릴지 모르겠군.”

 

 흑의인의 뒤에는 또 한명의 남자가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을 뒤집어쓴 흑의인과 달리 맨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얼굴은 크고 작은 흉터로 가득해 그가 얼마나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흉터의 남자가 말했다.

 

 “우리도 곧 이렇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반도 놈들에게 당했던 굴욕도 되갚아줄 수 있겠죠.”

 

 “탐라도의 굴욕인가...... 그것도 모두 자기 자신의 안위만 보전하려드는 늙은이들의 아집과 오만 때문이지. 고대의 왕이 자신만의 권위를 위해 만든 구시대의 유물을 아직까지도 끌어안고 있는 자들이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보다 더한 일을 만들어냈겠지.”

 

 “하지만 이제 그것도 명분뿐이고... 그나마 유물을 발동시킬 수 있는 열쇠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흑의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수십 년을 쓸데없이 허비한 싸움도 곧 끝이 난다. 쓰레기들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이제 신물이 나지만 성과는 있었다. 놈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이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걸 알지도 못하겠지.”

 

 고개를 조아리며 이야기를 듣던 흉터의 남자가 문득 물었다.

 

 “반쪽짜리 쪽은 어떻습니까? 기록상으로는 저희 계획에 충분히 방해가 될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놈은 이미 내 말을 믿고 다른 곳으로 갔으니 상관없다. 설령 계획을 눈치 채고 되돌아온다 해도 놈에겐 권력도, 세력도 없다. 위험요소가 될 일은 없지.”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구름이 걷히며 요염하게 휘어있는 초승달이 서늘한 빛을 온 세상에 내뿌렸다. 흑의인은 달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부숴버릴 듯이 강하게 움켜쥐었다.

 

 “준비는 충분하다. 곧 마지막 성혈(聖血)이 떨어진다. 수천 년 동안 우리를 속박해온 신의 품을 벗어나, 진정한 성인이 되어 이 땅에 서게 되는 것이다.”

 

 흉터의 남자가 굳은 결의의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가슴에 얹고 부복했다.

 

 첨탑의 밑에서 흑의인과 흉터의 남자를 올려다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한 몸인 양 일사분란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흑의인의 눈동자에 박힌 기이한 문양이 불길하게 몸을 뒤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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