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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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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 상처 (3)
작성일 : 16-09-17     조회 : 75     추천 : 0     분량 : 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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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의 응집력은 영혼이 가진 힘인 영속력을 근원으로 이루어진다. 기는 영속력의 근원인 영체와 연결고리가 떨어지면 순응력에 의해 응집력을 잃고 평범한 에너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영계의 영체는 기본적으로 물질계의 우리 몸과 겹쳐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몸과 닿아있는 범위 내에서만 기를 운용할 수 있지.”

 

 유지는 칠판 위에 대강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그림 두 개를 겹쳐서 그렸다.

 

 교실에는 스무 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다. 모두 무공을 특기로 군사학교 진학을 노리는 아이들이다. 자국의 군인들을 다른 나라에 용병으로 보내는 것은 반도의 제일 큰 산업 중에 하나였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보수도 높은데다, 외국에서 활동 중인 군인들이 나라의 위상을 높인다는 둥의 사회풍조도 있기 때문에 중산층에서는 자식을 군인으로 키우려는 부모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유지는 반도 최고의 군사학교인 해동군교를 졸업한 엘리트에 현역 낭인이라는 경력을 내세워 시간이 날 때마다 강사로 일을 했다.

 

 학생들 중 몇몇은 유지의 설명에 눈을 빛내며 칠판에 시선을 모았고 몇몇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딴청을 피웠다. 유지는 신경 쓰지 않고 보드마카를 움직였다. 안쪽에 있던 사람의 모양의 그림이 바깥쪽 그림을 뚫고 비죽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 영속력이라는 건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는 의식적으로 확장할 수 있어. 그 예로 자기가 쥐고 있는 무기에 기를 불어넣는 기술 등이 있지. 이것을 약간 응용만 한다면 원거리의 적에게 기를 이용한 간섭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유지는 옆에 또 다른 사람형태의 그림을 그린 뒤 원래 있던 모형으로부터 시작해서 주욱 선을 그어보였다.

 

 “영속력의 범위를 조절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야. 자기가 붙잡은 물체에 기를 전달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하지. 하지만......“

 

 유지가 손을 뻗었다. 책상 밑으로 시선을 향하고 뭔가를 만지작거리던 여학생의 손에서 휴대용 단말기가 쑤욱 빠져나왔다. 단말기는 허공을 날아 유지의 손으로 날아왔다. 고급 기공 중 하나인 허공섭물(虛空攝物)이다.

 

 잘생긴 얼굴 때문에 대부분의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유지였지만 그라고 해서 모든 여자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었다. 한창 반항기인 여학생은 딴 짓을 하다가 걸렸는데도 오히려 불만에 가득 찬 눈빛으로 유지를 쳐다보았다. 유지는 끌끌 웃으면서 손에든 단말기를 흔들어 보였다. 그는 기력을 집중해 손바닥 위에 단말기를 띄웠다.

 

 “이렇게 허공을 격해서, 공기를 매질로 기를 보내는 데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해. 이게 익숙해지면 검기나 장풍 같은 기술도 가능해진다. 빵빵 쏘면 다 죽는 거지. 한방 쏘면 기력이 거덜 나는데다 마법이 훨씬 쓰기 편하고 사거리도 길어서 거의 사장된 기술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들고 있던 단말기를 도로 던져주며 교탁에 놓아두었던 연습용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본론을 꺼냈다.

 

 “기총술의 고급기술인 선회탄을 쓰려면 이걸 할 줄 알아야 돼. 난이도가 있는 기술이니까 정확히 구사할 수 있으면 실기점수에 많은 도움이 된다. 모의전은 물론 실전에서도 유용하지.”

 

 유지가 총을 쏘았다. 앞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조금 놀라 어깨를 움찔거렸지만 총구에서 빠져나온 저속의 고무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맨 뒷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아이의 머리에 명중했다. 유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고 권총 돌리기를 하며 설명을 이었다.

 

 “선회탄이 능숙해지면 엄폐물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게 가능해져. 칼로 총알을 쳐내거나 하는 친구들에게도 페인트나 눈속임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어.”

 

 그는 묘기를 부리듯 권총을 가지고 놀다가 허공에 던졌다. 권총은 빙글빙글 돌다가 교탁 옆에 매달아놓은 홀스터로 빨려 들어갔다. 어느새 학생들의 시선은 모두 유지에게 집중되어있었다.

 

 유지는 설명을 마치고 준비해두었던 물건들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작은 쇠구슬과 50센티미터 길이의 나무막대다. 그는 먼저 시범을 보였다. 그가 막대를 구슬에 가져다 대자 구슬이 막대사탕처럼 달라붙었다. 유지는 구슬을 열 개정도 그 위에 더 붙여보였다. 유지가 그것을 마구 흔들었지만 구슬은 원래부터 그렇게 생긴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봤지? 흡기공이나 착유검을 배운 녀석들은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이게 되면 그 다음에는 막대 없이 구슬을 움직이는 연습을 한다. 허공에 막대가 이어져있다고 상상하면서 막대를 대고 움직였을 때의 요령 그대로 공을 붙잡아 보는 거야. 하지만 자기가 못한다고 실망하지는 마. 내가 아는 고수 중에서도 이걸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각자 마음 편히 먹고 연습해 봐.”

 

 아이들이 연습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강제성이 따르지 않는 실습시간은 통제가 어렵다. 아이들은 옆의 친구들과 쑥덕쑥덕 떠들며 연습 반, 장난 반으로 시간을 보냈다. 유지는 교실을 돌면서 아이들의 상태를 한명씩 확인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막대에 구슬을 붙이는 건 쉽게 하고 그 다음으로 넘어갔다. 막대에 구슬을 붙이는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지금 당장 어떻게 해주기 힘든 녀석들이다. 열심히 하라며 미소만 지어주고 지나쳤다.

 

 “선생님~ 저 이거 잘 모르겠어요.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몇몇 여자아이들이 애교를 부리며 달라붙었지만 유지는 능구렁이처럼 거절하며 일에 집중했다. 그는 기본기가 되어있는 학생들 중 어떻게 자기 기술을 이용해야 될지 모르거나, 혹은 이상한 방법으로 새 기술을 시도하는 녀석들을 골라 차근차근 교정을 해주었다. 유지는 학생의 장심에 손을 얹고 기의 흐름을 읽어가며 꼼꼼히 문제점을 수정해주고 장점은 확실하게 칭찬해 의욕을 불어넣었다.

 그 중 유난히 애를 먹고 있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연성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애로 어딜 가나 한명씩 있는 소심하고 자신감도 없지만 성실한 녀석이다.

 

 성현은 막대로 구슬을 한 번 들어 올렸다가 허공섭물을 시도하고, 다시 막대로 구슬을 들어올리기를 반복했다. 막대로는 아주 쉽게 구슬을 들어 올리지만 맨 허공에 힘을 쓰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유지가 다가가자 성현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거, 잘 안되는데요?”

 

 “다시 해봐.”

 

 유지는 성현의 등에 손을 얹고 기류를 읽었다. 성현은 다시 허공섭물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유지는 성현의 등에서 손을 뗐다. 성현의 문제점을 알아낸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음... 구슬 말고... 그래, 이걸 가지고 해보는 게 낫겠다.”

 

 그는 책상 위에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그는 책을 눕혀 손바닥 위에 올리고 그것을 아주 살짝 허공에 띄워보였다. 그는 성현의 눈앞에 손을 놓고 책과 손바닥 사이의 틈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조금만 띄워봐. 손바닥 전체로 장력(掌力)을 뿜어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성현은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안 될 거 같은데요. 그것보다 작은 구슬도 눈 하나 깜빡 안하는데...”

 

 유지는 웃으면서 책을 던져주었다.

 

 “안 되도 누가 안 잡아먹으니까 그냥 해봐. 인마.”

 

 성현은 유지가 하라는 대로 했다. 그는 미심쩍다는 얼굴로 손바닥 위에 책을 올리고 기를 운용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책이 공중에 떴다.

 

 “어? 되네?”

 

 그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거냐는 듯이 유지를 올려다보았다. 유지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건 네가 기공(氣孔)이 넓어서 그래. 예를 들자면 물총을 쏴야 되는데 총구가 너무 커서 앞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질질 새는 거지. 너 같은 유형은 아무리 연습해도 허공섭물로는 1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힘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어. 선회탄은 그냥 포기해라. 해봐야 시간낭비니까.”

 

 유지의 말은 단호했다. 성현은 시무룩해져서 중얼거렸다.

 

 “음... 그러면 기총술 점수가 너무 떨어지는데요.”

 

 “그러면 다른 걸로 메우면 되지.”

 

 유지는 이거 보라는 듯이 성현의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 성현의 눈동자가 유지의 손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였다.

 

 순간, 손이 히끗해지더니 두 개로 분열되었다.

 

 성현은 눈을 깜빡였다. 잘못 본 게 아니다. 방금 그의 눈앞에서 유지의 손은 두 개로 불어나있었다. 한쪽은 금세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지만 나머지 한쪽은 멀쩡하다. 유지가 말했다.

 

 “어때? 이게 무슨 기술인지 알겠어?”

 

 성현은 한참을 고민했다. 분명히 어디선가 봤던가, 들은 적이 있는 기술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머뭇거리자 유지가 먼저 말을 해 주었다.

 

 “환기공(幻氣功)이야.”

 

 “아! 기억났어요. 순간적으로 기를 방출해 허상을 남김과 동시에 고속으로 움직이는 기술이라고......”

 

 유지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너 같이 기공이 넓은 게 꼭 단점이 되는 건 아니야. 집중은 안 되지만 한 번에 많이, 넓게 기를 발산하는 기술을 사용할 때는 네가 훨씬 유리하지. 환기공도 그 중 하나고. 이건 너한테만 내주는 숙제야. 대강의 구결이랑 요령은 가르쳐 줄 테니까 집에 가서 연습해와.”

 

 “그런데 이게 진학에 도움이 될까요? 수업시간에 듣기로는 환기공도 거의 사장세인 기술이라고 하던데......”

 

 유지는 검지를 들어 좌우로 저었다. 그는 성현과는 달리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익히기 어려운데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센스도 필요한 기술이라서 그렇지. 하지만 단점이 큰 만큼 장점도 커. 분명히 신법(身法)항목에도 추가점수가 붙어있을걸. 내가 책임... 은 못 지지만! 날 믿고 해!”

 

 성현은 하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역시 그게... 좀... 유지 선생님은 가르쳐주시는 건 잘 하시는데 이럴 때는 믿음직스럽지 않다고나 할까......”

 

 유지는 성현의 어깨를 짚으며 호쾌하게 웃었다.

 

 “이 녀석, 이제 농담도 할 줄 아네.”

 

 성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 아닌데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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