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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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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 공주 (1)
작성일 : 16-09-23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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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오프로드형 바퀴가 혈정진토를 짓밟았다. 흙이 괴성을 지르며 무너져 내린다. 그 뒤에서 작은 파도가 일면서 흙이 몸을 일으켜 차량을 추격해온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화염구가 흙더미를 산산조각 냈다. 수십 개의 그림자가 그 위를 뛰어넘으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잇따랐다. 달밤 아래의 묘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혈정진토 덕분에 닌자들의 속도도 많이 죽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닌자들을 떼어낼 수는 없었다.

 

 계기판이 80 ~ 100km를 넘나드는 데도 그랬다. 가속마법을 몸에 두른 암살자들은 바람처럼 내달려 사냥감을 포위하는 늑대처럼 차를 둘러쌌다.

 

 계속해서 불과 벼락을 쏟아낸다. 항마처리를 한 차량의 장갑판이 스파크를 튀기며 공격을 받아낸다. 장갑판 내부의 마력회로를 따라 마력이 흐르며 마법의 여파를 중화시킨다.

 

 배리어에 비해 마력효율은 월등히 좋지만 장갑이 계속해서 손상되기에 무한정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이미 마력 회로가 몇 개 증발하고, 장갑판이 떨어져서 바닥을 굴렀다. 유나가 외쳤다.

 

 “이 이상은 무리에요!”

 

 “내가 나갈게.”

 

 도망치는 것도 한계다. 싸워야했다. 유미가 허리를 들었다.

 

 그녀는 천장의 뚜껑을 열고 뛰어나갔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의 꼭대기에 발을 디디고 선다.

 

 닌자들의 목표가 바뀌었다. 유미를 향해 집중 사격. 수십 줄기의 라이트닝 볼트가 화살처럼 날아든다. 유미는 금강귀를 몸에 둘러쓰며 동시에 수라마경의 수라환신대법(修羅換身對法)을 극성으로 전개. 전신에서 피어나는 붉은 색의 호신강기로 벼락을 방어했다.

 

 방어다음에는 공격이다. 수라귀구속제어술식 2단계가 해제. 경희의 손에 의해 계량된 목도리가 펄럭이며 수라귀가 폭주하지 못하도록 단단한 봉인식을 펼쳐냈다.

 

 유미는 교룡귀검을 끄집어냈다. 칼날을 몸에 두른 뱀 모양의 수라귀가 휘둘러진다.

 

 한 녀석이 앞으로 뛰면서 칼을 들이밀었다. 채찍검을 중간부터 밀어서 튕겨내려고 한다. 유미는 코웃음을 치며 손아귀에 힘을 넣었다. 교룡귀가 그녀의 의지에 따라 몸을 뒤튼다. 채찍이 급격하게 꺾이며 닌자가 들이댄 칼날을 축으로 회전. 순식간에 빙빙 돌아 녀석의 몸을 밧줄처럼 묶었다. 교룡귀에게 포박당한 닌자가 위험을 깨닫고 몸부림을 치지만 늦었다.

 

 유미가 팔을 잡아당겼다. 밧줄이 풀려나오며 닌자의 몸이 회전했다. 교룡귀의 칼날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산산 조각난 고깃덩어리들이 똥오줌내를 풍기며 바닥에 쏟아졌다. 뒤따라오던 혈정진토가 입을 벌려 그것을 먹어치웠다. 땅속으로 빨려 들어간 뼈가 우득우득 씹히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옆에서 날아든 매직 슈리켄의 칼날이 유미의 어깨를 치고 튕겨져 나갔다. 유미는 은색비늘을 뒤집어쓴 귀신의 형상으로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사납게 검을 떨쳤다. 피로 물든 교룡귀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들었다. 닌자들은 분분히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사각에 있던 닌자가 파이어블래스트를 내쏘았다. 폭발이 차체를 직격. 바퀴를 흔들며 좌우로 흔들린다. 유미의 몸이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유미는 혀를 차며 교룡귀검을 휘둘렀다. 채찍검의 줄줄이 늘어선 칼날 끝이 차체에 걸렸다. 차에 매달려 허공을 날던 유미가 손목을 튕겼다. 아담한 몸이 앞으로 튕겨나가며 공중을 회전한다. 길게 늘어지는 흰색 목도리가 동그랗게 원을 그렸다. 교룡귀가 다시 한 번 공간을 갈랐다. 차량을 향해 날아들던 파이어볼 세 개가 동시에 두 쪽 나 허공에서 폭발. 하지만 다시 차의 지붕에 올라서는 순간 피할 수 없는 뇌격이 등 뒤에 꽂혔다. 저릿저릿한 전류가 재킷 위로 퍼져나갔다.

 

 호신강기로 막아내고는 있지만 소모가 빠르다. 유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 때, 앞좌석의 문이 벌컥 열리며 유지가 뛰쳐나왔다. 등장과 동시에 백번 쪼는 쏙독새가 발사한 총알이 닌자의 머리를 꿰뚫었다. 닌자들의 칼이 유지에게로도 향했다.

 

 유지의 양 어깨에 달린 기기동 추진력 발생장치가 압축된 공기를 토해냈다. 한쪽은 전방으로, 한쪽은 후방으로 압력을 분사. 머리를 축으로 몸이 돌았다. 유지는 발판도 없는 공중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며 날아드는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한쪽 손의 쏙독새와 한쪽 손의 푸르미르로 총알과 라이트닝 볼트를 쏘았다. 세 명의 닌자가 각각 뇌격에 심장이 멈추고, 눈에서 후두부까지를 총알에 관통당하고, 쉴드를 우회해 날아든 선회탄에 옆구리를 맞고 바닥을 굴렀다.

 

 유지가 땅에 내려앉았다. 그는 가속주문도 없이 차량과 똑같은 속도로 달렸다.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다리를 쭉쭉 뻗는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하체와는 반대로 상체는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공격과 방어에 대비했다. 교과서에 실어도 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경공술이다.

 

 유지는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전진하면서 몸을 틀었다. 순식간에 닌자들의 진형 속으로 파고든다. 몇 줄기인가 번개와 수리검이 날아들었지만 푸르미르의 쉴드로 막아냈다.

 

 닌자들은 사방에서 덤벼드는 혈정진토를 해치우며 수십 km로 내달리는 차를 쫓고, 거기에 지붕위에 올라앉은 유미의 교룡귀를 막아내느라 유지의 침투를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가 없었다.

 

 유지는 어깨가 맞닿을 때까지 닌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를 떨쳐내기 위해 칼이 날아왔다. 유지는 푸르미르로 칼을 미끄러트리며 접근. 팔꿈치로 칼을 휘두른 녀석의 옆구리를 찍었다.

 

 균형이 무너진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만큼 자세가 크게 흔들렸다. 놈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거창하게 곤두박질을 쳤다.

 

 아군을 사선(射線)에 넣지 않도록 비스듬하게 아래로 향한 각도로 수리검이 발사되었다. 유지의 다리를 노리고 수십 개의 수리검이 회전하며 허공을 가른다. 유지는 점프. 추진력 발생장치를 전방으로 분사하며 고속이동 중에 뒤로 덤블링을 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공중에서 종회전을 하며 뒤에 있는 녀석에게 총을 갈겼다.

 

 놈은 놀랍게도 초속으로 반응해 칼을 들어 총알을 튕겨냈다. 가속마법으로 상승한 반응속도가 만들어낸 재주다.

 

 유지는 살짝 감탄했다. 약간 운이 따라준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센스가 좋은 녀석이다. 하지만 녀석은 총알을 막아내느라 뒤이어 날아드는 유지의 발차기를 놓치고 말았다.

 

 유지의 두 발이 닌자의 얼굴에 직격. 단단한 군화발이 코를 짓뭉개며 윗니를 몽창 뽑아냈다.

 

 유지는 닌자의 머리를 걷어차며 앞으로 뛰었다. 100km의 속력으로 앞구르기를 시전. 그 역시 무공을 사용하는 무술가로써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충격을 흡수. 동시에 혈정진토의 독기를 막아냈다.

 

 그는 바닥을 구르면서도 사각(射角)이 나올 때마다 총알과 번개를 발사했다. 마구잡이 같지만 단 한발도 허투루 쏘는 법이 없다.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트릭슈터의 모습이다. 그러다 유지는 균형을 잡으며 순식간에 발을 박차고 전방으로 가속. 닌자들을 앞질러 뛰어나갔다.

 

 유지의 합류 덕에 여유를 찾은 유미가 교룡귀검을 회수했다. 몸에 걸친 금강귀 마저 해제하며 정신을 집중. 수라귀구속제어술식 2단계 해제 상태를 유지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발검.

 

 수라마경(修羅魔經) 개식(改式), 대력교룡(大力蛟龍) 이합귀검(二合鬼劍)

 

 적난이룡검(赤亂螭龍劍)

 

 검집으로부터 막대한 질량이 뿜어져 나왔다. 영기로 빚어낸 영검에 두 마리의 귀신을 밀어 넣고 술식을 발동. 그동안 축적해온 피를 제물로 물질계에 영체가 구현된다. 대력귀와 교룡귀를 합쳐놓은 적난이룡검이 위용을 드러냈다.

 

 전봇대 굵기의 뱀이 무시무시한 근육을 꿀렁이며 공간을 메웠다. 길이는 교룡귀의 두 배는 될까, 몸통에 달린 칼날은 더더욱 커져 단박에 사람의 몸통을 조각낼 수 있을 것 같다. 두꺼운 동체의 끝에는 대력귀의 뼈로 뒤덮인 철퇴 같은 머리가 달려있다.

 

 적난이룡검이 원을 그리며 주변을 휩쓸었다. 무거운 머리가 바닥을 긁었다. 검의 궤적을 따라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거대한 귀신의 거체를 휘두른 대가로 유미의 몸에서는 근육과 핏줄이 분출. 차량의 천장이 내려앉으며 반동으로 방탄유리가 쩍쩍 금이 갔다.

 

 충격. 적난이룡검과 충돌한 닌자들이 부서진 뼈와 분해된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며 피안개를 피워낸다. 단 일격에 다섯이 시체로 변했다. 진형이 완벽하게 무너지며 닌자들이 뒤로 후퇴한다.

 

 엉망진창이 된 발판을 보며 유미는 혀를 찼다. 그녀의 기력도 급격하게 소모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력을 운용하며 검 끝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었다.

 

 지금이 승기다.

 

 전술, 전략적인 의도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그녀의 목숨을 부지시켰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유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초반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익숙지 않은 혈정진토 위에서의 싸움인데다 유지와 유미의 스타일이 비교적 독특하기 때문이다. 닌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제대로 훈련된 자들이라면 새로운 상황이라도 금세 적응한다. 수가 많은 그들이 제대로 연계를 펼치면 서가삼랑으로서는 매우 답답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었다.

 

 지금의 기세를 살리지 못하면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여기서 끝을 보는 게 좋았다.

 

 유미가 다시 한 번 적난이룡검을 휘두르기 위해 이를 물었다. 팔에 힘을 불어넣으며 검을 치켜든다. 적난이룡검이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틀었다. 승천하는 용처럼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거구가 달을 반으로 가르며 하늘을 뒤덮었다. 휘둘렀다.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칼날을 전신에 걸친 괴물이 사신처럼 떨어져 내렸다.

 

 무리를 지어 내달리던 닌자들 중 한 명이 내리 꽂히는 적난이룡검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의 발치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그 여파를 타고 검은 옷을 두른 몸뚱이가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칼날의 거룡을 향해 돌진했다.

 

 닌자의 검은 칼이 휘둘러진다. 다시 한 번 불길이 터져 나왔다. 굉음이 몰아치며 사방으로 붉은 빛과 열기가 뻗어갔다. 칼날 몇 개가 부러지며 적난이룡검의 동체가 튕겨져 나갔다.

 

 “큿!”

 

 유미는 팔을 타고 전해지는 막대한 반동에 입술을 깨물며 적난이룡검을 회수했다. 적난이룡검을 튕겨낸 닌자와 눈이 마주쳤다. 검은 천 사이로 극도로 절제된 감정만이 겨우 느껴지는 냉엄한 눈동자가 보였다. 안구에 묘한 생김새의 문자가 박혀 있다. 놈의 마안(魔眼)이 유미의 귀안(鬼眼)을 노려보았다.

 

 유미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지금까지 상대한 피라미들과는 수준이 다른 상대다. 게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녀석들과는 뭔가 다른 계통의 기술을 사용한다.

 

 역시 위험을 감지한 유지가 놈을 향해 총을 쏘았다. 정면을 노리는 한발과 측면으로 돌아 동선을 가로막는 선회탄 한 발. 잽처럼 가볍게 날린 견제지만 매서움만큼은 필살의 일격에 뒤지지 않을 공격이었다.

 

 놈은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고 유지의 공격을 막았다. 순식간에 놈의 양옆에 달라붙은 닌자들이 얼음의 방패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유지는 혀를 차며 기총격을 난사했다. 기가 실린 총알 세례에 마법으로 만들어진 한 뼘 두께의 얼음 방패가 순식간에 부서져 사방으로 물방울을 튀겼다. 하지만 닌자들은 침착하게 재차 방패를 펼쳐내 유지의 사격을 받아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면 어설픈 방어마법으로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총알에 기를 실을 수 있겠지만 그러기도 전에 닌자 측에서 위협사격이 날아왔다. 유지는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포기하고 회피에 집중. 적당히 맞대응을 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벌어진 닌자와 유지의 사이로 집채만한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서가삼랑과 닌자들의 틈바구니에 목강시가 뛰어들었다.

 

 밤의 음기(陰氣)와 혈정진토의 마기를 흡수한 목강시는 유연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뻣뻣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전력 질주하는 짐승처럼 맹렬하게 움직였다. 3층 건물만한 키에 건장한 남자 몸통 두 개 정도는 들어갈 두께의 줄기를 가진 거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붉은 대지를 가로질렀다. 한번 돋움을 할 때마다 수십 미터를 난다. 놈이 바닥에 내려올 때마다 무시무시한 굉음이 땅을 울렸다. 유지는 목강시를 엄폐물삼아 숨으면서 재빠른 손놀림으로 쏙독새의 탄창과 푸르미르의 마나 배터리를 갈아 끼웠다.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는 괴물은 그 안에 새겨진 명령에 따라 보다 생명반응이 많은 쪽, 즉 닌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방으로 퍼져있는 거대한 나무뿌리가 흙먼지를 흩뿌리며 닌자들을 짓밟으려 했다. 차량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건물까지 단박에 깔아뭉개는 위력의 내려찍기다.

 

 닌자들의 비호를 받으며 내달리던 마안의 닌자가 허공에 칼을 저었다. 그러자 닌자들이 그 칼끝에 맞추어 산개. 목강시를 사이에 두고 사방으로 퍼졌다. 목강시의 일격은 애꿎은 혈정진토를 산산 조각내며 엄청난 흙더미를 사방에 뿌렸다. 목강시가 다시 도약하기 전에 마안을 가진 닌자의 검 끝이 움직였다. 닌자들의 칼이 목강시를 조준한다. 마법진이 짜이고 빛 무리가 분출했다.

 

 싸늘한 찬바람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거구가 둔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몸을 뉘였다. 성에로 가득한 나무가 바닥을 구른다. 뒤쪽에 있던 닌자들이 가볍게 뛰어 그것을 피했다. 목강시는 순식간에 등 뒤의 하얀 점이 되어 사라졌다.

 

 원소계열 2서클 마법 아이스 스프레이다. 극한의 냉기를 분무기처럼 쏘아내 근육을 대신하는 줄기의 움직임을 막아버린 것이다. 물론 마기로 단련된 괴물은 조금 몸이 얼어붙었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하지만 고속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 굳이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필요는 없었다. 잠시 발을 묶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대응. 그것은 그들이 점점 이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지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순식간에 목강시를 떨쳐버린 닌자들은 그대로 진형을 바꿨다. 삼삼오오 조를 짜서 널찍하게 서가삼랑 일행을 둘러쌌다.

 

 매끄러워진 닌자들의 움직임에 불길함을 느낀 유지가 서둘러 총격을 쏟아냈지만 조를 이룬 닌자는 서로 공격과 방어를 분담. 앞에 선 닌자가 방어마법을 자아내고 방패의 뒤에서 안전을 확보한 녀석이 침착하게 공격마법을 내뿌린다.

 

 “쳇!”

 

 유지는 혀를 차면서 푸르미르를 들어 번쩍 하고 날아드는 라이트닝 볼트를 막아냈다. 응사를 하지만 별로 소용은 없다. 유나의 화력지원이 절실한 때였지만 유나는 운전대에서 손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유지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려 라이트닝 볼트의 뒤로 이어지는 파이어볼과 매직슈리켄을 피했다.

 

 상황이 꼬인 것은 유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교룡귀를 끄집어내 마구 휘둘렀지만 교룡귀의 공격에 익숙해진 닌자 네다섯이 근력강화 마법을 걸고 서로의 힘을 합쳐 교룡귀를 튕겨내자 별 수를 내지 못하고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몸에 대력귀를 걸치거나 다시 한 번 적난이룡검을 꺼낸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포화가 쏟아져 금강귀의 신체빙의를 풀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불덩이가 날아들고 전격이 몸을 지진다. 유미는 차량을 지켜야 했기에 유지처럼 회피를 할 수도 없다. 아무리 금강귀와 수라환신대법의 호신강기가 뛰어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맨몸으로 계속 공격을 받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녀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흘리며 이내 교룡귀검까지 회수. 대력귀검을 꺼내어 대검의 큰 몸집을 방패삼아 그 뒤로 숨었다.

 

 그리고 유미와 유지의 견제가 끊기는 짧은 순간을 마안의 닌자는 놓치지 않았다.

 

 죽음의 선고가 내려졌다.

 

 닌자들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칼의 궤적에 유미와 유지는 없었다.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던 아군을 향해 칼을 날렸다. 갑자기 옆구리를 찌르고 뒤에서는 심장을 꿰뚫는다. 정수리에 칼을 박아 넣고 뒤통수를 꿰뚫은 검은 칼날이 입 밖으로 비어져 나왔다. 미리 약속이라도 되어 있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네 명의 닌자가 칼끝에 꿰여 허공에 떠올랐다. 시체를 들고 달리는 닌자들의 입에서 괴이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름끼치는 귀곡성에 유지와 유미의 표정이 급변했다. 서둘러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하려 하지만 늦었다.

 

 마력과 영기(靈氣)가 휘몰아치며 네 구의 시체에서 핏줄이 뿜어져 나왔다. 핏줄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허공에 도형을 그렸다. 그리고 폭발. 새빨간 피안개가 퍼져나갔다. 핏빛 물방울들이 소용돌이치며 전력으로 달리는 차량의 앞에 모인다. 순식간에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음 순간, 땅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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