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119.
작가 : 삼각형
작품등록일 :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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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25     조회 : 456     추천 : 0     분량 : 6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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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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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욕이 없다.

  나는 점심으로 나온 음식들을 병실 한쪽으로 치워놓고 다시 병상에 드러누웠다.

  통증은 없다.

  언제 다시 아파올지 모르는 배를 만지며, 재미없는 프로그램들만 줄줄이 이어지는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돌렸다.

  재미없어.

  한 손에 다린 주사바늘로 시선을 돌린다.

  주사바늘을 통해 달려있는 투명한 선에 내 붉은 피가 선명히 보인다.

  오늘이 몇 요일이었지?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들어 선반 위에 있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수요일. 아직 평일이다.

  오늘도 분명 아빠는 회사 일을 마치고 이곳으로 바로 오느라 내가 저녁을 전부 먹고 나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

  그 전까지.

  나는 혼자다.

  “심심해…….”

  몸을 한 바퀴 굴려 병상 끝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움직여도 병상에서 큰소리를 내며 떨어질 것이다.

  아슬아슬한 상태.

  어쩐지 그 아저씨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상한 어른.

  그 아저씨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이 언제였지? 저번 주였던 것 같은데.

  심심함에 몸이 찌들어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을 찾기 위해 나섰던 나는 그 이상한 아저씨를 만나고 말았다.

  유연히도 아저씨와 나의 목적지는 같았고, 나는 그 아저씨를 쫓아 함께 도서관에 입장했다. 분명, 여기까지는 좋았었다.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는 그 아저씨가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지 궁금했고,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나는 분명 내 생각이 망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그 망상덕분에 열을 내지 않아도 될 상황에 열을 내고 말았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나온 후, 또 쓸데가 없는 말을 늘어놓고 말았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분명 그 아저씨와 나와는 어느 것 하나 닮은 점이 없을 것 같은데, 그 표정에서 나는 이 아저씨와 나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을 한 모양이다.

  미움 받을 짓을 하고 만 것 같다, 어쩌면 귀찮은 꼬맹이로 낙인이 찍혔을지도 모르겠다.

  “읏차.”

  짧은 기합을 내지르며 병상 가장자리에서 바닥으로 완벽하게 착지에 성공한다.

  두 발에 슬리퍼를 신고, 슬금슬금 병실 밖으로 빠져 나간다.

  가벼운 산책이다.

  열심히 발을 움직여서 가장 멀리 있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다가갔다. 바로 옆으로는 비상구 입구가 보인다.

  비상구.

  비상구를 바라보니, 문득 별로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기억이 살아서 올라온다.

 

  “오늘은 여기로 걸어갈까?”

  병원 1층 로비. 내 병실을 7층.

  엄마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하얀 피부에 긴 검은 머리, 커다란 눈에 깨끗한 피부는 엄마를 훨씬 동안으로 보이게 만든다. 길을 지나가다가 가끔 말을 거는 사람들은 엄마를 내 큰언니뻘 정도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왜요?”

  나는 멀쩡히 엘리베이터가 눈앞에 있는데 굳이 7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자고 제안하는 엄마에게 되물었다.

  “그래야지 운동도 되고 좋지~, 빨리 건강해져서 병원 나가기로 했잖아?”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계단으로 올라가자고 재촉을 한다.

  “친구도 나가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다고 그랬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따듯한 시선을 보낸다.

  이런 사람이, 이런 어른이, 엄마라서 행복하다.

  사실 더 이상 친구는 필요가 없었다, 엄마만 있다면 나는 괜찮았다. 언제나 엄마만 곁에 있다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엄마의 부탁이다,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다.

  “응!”

  나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비상구로 발걸음을 향했다. 손을 꼭 붙잡고, 엄마의 차가운 손을 내 손으로 따뜻하게 만들며, 함께 웃었다.

 

  “후.”

  문득 정신을 차리니, 나는 비상구를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몇 층이지?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니, 어느새 3층 까지 내려와 있었다.

  정신이 없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비상구 문을 열고 사람들이 여럿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는 복도로 걸어 나왔다.

  하얀색으로 가득한 복도.

  이 병원은 하얀색으로 꽉꽉 가득 차 있다.

  하얀 가운, 하얀 환자복, 하얀 약, 하얀 페인트로 칠해진 벽.

 

  “엄마는 하얀색이 좋아.”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엄마가 집에서 가져온 쇼핑백 안에서 백설기 하나를 꺼냈다.

  “백설기 싫은데…….”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먹을 생각이 없는 백설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 우리 하가 아직 어린애라 그런가 보다~ 엄마는 떡 중에서 요 백설기가 제일 맛있는데.”

  어쩐지 어린애라고 무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괜한 자존심이 발동한다.

  “아, 그래요? 그럼, 저도 하나만 먹을게요.”

  굳게 표정관리를 하고, 눈앞에 놓인 자그마한 백설기를 하나 잡는다.

  입을 벌리고, 새하얀 백설기를 그 안에 던져 넣듯이 집어넣는다.

  “와, 진짜로 먹었네?”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모습을 지켜본다.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있다.

  그런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입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백설기를 꼭꼭 씹어 목구멍으로 넘겼다.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역시 별로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직 몇 개 남아있는 백설기에서 시선을 돌렸다.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잖아.”

  내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이며, 엄마가 남아있는 백설기 중에서 하나를 집어먹었다.

  “사람마다 이런 사소한 거,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다 다른 법이야.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들까지 받아 넣으려고 하면 탈이 나게 되지.”

  그런 말을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백설기를 먹어치우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내키지 않는 건, 굳이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어. 대신 꼭 필요한 일이라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받아내는 거야. 내키지도 않으면서 굳이 바로 맞추려고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 되는 거야, 알겠어? 자존심만 질기신 박 하, 어린이?”

  제대로 놀림 받았다.

  나는 장난스러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엄마의 표정을 뚱한 표정으로 째려봤다. 그러다가 엄마의 눈과, 내 눈이 동시에 마주치는 바람에 우리는 그만 더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덕분에 옆자리에서 자고 있던 애기가 깨고 말았다.

 

  짜증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머리가 아려온다.

  나는 복도 끝을 향해서 발을 뗐다.

  하얀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천천히 움직이던 발을 더욱 빠르게 한다.

  하얀 벽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가 더욱 어지러워진다.

  빠르게 움직이던 발을 더욱 빠르게 한다.

  복도 끝을 향해서 내달린다.

  내키지 않는 걸, 굳이 받아들이려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도망친다.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이고 싶다.

  엄마에게 투정부리고, 엄마와 함께 웃고 싶은 그냥 어린이이고 싶다.

  나는 그러고 샆다.

  내키지 않는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

  복도 끝에 도착했다.

  나는 끝에 있는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바람이 멍했던 정신을 화들짝 놀라게 만든다.

  방금 누군가가 담배를 피운 건지, 아직 담배냄새가 자욱하다.

  녹색 풀, 녹색 나무, 여러 색깔의 꽃들.

  하얀색은 없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앞쪽에 보이는 난간으로 걸어갔다.

  키가 난간만큼은 되지 않아서 밑이 훤히 내다보이지는 않지만, 유리로 된 난간으로 충분히 병원 경치가 잘 보인다.

  이 병원에서 얼마나 있었던 걸까.

  그런 물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 환자복은 얼마나 오래 입고 있었을까.

  이런 물음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거북하다.

  좋지 않은 감정이 마구 생겨난다.

  어쩐지 울고 싶다, 어쩐지 투정을 부리고 싶다.

  울음도, 투정도, 이제 받아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다.

 

  “꼬맹이…….”

 

  순간, 그 목소리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목소리가 나는 쪽,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한 아저씨가 서있었다.

  내가 아는 아저씨.

  이름은 서정우, 라고 들었다. 부스스한 머리에, 제멋대로 난 수염, 날카로운 눈매는 솔직히 말해서, 좋은 인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게 있어서 이 아저씨는 그저 어른 같지 않은 어른. 그냥 이상한 아저씨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덕분에 조금 나올 것 같았던 눈물은 쏙 들어갔다.

  “또 만났네요?”

  표정을 바꾼다, 미소를 짓는다.

  “아, 그렇네.”

  어째 별로 표정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마치 ‘괜히 나왔잖아.’하고 자책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왜…….”

  말을 멈췄다.

  아저씨의 손에는 담배 한 개비가 들려있고, 다른 한 손에는 금방이라도 불을 붙이려는 듯 라이터도 들려있었다.

  “여기는 금연구역인데요?”

  표정을 싸늘하게 바꾼다.

  “아, 그랬었나?”

  내 말에 개의치 않고 담배를 입에 가져다댄다.

  “뭐에요! 지금 무시했죠? 그렇죠?”

  귀찮은 모기를 보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짓을 보낸다.

  “원래 이 담배라는 건 말이지 심신이 피로할 때 피워주면 독보다는 약이 되는 거라고. 고로 나는 내 지친 심신을 위해서 잠깐 딱 한 개비만 피울 테니까 좀 봐주지 그러냐.”

  거 참 뻔뻔하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아하~ 그렇게 피곤하신 줄은 몰랐네요. 그럼 제가 아는 간호사 언니가 있는데. 어떻게 데려다 드릴까요? 아니면 여기로 모셔올까요?”

  뻔뻔한 아저씨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며, 나도 뻔뻔스러운 태도를 취해본다.

  “그, 그럴 필요는 없는데…….”

  오호라, 효과가 있다.

  내 말을 들은 아저씨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다시 새하얀 담배갑 안으로 넣고, 들고 있었던 라이터를 아쉬운 눈빛으로 나라보더니 결국 작게 한숨을 쉬며 입고 있던 외투의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잘 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나는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엄지를 척 내밀었다.

  “아, 그래.”

  아무래도 이 아저씨는 고래보다 묵직한 사람인가보다. 무반응이다.

  “그런데 말이야, 너야말로 여기는 뭐 하려고 있는 거냐. 날씨도 쌀쌀한데 환자복만 입고 밖에 있어도 괜찮겠어?”

  걱정을 하는 사람의 말투는 아니다. ‘네가 어서 들어가야지, 내가 마음 편히 담배를 물 거 아니냐.’라고 말을 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

  “에이~ 이 정도는 별로 춥지도 않은데요? 그리고 이렇게 밖에서 공기를 쐐는 게 몸에 더 좋단 말이죠.”

  순순히 넘어갈 줄 수는 없지, 나는 작게 웃으며 이 아저씨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내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한다. 아무래도 내 예상이 대충 맞았나 보다.

  “그렇게 까칠하게 굴면 나중에 남자들한테 인기 없을 거나, 너.”

  아쉬운지 자꾸 담배갑으로 시선을 돌리며, 힘없는 소리를 한다.

  “글쎄요~ 아저씨는 지금도 여자들한테 인기 없을 것 같은데요?”

  우지끈하고 담배갑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린다.

  정곡을 찔렀네.

  어쩐지 나보다 훨씬 아이를 가지고 노는 것 같다. 웃음이 난다.

  “야, 웃지 마라. 어? 지금 너 그거 착각이야, 나 결혼도 한 유부남이라고, 유부남!”

  기합을 써가며 내게 뭔가를 설명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틀렸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침을 튀겨가며 뭐라고 말을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는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가 않는다. 웃긴다. 웃겨서 그 생각이 더 이상 머릿속을 맴돌지 않는다.

  “야, 야! 내 말은 좀 제대로 들은 거 맞겠지? 어? 근데 왜 계속 웃기만 하냐!”

  어른을 이렇게 상대하는 건, 오랜만이다.

  이렇게 별 거 아닌 장난을 거는 것도, 오랜만이다.

  이렇게 어른 앞에서 재미나게 웃는 것도, 오랜만이다.

  아, 조금은 편안하지 않을까.

  “알았어요!”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웃기는 아저씨가 더 흥분하지 못하게 저지한다.

  웃겨서 흐른 건지, 안심이 돼서 흐른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눈물을 소매로 닦고 잠깐 고개를 돌려서 난간을 바라본다.

  “경치 좋네요.”

  딱 정당하게 시원한 바람이 좋은 소리를 내며 분다.

  “어차피 병원 경치지만.”

  내 말에 토를 달 듯, 난간에 다가오며 그런 말을 한다.

  “그래도 좋긴 좋잖아요.”

  “병원만 아니었으면, 좋았겠지.”

  “병원……. 싫어요?”

  “아니, 병원에 있는 내가 싫다.”

  또 그 표정이 얼굴에 보인다.

  “그러게요.”

  고개를 조금 끄덕이며, 대답했다.

  경치를 감상이라도 하는 걸까, 정적이 이어진다.

  저 밑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또 환자를 싣고 오는 구급차 소리가 들린다, 퇴원을 한 건지 한 보따리 거하게 싸들고 자동차에 탑승하는 소리가 들린다, 심각한 전화통화를 하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큰소리를 지르는 의사의 고함이 들린다.

  다 병원 소리다.

  “그럼, 나온 목적도 실패했겠다, 나는 이제 들어간다.”

  목을 스트레칭 하고, 기지개를 크게 펴며, 아저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그저 멍하게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바라만 봤다.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래도 이 아저씨는 별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덕분에 나도 그런 거에 신경 안 쓰고 편할 수가 있었다.

  조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기 위해 아저씨를 향해 팔을 쭉 뻗었다.

  “어?”

  그런데, 이 아저씨 자세가 이상하다.

  뭔가가 발에 걸린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넘어지려다 다시 일어선다.

  그 후, 쨍그랑 하는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진다.

  난간 옆에 있던 녹색 화분.

  이제는 그냥 유리조각이 된 것 같다.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아저씨.

  나는 무릎을 굽혀서 그 조각들을 한군데에 모았다.

  완전히 박살이 난 건 아니라서, 조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일단 이거 기물파손 아닐까.

  왠지 이 상황이 웃겨서,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아직도 머리를 긁적이며 ‘이거 어쩌지.’하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는 아저씨를 바라봤다.

  “아이스크림이면 될까요?”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한 걸까, 아저씨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이스크림이면, 화분보다는 더 쌀 것 같지 않나요?”

  이제야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난처한 아저씨는 굉장히 고심하는 표정을 짓는다.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펑 하고 폭탄이 터지듯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푹 숙인다.

  “가자…….”

  힘없이, 그렇게 말한다.

  반대로, 나는 지금 좀 힘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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