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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海月) : 뒤바뀐 하늘
작가 : 까망별하
작품등록일 :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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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놀이 한판
작성일 : 20-08-03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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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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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얀은 쭈그려 앉아 어딘가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이리로 와.”

 

 새 하얀 털빛의 쫑긋한 귀를 가진 조그만 무언가가 꼬리를 오른쪽으로 설렁거리며 이얀에게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마치 새끼 강아지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이 귀여운 생명체는 다름 아닌, 새끼 늑대였다.

 이얀은 새끼 늑대를 품에 안아 들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맑은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새끼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얀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백랑? 로한테, 비밀이다? 알았지?”

 

 이얀은 새끼 늑대를 백랑이라 부르며 부탁하듯 말했다.

 그러자 새끼 늑대가 앙증맞은 혀를 내밀어 이얀의 손등을 핥았다.

 

 이얀은 그제야 안심이 된 모양인지 새끼 늑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놀이판 쪽으로 걸어갔다.

 

 이얀은 빽빽하게 진을 치고 흥미롭게 놀이판을 구경하고 있는 인파 속으로 겨우 비집고 들어갔다.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놀이판을 주시했다.

 

 자세히 놀이판을 들여다보니 그림이 그려진 나무 재질의 원형 패들을 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 놓은 뒤, 똑같은 그림을 맞추는 놀이였다.

 

 “아~ 대단합니다. 이번에도 금 씨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놀이판에 심판자로 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중년 남자가 승패의 결과를 알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너도 나도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까지 치며 승자에게 축하해주었다.

 

 “대단하네! 저 사람!”

 

 “그러게 말일세! 벌써 7연승이라니. 우리 희슬의 여신님께서 저 사람한테 행운을 몰아주고 계시나 봐.”

 

 이얀은 자신의 옆에 서 있던 구경꾼들의 대화를 들으며 놀이에서 7연승이나 했다는 승리자를 쳐다보았다.

 

 “자, 다음 도전자 있으십니까?”

 

 심판자는 다음으로 도전할 도전자가 있는 지 구경꾼들을 향해 물었다.

 그의 말에 구경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구경꾼들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사회자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놀이의 규칙상 한 번 그림을 맞춘 사람은 다음, 그림을 또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7연승을 했다는 금 씨라는 사람은 눈썰미가 대단한 사람인 듯 했다.

 한 번 맞췄다 하면 연속으로 그림을 맞추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괜히 이 놀이에 섣불리 끼어 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얀은 심판들과 구경꾼들을 번갈아 보다 7연승을 거둔 승리자를 향해 다시 시선을 꽂았다.

 금 씨라는 사람은 볼록한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음 도전자, 정말 없으십니까?”

 

 구경꾼들에게 심판자가 다시 물었지만 구경꾼들의 반응은 역시나 무반응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잠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던 금 씨가 구경꾼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 판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걸 겠소.”

 

 말없이 의기양양한 표정만 짓고 앉아 있던 금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비장한 말투로 말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벽돌 크기의 상자 뚜껑을 열어 사람들을 향해 내보였다.

 그러자 동시에 구경꾼들이 일제히 탄성을 자아냈다.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르며 놀란 이유는 바로, 그 상자 안에 은괴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 틈에서 이얀 또한 상자 안에 은괴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던 이얀은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고 속으로 생각했다.

 

 ‘언제까지 로만 고생 시킬 수 없어. 저 놀이는 예전에 혜신류에서 홍아와 자주 했었던 놀이잖아? 그리고 저 은괴만 있으면, 무령에 가서 여유 있게, 천해를 찾을 수 있어.’

 

 홍아는 이얀의 집안인 하르한 가문(家門)에 살던 하인들 중에 한 하인의 아들이었다.

 이얀 보다 한 살 어렸던 홍아는 이얀과 자주 어울려 놀았다.

 

 또한 이얀이 6살 때부터 그녀와 언제나 함께 였던 윤로도 형님 하며, 잘 따랐던 아이었다.

 머리도 좋고 자신을 잘 따랐던 홍아를 이얀도 유난히 좋아했었다.

 

 하르한의 첩의 딸, 그러니까 하르한 가(家)의 서녀인 이얀을, 하르한 가의 하인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어딘지 모르게 어려워하거나 혹은 부담스러워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홍아는 그런 이얀을 편하게 대해주었다.

 까칠하고 무뚝뚝한 윤로에게도 스스럼없이 대해서 천하에 윤로 또한 홍아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이건, 도박이 아니야. 단지 놀이일 뿐이야. 정정당당하게 따서 돌아가면 로도 좋아할 거야. 분명히.’

 

 그런 생각 끝에 이얀은 다시 한 번 더 결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앞으로 삐져나왔다.

 그러자 이얀의 품에 안겨 있던 백랑이 앞발로 그녀의 팔 옷자락을 연신 긁어댔다.

 

 이얀이 놀이판에 참여하는 것을 말리는 것이었다.

 그런 백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얀이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제가 도전해 보겠어요!”

 

 구경꾼들 틈에서 이얀의 당돌한 목소리가 희슬의 까만 하늘에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이얀은 당찬 걸음걸이로 놀이판 중앙까지 걸어 나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금 씨를 향해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심판자와 구경꾼들, 그리고 금 씨가 이얀을 향해 시선을 꽂았다.

 그런데 이얀의 외모를 보자마자 구경꾼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적잖게 새어 나오는 것이 들렸다.

 

 나이가 한참 어려 보이는데 새 하얀 머리를 곧게 양 갈래로 땋은 이얀을, 심판자 또한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끔뻑 거리며 보고 있었다.

 

 심판자와 구경꾼들의 그런 반응과는 달리 금 씨는 여전히 의기양양한 표정을 유지하고 이얀과 마주했다.

 

 “좋소. 자리에 앉으시오. 아가씨.”

 

 금 씨는 이내 자신의 건너편 자리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이얀에게 일렀다.

 이얀은 그가 가리킨 빈자리에 가 앉았다.

 

 이얀이 자리에 앉자 자동으로 이얀의 무릎에 앉게 된 백랑은 얼굴을 이얀의 무릎에 폭 붙이며 엎드렸다.

 

 “으흠! 자, 그, 그럼 이제 금 씨가 모든 은괴를 걸고 하얀 머리 아가씨와 대결을 펼치겠습니다.”

 

 금 씨까지 자리에 앉자 연신 쭈뼛 거리고만 있던 심판자가 마른 헛기침을 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너도 나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얀과 금 씨를 번갈아 보기에 바빴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이얀과 금 씨는 총 10번에 대결을 펼쳤다.

 이 10번의 대결의 결과는 9대 1.

 바로 이얀이 9연승을 거두었다.

 

 금 씨는 이얀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심판자와 구경꾼들도 금 씨를 뛰어 넘는 이얀의 실력에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

 

 그렇게 놀이판에서 은괴들을 딴 기쁨을 윤로에게 빨리 전하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던 이얀이었다.

 

 그러나 그런 이얀의 마음 따위는 알아주지 않았던 윤로였다.

 그는 오히려 이얀에게 타박만 했고 그 탓에 기분이 잔뜩 상한 이얀이었다.

 돌멩인지 뭔지 하는 왈패들까지 시비를 걸어오니 이얀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그 돌멩인지 뭔지 하는 왈패들이 자신이 새벽에 참여했던 그 놀이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시비를 걸어오는 건지, 이얀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런 의구심을 품으며 걷던 이얀은 또 다시 윤로를 생각했다.

 

 “로, 그 바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맨날 아무것도 하지 말래. 윤로, 이 왕 재수! 바보 멍청이!”

 

 그를 생각하며 이얀은 다시 인상을 잔뜩 구겼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혜신류에 있었던 시절부터 이얀은 윤로와 단 한 번도 투덕거리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얀은 윤로와 언제나 지금까지 함께였다.

 이얀이 막 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이얀의 나이는 올해로 열여섯.

 그리고 윤로의 나이는 이얀 보다 한 살 더 많은 열일곱이다.

 

 자신과 겨우 한 살 차이 밖에 나지 않으면서 윤로는 이얀에게 마치 어른처럼 혼을 내고 훈계도 하며 성질만 내고 윽박을 질러대기 일수였다.

 

 

 혜신류에서 함께 도망치고 희슬에서 3년을 같이 보낸 지금까지도.

 윤로가 자신에게 웃어주었던 날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기나 할까?

 

 그가 자신에게 웃어주었던 게 기억이 잘 안 나는 걸로 봐서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 번도 자신에게 웃어준 적이 없었던 윤로였을 지도 모른다고 이얀은 생각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얀, 자신을 쭉 지켜준 건 윤로였다.

 이얀의 기구한 삶을 같이 걷고 있는 윤로였다.

 

 10년 전에, 거짓말처럼 이얀의 심장에 서슬 퍼런 칼을 겨누던 아버지, 하르한으로부터 구해준 자가 윤로였다.

 

 또 그리고..

 

 ♥♥♥

 

 16년 전.

 

 당시 천열관의 대재신은 천열관 소속 대표 천신들과 일곱 개 영토들의 영주(領主)들을 불러 모았다.

 하늘의 뜻을 그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천열관(天妜館)은 하늘이 내린 일곱 개의 영토와 하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천신(天信)들이 기거하는 기관이다.

 이 천열관의 천신들 중에서 최고의 천신인 [대재신]이 영주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늘이 뜻을 전했습니다. 앞으로 16년 후에 융평국은 어둠으로 뒤덮이고 대지는 물론이고 융평국을 감싸고 있는 바다까지 칠흑으로 물들 거라 했습니다. 바로 어둠이 융평국을 집어 삼키는 것이지요.”

 

 대재신이 차분하게 전한 하늘에 뜻에 장내에 있던 각 영토의 영주들은 일제히 혼란스러운 얼굴들을 해보였다.

 

 “대재신님,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그때 그들 사이에서 한 영주가 대재신에게 물었다.

 대재신은 그의 질문에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30년 전, 소멸했던 명천신이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그의 한마디에 장내가 다시 술렁거렸다.

 그 술렁거림은 대재신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오자 수그러들었다.

 

 “명천신은 융평국의 밤을 위해 제를 지내는 천신으로써, 그는, 30년 전, 천열관의 금기를 어기고 영원한 어둠을 불러내는 의식을 치르다, 적발 되었습니다. 그 탓에 그는 수 년 간, 감옥에 갇혀 있었고, 그를 도운 그의 수하(手下)들인 어둠의 천신들 또한 소멸 되었거나 하옥 되었지요. 그런데 몇 년 전, 명천신은 감옥에서 스스로 자신을 소멸 시켰습니다.”

 

 “소멸 되었던 명천신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대재신이 말을 마치자 다른 영토의 영주가 그에게 물었다.

 대재신은 여전히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조곤조곤 말을 흘리기 시작했다.

 

 “소멸 되었던 것이 아니지요. 그는 사라졌던 겁니다. 그리고 그는 어딘가에서 기거하며, 그 의식을 계속해서 진행시켜 왔던 것 같습니다. 천열관에서는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를 찾는다고, 그가 불러일으킬 저주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 또한, 하늘에 뜻이니까요.”

 

 천열관에는 대재신 아래로 수많은 천신들이 있다.

 그들은 비범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자들로, 하늘에 제(祭)나 의식을 치르는 일들을 하는 자들이었다.

 각자가 가진 능력들이 다 다른 만큼, 이들은 분야를 나누워 제를 지내고 의식을 치뤘다.

 

 이들이 제나 의식을 하는 목적은 하나였다.

 바로 융평국의 평화를 위해서였다.

 

 천열관의 대표 천신들은, 우(雨)천신, 지(地)천신, 축(畜)천신, 율(燏)천신, 명(冥)천신, 이렇게 다섯 천신들이다.

 

 말 그대로, 각각 비의 천신, 대지와 곡식의 천신, 동물들의 천신, 빛의 천신, 또 밤의 천신이다.

 

 그들은 각 분야 천신들의 수장으로 대사(大師)라는 호칭으로 높이 불리기도 한다.

 

 “그 하늘의 뜻을 피할 수 없다면... 융평국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대재신님?”

 

 대재신에게 앞전에 질문을 했던 영주가 또 한 번 그에게 질문했다.

 

 “융평국을 집어 삼킨 어둠을, 태양이 아닌 또 다른 빛이 지배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 빛은.. 아마도 명천신의 후계자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빛의 계승자이지요.”

 

 “빛의 계승자라 하면......”

 

 방금 대재신에게 질문을 던지 영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끝을 흐리며 반응했다.

 나머지 영토의 영주들도 숨을 죽이고 대재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영주들께서도 다들 잘 아시겠지만 천열관에서는 해마다 일곱 영토에서 하늘이 내려준 용한 재주를 가진 자들을, 선발해 천신으로 수련 시키지요. 수련을 받은 그들은 각각 다섯 대사들 아래에서 본격적으로 천신으로써 임무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명천신의 지난 과오로, 천열관에서는 밤의 천신들의 자격을 모두 박탈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명천신이 아마도 후계자를 찾아, 자신의 뜻을 본격적으로 펼칠 거 같습니다.”

 

 “그런데 대재신님? 빛의 계승자가 명천 대사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입니까? 오히려 빛의 계승자는.. 율천 대사님의 제자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까?”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영주들 중에서 또 다른 영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융평국의 빛을 위해 제를 지내는 율천신, 일명 율천 대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명천신이 빛의 계승자를 후계자로 찾을 거라 하니, 의아하지 않은 일일 수 없었다.

 

 나머지 영주들이 방금 그의 질문에 공감을 한다는 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술렁거렸다.

 대재신은 그런 그들을 가만히 쭉 훑어보다 말했다.

 

 “조금 전에 제가 태양이 아닌, 또 다른 빛이 융평국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 했었습니다. 빛은 태양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둠을 밝히는 빛도 있지요.”

 

 대재신이 한 말에 영주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하고서 그를 응시했다.

 대재신은 계속 말을 이었다.

 

 “어둠에 물든 빛은 칠흑 같은 세상에 한 줄기의 희망을 줄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것뿐입니다. 태양이 사라진 세상에서 존재하는 그 빛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 한 줄기의 희망으로 끝날 것입니다. 태양이 사라진 융평국에서는 인류를 비롯한 동식물들이 처참하게 버텨내거나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둠을 지배하는 빛은 결국, 평화를 깨트릴 수도 있지요. 즉, 하늘은 이로써, 융평국의 멸망까지 암시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재신, 그의 입에서 멸망이라는 단어까지 흘러나오자 영주들의 얼굴들이 모두 사색된 얼굴들로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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