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두운 밤, 쓸쓸한 골목이었다. 한 남자가 공중전화의 버튼을 거세게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허나,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셈으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가됩니다. 삐-
"젠장!"
전화가 걸리지 않자 그는 미친듯이 공중전화 부스를 두들겼다. 허나 그것은 닿지 않는 아우성, 의미 없는 발악에 불과했다. 그 때였다.
"빌어먹을."
철컥-
검은 트렌치 코트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서 권총의 해머를 당겨 장전을 하고 전화 부스 너머의 남자의 머리를 조준하고 있었다.
"왜 조직을 건드렸나. 문디새끼야."
탕-!
탄환이 공중전화 부스의 벽을 관통하고, 남자의 눈을 관통한 뒤, 그대로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멸망기 66년 6월 6일의 밤은 싸늘하기만 했다.
피소토피아pisotopia
1화. 멸망에서 일하는 자의 하루.
그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인류가 죄악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행하게 된 것은.
그것은 아마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이 시작한 직후였을 것이다. 멸망기滅亡紀의 시작.
사람들은 그 때를 아포칼립스라 부르고 심판의 날이라 부르며 구원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때 나오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바로 아포피스 바이러스. 말 그대로 멸망의 바이러스다.
형태는 바이러스 보다는 기생충을 지극히 작게 축소한 느낌이 없잖아 있는 형태의 존재지만,
일단 무생물에 붙어있을 때는 생체활동을 안 하니 바이러스가 맞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뭐, 책상에 앉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의 말이니 아마도 맞겠지 뭐.
중요한 것은 그 바이러스의 치사율이다. 치사율 50%. 조류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치사율이다.
전파력도 치사율에 비해 상당해 일단 길바닥에서 기침하는 사람을 보면 바로 피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
"으어어어어."
침대에서 일어나서 토스트를 굽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포피스 바이러스. 이하 aovid-1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날것의 식품만 아니면 그닥 상관없다. 커피 포트에 물을 넣고 끓였다.
"맥스/ 맥스/ 아이스 맥스~."
내 이름은 알 필요 없는 평범한 시민이다. 물론 이런 멸망기에서 평범하다는 것은 LH9 권총 한 정은 챙기고 다녀야 한다. 물론 멸망 직전 까지만 해도 전혀 평범하지 않지만, 지금은 멸망기다. 질병에 의해 정부는 무너졌고 주변국, 특히 사람 많은 중국과 러시아, 고집불통이던 일본은 붕괴했다. 제일 큰 충격은 역시 미국, United States Of America의 붕괴였다. 중국이 마비되고 러시아가 붕괴되는 동안 미국은 갈갈이 찢겼다. 중앙정부는 그 힘을 잃고 주 정부는 부패했으며 바로 멸망 직전까지만 해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자신의 심장을 칼로 찌르는, 실로 멸망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형세였다. 그런 상황에서 개인이 스스로 대비하는 방법은 단 하나, 무력이었다. 한국은 정부가 붕괴되기 전에 총기 금지를 해제했으며 그에 따라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다름아닌 시민이 되었다. 설명이 길어지지만 일단 더 설명하자면 단일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조직이 여러 개가 나타났고 그들은 결합하여 단일정부를 새웠다. 너희들이 아는 삼각형 마크를 가진 조직 맞다. 이들이 만든 세계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방해할 자가 없는 현실. 가방을 뒤로 매고 다니면 어느 순간 물건 몇 개가 사라져 있는 현실. 사람 하나 죽어도 누구도 애도하지 않는 현실. 그 모든 것이 현실이다.
“아, 잠만. 빵 탔어.”
-똑똑.
상념을 깨는 노크 소리. 여기는 내가 숨은 아지트다. 아는 이는 극히 적은데 이렇게 매너 있는 노크를 한다는 건, 두 가지다.
첫째, 나와 협업 중인 놈이다. 두 번째, 매너 있는 강도다. 후자에 가능성을 싣고 빠루를 손에 든 채로 문에 박혀 있는 렌즈를 통해 봤다. 제삼의 길로 편지가 와 있었다.
의뢰서
안녕하십니까? 친애하는 John doe에게 이번에도 의뢰를 넣고 싶습니다. 이번 대상은 십대 말에서 이십 대 초의 여성이 타겟입니다. 근처 인터넷 구매소에서 자세하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암호는 스벅입니다.
이 이야기를 옮겨 쓰는 작자가 있다면 짜게 식은 눈으로 보겠지만, 나는 알 바가 아니다. 내 직업은 노예 헌터고 편지를 보낸 놈은 나랑 오래 일한 놈이다. 참고로 18세다. 어려? 멸망을 기준으로 한다면 12살에 헌터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매음굴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편하다. 화폐로 쓸 납과 호신용 장비, 옷가지를 챙겨서 인터넷 구매소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 했다.
“꺄아아아악!”
바로 의뢰 대상을 찾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 년이, 닥치고 빨리 못 대?”
“하…… 야, 거기 곤란한 여성분? 나이가 어떻게 되지?”
“넌 또 뭐야?”
“너 말고 병신 새끼야.”
탕-!
총이 불을 뿜었다. 총에서 나온 탄환은 찰나의 순간을 판단하지 못해 얼떨떨한 그의 표정 그대로 이마를 깨끗하게 뚫고 벽에 박혔다.
“자, 그래서, 나이가?”
“스….. 스무살이요.”
“와, 벌써 일 끝났네?”
업무를 마무리해 봅시다.
“야,”
“ㄴ…네?”
“충성만 하면 비호해 주는 주인 밑에 있을래, 아님 위험하지만 자유로운 이대로 있을래?”
“어….”
“사실 예의상 물었어. 그냥 따라와.”
뭐, 안 오면 강제로 끌고 와야지.
위험을 느꼈는지 여자는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의뢰서에 상처유무는 적혀있지 않았다. 나는 탄창을 비살상용 탄이 들어있는 탄창으로 교체하고 그대로 종아리와 허벅지에 각각 한 발씩 사격하였다. 그러자 그 여자는 자세가 무너졌고 그대로 쫓아와서 기도를 눌러 기절시키는 내 손을 피하지 못 했다.
거래소가 열리는 밤 열 시. 으슥한 거리… 라고 생각했냐? 술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아, 그 여자? 방금 팔았다.
“설마 걔가 히로인이라고 생각한 흑우 읎제?”그렇게 생각했다면 응, 틀렸어 병신 새끼야. 그렇게 생각 안 했어. 맞았는데 어쩌라고 병신 새끼야.
옆에 있던 노숙자가 짜게 식은 눈으로 봤지만 그것은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렇게 가다가 중간쯤에서 한 여자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무언가 물어보고 있었다. 나는 귀찮아질 것 같아 돌아가려던 찰나,
“저기요,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있으신가요?”
라면서 오래된 사진을 들이밀었다. 그 사진에는 내가 아까 팔아넘겼던 여자가 있었다.
“방금 전에 한 남자와 함께 술집 앞을 지나는 것을 봤다.”
이런 거를 칸트식 대답법이라 하는 거다.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아시나요?”
“몰라. 난 여자만 보거든.”
여자는 어쩐지 눈빛이 상당히 짜게 식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다.
“아, 잠깐만요! 제발, 조금만 더 생각해 보세요.”
“싫어. 니 돈이 있기는 하냐?”
“네? 아,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나랑은 관련 없는 일이다.”
돈이 있다면 없던 관련도 생길 수 있지만. 집에서 캔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오늘도 즐거운 아침 커피다. 참고로 커피는 인스턴트가 맛있다. 예를 들어 맥X라던가? 카X라던가? 어쨌든 오랜만에 내게 의뢰가 들어왔다.
의뢰서
친애하는-
다 읽기 귀찮아 하는 독자를 위해서 이번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번 대상은 10대 초반의 어린이라면 성별 상관없이, 체격 상관 없이 골라오라는 말이다.
“아이씨, 귀찮게.”
성인과 어린이. 어느 쪽이 더 잡기 힘드냐 하면 당연히 성인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잡기 번거롭냐 하면 어린이 쪽이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부모의 보호 및 국가 정부의 비호를 받기 때문에 돈많으신 분들의 취향 대비 의뢰가 적게 들어오는 편이다. 여기서 불법 아닌가를 논할 수 있다. 하지만 부패한 정부가 부모의 보호는 강요하면서 어린이 납치를 금하지는 않았다. 즉 사실상 고아는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사실 부자의 자식들 역시 그런 위험 밖에 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조혼 등으로 팔아넘기는 상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도 힘들겠냐고?“지랄. 내 짬이 얼만데 애새끼 하나 못 잡겠나.”
귀찮다고 했지 어렵다곤 안 했다.
“자, 돈을 벌어 봅시다.”
오늘도 힘차게 일을 하는 나다.
“아, 어디가. 야, 야, 야!”
“제발 꺼져!”
“순순히 잡힌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탕-!
그렇게 팔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내 집 앞에서 어디서 본 것 같은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찰나,
“잠깐만요!”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누구세요?”
“…..네?”
“예?”
“읭?”
“읭 뭐요. 누구신데요.”
“저 누군지 기억 안 나세요?”
“아니 누구신데요.”
“전에 이 사진 속 사람을 찾던 사람인데요.”
“아, 돈 없으면서 정보 찾으려 했던 노양심? 그래서 제 집 앞에는 무슨 일로?”
“저번에 보여드린 사진속 사람을 찾고 있는데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 받을 생각이다. 귀찮거든. 뭐라 해도 상관없다. 난 노예 헌터지 정보상이 아닌걸?
“거절합니다.”
“왜죠?”
“귀찮으니까.”
“……..”
“그리고 이런 일은, 정보상한테 의뢰하시면 유료로 해 드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다음날이 되었다.
“으으으으어어어억”
밤을 샜다. 왜냐고? 안 잤으니까. 아니 안 잔 것까지 다 보고해야 해?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올 수도 있지! 그렇게 난 매일 아침처럼 토스트를 굽고 커피는 이하 생략.
“아, 씨 빵 또 탔네.”
나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창 밖을 구경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평화롭게 준비를 하고 문앞에 나왔는데 어제 본 그 여자가 우리 집 앞에서 자고 있었다.
“거기서 자다 감기 걸리지.”
혀를 차면서 그녀 옆을 지나가는 순간,
“잠깐만요.”
그녀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날 불렀다. 그것을 본 나는 못 들은 척 하며 지나가려 했다.
턱-
그녀가 내 어깨를 잡으려던 순간 내가 더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금 어깨 잡으려 한 겁니까 아니면 제 머리를 치려 한 겁니까.”
“당연히 어깨를 잡으려…..”
“건달이었으면 그 손을 잘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시는 잡지 마시죠.”
잔인한 말이지만 정답이다. 멸망 전에는 분명 사람의 어깨를 잡아서 사람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은 멸망 전의 이야기. 멸망 이후에는 수많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며 폭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가벼운 제스쳐가 시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안 잘랐는가? 그냥. 솔직히 말해 머리 쉰내 나는 아재 손을 자르기 쉽겠는가, 아니면 미녀 손을 자르기 쉽겠는가. 당연히 전자고 나 역시 그런 이유다. 사실 이건 표면적 이유고 이유 따윈 없다. 내가 원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 내가 왜 당신을 도와야 하는 겁니까?”
“딴 데에 의뢰를 안 해 봤을 것 같아요?! 저도 열심히 의뢰를 돌렸어요! 근데, 근데 거절된 걸 나더러 어쩌라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슬슬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건 좀 위험한데.’
나는 소리가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여자 목소리만 들어도 겁대가리 없이 찾아올 병신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귀찮게 내가 구해줘야 하잖아? 솔직히 일 들어오기 전까지는 백수인데 누가 일을 좋아해. 백수짓을 좋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