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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소토피아
작가 : 팀네거티브
작품등록일 : 202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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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소토피아 2화
작성일 : 20-08-01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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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소토피아

 2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 내가 왜 이 말을 꺼냈는지 궁금할 것이다. 사실 별 거 없다. 그냥. 내가 말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이 X같은 상황을 표현할 말이 이것 밖에 없으니까.

 “하아…..”

 다 부질없다. 지미럴.

 

 시작은 별 거 없었다. 지난번 언급했듯 이 곳에는 여자 목소리만 들어도 뛰어오는 관음증 걸린 미친 연놈들이 차고 넘치도록 많다. 그런 상황에서 이 여자는 울먹이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꼭두새벽이다. 일어나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다 이 말이다. 그래서,

 “죄송한데 소리 좀 줄여 주시겠습니까? 여자 목소리만 들어도 쫓아올 놈들이 한두놈이 아니어서. “

 "아, 네. 죄송합니다. "

 목소리 볼륨을 줄이라고 설득했고 그에 납득(?)한 그녀도 소리를 죽였다. 다 괜찮았다. 그런데,

 “와, 4백만 le짜리 정보다아아악!”

 하아. 딱 일어나서 일 나가려는 우리 멍청하신 정보상님의 존안과 마주하고 그분의 수탉 울음소리 비슷한 청아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래. 그건 그럴 수 있다 친다. 근데, 씨X

 “뭐야, 어?"

 “씨X!”

 미친 연놈들이 뛰어들었고 그들과 싸워야 했다. 제기랄. 아침댓바람부터 이게 뭔 개 X같은 상황이야.

 “야. 너 이 새끼, 하아 …..”

 “미안.”

 "짜져 있어 새끼야."

 "어, 미안 데이트 방해해서 화났어?"

 "지랄. "

 내 형편에 무슨 애인이야. 그리고 내 직업을 알면 사람으로도 안 보일 걸? 이라고 덧붙인 내 말에 그 역시도 끄덕였다. 이 새끼 이거 나랑 싸우자는 건가?

 “지금 이 제스처는 나랑 싸우자는 의미로 느껴지는데 잘 못 느낀 건가?”

 “아니.”

 이 새끼가? 권총을 들고 탄창으로 머리를 후려까려 하자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하는 말이

 "아. 미안하다고. 아, 형 쪼잔하게 이러기야?”

 아 뒤지고 싶나 이 새끼가. 만약 논리와 윤리에 지배되는 세계였더라면 논리적으로 불쾌를 들어냈을 것이다. 그래. 날 짜증나게 지켜보고 있는 너. 네가 사는 세계였다면 분명 그랬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환자는 스스로를 고려장하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논리가 옳은 것이 되는 게 바로 이 세계의 행동양식이다. 도덕은 결국 도덕을 지킬 자의 수가 그렇지 않은 자의 수보다 많을 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지킬 자가 없는 세계에서 도덕의 가치나 의미 따윈 없어졌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움직일 따름이다.

 "바쁘다. 비켜."

 " 넵."

 놈을 밀치고 나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먹으며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얼마 준비하셨습니까?"

 "충분히 가져왔습니다."

 "충분히라 ,그건 직접 보면 알겠죠?"

 "여기 한번 직접보시죠"

 찰그락-

 연화鉛货가 들은 무명주머니를 내밀은 그녀가 말했다.

 "15억le입니다.이정도면충분한가요…..?"

 충분하진 않지만 거금이었다. 멸망 이후로 급격한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엄청나게 높아진 지금, 정보료가 지독하게 비싸다. 서기 2020년 기준으로 감자 3kg 정도 가치가 있는 정보에 원화로 9900이었다면 지금 동일한 가치를 가진 정보를 사는데 필요한 돈은 500000le, 원화로 100000 이상이 필요하다. 고작 한 세기 사이에 1010%이상이 뛴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요구하는 정보의 가치는 최소 20억 le. 감자 40t 이상의 가치. 감자가 1kg당 80kcal이고 2736kcal가 내 하루동안 열량이니 하루에 34,2kg. 약 34kg을 먹는다 치면 1100일 이상 감자만 먹고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생감자 기준으로. 하지만 말했잖은가. 모자란다고. 정확히 말하면 0.25배 정도가. 그렇다면 약 800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세금(국가가 아니라 개인에게 내는)도 내기 힘든 그녀를 기준삼아서 한다면 확실히 많이 준비한 듯 하다. 20억이 아니라 200억이라도 내고 싶겠지만 내기가 어디 쉽겠는가. 그것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15억 씩이나 갖고 온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합니다.”

 “네?”

 “한 5억 정도? 원래 정보료는 비쌉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이 정도 출혈은 내겐 의미가 없다.

 “나머진 제 사비로 충당하도록 하죠.”

 지금껏 내가 말을 안 한 게 있어서 고백한다. 내 아지트라고는 하지만 사실 여기는 임대나 전세의 개념이 역사책 외에는 없다. 먼저 와 있는 자가 방을 갖는 것이고 힘이 있다면 죽여서 빼앗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먼저 와 있던 자들의 돈들이 전부 내 것이 됐다. 하지만 총탄 비용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아는가? 개당 10000le다. 내가 주로 쓰는 총이 15발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살 때마다 150000le가 날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프, 와이어 등의 무기도 생각보다 비싸다. 물론 한 번 의뢰를 완수할 때마다 탄창을 수십 개는 살 수 있는 돈이 생기지만 그만큼의 돈을 아무렇지 않게 갖고 다니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갖고 다니는 돈은 10만에서 200만이 전부다. 물론 여기서는 그마저도 소매치기 당할 수 있지만, 내가 해 온 짓이 있는데 어느 간 큰 놈이 소매치기 하나.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런 이유로 돈을 아끼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큰 맘 먹고 한 거다. 하지만,

 “왜죠…?”

 “무슨 말이신지..?”

 “왜 당신 사비로 충당하냐고요.”

 “그야, 내가 당신의 후원을 하고 싶으니까요.”

 “....네?”

 그게 갑자기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처다보는 그녀. 하지만 진심이다. 그녀는 그럴 만 한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 말 안 해 온 비밀 하나 더 고백. 사실 밤 새도록 그녀가 날 기다렸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냥 내버려 둔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마찬가지. 사실 전부 까발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하지 않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 역시 그녀와 같으니까.’

 친구가 팔려서 찾으려고 온갖 수단을 사용해가며 돈을 벌어서 정보상에 의뢰하려 했으나 그 새끼는 이미 내장 다 팔려서 죽은 지 오래였다. 이 바닥은 그런 곳이다. 살고 싶지 않은 자는 없다. 하지만 그 욕망을 위해서라면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궁창에서는 그 어떤 것에 집착해서라도,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으면 며칠 못 살고 죽어버릴 수 있다. 내 경우와 그녀의 경우는 같았다. 친구에 집착해서, 친구를 찾기 위해서 라는 알량한 목적에 의존해서, 억지로 버텨가며 사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보통은 물질이나 색色, 마약 등에 의존하면 의존하지 굳이 교우같은 것에 신경쓰지 않으니까. 마치 더러운 시궁창에서 쓰레기와 시체, 오물과 이종異種을 제외한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동족을 본 느낌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는 적지만 경험은 많은 내가 후원해야지. 안 그런가? 내가 그 친구를 팔아넘겼다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실은 집어치우고 생각하자.

 “당신이 저와 닮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예?

 “당신과 비슷한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 그럼….”

 “그냥 단순히 친구놈이 죽은것 뿐입니다,단지 그것 뿐이에요.”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습니다. 그냥 단순 한 사람에 오지랖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이 일에 몸을 담근지 10년차로서, 누군가에게는 대선배 취급 받을 경력 쌓은 사람으로서 아는 건데, 세상은 이기와 오지랍의 균형에서 발전한다. 무언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생기면 이기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것을 만드는데 그것을 싼 값에 내놓아서 모두가 사용하게끔 오지랍을 떠는 것이니까. 이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후원. 받을 실거죠?”

 “전…. 무엇을 하면 돼죠?”

 아, 이 아가씨 말이 잘 통하네. 마음에 들어. 위에 말은 다 표면적인 이유고 실질적으로 이것은 후원이지만 동시에 반쯤은 투자다. 둘의 차이가 뭐냐 하면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후원은 대가가 없는 것이지만 투자는 바라는 게 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이득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그냥,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적적하니 말동무나 돼 주십시오.”

 “예?”

 “아, 구라입니다.”

 “아, 역시….”

 “그냥, 내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부디 내가 요구하는 이 것을 다 지켜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네. 목숨을 걸고…”

 “그딴 말은 하지 마시고. 솔직히 말해 목숨? 필요없습니다. 난 청부살인자는 아니거든요.”

 뭐, 예전엔 부업으로 했었지만. 그 업체에 있는 사람들 다 죽이는 의뢰 맡아서 정말로 다 죽이고 의뢰인에게 돈 받은 뒤 의뢰인도 죽였던 일 이후로 끊었다. 그 때를 기억하는 자 중에 내 시그널인J.D 적힌 탄피를 보면 오금 저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쓰레기통에서 마주한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였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참고로 내 버릇 중에 탄피를 모아 뒀다가 새 탄창을 사면 모아둔 탄피를 모두 버리는 것이 있다.) 술담배도 그 때 배웠다. 내게는 여러 의미로 추억이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안도하는 것을 봐서 진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나? 진짜 그럴 필요 없는데.

 “그건 솔직히 말해 여기서 말할 것은 안 되고요.”

 “왜죠?”

 왜긴 왜야.

 “여길 쳐다보는 시선을 생각해 보시죠. 무려 판자촌의 악몽이(개인적으로 이 별명은 아주 싫어한다.) 후원하는 여자다? 아까 말했죠. 정보는 비싼 거라고. 당신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할 것 같습니까? 800000? 8000000? 아니요. 8000도 안 됩니다. 근데, ‘판자촌의 악몽이 후원하는 여자’에 관한 정보료는 얼마나 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음…… 7억?”

 “아뇨.”

 “하긴 그렇게 높을 리가…..”

 “90억입니다.”

 “예?”

 “놀랍게도 제 몸값보다 비싸요. 저기 저 놈들은 제 덕분에 몇 년치 생활비를 받는 건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진짜다. 내 몸값은 내 정보료보다 싸다. 왜냐하면 그것은 10년차 프리랜서 노예 헌터 J.D의 몸값이지 판자촌의 악몽. 청부살인업자 J.D의 몸값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는 다르다. 토끼 사냥을 그만두고 사슴 사냥에만 몰두하는 이리라 할지라도 토끼들의 입장에서는 모가지에 방울이라도 달아 도망치고 싶기 때문이다. 그녀도 그것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없이 커피를 다 마셨다. 개인적으로 커피는 쓴 것과 단 것의 조화가 섞인 게 좋다. 아무튼, 커피잔을 반납하고 길거리로 나섰다. 골목길에서 서서,

 “자, 그럼 제 조건을 말하겠습니다. 제 조건은……”

 6시간 뒤에 공개된다 이 새끼야.

작가의 말
 

 1화는 같이 작업하다 보니 내용이 별로인데 이번에는 각각 분담을 하였기에 좀 더 깔끔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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