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토피아
3화. 공개…..될 줄 알았냐?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지난화의 그 조건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다면 위의 제목이나 보시고 판단하시고, 흠, 그래도 지난 4개월 동안의 일을 궁금해 할 관음증 환자들을 위해 깔끔하게 설명을 해 보면, 늘 똑같은 패턴에 더부살이 하는 여자 한 명만 늘은 것이었다. 그런다고 뭔가 관계가 발전된 모습? 그딴 것도 없었다. 그냥 하숙생과 집주인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왜 내 집에서 지내냐, 하면 당연히 집을 구하기에는 추가금이 들고, 후원자로서 후원받는 사람에게 돈을 요구하기는 좀 그래서 같이 지내게 됐다. 아무튼. 자,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
“끄으으으응.”
무겁다. 내 위에 대체 언제 올라온 거지? 분명 침대를 새 거 하나 사 줬는데 말이다. 뭐, 못 들어올릴 건 없지만 깰까 걱정되서 그런 거다. 그녀의 허리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몸 위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서 토스트와 커피를 이하생략. 아무튼, 그 사이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엥겔 지수가 아주 미약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왜 미약하게 냐고? 애초에 그녀는 지금 위장 상태가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것을 넣으면 안 되는 상태다. 풀죽도 아닌 아주 묽게 만든 감자 스프 정도만 먹을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엥겔 지수의 증가는 그리 큰 폭을 갖지 못 했다. 그리고,
'존나 쳐다보네.'
병신들. 날 쳐다볼 여유가 있다면 일이나 처할 것이지 뭘 꼴아보는지 참. 존나 귀찮게 하네.
촤르륵-
블라인드를 내려 시야를 차단했다. 하지만,
"아, 창밖 구경하면서 커피먹는 것도 못 하게 해."
이런 건 무드가 중요하단 말이다. 무드가 쓰레기장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끄으응, 아. 일어나셨어요?"
"오늘부터는 감자 함유량을 올렸습니다."
최근 그녀는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생기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화려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태생적인 귀티가 난다고 해야 하나. 그냥 유전자가 우성인듯 하다. 아마 멸망기가 아니었다면 연예인으로 일했을 것이다. 허나, 지금 문학은 죽었다. 남을 위해 노래부르다 부자들에게 팔려나가고, 악기들은 한 세기 전의 기종을 사용하며, 시는 벽에 낙서로만 써질 뿐이고 소설은 의미를 잃었으며 고전은 뗄감으로나 쓰일 따름이고 미를 가진, 자신의 몸으로 예술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시기에 죽어나가거나 매음굴에 팔려가는 일이 허다하다. 참고로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이 땔감으로 쓰여 뉴스에 나온 적도 있고, 숭례문은 암암리에 조금씩 해체당해 보일러에나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내 집에서 건강했다면 드러났을 미를 조금이나마 되찾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번거롭게 하네."
권총에 탄을 장전하고 블라인드 사이로 겨냥했다.
철컥-
"음. 이 소리가 좋아."
100미터 밖에 있어서 죽이기는 애매하고. 흠. 조준 사격을 하되 바로 발밑을 노렸다.
탕-!
위협사격에 놀란 이들이 탈주했으나 곧 다시 돌아올 거다. 한 200미터 정도 떨어져서.
"빌어먹을 놈들."
으르렁대듯이 내뱉자
"정보는 다 찾았나요?"
"아직입니다. 이제 100명 정도로 간추려졌는데 다 떨어져 있어요."
"그렇군요……"
물론 의뢰인의 신상 정도야 가볍게 파버릴 수 있다. 하나 그들이 암매하는 곳에서는 고객의 신상이 익명이기 때문에 과거 국방부 USB보다 뜯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뭐, 걱정 마시죠. 제가 연줄이 꽤 되니까요."
불가능하지는 않다. 연줄? 돈으로 사면 된다. 돈만 주면 국가 기밀도 추적 할 수 있는 해커를 두셋 정도 알고 있다. 실제로 잘나신 '아버지'의 은밀한 비리를 털어서 정보상에 판 적도 있다. 물론 인터넷 구매소에서 하기 때문에 걸리면 X되긴 한다. 허나 그것도 걸렸을 경우의 일. 웃돈만 얹어 주면 없는 일이 된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제 힘으로 찾아 보겠습니다."
왜 굳이 힘든 길로 가냐고? 왜 병신짓 하냐고? 고구마 전개 자제좀 하라고? 병신들. 생각을 해 봐라. 그들이 정보상에 팔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나? 없다. 아니 오히려 안 파는 게 이상한 거다. 까마귀들에게 밥을 주면 편하지만 까마귀들이 밥을 떨어뜨리면 비둘기가 먹는 법이다. 그녀도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 해서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아, 젠장.”
빵이 또 이하생략.
“제가 구워 드릴까요?”
“저보다 일찍 일어나셔야 하는데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당신이 늦게 일어나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 존대좀 그만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가 더 어린데, 거리감이 있잖아요.”
“실질적인 거리는 9m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그 말이 아니잖습니까?!”
“아는데요?”
쿡쿡 거리면서 웃는 것을 보아하니 또 장난이다. 허나 나의 경우에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진심이다. 물론 거리감은 상관없다. 하지만 내가 그녀와 가까이한다는 것이 보여져야 그녀가 노려지지 않는다. 만만해 보이는 짐승이 말벌집 뒤에 숨으면 절대 건드리지 못 하는 것과 같다. 아, 참고로 날 상대로 인질극은 의미가 없다. 내가 인질범의 방에 먼저 트랩을 설치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머리와 목이 서르 사맛디 아니하는 기적을 보여 줄 수 있다. 실제로 한 번 그런 적도 있고. 그리고, 적의 친인은 건드리는 거 아니다. 특히 그 적이 주인공이라면. 왜냐? X되거든. 죽일거면 적부터 무력화 시키고 친인을 건드려야지 누구든 작은 친인을 건드리면 나한테 아주 X되는 거야 X되는 거지. 빠루로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모두 뒈지는 거다.
“그래서, 어쩌시겠습니까?”
"뭘 어쩌겠냐는 거죠?"
"저기, 관찰중인 분들이요."
아, 그렇지? 저기 상어 옆에 떼로 붙어서 조금이라도 먹잇감이 떨어지지 않으려나 하는 빨판상어들이 있었지, 참. 귀찮아.
“솔직히 말해, 제깟것들이 아무리 잘나도 제 손톱 하나 공격하지 못 합니다. 백상아리가 빨판상어를 무시하는 이유는 냅두면 알아서 밥 먹고 떨어지는 것에 불과하잖습니까? 뭐, 제 대가리에 총 박으면 저도 뒤지겠지만 저는 저기 남의 살로 밥 체워먹는 누구들과는 다르게 연줄 있는 조직이 상당히 많거든요. 유산 때문에라도 절 죽인 놈들은 제 뒤에 있는 조직들에게 쉽게 죽지 못 할 겁니다.”
장난스러운 어조와 달리 내 눈빛은 상당히 서늘하다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보면 그렇게 묘사할 것이다. 뭐,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다시 장황한 설정을 풀어 보자면, 저 대사는 진실이다. 정확히 말해서, 서술자가 사는, 작가가 만든 세계의 J.D라는 인물이자 서술자, 그리고 주인공인 머저리와 그 주변 조직들 사이에서는 진실이다. 내 직업이 뭐다? 노예 헌터다. 노예 헌터가 하는 일은 어떻다? 인신매매와 직결되어 있다. 그리고 인신매매의 특징은? 멸망기의 주요 밥벌이 중 하나다. 멸망물의 흔한 설정들을 보면 하나같이 식량난이 생기는데, 여기 설정에 따르면 일단, aovid-1의 증상은 상당히 지독하다. 일단, 고열과 기침, 비염 등의 독감이나 감기 등과 비슷하지만 수십배는 독하게 한다. 그래서, 끝날 때 쯤에는 각혈을 하거나 구토를 하기도 한다. 거기에, 마치 벌레가 몸 위를 지나는 것과 비슷한 환각이 느껴져 고통속에 있게 하며, 제일 끔찍한 것은 그것이 잠복기가 없고 정확히 발병 직후 16시간 후에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죽기 정확히 두 시간 전에 잠깐동안 자비를 준다는 느낌으로 모든 증상이 멈췄다가, 정확히 발병 후 16시간이 되는 순간 증상이 약 1.5배로 격해져서 순식간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친구 만나러 갔다가 죽고, 파티장 갔다가 16시간 뒤에 파티 인원이 모조리 죽거나 하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졌고, 그들을 묻을 땅조차 부족해 시체를 화장한 뒤 유골을 소독해서 유족의 품으로 보냈다. 여기서 문제는, 급사한 사람의 수가 무지하게 많아 다 화장하지 못 해서 땅에 묻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지독하기 그지없는 시독屍毒이 그대로 땅속에 스며들어 농작물을 비롯한 수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래서 농축산업이 남아 있는 곳이 극히 드물며 안전한 식품을 찾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기초적인 식량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다른 것들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일에 비해 돈을 많이 쳐주는 인신매매가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것이 일 중 하나인 대기업과 비슷한 규모의 조직들이 생겨났고, 나는 그들의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그 본사에도 무시 못할 연이 있다. 그런 것에 비해, 정보업은 보통 소규모로 이루어졌고 그들의 길드 형태인 흑도黑鷋도 자신들에게 큰 타격이 아닌 한 내버려 두기 때문에 사실상 자영업 여럿이 모인 것에 불과해 나같은 대형 조직과 연이 있는 사람을 건들면 으슥한 길에서 사람 한둘 사라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건들지 않는 것이다.
“근데, 이건 좀 불쾌하네.”
바로 앞에서 밥을 먹는 그녀의 어깨를, 정확히 말해 그 위에 있는 도청기를 잡고 으스러뜨렸다.
빠각-
“아는 것 외에는 X도 없는 X만도 못 한 X새끼들이 감히 내 집에, 도청기를 깔아?”
화가 나기 시작했다. 도청이 깔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상대가 만만하다는 소리다. 내가 수없이 많은 연을 얻은 대에는 내 발밑의 수없이 많은 시산혈해에 의한 것이다. 시산혈해를 만든 짐승은 무섭지만 그것이 자기 편이라면 그것만큼 든든한 아군도 없으니까. 하긴, 이 세상에 든든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 그 연의 근원이 살업이란 건데 이 새끼들은 내가 하도 안 움직이니 이빨이 빠진 줄 아나 봐? 근데, 그거 아나? 상어는 이빨이 빠지면 다음 줄의 이빨로 갈아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사실 이빨이 얼마나 빠지던 상관없다는 사실을. 빵을 입에 물고 집에 있는 고사량 데스크탑으로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까마귀에게.
야, 오랜만인데 의뢰좀 해도 되냐?
10초만에 답장이 왔다.
-수왕獸王이자 지고하신….이하 생략에게.
물론.
-이하 생략
돈은 얼마나 들어도 상관없다. 잡기만 해라.
-이하 생략.
어휴. 저 성질 또 나왔네. 어느 비둘기가 건드렸는지는 몰라도 쉽게 죽진 못 하겠어.
-(이-생)
거두절미하고. 가능하겠냐?
-(L-S)
넌 날 뭘로 보는 거냐? 한 시간이면 충분해.
-(???:번개….. 잘랐다고…..!)
Ok. 지금부터 24시간에서 36시간 전에 일어났던 모든 전파 기록을 추적해서 그중 내게 후원받는 여자의 행동과 동일루트를 갖는 것을 찾아봐.
-(더 이상의 자세한 뇌절은 생략한다.)
이미 전파 기록 역추적 시작했다.
이게 뭔 개소리냐, 하면 간단하다. 저놈들, 백오白烏는 멀리서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걸 내가 왜 가만히 두냐고? 내가 시켰으니까. 아무튼, 의뢰했던 1시간이 채 되기 전에 메일이 도착했다.
-이하 생략.
찾았다. 파일은-vpn/https://docs.xxxxx.com/xxxxxx/d/-
오케이. 자, 게임을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