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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직진중
작가 : 안개별
작품등록일 : 202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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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너 미성년자는 아니죠?
작성일 : 20-08-18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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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지금, 또 강전을 간다고? 이번엔 무슨 사고를 쳤는데”

 

 

 둠. 둠. 둠. 둠.

 음악 소리가 진동하는 클럽 VIP 파티룸.

 저마다 자신을 뽐낼 수 있는 쌔끈한 옷을 빼입고 춤을 주며 놀고 있다. 테이블 가장 상석에 보라색 벨벳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그 옆에 앉아있는 남자.

 

 쭉 뻗은 길고 하얀 다리에 검은 하이힐. 웨이브 진 검은 머릿결이 가슴 위에 찰랑이며 내려앉아있고, 눈매가 매혹적인 고양이상인 이 여자는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재벌가 손녀 21살 채선화다. 그리고 그 옆에 황당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자. 밝은 갈색 머리에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옷 덕분에 운동한 듯 넓고 탄탄한 몸매가 더 멋스럽고, 둥근 눈매에 유려한 콧날이 매력적인 호남형의 얼굴을 가진 이 남자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26살 차진혁이다

 

 “내가 사고친것 보다 더 재밌는 소식이 있지. 이번에 전학가는 학교에 글쎄 차진혁씨가 근무한다지 뭐야”

 "...뭐?!"

 

 양주를 한잔 마시며 싱긋 웃는 미소에 진혁의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낀다.

 채선화 애가 어떤 애냐...

 중학교 때 자퇴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안 들어주자 퇴학당할 짓을 해서 중학교를 때려치운 똘아이다. 그렇게 학교를 때려치우고, 돈이나 펑펑 쓰면서 놀고먹다 카드를 끊는다는 할아버지의 으름장에 복학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고있다. 이번 강전이 벌써 4번째다.

 

 “지금 우리..학교로 전학을 온다는거야?"

 "응. 서변한테 오빠네 학교로 전학시켜달라고 했거든. 내 마지막 고3 생활을 오빠한테 맡겨 볼까해"

 "...난 안 맡고 싶은데"

 "아! 오빠네 학교 급식은 맛있어? 하아...난 급식이 맛없으면 진짜 사고치고 싶어지더라"

 

 채리를 톡! 뗴어 먹으며 예쁘게 웃는 선화의 얼굴에서 검은 아우라가 보이는건 진혁 뿐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선. 생. 님?”

 

 놀리듯 스타카토로 말하는 선화의 말에 점점 잿빛으로 변해가는 진혁의 얼굴. 그 모습이 재밌는 듯 웃고는 어깨를 토닥여주고 스테이지로 걸어나간다. 꽉 차있던 사람들은 선화의 걸음에 홍해 갈라지듯 벌어지고 막힘없이 스테이지 중심에선 선화는 봉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화려한 봉춤에 분위기는 더욱 후끈해지고, 사람들은 선화에게 환호성을 보낸다. 이 룸 안에 선화의 친구는 진혁뿐이고, 남은 이 많은 사람들은 재벌 딸인 선화랑 하룻밤을 원하는 혹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역이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아무 상관없는 듯 웃으며 신나게 노는 선화. 그리고 그런 선화가 익숙한 듯 소파에 기대 지켜보는 진혁이다.

 

 새벽 4시.

 새벽에도 활기가 넘치는 클럽 거리. 진혁이 술에 취한 선화를 부축하며 입구를 나온다. 주차된 차에 선화를 태우고 대리기사를 기다린다. 술기운이 오르는 듯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내밀어 후~ 후~ 하며 숨을 내뱉는 선화. 문 옆에 기대 서있던 진혁은 그런 선화가 귀여운 듯 본다. 그때 대리기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는 받으며 두리번거리는 남자가 전화를 받고 있는 진혁을 발견한다. 검은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쓴 대리기사는 꾸벅 인사를 한다.

 

 “한남동 맞으시죠”

 “네 여기 차키요”

 

 차 키를 건네주면 대리기사는 운전석에 탄다. 진혁은 선화를 혼자 보내는 게 맘이 안 놓여 같이 타고 데려다주려고 뒷좌석에 타려는데-

 

 “아~~!! 됐어! 오빠 집에 가~ 나 혼자 가도 돼"

 “대려다 줄게.”

 “오빠 우리 집이랑 멀잖아. 있다가 어머니 건강검진 같이 가드려야 된다며~”

 

 팔을 휘적휘적 저으며 가라고 미는 선화. 몇 시간 후에 어머니 보시고 병원에 갈 예정인 건 맞다. 그래도 영 맘이 안 놓이는데-

 

 “출발!! 출발이오!"

 

 선화는 대리기사 팔을 두드리며 재촉한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 하자 진혁이 조수석 창문을 잡고-

 

 “그럼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꼭 해. 알았지?”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차가 떠나고, 진혁은 뒷모습을 보다. 불편한 맘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한다.

 

 

 차 안.

 선화가 내쉬는 숨에 섞인 위스키 향이 차 안을 매운다. 울렁이는 속에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밤공기에 취기를 날린다. 그러다 옆에 탄 대리기사에게 시선이 옮겨간다. 두 손으로 핸들을 쥐고 있는데 몸이 경직된 듯한 모습. 외제차라 긴장하는 대리기사는 여러 명 있긴 하지만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는 대리기사에 뭔가 이상함을 느껴진다. 푹 눌러쓴 모자에 가려 얼굴이 안 보여서 고개를 살짝 숙여 얼굴을 들여다본다. 움찔하는 남자. 선화는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본다.

 

 와.. 무슨 남자가 이렇게 속눈썹이 길어? 코도 예쁘고 입술도 섹시하고 정말 잘생겼네. 클럽 애들 다 오징어 만들 정도로 잘생겼...근데 너무 어린 거 같은데? 잠깐..

 

 “너 미성년자는 아니죠...?”

 “... 아닌데요”

 “신분증 좀 보여줘요. 아니야 됐어요~ 내가 경찰도 아니고 집에만 안전하게 대려다 줘요”

 “네.”

 

 새벽이라 차도 없는데 제한속도 지키면서 안전운전하는 걸로 봐선 면허 딴 지 얼마 안 된 20대 초반이겠지. 설마 미성년자가 대리를 뛰겠어?

 

 “근데 그쪽 되게 잘생겼어요. 알아요?”

 “네”

 “풉하하하하하”

 

 그런 긴장한 얼굴로 잘생긴 건 인정한다는 게 너무 웃기고 귀여워 웃음이 터진 선화. 그리고 그런 선화를 힐끔 보는 남자의 귀는 빨갛게 달아오른다.

 

 “하긴 그 얼굴로 모르기도 힘들어요 그렇죠? 010-1234-5678 내 번호에요. 심심할 때 연락해요. 내가 놀아줄게요 내가 노는 건 잘하거든요.”

 “제가 바빠서요. 돈 버느라”

 “그럼 내가 심심할 때 연락하면 올래요? 나 돈 많은데.”

 “전 남창이 아닌데요”

 “와.... 되게 까칠하시네 뭐 그렇게까지 내 호의를 비하해요? 뭐~ 싫음 말아요. 싫다는 사람 붙잡을 만큼 궁하진 않으니까”

 

 그 뒤로 차 안에는 창문을 넘나드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벨트에 얼굴을 기대고 한산한 도로를 바라보는 선화. 쌀쌀한 듯 팔을 쓰다듬으면 지이이잉 하고 창문이 올라간다. 뭐지? 하고 대리기사를 보면-

 

 “추워요.”

 “괜찮은데”

 “내가. 내가 추워요”

 “아... 그치 우리 대리기사님 감기 들면 안 되지"

 

 약간씩 핀트를 벗어난 남자의 대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 남자가 귀여워서. 모자 옆으로 땀을 삐질 흘리면서 춥다는 거짓말로 날 배려하는 이 남자가 맘에 든다. 껍데기들이 나뒹구는 말이 아닌 투박한 배려가 기분 좋다.

 

 한남동 고급 주택단지. 요새처럼 높은 담벼락들이 쌓여있다. 그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집. 주차장 입구에 가까이 가니 자동으로 열리는 문. 차가 차고로 들어간다. 주차장에는 비싼 외제차들이 늘어져있다. 빈 곳에 주차하는 선화의 차량.

 그새 곤히 잠든 선화를 깨우는 목소리-

 

 “도착했습니다”

 

 몽롱한 표정으로 잠에서 깨는 선화는 주변을 둘러보다 주차장임을 확인하고는 몸을 세운다. 그리고 뒷좌석에서 핸드백을 가져와 지갑을 꺼낸다. 그리고 수표 한 장을 건네며-

 

 “추운데 오늘은 대리 그만하고 택시 타고 집에 가요. 잔돈은 됐어요"

 

 빨리 침대에 가서 잠을 이어 자고 싶은 선화는 차에서 내려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남자는 수표를 확인하고는 놀란 듯 보다 차 시동을 끄고 다급히 내린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선화의 팔을 잡아챈다. 자신보다 두 뼘은 더 큰 남자를 올려다보면 얼굴이 훤히 보이는데 마치 화난듯한 표정에 갸웃하는 선화.

 

 “할 말 있어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선화의 가방을 뺏어 지갑을 꺼내는 남자. 받은 수표를 지갑에 다시 넣고 5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 가지고 다시 가방을 돌려준다.

 

 “대리비는 오만 원이에요. 누가 대리비를 백만 원짜리 수표를 쥐여줘요"

 “아.. 되게 미련한 타입이구나. 맘대로 해요.”

 

 가방을 메고 가는 선화의 뒷모습을 보는 남자. 하이힐에 아슬아슬하게 걷는 선화를 불안한 눈빛으로 쫓다가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서야 뒤돌아 간다.

 

 현관에 대충 구두를 벗어던지고 들어가는 선화.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발목을 잡아 세운다.

 

 “또 클럽에서 오시는 거예요?"

 

 뒤돌아보면, 첫째 오빠랑 결혼한 새언니 민유라다. 슬립 차림에 물 한 잔을 들고 서서 삐딱한 시선으로 아래위를 훑는다.

 

 “술에 향수에 천박한 냄새를 휘감고 들어오면 누가 반긴다고 집에 꼬박꼬박 들어와요? 다음부턴 그냥 호텔에서 자고 오세요. 편하게. 남자랑”

 

 회장님이 꼼작을 못하는 막내 손녀가 눈에 가시인 새언니는 둘만 있을 때 본색을 드러내곤 한다. 사람들 앞에선 누구보다 아끼는 척을 하고 뒤어선 이빨을 드러낸다.

 

 “그러다 내가 임심이라도 해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내가 애 낳으면 재산을 나눌 사람이 늘어날 뿐이잖아요. 새언니 돈 때문에 오빠한테 시집온 건데 한 푼이 아쉬울 거 아니에요?”

 “아가씨. 말조심해요”

 “언니 하는 거 봐서요”

 

 선화는 웃으며 나긋한 경고를 날리고 계단을 오른다. 악이라도 쓰며 소리 지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유라의 꽉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리고 그런 시선이 일상인 듯 무시하고 방으로 향하는 선화. 가방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엎어져 잠에 들려다가 진혁에게 도착 문자를 하나 보내고 잠에든다.

 

 

 ******************************************

 

 

 해가 뉘엿뉘엿한 저녁 7시 까마득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달동네. 검은색 옷에 모자를 눌러쓴 시혁이 낡는 초록색 철문을 열고 나온다. 풀린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 밑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하나하나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 시혁은 한숨을 쉬고는 빠르게 내려가 장바구니를 뺏어든다.

 

 “날 시키던다 아님 그냥 배달시키라니까. 무릎도 안 좋으면서!”

 "어휴~ 직접 봐야지 좋은지 알지 이놈아!! 넌 또 어디 가는 거여 저녁도 안 먹고”

 “친구 만나서 먹기로 했으니까 신경 쓰지 마”

 

 투명스러운 말투지만 할머니를 부축하며 보폭을 세심하게 맞춰 걷는 시혁. 집에 들어가 장바구니 음식들을 정리까지 하고 다시 집을 나선다. 시계를 보고는 서둘러 뛰기 시작한 시혁은 마침 도착한 버스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탄다. 맨 뒤 좌석에 앉아 숨을 몰아쉬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힌다. 주머니에 진동이 울리면 문자를 확인한다.

 

 -단발 10만 원짜리 알바 있는데 할래?

 ‘몇 시간짜린데?’

 -3시간. 그냥 따라다니면서 짐꾼만 해주면 돼. 고객이 얼굴을 많이 따져서 네가 딱임

 

 세 시간에 오만 원이면 괜찮은 자리다. 누나 등록금에 공과금... 아직 돈이 많이 부족하다. 개학 전까지 더 바짝 일해야 하는 처지에 가릴 게 뭐가 있냐

 

 ‘할게. 주소 찍어줘’

 

 백화점 앞.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한 민수가 시혁을 기다리고 있다. 손에는 드라이된 정장 한 벌이 들려있다. 저 편에서 걸어오는 시혁에게 빨리 오라며 손짓한다. 그리고는 손에 정장을 쥐여주며-

 

 “일단 이거부터 입어. 모자는 왜 썼어! 머리는 감았냐?”

 

 시혁의 모자를 벗겼다가 엉망인 머리에 다시 씌웠다가 혼자 발을 동동 구르는 민수를 보다가 모자를 뺏는다.

 

 “짐꾼이라며. 머리가 뭐가 중요하다고”

 

 시혁은 모자를 다시 눌러 쓰고는 정장을 들고 백화점 화장실로 향한다. 민수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될 대로 대라 식으로 따라간다. 정장을 입고 나온 시혁은 거울을 보며 옷 매무새를 다듬어 보는데... 민수랑 키 차이 때문인지 짧은 바지와 소매가 영 거슬리지만 3시간 짜리 알바니까 별로 상관없겠다 싶은 시혁이다.

 

 “정장에 모자 실화냐?”

 “이상하냐?”

 “이건 아니야. 벗어봐”

 

 시혁의 모자를 벗기고 머리를 눌러 세면대 물을 틀어 적신다. 그리고는 비누를 짜서 머리를 대충 감긴다. 물기를 탈탈 털어낸 시혁이 고개를 들면 민수가 시혁이 입고 온 티셔츠를 건네준다. 뭐 하는 짓인가 현타가 온 시혁이지만 재촉하는 민수의 눈짓에 한숨을 쉬고는 마지못해 티셔츠로 머리 물기를 털어낸다. 모자를 벗고 드러난 시혁의 얼굴에 젖은 머리카락이 더해지니 섹시한 자태에 민수는 흡족한듯 끄덕인다.

 

 “음.. 좋아 이게 훨씬 났다. 가자 고객님 기다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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