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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인연
작가 : 유제인
작품등록일 : 202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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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회
작성일 : 20-08-06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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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복판. 사거리 앞 빌딩에 걸린 전광판에서 유명 시사프로가 방영 중이다. 점심시간에 밖을 나온 직장인들이 멈춰서서 티비에 집중한다.

 

 “6년 전 사건 기억하십니까? 국내 최대 규모의 스키장을 가지고 있었던 H 기업의 전 회장 유모씨가 실은 해외 범죄 조직의 일원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큰 파장을 몰고 왔었죠. 뿐만아니라, 불법도박을 통해 번 돈으로 스키장을 운영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그의 모든 불법 자금 내역이 공개됐었습니다.”

 

 시사프로에서는 국내 굴지 대기업이었던 화평을 6년 만에 재조명하고 있었다.

 

 “유모씨가 속했던 조직이 단순 조직이 아니었어요. 피라미드처럼 설계되어 해외 마약 운반은 물론, 살인 청부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불법적인 짓은 모두 하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모두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것도 잠잠해진 지금, 사람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혀를 차는 중이다.

 

 “그 조직과 H 기업이 별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아무리 굴지 있는 기업이었다고 해도 분명 무너졌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 일을 해낸 인물에 대해 언급 안 할 수가 없죠. 그는 국민 영웅입니다. 유모씨가 기업의 이름으로 모아뒀던 모든 불법 자금 내역을 공개하고, 스키장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모조리 사회에 환원했어요.”

 

 “하지만 기업 이미지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제가 있었던 스키장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가 참 궁금합니다.”

 

 “그래서 그가 처음부터 화평을 노리고 들어간 산업스파이가 아니었냐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예. 하지만 그가 화평의 새 주인이 될 거란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는 상황입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화평의 일등 공신이에요.”

 

 신호등 앞에 멈춰 선 붉은 머리의 하얀색 셔츠를 입은 여자. 벌써 몇십 분째, 전광판으로 흘러나오는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입술만 보일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여자의 표정은 분명 어두웠다.

 

 전광판에서 눈을 뗀 여자가 신호등이 바뀜과 동시에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발걸음을 움직인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30층 높이에 달하는 화평 기업의 본사였다. 시사프로가 열심히 떠들어대는 화평의 일등 공신, 대단한 ‘그 인물’을 만나러 가기 위해.

 

 *

 

 “누가 왔다고?”

 

 넥타이를 고쳐 매는 세준의 오른쪽 손목에 검은색 시계가 눈에 띈다. 6년 전, 문찬이 구속되기 전에 놓고 간 것을 하나의 상징처럼 지니고 다녔다.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세준은 비서가 전한 소식에 살짝 표정이 굳어진다.

 

 “회의 한 시간만 미루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세준의 마음이 급해 보인다. 발을 동동 구르는 그의 표정은 즐거워 보이기도,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로비 중앙에 멈춰선 붉은 머리의 화진이 익숙한 회사의 내부를 둘러본다. 평생을 보고 자란 화평이었지만, 지금의 화진에겐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화진이 깊게 눌러쓰고 있었던 모자를 벗자,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놀라며 걸음을 멈춘다. 개의치 않고 로비를 지나쳐 걷던 화진의 앞을 누군가 막아선다.

 

 “어디 찾아오셨습니까?”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더위에 얼굴이 살짝 상기된 화진이 자신을 가로막아선 보안 직원을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훑는다.

 

 “외부인 출입은…”

 

 “외부인이라는 표현은 좀 서운하네.”

 

 “예?”

 

 당황한 직원이 어쩔 줄을 몰라하자, 로비에 직원들이 더 모여들기 시작한다.

 

 “헐 유화진 아니야?”

 

 “그게 누군데?”

 

 “누구긴. 전 회장이었던 유문찬 딸이잖아!”

 

 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충분히 들릴 거리였다. 화진은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보안 직원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입사한 지 얼마나 됐어?”

 

 “네?”

 

 “진짜 싹 물갈이를 하긴 했나보네.”

 

 신경이 곤두설 데로 선 화진과 절대 물러서지 않는 보안 직원 사이에 신경전이 제법 지속된다. 에어컨 바람에 더위가 식은 화진의 얼굴이 다시 창백해지자, 날 선 그녀의 표정이 더욱 잘 드러난다.

 

 “화진아!”

 

 멀리서 들려온 세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직원들은 흩어지지 않은 채 화진의 등장을 새로운 가십으로 삼았을 것이다.

 

 문찬이 구속됨과 동시에 화진은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자의적인 판단 같았지만, 기업 임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화진이 비운 시간 동안 어느새 무게감을 둬야 하는 위치에까지 올라간 세준. 하지만 화진에게만큼은 여전히 한달음에 달려오는 존재였다.

 

 세준과 화진의 모습을 번갈아 보던 보안 직원이 낌새를 눈치채고는 한 걸음 물러난다.

 

 “도세준 이사님의 지인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도세준이 내 지인인 거야. 그 덕분에 이사 소리도 듣는 거고”

 

 빠르게 달려온 세준은 화진과 가타부타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와락 그녀를 껴안는다. 그러자 놀란 직원이 더욱 허리를 숙인다.

 

 “뭐 하는 짓이야?”

 

 “너무 반가워서. 진짜 보고 싶었어”

 

 화진을 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는 세준. 하지만 그럴수록 화진 역시 힘을 주어 세준을 밀어낸다. 짙게 느껴지는 세준의 향수 향마저 화진의 신경을 건드린다.

 

 “여전히 어설프네. 도세준”

 

 세준은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는 화진의 모습을 뚫어지라 빤히 바라본다.

 잔머리 한 톨 허락하지 않던 포니테일이 아닌, 팔꿈치까지 길게 늘어트린 머리.

 즐겨 입던 화려한 원피스가 아닌, 캐주얼한 면바지와 루즈하게 떨어지는 깔끔한 하얀색의 셔츠.

 

 여러모로 바뀐 그녀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는 세준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질 않는다.

 

 “빨간 머리는 여전하네?”

 

 “반가운 척 진짜 못 한다.”

 

 “척이 아니니까”

 

 “난 언제까지 로비에 서 있어야 해? 유문찬의 딸과 엮여서 가십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거야? 그러기엔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던데.”

 

 비아냥이 그대로 드러나는 화진의 말투에도, 세준은 꿈쩍도 않는다. 그저 왼쪽 뺨에 붙은 화진의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더욱 다정함을 보여준다.

 

 “밥 먹었어? 점심시간이잖아. 뭐 먹을까?”

 

 대답 대신 세준의 출입증을 뺏은 화진이 자연스럽게 로비를 지나친다. 그 모습이 익숙하단 듯 웃은 세준이 보안 직원에게 손짓하고는 뒤를 따른다.

 

 눈치껏 자리를 비운 직원들 덕분에 엘리베이터 안엔 단둘이었다.

 

 유리 벽면에 기댄 화진이 한눈에 보이는 회사 전경을 보는 동안, 세준은 그런 화진을 눈에 담는다.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은 어때?”

 

 “더워”

 

 “그럼 난?”

 

 세준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화진의 손을 잡으며 웃어 보이지만, 화진의 굳은 표정은 영 풀어질 생각이 없다.

 

 “연기 그만하지? 어차피 여기 우리 둘뿐이잖아”

 

 “그럼 그럴까?”

 

 순식간에 화진의 손을 놓은 세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진다. 뒷걸음칠 공간이 없어 가까이 다가오는 세준을 바라보다 절로 고개가 올라가는 화진.

 

 “진짜 제대로 된 재회를 해볼까, 우리?”

 

 티나지 않게 잔뜩 경계한 화진이 두 손에 힘을 준다. 그런 화진을 빤히 보던 세준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장난이야. 솔직히 말해 봐. 진짜 연기였을까 봐 걱정했지?”

 

 어깨의 힘을 푼 화진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다시 화진의 손을 잡는 세준의 행동에, 화진이 입을 앙다문다.

 

 “세준아”

 

 “응?”

 

 “내가 왜 점심시간에 온 줄 알아?”

 

 엘리베이터는 점점 층수를 높혀가고 있었다. 34층에 다다를수록, 화진의 심장도 세차게 뛰었다.

 

 “나랑 밥 먹어주려고 인 줄 알았는데. 아니야?”

 

 “사람들이 가장 유동적인 시간이잖아. 모두가 나를 발견하고, 수군거리기 딱 좋은 때.”

 

 “역시 예상을 벗어나네. 우리 화진이.”

 

 “다들 잊었을까 봐. 화평의 주인이 누군지.”

 

 옷매무새를 정돈한 화진은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그 옆에 선 세준의 표정이 순간 어두웠지만, 금세 웃으며 화진의 어깨를 잡는다.

 

 “나를 넘을 수 있겠어?”

 

 화진이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세준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제야 나를 좀 봐주네”

 

 “넘으면 어쩔 건데? 죽이기라도 하게?”

 

 “무슨 그런 험한 말을 해!”

 

 뒤에서 화진을 끌어안듯 어깨를 감싼 세준이 화진의 귓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강하게 느껴져 오는 세준의 숨결에 화진이 뿌리치려 하지만, 세준은 팔에 더욱 힘을 준다.

 

 “난 네 아빠랑은 다르잖아.”

 

 그리고 그녀의 귀에 속삭이는 세준. 그와 동시에 세준의 팔을 뿌리친 화진이 강하게 그를 밀쳐낸다. 몸에 힘을 푼 세준이 벽에 부딪힘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인사를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직원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화진에게 밀쳐지는 세준을 발견하고는 놀라며 수군댄다. 반면에 맨 앞에 서있던 장실장은 화진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난 화진이 캐리어를 장실장에게 건넨다.

 

 “오랜만이네요, 장실장님.”

 

 “예. 아가씨.”

 

 “근데 오랜만인 김에 하나만 물을게요. 여기는 언제부터 도세준 전용이 됐나요?

 

 당황한 장실장이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더 숙인다.

 

 화평을 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세준에게 건물의 34층은 헌정의 의미나 다름없었다. 부장 이상의 임원급만이 올라올 수 있었던 이곳엔 이제 도세준 이사의 전용 사무실이 자리잡았다.

 

 6년간 전부 세준의 사람들로 물갈이됐을 33층의 직원들 역시 그렇다. 지금 서있는 화진의 정체를 모르는 것은 물론, 불청객으로만 여길 뿐이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적나라하게 화진에게 꽂힌다. 화진이 그중 가장 앞에선 직원을 손으로 가리키자, 직원이 당황한다.

 

 “그쪽이 답해봐요”

 

 “네?”

 

 “도세준. 대체 여기서 어느 정도인지”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던 직원의 시선이 세준에게 향한다. 여유롭게 웃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세준. 그제야 직원이 어렵게 입을 연다.

 

 “그야 곧 부사장님이 되실 몸……”

 

 “다들 그만 자리로 돌아가세요.”

 

 직원의 한마디에 놀란 장실장이 빠르게 직원들을 보내고 상황을 수습한다. 화가 치밀어오를 데로 치민 화진의 시선이 다시 세준에게 향한다.

 

 “세준아. 그러니? 네가 이 회사 부사장이 되실 분이야?”

 

 “나는 그냥 네 약혼자일 뿐이지.”

 

 보나마나 화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세준이 적당히 고른 말이었다. 어이없음에 코웃음 친 화진이 이사실로 들어간다.

 

 그제야 한숨을 돌린 세준이 이사실 안에 들어간 화진을 바라본다.

 

 “우리 화진이 심기가 날카로운데, 뭐부터 해줘야 할까요?”

 

 “찾아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요?”

 

 “아가씨가 돌아오셨으니 천천히 자리를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 회사에 아직 화진이 자리가 있던가요?”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진 세준의 말투와 표정에 흠칫한 장실장이 더욱 고개를 숙인다. 모든 직원에겐 서글서글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세준이지만, 분명한 본연의 모습이 존재했다.

 

 특히나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화진이 돌아온 지금과 같은 순간이라면 그 모습이 더 짙어졌다.

 

 “우리 장실장님. 아직 제 사람 못되셨네요?”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저 이제 사람들 그만 내치고 싶어요. 알아서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무거운 세준의 손이 돌덩이처럼 장실장의 어깨에 닿는다. 말뜻을 알아차린 장실장이 곁눈질로 이사실 쪽을 바라본다.

 

 그곳에서 누구보다 쓸쓸하게 홀로 서 있을 화진을.

 

 *

 

 “조카인가 봐요?”

 

 짧은 머리를 손질하던 라이가 들려오는 간호사의 말에 헛기침을 한다. 허공을 맴도는 라이의 손을 잡아준 건 연수였다.

 

 “연인인데요.”

 

 연수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에 당황한 간호사가 빠르게 병실을 빠져나간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짐을 정리하는 연수를 빤히 바라보는 라이.

 

 “뭐하러 거짓말을 해”

 

 “연인이 별건가. 6년간 동고동락했으면 연인이지. 아니 그보다 더하지?”

 

 특유의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연수가 짐정리를 마친다. 긴 병원 생활이었지만 챙길 짐은 간소했다. 왼쪽 팔에 가방을 매는 연수를 보며 놀란 라이가 서둘러 가방을 뺏어 든다.

 

 “무리는 말랬잖아! 내가 들게.”

 

 “이 정도도 못 드는 팔이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어”

 

 “그래도 연수야……”

 

 “피아노 못치는 걸로 족해. 이쯤은 내가 들게.”

 

 슬픔조차 묻어나지 않는 무덤덤한 연수의 말이 라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라이는 몇 년 전, 연수의 보호자를 도맡아 줄 한국인 매니저에 지원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말은 없고 웃지도 않았던 연수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위태로움 그 자체였다.

 

 긴 시간은 연수의 몸과 마음을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 딱 한 가지, 여전히 웃음을 잃은 것 말고는.

 

 “라이는 짐 다 싸서 온 거야?”

 

 “응. 근데 연수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가 한국을 가는 게 맞는 걸까?”

 

 “무슨 소리야. 이제 나 안보게?”

 

 “처음부터 내 역할은 네가 완치될 때까지만 옆에서 돕는 거였잖아.”

 

 “같이 있어줘. 이제 당신 없으면 나 안 되는 거 알잖아”

 

 짐을 싸던 손을 멈추고 침대에 걸터앉은 연수가 따뜻한 손길로 라이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괜히 시선 둘 곳을 잃은 라이가 고개를 툭 떨군다.

 

 대체 언제부터였는지, 라이는 습관과도 같은 연수의 친절에 심장이 뛰고는 했다. 그럴수록 연수와의 나이 차이가 슬펐고, 닫힌 연수의 마음에 조급했다. 무엇보다 아직도 자신을 감시 중일 세준이 두렵기도 했다.

 

 “도세준 이사가 알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그러니 더욱 가야지. 라이도, 나도 제멋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수십 번의 수술과 치료는 그의 몸을 쇠약하게 했을 법도 하지만, 운동도 공부도 게으르게 하지 않은 연수는 언젠가 오게 될 기회를 기다리며 자신을 개조해나갔다. 그 원동력이 생존이든, 복수든.

 

 다시 돌아가야 할 고국 앞에서 연수가 망설이는 단 한 가지라면, 아무리 수술해도 사라지지 않는 흉터만큼이나 짙게 남은 화진과의 기억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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