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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인 삶, (to be or not to be)
작가 : 곽자
작품등록일 : 20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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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인공자궁, 서로 다른 목적
작성일 : 20-08-09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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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해요.”

 막 태어난 강아지를 보며 이연지는 탄복하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이신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쳐다봤다.

 “그 표정은 강아지 때문에 나오는 건가? 아니면 과학 기술에 감명을 받은 건가?”

 “뭐 같아요?”

 “모르니까 물어봤지.”

 신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손에 차트를 들었다. 그리고는 인공 자궁 안에서 막 나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강아지를 보았다. 아직 앞이 보이지는 않는지 이상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강아지의 본능 때문인지 녀석의 까만 코가 냄새를 맡으려고 살짝살짝 움직이고 있었다. 신은 시선을 강아지에서 컴퓨터로 돌렸다. 맥박도 정상이었고, 호흡에도 문제가 없었다. 신은 차트에 무엇인가를 휘갈겨 썼다.

 “이 아이 노멀인가?”

 “예. 노멀이에요. 애초에 건강했으니까.”

 신은 한참을 차트에 무엇인가를 기록하더니 차트를 책상 위에 놓고 강아지 앞으로 갔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야?”

 “아. 죄송합니다.”

 그녀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허리를 펴고 장갑을 꼈다. 그리고는 그 강아지를 인큐베이터 안에 넣었다. 인큐베이터는 바퀴가 있었다. 이 강아지는 바로 어미에게 보내질 예정이었다. 그녀는 “다녀올게요.”라는 말을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 신은 다시 한 번 강아지가 있었던 인공 자궁과 연결된 컴퓨터를 확인했다. 정말로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신은 일어나 아까 휘갈겨 썼던 차트를 들고 방 밖으로 나갔다. 굉장히 깔끔하고 모든 것이 최신식으로 되어있던 방 안과는 달리 복도는 완전 구식이었다. 바닥도 벽도 천장도 전부 회색 시멘트로 칠해져 있었고, 바닥에는 군데군데가 깨져있었다. 오직 벽만이 보안시스템을 위해 기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을 뿐이었다. 천장에도 CCTV가 달려있었는데 모든 방향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즉 이곳에 사각지대는 없었다. 신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 건물의 겉모습이나, 내부를 보고는 이곳이 예전에는 교도소였다는 것을 확신했다. 아니면 그렇게 꾸며 놓았다던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신은 긴 복도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바로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그 앞에는 덩치가 크고 양복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오래전 읽은 책에서 예전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었었다고 들었다. 신은 말도 안 되는 인력 낭비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는 볼 수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의외로 편리했다.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몇 층으로 가십니까?” 라고 물었다. 신은 간단하게 “6층”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열어 주었고, 신은 그곳에 탔다. 신이 탄 걸 확인하자 덩치 큰 남자가 닫힘 버튼을 눌렀다. 이곳은 올라갈 때는 밖에서 닫힘 버튼을 눌러야 문이 닫혔다. 6층으로 간다 함은 이곳에 관리자를 만나러 간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그에게 연락이 갔을 것이다. 문이 열리자 바로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이신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다른 방에서 연구를 하는 정인이라는 중년의 학자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표정은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이신이 인사를 했지만 무시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이신이 다시 앞을 보니 이 건물의 책임자인 표지훈이 있었다. 그는 신을 보자마자 환영하듯 활짝 웃었다.

 “이 박사님 오셨군요.”

 “예. 무슨 일입니까?”

 “그냥 얼굴 좀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요.”

 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신은 이것이 면담 비슷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신도 능청스럽게 웃었다.

 “남자끼리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남녀노소 얘기할 때에는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취향은 존중 합니다.”

 “하하. 취향이라뇨. 일하시는데 불편한 건 없으신가요?”

 “네. 뭐. 딱히. 식단에 육류가 부족한 것 빼면.”

 “하하. 건강 생각하셔야죠. 제가 식단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박사님은 모르실 겁니다.”

 “알죠.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기.”

 신은 들고 있던 차트를 지훈에게 건넸다. 지훈은 그것을 받고는 읽었다.

 “뭐. 달라진 내용은 없네요?”

 “기술적으로는 완벽하니까요.”

 “기술적으로는?”

 “예. 사실 이제 동물로 실험하는 건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죠.”

 “그게 뭐죠?”

 “어미가 자식을 못 알아본다는 거죠.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동물들은 다른 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걸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더군요.”

 “모든 실험체가 그럽니까?”

 “모든 실험 체는 아니고 확률로 보면 8% 정도는 알아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라…. 이게 사람에게도 나타날 현상으로 보십니까?”

 “아뇨. 지능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럴 것 같지는 않네요. 하지만 데이터가 쌓여야 제대로 알겠죠.”

 “그렇군요. 안 그래도 제가 부른 이유가 그겁니다. 지금 상황으로선 모든 연구팀이 기술적으로는 완성되었다는 상황이죠. 그 점에서 저도 박사님 생각과 동일한 게 이제 사람으로 데이터를 쌓는 것밖에는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고를 드렸죠. 그리고.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빠르군요. 언제?”

 “오늘. 그래서 제가 뵙자고 한 겁니다. 아까 보셨죠? 정 박사님 표정이 좋지 않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사람을 상대로 하는 연구팀의 팀장을 맡아주셨으면 하는데. 어떠신지.”

 지훈이 신에게 눈을 마주쳤다. 지훈의 눈빛에는 날카로움이 드러났다. 눈빛과 표정을 보면 누구나 통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은 내심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생각보다 기회가 더 빨리 왔지만, 지금은 한 발은 물러설 때라고 생각했다. 신은 눈빛은 강하게 했지만, 겸손한 척 너스레를 떨었다.

 “불가합니다. 저는 그럴만한 인재가 못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로 팀을 만드는 게 효율적인지는 모르겠네요. 실험 체만 바뀔 뿐인데 말이죠.”

 “그런가요? 우리는 총괄팀을 꾸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하죠. 정식 지침이 곧 내려갈 겁니다. 이제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

 “알겠습니다. 저도 더 생각해보죠. 혹시 다른 볼 일은?”

 “없습니다. 아.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건 있는데.”

 “뭐죠?”

 “이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신은 지훈의 의도는 알아차렸지만, 지훈의 앞에서는 잘난 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남자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과학자인 척 해야 했다. 지훈은 민망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 제가 앞뒤를 자르고 말했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사님을 높게 평가합니다. 우리에게 먼저 연락이 왔을 때는 좀 놀랐죠. 제가 묻고 싶은 건 인간으로서 이 연구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거죠. 사람으로 실험한다는 것 말이죠.”

 “아. 그런 질문이었군요.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까?”

 “가능한 한.”

 “재밌죠. 전쟁보다 낫지 않습니까? 어쨌든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요.”

 “그렇군요. 좋습니다. 오늘은 퇴근하셔도 좋습니다. 아. 내일부터 휴가 시죠?”

 “휴가라기보단 본업도 신경 써야죠. 아무래도 월급쟁이라서.”

 “하하. 미안하군요. 우리도 예산이 빡빡한지라.”

 “아아. 그런 뜻은 아닙니다. 돈이 필요했으면 과학을 안 했겠죠. 그럼 가보겠습니다.”

 “네. 잘 쉬다 오십시오.”

 이신은 뒤돌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표지훈은 그가 사라질 때까지 그에게 미소를 보내주었다. 이신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지훈은 기계적인 미소를 거뒀다. 그는 뒤로 열 걸음 정도를 걸어가 자신의 책상에 이신에게 받은 차트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책상에 걸터앉아 방을 둘러보았다. 방 안은 막 페인트를 바른 것 같이 사 하얬다. 30평 정도 되는 공간에는 중앙에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책상 뒤편 벽만 유리로 되어있었다. 유리를 통해 밖을 보면 이곳으로 오는 유일한 길이 우거진 숲 중앙을 가르고 있었다. 지훈은 이곳에 오자마자 느낀 것은 이 건물이 호텔이었으면 이 층은 돈을 꽤 받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풍경이 좋았다. 지훈은 가슴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책상에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유리로 된 벽을 까만색 커튼이 덮였고, 조명이 어두워졌다. 지훈은 한 모금을 깊게 담배를 빨고 내쉬었다.

 “듣고 있었습니까?”

 지훈은 허공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좌측 하얀색 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부터 알았나?”

 그 말에 지훈은 헛웃음을 지으며 소리가 나는 벽 앞에 섰다. 그러자 그 벽에 갑자기 사람이 보였다. 어느새 벽은 스크린이 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알았죠. 노이즈가 들리더군요.”

 “냄새만 잘 맡는 줄 알았더니 귀도 좋았었나?”

 “하는 일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잘됐네요. 보고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어떤 것 같습니까?”

 “정 박사는 아직도 고지식하더구먼.”

 “사람은 변하지 않죠. 올곧은 사람이니까요.”

 “좋게 표현해서 올곧은 것이지. 정 박사는 고지식한 거야. 이 박사 보게.”

 “이 박사가 마음에 드십니까?”

 “표 차장은 안 그런가?”

 “머리도 좋고, 일 처리도 빠르고, 윤리와 도덕 같은 것들에 휘둘리지도 않죠.”

 “맞아. 표 차장이랑 비슷하지 않나? 난 저런 친구들을 참 좋아하지.”

 “의원님은 그냥 말 잘 듣는 개가 좋으신 거겠죠.”

 “이 사람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나쁜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그대로 진행하게. 하지만 난 총괄할 팀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네. 그건 자네가 정하도록 하고.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해 지고 있어. 인구는 곧 국력이니까 말일세.”

 “알겠습니다. 서두르도록 하죠.”

 “좋아. 어차피 정기 보고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더 이상 재촉하지는 않겠네. 수고하게.”

 스크린 안의 남자는 손을 뻗어 화면을 껐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얘기가 잘 되었나 봅니다?”

 의원의 책상 건너편의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가 말했다. 그는 티스푼으로 찻잔을 계속해서 젓고 있었다.

 “뭐. 똑같지. 계획엔 아무런 차질이 없으니까.”

 “정말 그 인공 자궁이라는 게 있다는 말이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완성됐어. 상용화가 문제지.”

 “그게 될까요?”

 “되게 만들어야지. 아니. 될 거야. 사람들은 첨단 기술을 좋아하지. 처음에는 불임 목적을 위해 만들었다는 쇼를 하다가. 이게 얼마나 안전한지 보여 주는 거지. 모두가 자발적으로 찾게 말이야.”

 “아니, 뭐 그런 메리트가 있습니까? 임신이야 힘든 것이긴 한데 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있지. 암. 사람이, 아니 부모가 자식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걱정되는 게 뭐겠나? 전쟁? 돈? 아니야. 건강 아니겠나?”

 “그거야 당연한 거겠죠. 산모가 안전하다는 건 알겠는데.”

 “인공 자궁의 최대 메리트는 말이지.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는 거야. 아아. 영화처럼 슈퍼맨을 만드는 게 아니고 DNA를 약간 만져서 미리 병을 없애는 거지.”

 “그건 대단한데요? 누구나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어 할 테니까요. 그리고 여자들도 고통받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는 이제 찻잔을 젓는 것을 멈추고 차를 입으로 가져다 댔다. 하지만 아직 너무 뜨거운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그게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 법안을 통과시키는 거지. 이제 출산은 인공 자궁으로만 가능하다. 멋지지 않은가?”

 의원은 기쁜 듯이 웃었다. 그러자 차를 마시던 남자도 웃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근데 말이죠. 그게 의원님한테 좋은 건 뭐죠?”

 “좋은 질문이야. 뭐겠나? 모든 사람이 인공 자궁 안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인공 자궁은 정부가 관리한다. 그리고 약간의 DNA를 조작할 수 있다.”

 의원에 말에 남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깨달았는지 눈이 커졌다.

 “모든 사람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겠군요.”

 “단순히 말하지. 인류의 양식화. 그게 내 목표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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