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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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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여자의 사과 - 3
작성일 : 16-09-26     조회 : 559     추천 : 0     분량 : 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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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거의 다 정리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쯤 해마천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한, 솔직히 저는 천사를 하기 싫어요. 지쳤어요. 사람들은 선을 싫어하고 악을 좋아해요. 그들의 악은 날로 커져가고 있고, 선을 행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요. 동성연애자들이 늘고 있고 성범죄와 절도, 학교폭력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해야 천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일할 수 있죠?”

 

  해마천사는 무너진 마음이 시킨 말을 하느라 힘들어했다. 겉으론 일본에서 수행한 임무를 자랑하던 그였지만 속은 악과의 싸움에서 지친 것이었다.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선을 가르쳐 주었는데 악을 배운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냥, 자신의 삶이나 올바르게 살다가 죽는 것이 더 좋았을 거라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호천사는 해마천사를 위로하며 자기에게도 똑같은 마음이 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우성천사는 두호천사를 위로하다 자기도 몇 번이나 천사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영천사는 가족들도 변화시키지 못했으면서 사람들을 변화시키겠다고 집 밖에서 생활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고 종종 자신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했단다. 도석천사는 왜 악이 번성하고 선이 쇠퇴하는지 조한에게 물어봤다. 동준천사는 나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던 괴로움을 모두 다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속을 털어놨다. 조한은 두 손을 모아 입을 가렸다. 정지된 모습으로 한참을 있던 조한은 호탕한 웃음을 시작으로 복잡한 질문에 간단명료한 대답을 시작했다.

 

 "하하하! 좋습니다. 모든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을 내려놓아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려놓은 마음을 다시 가져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내려놓은 것은 천사의 임무가 옳은 것일까라는 의문과, 악에게 질 것이라는 불안한 의심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턴 의문과 의심을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여러분이 천사로서 배운 것을 열심히 하면 됩니다. 사람들을 옳은 데로 인도하는 일을 여러분의 생명이 허락되는 날까지 하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천국에 가시면 됩니다. 그게 답니다. 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더 큰 일을 하려는 욕심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의심은 의심하는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악은 분명히 망합니다. 악은 분명히 힘을 잃을 것입니다. 선이 이깁니다. 우리가 승리한다고요. 그러니까 악을 만날 때마다 자신감을 가지고 물리치세요. 악은 우리를 겁줄 순 있지만 우리를 무너뜨릴 순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승리했고, 그 승리 속에서 살아가는 천사들이니까요."

 

  나는 조한의 말이 가슴에 팍팍 와 닿았다. 내가 악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고 해서 악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면 의심과 고민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일에만 매진 할 것이다. 그리고 꼭 하나를 찾을 것이다. 내가 악을 이긴다는 것은 하나를 찾는 일로 완성될 것이다. 하나를 찾기까지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은 승리의 조건이 될 것이고, 하나를 잡고 있는 악과 대적해 당당히 승리를 거두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는 예언이다.

 

  조한이 해마천사에게 한국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나와 같이 천사의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나는 며칠 동안 그와 함께 다니며 일을 했다. 나는 해마천사가 천사의 일을 정말 잘한다는 것을 느꼈다. 거친 사람들을 많이 다뤄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 바른 길을 가르쳐줬고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위로했다. 나는 그가 일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 그래서 천사도 유학이 필요한 건 아닌지 우성천사에게 건의했다. 우성천사는 해외에 있는 천사들의 업무를 배우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들이 있는 나라는 정말 위험한 나라여서 입국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우성천사가 말해주는 나라 이름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해마천사의 식성은 일본사람 같았다. 하루라도 생선회를 먹지 않으면 편하게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9,900원에 광어 한 마리를 주는 횟집을 자주 갔다. 해마천사는 회를 먹으며 일본에선 회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했고 우리는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젓가락을 많이 움직일 수 없었다. 오늘 저녁엔 직접 회를 떠준다며 생선을 사온 해마천사가 그것을 손질하며 먹은 것이 우리들에게 내놓은 것보다 많아 민망해했다. 우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못하고 잘 썰어진 회를 한 조각씩 먹었다.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동준천사는 통화 내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우성천사가 볼일을 보고 있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 나와 해마천사는 냄새 때문에 정원으로 나가야했고 우성천사는 동준천사가 말해주는 것을 들으며 동준천사보다 더 많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야기가 끝난 두 사람은 유니폼을 입고 밖으로 나왔고 우리들이 옷 갈아입을 시간동안 기다리겠다고 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질문으로 낭비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집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천사들과 같이 하나의 집 앞에 도착한 나는, 하나와 관련된 일 때문에 둘의 얼굴이 일그러졌던 것이라 생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질문했다.

 

 "하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아니, 최봉 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

 "무슨 일이…."

 "얼굴이 없어졌대."

 

  나는 최봉의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아리라는 여자를 생각했다. 도대체 그 여자가 그에게 무슨 일을 했기에 수술 후 처음 듣는 그의 소식이 얼굴이 없어졌다는 것일까? 나는 화가 나서 팔을 크게 휘저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그의 집의 인터폰을 눌렀다. 하지만 대답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계속해봤지만 인터폰으로 연결되는 전기선이 잘린 것처럼 아무런 신호도 오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의 키가 닿는 문의 여러 부분을 두드렸다. 잠시 후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네 명의 가장이 우리에게 와서 4:4싸움을 시도했지만 우리는 조용히 할 것을 맹세하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동준천사는 어디서 철사를 구해와 문을 열려했는데 번호로 여는 문엔 철사를 넣을 곳이 없었다. 민망한 동준천사는 철사를 가지고 다른 것을 하려고 했다고 한 뒤, 그것을 버리러 계단을 내려갔다. 우성천사는 비밀번호를 알아맞히기 위해 여러 번호를 마구잡이로 눌렀고 나는 순간, 한 번호가 생각났다. 1004. 악마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번호를 누르니 문이 열렸다.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훑었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집 말고 다른 곳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다시 한 번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는 소파 밑의 낮은 공간이나 비어있는 화분 속을 보다가 어항 속에서 얼굴이 없는 물고기를 찾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나는 순식간에 너무 빠르게 근육을 움직여 힘이 들었다. 그래서 소파에 앉아 근육별 스트레칭을 하려는 순간, 목이 돌아간 사람을 봤다. 그의 몸은 보이는 쪽이 앞이 분명했지만 그의 얼굴은 보이는 쪽이 뒤가 분명했다. 목의 회전이 아무리 많이 되는 사람도 코를 기준으로 목을 180도 회전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기에 나는 놀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천사들도 찾는 것을 멈추고 그 사람을 보기위해 주위로 몰려들었다. 우리는 일렬로 서서 그가 고개를 돌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한 참이 지나도 그대로인 그의 얼굴을 보기위해 우리는 크게 원을 돌아 그의 뒤로 갔다. 그의 몸은 보이는 쪽이 뒤였고 그의 얼굴도 보이는 쪽이 뒤였다. 그렇다면 그의 얼굴은 어디로 간 걸까?

 

 "최봉 씨, 말해 봐요. 어떻게 된 거예요."

 "누구세요?”

 

  그는 귀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작은 구멍 하나가 옆머리 끝에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 소리를 들은 것이다. 하지만 눈이 없었으므로 우리가 누군지 몰랐다.

 

 "저는 우성천사입니다."

 "천사? 당신들 왜 그때 나를 말리지 않았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시죠.”

 "그 때 당신들이 수술 받는 것을 말려만 주었어도, 내가 얼굴 없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화내지 말고 차근차근 말해보세요."

 

  나는 그의 입과 입술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아마, 귀가 있던 부위의 작은 구멍으로 성대의 울림이 전달됐을 것이다. 어쨌든, 그가 들려준 수술 후 상황은 비참했다.

 

  그는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난 다음 눈을 뜨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처음엔 그것이 의식이 돌아오는 과도기적 상태라고 생각했지만 한 참이 지나서도 눈은 떠지지 않았다. 그동안 봤던 빛의 세계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강한 어둠이 지속됐다고 말하는 그는 할 수 있는 최대의 몸동작으로 공포를 표현했다.

 

  나는 그의 행동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볼 수 있는 사람이 볼 수 없게 된 사람의 고통을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초조해졌고 암순응이 너무 오랫동안 되지 않는 것에 불안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눈을 만져보기 위해 손가락을 눈으로 가져간 그는 초조함이 공포로, 불안이 분노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불안과 분노를 내보내기 위해 의사를 때리기 원했고 곧 팔과 다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팔과 다리는 벽과 기둥을 때릴 뿐이었다.

 

  실제로 그의 팔과 다리 여기저기엔 피멍이 들어있었다. 그는 빛이 없어진 세상을 위해 흉터를 없앤 것이라면 수술한 것이 손해라고 말했다. 흉터가 있어도 빛이 있는 세상이 더 좋다. 여자가 없어도 빛이 있는 세상이 더 좋다. 그의 귀는 반복해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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