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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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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빛 - 1
작성일 : 16-09-28     조회 : 609     추천 : 0     분량 : 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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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빛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더 거세져서 주변의 모든 배경이 빗물로 채워진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 빗줄기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굵은 빗방울들이 내 눈과 온 몸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병원의 출입문을 찾느라 한참동안 헤맸다. 결국 나는 같은 곳을 몇 바퀴 돈 다음 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병원 로비에 있는 시계는 2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모든 작전이 끝났을 수도 있었지만 병원 안은 조용했다. 혹시, 작전이 실패해서 천사들이 다 죽은 것은 아닐까? 나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성형외과 진료실 앞으로가 조한과 학선천사, 최봉을 찾았다. 그들은 거기 있었다. 진료대기석에 앉아 서로의 눈빛을 맞추며 말을 나누는 모습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나는 자판기로 가려진 좁은 벽에 몸을 넣고 눈만 살짝 뺀 다음,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한 참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1층 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1층에선 우성천사와 동준천사가 병원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동준천사는 나와 눈이 마주쳤고 어디 갔다 왔냐는 입모양을 만들었다.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후, 서로의 기분을 좋게 하는 몸짓을 했다. 조한은 최봉의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한 후, 진료실로 들어갔다.

 

  나는 곧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하며 신발 끈을 꽉 묶었다.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학선천사는 안쪽에서 나는 소리를 잘 듣기 위해 귀를 문에 붙였다. 나는 동준천사에게 고갯짓으로 작전의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내 고갯짓을 본 동준천사는 손가락을 굽히며 소리를 냈고 우성천사는 긴 의자를 한 손으로 들고 와 출입문을 막았다. 잠시 후, 진료실에서 큰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조한이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는 꼭 간질발작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조한이 걱정돼서 진료실 앞으로 달려가 몸을 낮춘 후, 그의 비틀리는 몸과 팔을 봤다. 학선천사는 멀리 있는 사람들도 다 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고 곧 주변에 있던 의사들이 뛰어와 조한의 눈을 벌리고 의료용 손전등으로 동공을 비췄다. 조한은 그 빛을 보자 더욱더 크게 팔과 다리를 비틀었고 입속에서 하얀색 거품을 내뿜었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조한의 다리를 주물러주기 위해 그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잠시 후, 조한이 내게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는 발작이 난 다리가 할 수 없는 정확한 떨림이었다. 나는 내 손 끝에 그 느낌이 오자 조한과 눈을 맞췄고 그는 나에게 윙크를 했다. 나는 그 윙크를 보고 발작이 작전의 시작인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의사들은 조한의 주변에서 팔짱을 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힘이 좋은 직원들은 그의 다리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조한은 자신의 몸을 바닥에 더 많이 비비면서 진료실과 최대한 멀리 이동했다. 의사들은 그의 이동을 따라갔고 진료실 앞은 대기하는 사람들만 남게 됐다. 그 때 방에서 뒤늦게 나온 최봉이 그곳에 있던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 깊게 눌러 쓰고 있던 모자를 벗은 후 말을 꺼냈다.

 

 "여러분, 제 얼굴은 여기서 수술한 얼굴입니다."

 

  최봉의 말은 작은 귓구멍에서 나오는 것이라 우성천사가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은 후 사람들에게 정확한 발음으로 다시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저의 얼굴은 수술을 받으러 온 얼굴이 아니라 수술을 다 마친 얼굴이라는 겁니다. 여러분, 저는 이 병원 때문에 얼굴이 없어졌습니다. 여기 있는 의사들은 악마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없애기 위해 병원을 차려놓고 수술하도록 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서 돌아가세요!"

 

  최봉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자에 빼곡히 앉아있던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1층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조한을 구경하던 의사들은 병원을 나가는 환자들을 쫓아갔다. 동준천사와 우성천사는 그들 앞에 온 환자들을 창문으로 내보냈다. 밖에서 못 들어온 사람들 중 몇 명이 그 창문을 통해 병원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창문에서 손을 뗐다. 의사들은 정문 앞에 있는 긴 의자를 치워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하려 했지만 의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많은 힘을 쓰는 것이 힘들었던 의사들 중 한명이 의자를 불에 태우자고 제안했고 비이성적인 악마들은 한 명의 반대도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잠시 후, 휘발유를 찾은 악마들은 의자에 그것을 붓기 시작했다. 우성천사는 자기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벗어 의자에 묻은 휘발유를 닦아냈지만 악마들은 점점 더 많은 양의 휘발유를 가지고와 건조한 의자가 번들거리도록 뿌렸다. 학선천사는 아직도 악마들의 거짓말을 믿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했고 조한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지도 않은 채 3층으로 올라갔다. 나도 조한을 따라 3층으로 갔고 그곳에서 두호천사와 도석천사, 하영천사를 만났다. 두호천사는 바쁜 와중에도 내게 어디 갔었냐고 물었고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조한은 내 대답을 듣더니 거기서 살아 나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조한은 다섯 개의 수술실 중에서 첫 번째 수술실로 들어가 의사를 쫓아낸 다음 그가 떼어낸 코와 귀를 생리식염수로 깨끗이 씻어냈다. 그런 다음 조한은 수술도구를 마치 조리기구 다루듯 익숙하게 다루며 깨끗해진 코와 귀를 원래의 자리에 잘 꿰맸다. 나는 조한의 뒤에서 그가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 조한은 마무리된 환자의 코와 귀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기도 한 다음 첫 번째 수술실을 나왔다.

 

  조한은 이마에 난 땀을 손등으로 닦은 후 두 번째와 세 번째 수술실은 자신과 하영천사가 맡을 테니 네 번째 수술실은 두호천사와 도석천사가 맡고, 다섯 번째 수술실은 나보고 맡으라고 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는 대로 6층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나는 수술 도구가 쌓여있는 곳에서 크기에 맞는 수술용 장갑을 찾아 끼고 다섯 번째 수술실 문을 열었다. 그곳엔 얼굴이 파헤쳐진 환자와 의사, 간호사가 있었다. 의사의 손에 있던 수술도구들은 무시무시했다. 단단한 뼈를 순식간에 자를 수 있을 만한 것들이 가득했고, 큰 동물을 수술해도 문제없을 만한 도구들도 많았다.

 

  나는 의사의 장갑을 벗겨 쓰레기통에 버리고 손짓으로 그를 내보냈다. 의사는 수술을 다 마치지 않았어도 아쉬울 것이 없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 내게 등을 보였다. 나는 비닐봉지에 담긴 환자의 코와 귀, 입술을 꺼내 생리식염수로 헹군 다음, 촉촉하게 적신 멸균거즈위에 올려놓았다. 평소에 비위가 약했던 나였지만 잘려진 코와 귀, 입술을 보고도 토하지 않았고 그것을 어떻게 붙여야할지 고민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첫 번째 방에서 조한이 수술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조한은 자신이 하는 것을 우리들이 보도록 한 다음, 각 방으로 보내 똑같이 하게 한 것이다.

 

  나는 너덜너덜한 피부를 가위로 잘라 정리한 다음 거즈위에 있는 코를 얹고 봉합을 시작했다. 나는 익숙한 다른 행동을 할 때와 큰 차이 없이 실을 피부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집어넣고 코와 얼굴을 연결했다. 귀를 붙이는 것은 약간 어려웠다. 환자의 위치가 바로 누운 자세였기 때문에 코를 꿰매는 것은 쉬웠지만 귀를 꿰매기 위해선 허리를 숙이고 몸을 비틀어야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환자의 긴 머리카락을 조금 자른 후 귀가 있던 부위에 귀를 올려놓고 봉합을 시작했다. 나는 창조주가 귀를 단단한 뼈가 아닌 부드러운 연골로 만들어주신 것에 감사했다. 만약 귀가 뼈였다면 환자는 귀 없이 살아야 했을 것이다.

 

  입술은 귀보다 더 어려웠다. 안쪽의 잇몸은 부드럽고 바깥쪽의 피부는 거칠어서 두 조직을 지나는 바늘의 속도와 바깥쪽으로 실을 당길 때의 각도를 잘 조절해야 했다. 그리고 입술이 타원형이기 때문에 좌측과 우측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첫 번째 바늘을 잘 꿰매서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적당한 위치에 놓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그의 손을 붙잡은 다음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흉한 상처도 없고 코가 삐뚤어지지도 않았는데 왜 성형수술을 하려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무릎을 꿇고 그의 영혼을 수술하기 위해 기도했다.

 

  내가 수술하려고 하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질투심, 승리를 얻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나약한 마음과 목적을 빗나가게 하는 조바심,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탐욕이었다. 내 기도는 그런 부분들이 없어질 것을 선포했고, 내가 그의 인생을 보며 품은 비전이 이루어 질 것을 믿는다는 고백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수술이 끝난 환자가 예전 그대로인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큰 동요와 불만 없이 그에게 맡겨진 삶을 잘 살아나갈 것을 확신하며 수술실을 나왔다.

 

 나는 6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5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6층으로 연결된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5층엔 두호천사와 도석천사가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탈출시키고 있었는데 곳곳에 숨어있던 직원들이 탈출하는 환자들을 잡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주사를 놨다. 내 앞에 누워 있는 한 명의 환자도 그 주사를 맞은 듯,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주사는 몸 속 깊은 곳의 근육까지 마비시켜서 호흡할 때 꼭 움직여야 하는 근육을 못 쓰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쓰러져있는 환자의 입에 내 입을 맞추고 숨을 불어넣었다.

 

  환자는 내 숨이 들어가자 기침을 몇 번 하고 호흡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불어넣고 그의 심장을 몇 차례 눌렀다. 환자는 곧, 좀 전 보다 더 많은 숨을 쉴 수 있었다. 내 호흡 때문에 생명을 잃지 않은 한 영혼을 보며 나는 나의 앞으로의 삶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 남은 삶은 나의 생명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값지고 귀한 삶이 될 것이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숫자 6을 눌렀다. 분명히 내가 탈 때는 아무도 없던 엘리베이터였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조르는 힘은 순식간에 기도를 막았고 나는 내 몸에 있는 모든 구멍을 통해 산소를 빨아들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점점 눈앞이 어두워졌고 어깨와 골반에 힘이 빠져 몸이 내려갔다.

 

  내 몸의 모든 감각이 최소한의 자극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내 목이 풀렸다. 나는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조한이 나를 일으켜 세운 후 엘리베이터에서 빼내 화분 옆에 등을 기대게 했다. 나는 닫히는 문 안쪽에 있는 내 목을 졸랐던 물체를 봤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검은색 동물 같았고 키와 몸이 나보다 작았다. 조한은 내 폐에 손을 얹고 호흡을 도와주었다. 그래서 나는 곧 정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었다.

 

  적당한 간격으로 숨을 들이마시던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철창 안은 조용했고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물건들이 부딪히는 소리도 없었다. 조한은 나를 그대로 둔 채 몸을 숙여 철창 앞으로 갔다. 잠시 후, 해마천사가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고 조한은 그 문을 통과한 후 나를 불렀다. 나는 조한과 똑같은 높이로 철창을 통과한 다음 해마천사가 조한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말 속엔, 여기에 있는 남자 간호사들은 체격이 좋고 민첩하며 힘이 세다는 말과 환자들을 감금한 방에 들어가기 위해선 특수한 카드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조한은 갑자기 나를 낚아채 구석으로 몰아갔다. 우리 앞을 지나가는 간호사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 간호사는 해마천사의 말대로 키가 엄청 컸고 근육이 잘 발달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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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4. 대천사 - 2 9/9 60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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