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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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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빛 -2
작성일 : 16-09-29     조회 : 590     추천 : 0     분량 : 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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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한 참 동안 숨어 있다가 우성천사와 두호천사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읽었다. 우성천사는 진료를 대기하던 환자들과 수술 받던 환자들, 정신과 병동을 뺀 나머지 병동에 입원해 있던 모든 환자들이 병원을 빠져 나갔다고 했다. 두호천사는 작전을 수행하던 도석천사의 손가락이 부러졌다는 것과 악마들이 피부를 벗고 그들의 실체를 보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악마 중 한명이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 있다는 정보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두 명 모두 자신들의 임무가 완전히 마무리 되면 6층으로 올라오겠다고 했다. 조한은 모든 천사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을 하고 눈을 감았다. 그의 모습은 평안해 보였다. 불안한 마음이 눈꺼풀을 움직이게 하지 않았고 배위에 있는 손이 가지런했으며 닫혀있는 입술은 삐뚤어지지 않았다. 해마천사는 불편한 자세를 고쳐 앉으며 조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조한은 아빠 같았어. 일본에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고,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넣은 김치를 만들어 수시로 보내줬었어. 또 내게 어울릴 것 같다며 소포로 보내준 흰색 티셔츠가 옷장에 가득할 정도로 많아. 힘들어서 천사를 그만두겠다고 할 때마다 일본으로 찾아와 기도해 주었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어깨를 두드려 줬어. 그런데 이제… 조한을 볼 수 없다니…."

  해마천사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기 시작했고 그 눈물은 일그러진 얼굴이 만든 길을 따라 바닥에 떨어진 다음 발끝으로 흘러와 내 눈물과 만났다. 나는 해마천사보다 더 많이 울었다. 조한이 내게 준 사랑과 용서가 생각나 슬픔이 복받쳤고 아직 살아있지만 곧 볼 수 없게 될 조한에 대한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조한의 죽음을 막고 싶었다. 조한이 어떤 방식과 어떤 이유 때문에 죽게 되든지, 그 죽음을 대신 할 수 있는 사람과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천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막혀있는 문 앞에서 멈춘 후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동준, 우성, 도석, 두호, 하영, 학선천사가 내렸고 힘 잃은 악마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조한은 눈을 뜨고 천사들을 바라봤다. 천사들은 해마천사와 내가 흘렸던 눈물과 같은 종류의 눈물을 흘렸고 조한은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똑같은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조한에게 가까이 가서 서로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우리는 옆 사람의 슬픔을 나누며 천사의 말을 했다. 크게 하는 천사도 있었고 작게 하는 천사도 있었고 속으로만 말하는 천사도 있었다.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천사의 말을 했다. 우리들의 소리는 서서히 커져서 주변의 소리를 막았고 곧 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처럼 한 가지 박자와 한 가지 멜로디, 한 가지 가사가 됐다. 우리는 충만한 기쁨으로 노래를 불렀지만 끝까지 부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악마들이 우리의 노랫소리를 듣고 반대의 박자와 반대의 멜로디와 반대의 가사로 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 노랫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아팠고 눈이 가운데로 모여 힘들었다. 악마들의 노랫소리는 점점 크게 들리다가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우리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고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조명이 갑자기 꺼졌고 창밖의 흐린 날씨 때문에 사방이 어두워졌다. 그때 악마들이 괴성을 지르며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어둠속에서 보이는 그들의 눈은 빨간색이었고 눈을 뺀 모든 부위는 검은색이어서 형체를 분간할 수 없었다. 그들은 숨어있는 우리 주변을 맴돌았지만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조한은 작은 목소리로 작전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동준천사와 우성천사, 하영천사가 간호스테이션으로 가서 문을 열 수 있는 카드키를 가지고 올 수 있도록 도석천사와 두호천사, 학선천사가 그들의 반대편으로 악마들을 유인하고 나와 해마천사는 그들이 전해줄 카드키로 병실 문을 열어 환자들을 빼내는 작전이었다. 조한의 지시가 끝나자마자 반대편으로 출발한 세 명의 천사가 큰 소리로 노래를 하자 빨간 눈들이 천사들의 이동을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다른 세 명의 천사들은 앉은 채로 뛰어가 간호스테이션에 이르렀고 해마천사는 그들이 돌아올 때 조금만 와도 되도록 앞으로 몇 걸음 옮겼다. 악마들을 유인하던 천사들이 이동한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비명 중엔 천사의 목소리도 있어서 내 맘엔 불안과 걱정이 생겼다. 카드키를 찾던 천사들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듯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그들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조한은 본 것을 말하라고 했고 그들은 간호스테이션에 숨어있던 수많은 악마들이 자신들의 옷을 벗기고 혈관에 주사를 놨다고 했다. 실제로 그들은 옷이 거의 벗겨진 채 몸의 중간만 가리고 있었다. 조한은 그들의 몸에 독이 퍼질 수 있으니 해마천사가 그들을 데리고 5층으로 내려가 해독제를 놓아주라고 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천사들이 타자마자 닫히는 문 안으로 악마 몇 명이 숨어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악마들을 유인하던 세 명의 천사가 돌아왔다. 그들은 몸의 여러 부분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그 중 두호천사가 가장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조한은 자신의 옷을 벗어 두호천사의 피가 솟구치는 곳을 감싼 다음, 내 손을 가져가 누르게 했다. 나는 체중을 실어 꽉 누른 후 조한을 쳐다봤다. 조한은 간호스테이션으로 혼자 뛰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를 따라가기 위해 하영천사의 손을 내 손이 있던 자리에 올려놨다. 조한의 뒤를 바짝 쫓아가 간호스테이션에 다다른 나는 천사들의 옷을 벗기고 주사를 놨던 악마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의 반 정도는 피부를 벗은 상태로 있었고 반 정도는 사람처럼 있었다. 그들이 서있는 곳 너머에 판사와 박사가 보였다. 박사는 그가 원래 두르고 있던 피부 속에 계속 있었고 판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피부를 뚫고 흉한 실체를 드러냈다. 며칠 전 꿈속에서 봤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판사는 탁자위에 올라가 나를 조롱하는 제스처를 취했고 앞에 있는 악마들도 그것을 따라했다. 조한은 나를 자신의 뒤로 오게 한 다음 눈을 돌려 카드키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나도 악마들에게서 시선을 뗀 다음 조한의 시선과 같은 곳을 바라봤다. 하지만 책상과 책장, 의료소모품이 놓여 있는 서랍장 모두에서 카드키는 보이지 않았다.

  악마들은 손에 주사기를 든 채 서서히 우리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고 조한은 더 가까이에서 카드키를 찾기 위해 그들 속으로 걸어갔다. 나는 조한보다 조금 뒤에 서있었는데 곧 악마들에게 붙잡혀 그들이 휘두르는 주먹에 얼굴을 맞고 넘어졌다. 순식간에 내 몸을 붙잡고 옷을 벗긴 악마들이 내 혈관 중 가장 큰 혈관에 주사를 놓으려 했다. 나는 최대한 몸을 비틀고 팔과 다리를 움직여 바늘이 피부를 뚫지 못하도록 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조한을 보니 악마들의 손에 곧 붙잡힐 것 같았다. 하지만 조한은 빠른 몸놀림으로 악마들을 피해 여기저기를 뒤졌다. 그런데 그때 악마들과 같이 서있던 한 여자가 조한에게 뭔가를 전달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여자는 주변의 악마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몸을 옮겨 나를 지나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한은 카드키를 주머니에 넣고 내게 와 악마들을 쫓아 주었다. 나는 자유로워진 몸을 일으켜 조한을 따라 뛰었다. 두호천사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고 우리는 그를 그대로 둔 채 각 병실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병실의 문이 열리자 감금됐던 환자들이 뛰어나왔고 앉아있던 두호천사가 그들에게 손전등으로 빛을 비춰주었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곧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엔 해마천사가 있었다. 해마천사는 인원이 다 찼다는 멘트가 나올 때까지 사람들을 태워 아래로 내려갔고 우리는 다음 병실로 이동했다.

 

  드디어 마지막 병실로 들어간 우리는 그 방에 가득한 빨간 눈들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은 순식간에 닫혀 버렸다. 악마들은 그 방에 빼곡하게 있었고 금방이라도 우리에게 달려들 기세로 으르렁거렸다. 맨 뒤에 앉아있던 판사는 악마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와 조한의 앞에 섰다.

 "도대체 너는 왜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니!”

 "가만히 있을 놈들이 아니니까."

 "너 참 아깝다. 내 밑에 있었다면 돈도 많이 벌고, 여자들도 많이 만나고 잘 살았을 텐데."

 "몇 년 동안은 잘 살았겠지. 하지만 영원히 잘 살수는 없어."

 "영원?”

 "아, 참. 너는 영원을 모르지."

 "영원이 뭔데?”

 "내가 갈 곳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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