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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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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빛 - 3
작성일 : 16-09-29     조회 : 508     추천 : 0     분량 : 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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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는 조한의 얼굴을 세게 때렸고 조한이 휘청거리며 몸을 구부리자 허리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그리고 부하가 건네준 채찍으로 조한의 등을 무자비하게 내리치며 침을 뱉었다. 주변에 있던 악마들은 판사의 행동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판사에게 더 굵은 채찍과 뾰족한 갈고리를 가져다주는 악마들도 있었다. 판사는 조금이라도 더 강한 흉기를 골라 조한을 계속 때렸다. 나는 그 흉기와 조한의 사이로 들어가려 했지만 나를 잡고 있는 악마들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판사의 채찍질은 점점 더 강해졌고 주변 악마의 욕설과 비웃음은 더 커졌다. 하지만 조한은 잠잠했다.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의 폭력과 모욕을 다 받았고 틀린 말에 대꾸를 하거나 흩어진 천사들을 부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의 피부는 거의 다 벗겨져서 신경과 혈관이 보였고 뾰족한 갈고리가 들어갔던 몸에선 피가 흘렀다.

 

  조한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는 나의 의식은 무의식을 원하고 있었다.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고 조한이 고통당하는 모습을 힘없이 지켜봐야 하는 내가 미치도록 싫어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차라리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의식으로 도망가고 싶은 것이다. 나는 조한의 죽음이 끝난 후 다시 돌아와 그의 시신을 장사하는 것만 하고 싶었다. 내가 왜 조한이 죽는 현장에서 그것을 다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눈도 감아 봤지만 소리로 전해지는 모습이 더 무서워 다시 눈을 떴다.

 

  악마들은 조한을 일으켜 세우고 그의 등에 올라탔다. 판사는 조한에게 걸어서 옥상으로 가라고 했다. 조한은 등에 있는 악마의 무게 때문에 넘어졌지만 그들의 채찍이 거세지자 다시 일어섰다. 벽에 등을 기대고 우리를 기다리던 두호천사는 조한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손을 뚫고 나온 그의 오열은 6층을 가득 채웠다.

 

  옥상에 도착한 조한은 눈을 뜨지 못했고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판사는 때리기 좋게 조한을 세워 놓으라고 했고 악마들은 주변에 있던 나무를 가져다가 세로를 길게 가로를 짧게 한 다음 가로나무에 조한의 팔을 세로나무에 조한의 몸을 묶었다. 판사는 조한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기 밑으로 들어와 함께 일하자고 했다. 조한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판사는 옆으로 돌아가는 조한의 머리를 갈고리로 때렸고 뾰족한 갈고리가 조한의 머리뼈를 뚫고 들어가 빠지지 않았다.

 

  조한의 머리부터 시작된 피가 얼굴을 적시고 내려가 발끝에 머문 후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잠잠하던 조한이 갑자기 절규하며 천사의 말을 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얼굴을 떨어뜨렸고 그의 얼굴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내리쳤다. 어두웠던 하늘은 수 초간 밝아졌고 악마들은 그 빛을 피해 달아났다. 나는 떨어진 그의 머리가 다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서서히 걸음을 옮겨 조한의 앞에 섰고 그의 심장에 손을 얹었다. 손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나는 그의 코로 얼굴을 가져가 호흡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의 호흡은 없었다. 그의 말도 멈췄고, 그의 사랑도 멈췄고, 용서와 정의를 위한 손놀림과 기쁨을 전하는 발놀림도 멈췄다. 나는 철퍼덕 주저앉은 후 멍하니 조한을 바라봤다. 그의 다 감겨지지 않은 눈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보며 나의 영혼은 깊은 절망을 느꼈다. 소망을 하나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후의 일을 생각할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눈을 뜨는 것이 힘들어져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고, 상체를 세우는 근육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가슴을 땅에 대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나는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내 앞엔 조한인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있었고 그의 걸음은 나보다 빨랐다. 나는 엎드려진 상태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내가 가는 곳은 점점 어두워져서 먼저 가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됐다. 나는 소리를 질러 아무에게나 도움을 구하고 싶었다. 어둠이 너무 차갑고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소리는 어둠에 묻혀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내가 끌려온 곳의 어둠은 이전에 느꼈던 어둠하곤 완전히 달랐다. 어둠 속 공기가 무거워 일어설 수 없었고 공포의 근원이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영혼을 꼼짝할 수 없었다. 나는 무서웠다. 혹시, 이곳이 지옥이 아닌지 의심됐고 내가 이곳에 육체와 함께 온 것인지, 영혼만 온 것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눈이 어둠만을 느낄 수 있어서 어두워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곳은 어둠 밖에 없는지도 알 수 없었다. 손과 발이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선 차가움이, 발에선 거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릎으로 걸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생명이 있는 아무것도 만날 수 없었고, 열이 있는 물체를 만지지도 못했다. 나는 더해가는 공포와 어둠, 몸의 깊숙한 곳까지 다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공포와 외로움은 내 영혼을 작게 만들었고 사랑과 용서를 지키기 힘들게 했다. 나는 생명을 포기하는 것으로 공포를 없애려 했다. 내 꿈과 용기, 정의와 진리가 들어있는 육체와 영혼을 땅 속에 묻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아무것도 소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이 공포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볼 수 없는 내 몸을 움츠리고 손으로 목을 꽉 쥐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죽어가는 것을 바로 앞에서 보는 충격을 받아야 했다. 그 광경은 거울처럼 내게 보였다. 나는 나를 죽이고 있었다. 내가 죽는 것을 내가 봐야 하는 이상한 현상이 생긴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두 명의 내가 한 명을 죽이는 것일까?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나까지 죽이기 위해 다시 목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또 내가 죽는 것을 봐야 했다.

 

  죽어가는 나는 초라했고 벌레 같았다. 적군의 포위에 주눅 든 늙은 병사의 자결처럼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나는 죽어가는 두 명의 나를 두고 뒷걸음쳐서 더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팔을 뒤로 빼고 몸을 바닥에 기댔다. 잠시 후, 손가락 사이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것의 온도는 나보다 높았고 표면의 감촉이 부드러웠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우주의 실수가 어둠 속의 차가움을 잠시 따뜻하게 했다고 생각하며 두려움을 계속 느끼기로 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상한 기분에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느낌도 우주의 실수라고 생각할 찰나, 선명한 음성이 들려왔다.

 

 "일어나라, 빛이 되어라."

 

  뜬금없는 명령에 입을 벌리고 멍하게 있는 내게 다시 똑같은 음성이 들려왔고 나는 주변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주변엔 같은 색깔의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더 두려워져서 더 작게 몸을 움츠렸고 귀를 막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들린 그 음성은 귀를 막지 않았을 때와 똑같은 크기였다. 그러니까 그 음성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음성을 지우려했다. 쪼그라든 용기가 음성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고, 절망이 만든 관점이 음성을 부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은 잠시 조용했다. 나는 금세 익숙해진 어둠이 빛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하며 쉽게 죽을 수 있는 방법들을 다시 생각했다. 몇 개의 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목을 졸라 나를 다 없애는 것이 제일 낫다고 생각한 후 목에 손을 얹고 힘을 주었다.

 

 "일어나라, 빛이 되어라."

 "누구세요?”

 

  나는 궁금한 내 영혼이 한 질문에 누군가 대답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일어섰다. 혹시, 어둠을 넘으면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부터 공포가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더 이상 무거운 공기도 나를 압박하지 않았다. 공포와 두려움은 시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고 이제 그 시간이 다 지났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나는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위로 손을 뻗어 크게 소리쳤다. 소리가 메아리로 내게 다시 돌아오자 주변이 조금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긍정적 심리가 만든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둠은 정말로 없어져가고 있었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어 걸었다. 방향을 정하지 않았지만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어둠을 뚫고 계속 걷자, 주변은 내 걸음에 비례해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둠이 없어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차가웠던 피부가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도 좋았고 공포와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 내 안에 있었다는 사실도 웃음을 만들었다.

 

 "빛이 되어라."

 

  또 들려오는 음성은 간단해져서 '일어나라'가 빠져 있었다. 하긴, 나는 일어서서 걷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빛이 되라는 거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매이지 않고 걸음을 계속하며 웃거나 소리를 질렀다. 밝아지던 주변은 어느 정도의 밝기에서 멈춰 있었다. 나는 더 빠르게 걷고 더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어둠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편안히 생각했다. 명령에 주눅 들어 이상한 행동을 하기는 싫었다. 나는 선 채로 눈을 감고, 팔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다.

 

  하나가 생각났다. 하나가 보고 싶거나, 그립거나,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하나가 생각났다. 하나와 관계된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그녀가 나에 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하나에게 너무 고마웠다.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이해해주고, 내 옆에 있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장갑을 만들어 주고, 피곤한 날엔 어깨와 무릎을 빌려주고, 내 곁을 떠나주고, 자신이 하던 일을 나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사랑과 용서를 좋아할 수 있게 해주고, 진리와 정의를 정확히 가르쳐주고, 웃음과 기쁨이 내 곁을 떠나지 않도록 해주고, 천국에 갈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나는 밝아졌다. 하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속에 가득하니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내게서 시작된 빛이 사방을 비추기 시작했고 곧 그 빛은 주변의 어둠을 완전히 없앴다. 더 이상 내가 있는 어떤 곳도 어두워 질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어둠과 사망이 주는 공포를 이긴 것이다. 나는 이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온전한 기쁨 속에 영원을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걸어가는 길은 내가 비추는 빛으로 환해질 것이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나처럼 살고 싶다고 고백할 것이다.

 

  조한이 보였다. 조한은 나보다 더 밝은 빛 속에 있었지만 그 얼굴과 형체가 다 보였다. 그의 웃음은 나와 비슷했다. 나는 이제 그의 죽음을 기억하지 않고 빛 가운데 서있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흠 없는 영혼이 나를 격려한 다음 노래를 불러줬다. 나도 조한에게 노래를 불러줬다. 우리는 한 참 동안 가만히 서서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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