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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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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0일 - 1
작성일 : 16-09-07     조회 : 639     추천 : 0     분량 : 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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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40일

 

  조한을 뺀 나머지 천사들이 이른 아침을 먹고 세상으로 나간 후 조한은 나를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조한의 방은 내가 처음 이곳에 와서 하나를 찾을 땐 보지 못했던 곳이다. 책이 많았던 방과 아무 것도 없던 방 사이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방은 사람 3명이 누우면 다 찰 정도로 작다. 하지만 침대를 2층으로 올리고 그 밑에 책상을 놓아서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데 필요한 공간은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오늘 같이 나가시죠."

 "오늘이요.”

 "왜 싫으세요.”

 "아닙니다. 그런데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죠."

 "천사의 옷을 입으세요."

  나는 신이 나서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무릎에 피가 났지만 아프지 않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걸이에서 옷을 벗겨 입었다. 옷은 보기와는 다르게 멋이 있었다. 흰색 재킷의 색이 내 얼굴의 색과 잘 어울렸고, 소매 끝이 손목을 덮지 않아 괜찮았다. 바지는 다리보다 살짝 길었지만 신발을 신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조한도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흰 색 옷을 맞춰 입은 우리를 보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짐작하니 창피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조한이 대문을 열고 도로에 발을 내딛었을 때 가로등이 살짝 켜졌다가 꺼졌다. 나는 왜 그렇게 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날씨가 정말 좋군요."

 "더 좋은 날이 많은데… 이 정도로."

 "안정 씨와 함께 나오니까 꽃들이 더 활짝 피었습니다."

  주변엔 꽃이 없었다. 간지러운 말을 잘하는 조한이 내 기분을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늘부터 40일 동안 천사가 되는 관문을 통과할 것입니다."

 "네? 40일이요.”

 "40일은 정말 완벽한 기간이에요. 사람들이 착해지고, 꿈이 없던 사람이 꿈을 꾸고, 노래를 못 부르던 사람이 가수가 될 수 있는 기간이죠."

 

  나는 조한의 말을 전부 다 이해할 수 없었다. 모르는 것은 그냥 모르는 것으로 놔두고 그의 말을 믿거나 그대로 따라야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아를 포기한 창피한 결정은 아니었다. 조한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40일 동안 나에게 일어날 일은 조한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그는 내가 모든 훈련을 잘 통과하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훈련이 그동안 내가 받았던 여러 가지의 숙련과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처럼, 원어민들의 유창한 발음과 악센트를 배울 때처럼, 드라이브샷을 잘하기 위해 광배근 강화운동을 할 때처럼 40일 정도면 익숙해지는 하나의 기술을 배우는 것인 줄 알았다.

 "오늘은 첫째 날이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네."

 

  조한과 나는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 나는 먹고 싶은 햄버거대신 저렴한 햄버거를 주문했고 조한도 같은 것을 주문했다. 조한은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햄버거 값을 치렀다. 우리는 비어있는 플라스틱의자에 앉아 햄버거를 싸고 있는 종이비닐을 벗겼다. 조한의 입은 커서 단 세 번 만에 2층짜리 햄버거를 다 먹었다. 나는 1층씩 분리해 햄버거를 한 입 먹고 음료수를 한 모금 먹는 식으로 천천히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거지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앞에 섰다. 조한은 거지도, 나도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이 거지가 첫 번째 훈련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천사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먼저 거지에게 인사한 후, 내가 먹다가 남은 햄버거를 줬다. 거지는 그것을 한 입에 다 먹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첫 날 훈련을 쉽게 마쳤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바뀌게 됐다. 거지는 내 손을 붙잡고 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앉아서 구걸하는 자리에 나를 앉힌 후,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나에게 입혔다. 나는 거지가 빨개 벗었는지 알고 내 옷을 주려 했지만 거지는 몇 개의 옷을 겹쳐 입고 있었기에 하나의 옷이 없다고 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는 거지가 시키는 대로 양 손을 모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 앞에 내밀었다. 그 중에 몇 명은 내 손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는데 거지는 멈추지 말고 계속 하라고 했다. 조한은 아직도 그 패스트푸드점에 앉아서 콜라를 리필해 먹고 있었다. 시간이 한 참이나 지났지만 거지는 나를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내가 거지에게 그만하고 싶다고 말해도 거지는 내 무릎을 꺾어 다시 앉게 했다. 나는 화가 났다. 자신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한테 폭력을 쓰는 거지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지의 멱살을 잡은 후 주먹을 쥐었다.

 "야, 이 거지야! 내가 우습게 보이냐.”

 "응, 엄청 우습게 보여."

 

  조한이 밖으로 나와 손짓을 했다. 그 손짓은 내가 하려고 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나는 조한의 말을 듣고 멱살을 푼 후, 아직 가라앉지 않은 화를 죽이려 했다. 나는 다시 조한을 쳐다봤다. 조한은 입모양으로만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입모양이 만든 말은 '거지가 거지를 그만하도록 하세요.'였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거지를 그만하게 하라는 것은 이 거지가 거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아저씨, 여기서 얼마나 있었어요?”

 "그건 왜?”

 "빨리 말해 봐요!"

 "9년 있었다."

 "그럼 그동안 다른 일은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다른 일을 왜 해!"

  나는 이 거지 아저씨가 앞으로 남은 인생을 거지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마음은 내가 만든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게 부어준 마음 같았다. 원래 내 마음에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그런 생각으로 거지에게 다음 말을 했다.

 "아저씨, 꿈이 뭐예요?”

 "뭐? 꿈?”

 "그래요. 꿈 말이에요. 아저씨가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꿈, 그게 뭐냐고요."

 "미친놈, 빗길에 넘어진 제비같이 생겨가지고 허튼 수작하고 있네. 꺼져!"

 

  나는 아저씨의 구걸도구들을 챙겨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저씨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더니 주위에 있는 돌멩이를 들고 왔다. 그리고 곧, 그것을 내게 던졌다. 날아오는 돌멩이는 튼튼해 보였다.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고도 자신은 멀쩡할 것 같은 돌멩이였다. 나는 간발의 차이로 그 돌멩이를 피했고 돌멩이는 내 뒤로 날아가 상점의 유리창에 부딪혔다. 유리는 산산조각이 났지만 다행히 유리 안쪽에 있던 사람들 중 다친 사람은 없어 보였다. 아저씨는 상황을 모면하기위해 반대편 도로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는 재빠르게 아저씨를 쫓아갔다. 도로의 중간 쯤 갔을 때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트럭이 보였다. 그런데 그 때 뛰어가던 아저씨가 갑자기 넘어졌다. 트럭 운전기사는 납작하게 엎드린 아저씨를 보지 못한 듯 계속 앞으로 오고 있어서 가만히 있다간 아저씨가 트럭에 치여 죽을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뛰어 아저씨의 가슴을 안아 들어 올린 후, 인도 쪽으로 던졌다. 아저씨는 트럭과 멀어졌지만 나는 트럭과 가까워져서 아저씨대신 내가 죽는 꼴이 됐다. 그래서 나는 충격을 덜 받기 위해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을 순간적으로 수축시켰다. 마음속으로 1초도 세기 전 어깨에 무언가가 부딪혔고 나는 나가떨어졌다.

  눈을 뜨니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큰 일 날 뻔 했어."

 "이 아저씨 아니었으면 저 아저씨가 죽을 뻔 했어."

  나는 그들의 말을 들음으로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정 씨, 괜찮아요?”

  조한이 나의 상태를 물었고 나는 손가락 두 개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평소와 비슷한 속도로 일어선 나는 주위를 살폈다. 트럭은 보이지 않았고 거지 아저씨는 나와 비슷한 모양으로 쓰러져 있었다. 나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려고 옷의 여기저기를 확인했지만 옷은 깨끗했다. 아저씨는 나를 보더니 무릎을 꿇고 감사하다고 했다. 나는 아저씨를 일으켜 세운 후 물었다.

 "아저씨, 꿈이 뭐예요?”

 

 40일 중에 30일이 지났다. 한 달 동안 나는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거지 아저씨의 꿈인 가수를 위해 매일 아저씨랑 노래했고, 십자인대재건수술을 한 축구선수가 그에게 부상을 입힌 선수를 용서할 수 있도록 도왔고,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코미디를 공부했다. 조한은 나의 훈련을 직접 도와주진 않았지만 위로와 도전을 많이 주었다. 그의 위로는 효과가 바로 나타났고, 그가 주는 도전들은 나의 마음을 선하고 바르게 만들었다. 조한은 30일로 접어든 저녁에 나를 불러서 남은 10일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유혹과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훈련은 현실세계와 영적세계를 넘나들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래봐야 견딜 만한 것들이 아니냐고 되물었고 조한은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1일 째 아침, 천사들이 먼저 출근한 후 나는 조한을 기다리며 거실에 앉아 있었다. 벽에 걸린 액자와 욕실 앞에 있는 큰 걸레, 냉장고에 들어 있는 반찬의 위치, 베란다에 있는 빨래 건조대 등의 소품들이 내 눈 속에 자신들의 위치를 만들어 놓아서 어색했던 집안 분위기가 많이 익숙해졌다. 코는 그 화분에서만 나는 향기에 늘 즐거웠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향기가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냄새를 맡아보려고 화분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정전이 됐다. 날씨가 좋지 않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없었기 때문에 집안은 금방 어두워졌다. 나는 발가락으로 앞을 더듬으며 화분을 찾았고 허리를 숙인 다음 잎에서 향기가 나는지 확인했다. 코로 많은 공기가 들어왔지만 나는 아무런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조한의 발자국 소리와는 달랐고 한 명이 걸어오는 소리가 아니라 여러 명이, 여러 곳에서 걸어오는 소리 같았다. 내가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시커먼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갑자기 내 팔과 다리를 붙잡고 입을 막았다. 나는 그들의 몸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소리를 질렀지만 소리는 그들의 손에 막혔고 발은 그들의 팔에 잡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조한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하나처럼 납치당한 후, 하나처럼 찾기 힘들어 지면 안 되니까.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뇌에선 내가 하나로 바뀐 환상이 나타났다. 내가 붙잡힌 지금 모습 그대로 하나가 붙잡힌 모습이 보였고 나를 붙잡은 사람들이 하나를 위협하고 때리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그들에게 더 밀리고 꽉 조여지면 하나도 더 힘들어했고 내가 하려는 말을 하나도 하려했다. 내가 빨리 이들에게서 벗어나면 하나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하나를 위한 행동을 하나도 못하게 만들었다. 왼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오른쪽으로 잡아당겼고 뒤로 발을 옮기면 머리를 앞으로 가져갔다. 나는 빈틈을 노려 살려달라는 말을 하려했지만 그들의 팔과 손, 다리는 나를 집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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