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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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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0일 - 4
작성일 : 16-09-08     조회 : 592     추천 : 0     분량 : 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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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노인에게 모든 돈을 잃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것이 천사로서 할 일이라고 믿었다. 노인은 계속 패를 버리다가 숫자 7이 두 개 들어오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배팅했고 나는 숫자 6이 두 개 있었다.

 

 악마들은 패를 버리라고 옆구리를 찔렀지만 나는 있는 돈을 모두 걸었다. 카드를 뒤집어 자신이 이긴 것을 확인한 노인은 의외로 담담했고 악마들은 화를 냈다.

 

  노인은 갑자기 일어나 가발과 가면을 벗었다. 가발속의 머릿결과 가면속의 얼굴은 젊은 여인의 것이었다. 그 여자는 내게로 다가와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왜 돈을 잃은 거지?”

 "나는 돈이 필요 없어."

 "돈이 필요 없는 인간이 어디 있어.”

 "난 인간이 아니야, 난 천사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넌 돈 때문에 죄인이 죄가 없다는 거짓말을 수백 번도 더 한 사람이야. 너는 우리 보다 더 돈을 좋아했었다고."

 "이젠 아니야. 난 달라졌어. 내가 더럽게 번 돈을 다 버릴 거야. 그 때 와서 주어 가든지 맘대로 해."

 "돈을 버리지 마! 그 돈은 네가 가지고 있어야 돼. 그래야 네가 그 돈 때문에…"

 

  나는 여자를 내 무릎에서 떼어 놓은 후 일어섰다. 악마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세 번째 무산된 것에 화를 냈다. 그들은 나를 데리고 기둥으로가 밧줄로 꽁꽁 묶은 다음 속에 있는 피가 올라올 때 까지 때렸다.

 

  나는 내 몸에 붙어 있는 모든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고 뼈가 보호하고 있던 장기들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악마 중 한 명이 채찍을 가지고 와 몸의 약한 부분만을 골라 때렸다. 그래서 채찍이 지나간 피부가 벗겨졌다.

 

 나는 내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넘어섰다. 신음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살려달라는 원초적 부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곧 죽을 것 같았다.

 

 기둥에서 나를 떼어낸 악마들은 그들의 돈을 내 손에 쥐어주며 밖으로 가서 이 돈을 다 뿌리고 오면 살려준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악마들은 창문으로 내 몸을 내보낸 후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손으로 유리창을 꽉 잡고 있어서 갑자기 떨어지진 않았지만 손가락을 내리찍는 악마들 때문에 곧 밑으로 떨어졌다.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았고 나는 자유를 느꼈다. 멍이 들어서 후끈거리는 몸의 여러 부분들이 낮은 온도 때문에 진정됐고 악마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나는 바람의 저항 때문에 웃는 표정을 짓기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활짝 웃고 있었다. 곧 맞닿을 땅에서 받을 충격이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고 충격이 주는 아픔을 느끼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아니,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땅에 떨어져 죽는다고 해도 나는 괜찮았다. 하나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지 않았고, 하나가 아닌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지 않았고, 부정한 돈을 벌어 하나를 찾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죽어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음이 데려다 놓는 세상에서 영원히 하나와 살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두 팔을 땅으로 뻗어서 더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나를 내려다보는 조한의 얼굴은 환했다. 입을 벌리지 않고 웃는 웃음과 적당한 각도로 벌어진 귀. 그리고 약간 내려온 뺨 모두 하얀색을 띄고 있는 듯 빛이 났다.

 

 나는 너무 밝아 희미하지만 분명한 그의 얼굴을 보고 잠에서 깼다. 기지개가 저절로 켜졌고 하품도 크게 나왔다. 천사들은 내 어깨를 감싸거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축하의 말을 건넸고 조한은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벽에 붙은 달력을 보며 오늘의 날짜를 묻는 내게 조한은 40일이 다 지나갔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웃음이 났다. 그 웃음은 가슴 속에서부터 시작해서 곧 입 밖으로 나왔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시험에 통과해서도 좋았고, 살아있다는 것도 좋았고, 천사들과 함께 있다는 것도 좋았고, 하나를 곧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도 좋았다. 나는 고개를 하늘이 있는 곳으로 들고 큰 소리로 한참 동안 웃었다.

 

  나는 천사들이 만든 죽을 조금만 먹었다. 그동안 먹은 것이 없어서 쪼그라든 위에 갑자기 음식물이 들어가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가 건강했더라도 강한 식욕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먹는 것보다 노래하고, 하나를 생각하고, 길을 걷고, 천사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조한은 나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서 몇 가지 지시를 했다.

 

 그 지시는 3일 후부터 우성천사, 동준천사와 같이 천사의 업무를 하라는 것과 복장과 용모를 단정히 하라는 것, 많은 돈이 필요한 업무는 자신에게 허락을 맡은 후 시작하라는 것 등이었다.

 

 나는 모든 지시에 대답했고 조한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후 기도해 주었다. 그의 기도는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하나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했다.

 

 "안정천사, 혹시… 이대청 판사라고 알고 있나요?”

 "물론이죠. 저희 학교 선배님이시고 법조계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분이십니다. 이대청 판사님이 쓰신 판결문은 후배법조인들에겐 성경과도 같고 판사님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에서 제일 좋은 판사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럼… 안정천사와도 친분이 있다는 건가요?"

 "네. 제가 일 년에 한두 번 인사를 드리러 찾아가는데 그 때마다 반갑게 맞아 주시죠. 그리고 하나를 예뻐하셨어요. 판사님도 물론이고 판사님의 사모님도 하나와 따로 연락 할 정도로 좋아하셨어요."

 "판사님의 사모님이라는 사람은 누구죠?”

 "사모님도 굉장히 유명한 분이세요. 최혜한 박사라고 아시죠? 대호병원 원장이시고 의료계에서 꽤 유명한 분이잖아요."

 "음… 그렇군요."

  나는 판사님에 대해 물어 본 이유가 뭐냐고 조한에게 물었지만 조한은 대답을 얼버무리며 나를 방에서 내보냈다.

 

  우성천사, 동준천사 그리고 나는 출근했다. 우리가 출근한 곳은 병원이었다. 우리는 진료를 받으며 각자의 아픈 곳을 의사에게 말했고 의사는 간단한 검사와 엑스선 촬영을 한 후, 큰 이상이 없으니 물리치료를 하면 괜찮아 질 거라고 말했다. 나는 40일 간의 훈련동안 여기저기 다친 곳이 많았기 때문에 첫 출근을 병원으로 한 것이 너무 좋았다.

 

  나를 치료하는 물리치료사는 친절하고 잘 생겼다. 오고가는 환자들에게 남자치곤 상냥하게 인사했고 모든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해 주었다. 환자들은 그에게 통증이 많이 없어져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그는 짧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는 내 허리를 만져 보더니 근육의 경직이 심해서 많이 아플 거라고 했다.

 

 그리고 좌측 천장관절이 불안정해서 우측 어깨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오른쪽 고관절이 바깥쪽으로 회전된 보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오른쪽 어깨가 항상 아팠고 걸을 때마다 오른쪽 발이 팔자걸음이 됐었음으로 그의 진단이 신기했다. 그는 통증부위를 손으로 만져가며 근육을 이완시킨 후, 전기치료를 해주었다.

 

 찌릿한 전기가 근육의 수축, 이완을 반복시키니 통증으로 불편했던 근육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치료가 끝나고 허리를 움직여보니 통증이 많이 없어졌고 움직임도 가벼워졌다. 나는 나를 낫게 해준 물리치료사에게 너무 고마워서 건강음료라도 한 박스 사다주고 싶었지만 비어있는 주머니를 생각하며 그 맘을 접었다.

 

 나는 통장에 있는 돈을 찾아서 쓸 수도 있었지만 천사가 되기 전, 죄 있는 사람을 죄 없다고 말해서 번 돈이었으므로 그 돈은 건드리기 싫었다. 그리고 적당한 때가 되면 그 돈을 없애버릴 것이다.

 

  아직 치료가 덜 끝난 우성천사와 동준천사를 기다리기 위해 대기의자에 앉아있는데 치료실 안에서 크게 화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머리를 치료실로 들이밀어 소리가 나는 쪽을 봤다.

 

 어떤 할아버지가 나를 치료했던 물리치료사에게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할아버지가 화를 내는 이유는 물리치료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나쁜 성품 때문이었다. 한꺼번에 많은 환자를 봐야하는 물리치료사를 이해해서 조금 기다렸다가 치료를 받으면 될 일인데 조급한 할아버지는 늦게 치료를 해준다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인자한 주름이 하나도 없고 신경질을 내기에 적당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었다. 피부도 검은빛을 띄어 가까이 가면 안 좋은 냄새가 날 것 같았고 눈에서도 선한 형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옆에 있는 큰 거울로 얼굴을 돌려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봤다.

 

 전보다 멋지게 꾸미지 않은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얼굴은 맘에 들었다. 내 얼굴은 전보다 빛나고 있었고 입을 다물어도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마를 살짝 덮은 머리카락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힘이 모자라 자꾸 내려왔지만 그런대로 괜찮았고 눈은 착한 사람들이 졸음을 참으려 할 때의 크기처럼 작았지만 코와 잘 어울렸다.

 

 코는 얼굴의 정중앙에 놓여있어서 전체적인 균형을 좋게 만들었고 귀는 어떤 동물의 날개처럼 활짝 펴져 있었다. 나는 내 얼굴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에 놀랐다. 쉽게 웃을 수 있고, 쉽게 만족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얼굴로 변했기에 더 놀랐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천사 같다고 할 만한 얼굴로 바뀐 것에 기분이 좋았다. 혹시, 예전의 내 얼굴이 지금 화를 내고 있는 저 할아버지와 같지 않았을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성천사와 동준천사가 치료를 끝내고 나왔다. 두 천사는 할아버지가 화내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저 할아버지의 못된 성품을 고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물리치료사에게 사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반말은 하지 마세요. 제가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안정천사는 서른두 살이잖아".

 "네, 그럼 저보다 나이가 더 많으세요."

 "난 서른세 살이야."

 "그럼 반말 하세요."

 

  우성천사가 나보다 더 나이가 많다니… 그의 피부는 나이를 빗겨간 것일까? 동준천사가 나이를 따졌던 나에게 말했다.

 

 "만약 우성천사가 안정천사보다 나이가 어렸다고 해도 우성천사가 먼저 천사가 됐으니까 우성천사가 무슨 말을 하든지 토를 다시면 안 돼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셋은 할아버지를 따라 병원을 나왔다. 병원을 나오며 할아버지는 원무과 여직원에게 침을 뱉었다. 거스름돈을 실수로 500원 적게 준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나는 순간 할아버지의 뒤통수를 때리고 싶었지만 언젠가부터 생긴 좋은 마음이 그것을 못하게 했다. 하지만 동준천사는 한 마디 했다.

 "내가 천사만 아니었어도 저 할아버지를 그냥."

 "동준천사!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성품이 좀 잘못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한테."

 "아니… 저는 그냥… 그래도 저 할아버지가 너무 한 거잖아요. 나이가 많이 드셨으면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을 격려해주고 용기를 주셔야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성천사는 동준천사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사람은 나이만큼 성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니!"

 

 우리는 할아버지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접고 천사로서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먼저, 할아버지가 나쁜 성품을 가지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 할아버지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신의 집으로 갔다. 그의 집은 허름한 주택의 2층이었다. 동준천사는 그 할아버지의 집이 잘 보이는 반대편 건물의 계단으로 가서 망원경을 이용해 집안을 살폈다. 우성천사와 나는 쌓여있는 우편물을 확인해 봤다. 보내는 사람은 은행과 카드회사, 대출 전문 업체들이었다.

 

 한 손으로 다 잡을 수 없을 만큼 우편물이 많은 것으로 보아 돈에 관련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우성천사가 말했다. 계단에서 내려온 동준천사는 할아버지가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고 말하며 벽에 붙어있는 표창장과 공로패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은퇴한 이후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살하는 노인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기억나 그 얘기를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을 걷어서 할아버지에게 좀 드리죠."

  동준천사의 제안에 우리는 주머니를 털었고 4,910원이 나왔다. 우리는 그 돈을 차비로 쓰기로 하고 다시 집어넣었다.

 "할아버지는 같이 사는 자녀도 없는 것 같지

 "네."

 "그럼 많이 외롭고 힘드실 거야. 하지만 우리가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영원히 없애줄 수는 없어. 할아버지가 그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 드리자. 그래서 외로움이 만든 이상한 성품을 고칠 수 있도록 해드리자."

 "어떻게?”

 "할아버지가 일하실 수 있는 곳을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 일을 하시게 되면 외로움도 덜 할 거고 돈도 조금씩 벌 수 있으니까 좋을 거야."

 "저렇게 늙은 할아버지가 어디서 일하실 수 있겠어요.”

 "두드리면 열리고, 찾으면 찾을 수 있다는 천사의 구호를 잊었나?”

 

  우리는 흩어져서 할아버지가 일할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주유소와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다. 처음엔 구직자가 난 줄 알고 좋아하던 사장님들은 할아버지의 얘기를 하자 손을 흔들며 미리 인사했다.

 

 나는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열심히 일자리를 찾았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동준천사가 약속장소에서 쪼그리고 앉아 쏘시지를 까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허기진 배를 감싸며 그에게 물었다.

 "소시지, 하나 더 있어요?”

 "없어요."

 "할아버지 일자리는 구했어요?”

 "아니요."

 "그럼 어떻게 하죠.”

 "아마… 우성천사가 구했을 거예요."

 

  동준천사의 말이 맞았다. 우성천사는 할아버지가 일하기 딱 좋은 곳을 구했다. 그곳은 교회였는데 건물을 경비하고 간단한 청소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미 일하고 있는 분이 두 분이나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과 함께 일하면 외롭지 않을 것이고 일을 배우기도 수월 할 것이었다.

 

  우리 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초인종을 눌렀다. 할아버지는 문을 열어주며 우리의 신분을 물었다. 우성천사는 그냥 좋은 사람이라는 대답을 했다. 할아버지는 별 의심 없이 우리를 맞았고 일할 곳이 생겼다는 소식에 큰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은 동네 아이들이 재밌는 게임을 할 때와 비슷했다.

 

  동준천사는 싱크대에 가득한 설거지를 시작했고 나는 걸레를 빨아 방 구석구석을 닦았다. 우성천사는 할아버지가 입고 나갈 옷을 챙겼고 할아버지는 면도를 말끔히 하고 욕실에서 나왔다. 교회엔 우성천사와 할아버지만 들어갔다. 나와 동준천사는 밖에서 기다리라는 우성천사의 손짓에 발걸음을 멈췄다.

 

 교회 주차장에 있는 농구대에서는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편이 모자란 아이들이 우리에게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흔쾌히 동의했고 곧 졌다. 아이들은 나와 동준천사가 공을 거의 만지지 못 할 정도로 농구를 잘했다.

 

  교회에서 나온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갔고 뒤따라 나온 우성천사는 우리의 손을 모아 파이팅을 했다. 우성천사가 말해준 할아버지의 목적지는 병원이었고 또 말해준 할아버지가 병원을 가는 목적은 물리치료사에게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천사가 돼서 첫 번째 수행한 임무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성천사가 거의 모든 일을 했지만 같이 힘을 보탠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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