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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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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천사 - 3 / 5. 실족 - 1
작성일 : 16-09-19     조회 : 524     추천 : 0     분량 : 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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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은 맥주와 소주를 섞어서 먹었고 나는 사이다를 시켜 그와 잔을 부딪쳤다. 나는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취하는 느낌이 들었다. 볼이 빨개졌고 평소엔 들을 수 없었던 소음들이 들려왔다. 문이 닫힌 화장실에서 물이 내려가는 소리와 두꺼운 타일로 가려진 주방에서 칼을 가는 소리, 가게 반대편 도로에서 자동차의 엔진이 공회전하는 소리들이었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피부가 시원해지자 술이 조금 깨는 듯 했지만 매스꺼운 속은 그대로였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조금씩 열리는 문으로 단이 내 잔에 소주를 붓는 것이 보였다. 나는 사이다와 비슷한 소주 색깔을 분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나에게 술을 먹인 단에게 화가 났지만 단과 싸우기 싫었다. 그와 싸우다가 그가 감정이 상한다면 하나가 있는 곳을 아는 사람과 만나게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단이 시키는 일과 단이 좋아할 것 같은 일을 전적으로 하는 것도 쉽진 않았다. 천사의 후예들에서 훈련받고 교육받았던 내용과 조금씩 다른 단의 행동을 따라 하기엔 거리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분간 양다리를 걸치기로 했다.

 

  어느 한 쪽을 완전하게 배신하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천사의 후예들에서 생활하려면 꼭 해야 하는 일들과 단을 만나서 하는 일들을 적절히 섞기로 했다.

 

  옆 테이블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술 취한 후배가 선배에게 땅콩을 던진 것이 싸움으로 번져서 나는 소리였다. 별 것 아닌 일로 시작한 싸움이 큰 칼을 가지고 하는 무서운 싸움으로 번져갔다. 단은 팔짱을 끼고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고 나는 그들이 휘두르는 칼에 맞지 않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가게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전화기를 드는 순간, 단이 주인의 손에 있는 있던 수화기를 뺏어 던져버렸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다가가 손과 발을 휘둘렀다.

 

  단의 몸놀림은 깔끔하고 명확했다. 그의 팔은 팔이 해야 하는 동작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필요 없는 동작을 하지 않고 그들의 칼을 뺐었다. 그의 발은 싸움에 필요한 동작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비어있는 그들의 배와 얼굴, 가슴으로 날아갔다. 싸움에 조금이라도 관여한 사람은 단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그 중 도망가는 한 명은 내가 붙들고 있었는데 단은 다른 사람들을 다 처리한 후 그에게 다가왔다. 나는 단이 편하게 그를 때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켰지만 단은 나를 불러서 나와 그가 마주보게 했다.

 

 "안정, 이 새끼는 네가 처리해."

 "내가?”

 "왜? 못하겠어?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이 새끼가 좋은 성품과 인격을 가질 때까지 참고 기다릴 거야? 천사의 후예들이 가르쳐준 방법은 그런 것이겠지. 일단 이 새끼가 술을 먹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독서나 운동을 배우도록 노력한 다음, 폭력의 부정적인 면을 인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구들을 사용해 교육시키겠지. 그러면 몇 년이 걸릴 것 같니? 그 동안 이 새끼가 이런 더러운 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있겠어!”

 

  나는 하나가 보고 싶었다. 하나만 내 곁에 있다면 이런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 선과 악을 정의해야 하는 난해한 일을 피해도 된다. 하지만 하나는 내 곁에 없고 단은 하나의 위치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단의 말이 맞아. 하지만 나는 싸움을 잘 못해서…"

 "그럼 오늘부터 내가 가르쳐 주지. 이놈만 처리한 후에."

  단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발로 그의 얼굴을 정확히 찍었고 그는 가게 밖 도로로 나가 떨어졌다. 단은 자리로 돌아와 남아있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술에 취해 내게 말했다.

 

 "안정, 오늘 우리 집에서 자자. 나 외로워."

 "대천사에 소속된 천사들이랑 같이 사는 거 아니야?”

 "아니, 대천사에 소속된 천사들은 따로 살아. 그러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가 생기면 잠시 만나고 일을 해결하면 다시 헤어져. 깔끔해."

 "나는 '천후'에서 잘께. 잘 가. 그리고 하나에 관해 아는 것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줘!"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서 자자."

 

  나는 단이 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얇은 목소리로 하는 말은 듣기에 거북했다. 꼭 게이들이 남자를 꾀기 위해 내는 목소리 같았고 손을 꼬아 배 앞에다 놓은 후 손가락을 만지는 몸짓은 변태들이 애인을 만들 때와 비슷했다. 나는 단의 팔짱을 조심스럽게 뿌리친 후 '천사의 후예들'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5. 실족

 

  나는 식당에서 우성천사, 동준천사와 비빔밥 2인분을 시켜 나눠 먹은 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커피를 먹고 있다. 우성천사는 동준천사에게 마약을 끊지 못했던 할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나는 커피를 한 잔 더 먹기 위해 주인의 눈치를 살피다 동준천사의 대답을 듣게 됐다.

 

 "할아버지는 마약을 끊기 위해 노력하지만 누군가 계속 마약을 가져다주고 있어요. 그게 누군지만 알면 될 것 같은데…"

 "동민에게 한 번 물어보지."

 "동민은 이제 약 안하잖아요."

 "그래도 천사가 아닐 때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뭐라도 건질 수 있을 거야."

 

  나는 동민이가 마약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동민에게 실수를 한 것이 없는지 생각했다. 몇 가지 생각이 머리 곁을 지나갔고 유치장에서 동민에게 너무 예의 없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동민을 보면 꼭 그 일을 사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안정이 형."

  동민은 마치 우리 주변에 있었던 것처럼 동준천사의 호출에 빨리 나타났다.

 

 "안녕, 동민아! 그 땐 내가 정말 미안했어."

 "언제?”

 "유치장에서 만났을 때 말이야. 그 땐 내가 천사가 되기 전이라 성질이 좀…"

 "지금도 성질이 뭐 그다지… 아니야, 농담이야."

  동민은 동준천사가 말해주는 마약의 색깔과 양, 배달이 오는 시기 등을 종합해 할아버지의 영혼을 갉아먹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동민이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 마약을 파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지하철역 앞에 멈춰 선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우성천사는 동민에게 혹시 장난치는 것이라면 그만두라고 했고 동준천사도 이런 곳에서 마약을 판다면 내가 네 동생이라고 했다. 동준천사는 동민의 요구에 손가락을 걸고 자신이 한 말을 지키겠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을 따라갔다. 우리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여러 개의 계단을 지난 다음 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에스컬레이터의 마지막 계단이 대리석과 부딪힌 후, 우리는 평지를 걸었다. 몇 걸음을 계속 걷던 동민은 플랫폼이 보이는 쪽에서 반대쪽으로 몸을 돌린 후 움직임을 빠르게 해 자판기가 있는 벽 쪽에 몸을 붙였다. 우리도 동민을 따라했고 동민은 기둥과 자판기 사이에 있는 철문을 번호를 눌러 열었다. 문이 열리고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의 중간 중간엔 발을 헛딛지 않을 정도의 불빛이 비추고 있었지만 그 불빛이 약해지는 곳에 이르면 정말이지 어두웠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발을 내딛어 추락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던 중 동준천사가 '잘 안보이지? 차라리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떠! 그럼 잘 보일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눈을 감았고 곧바로 발을 헛디뎌 밑으로 떨어졌다. 바닥과 충돌해 아픈 가슴을 만져보니 갈비뼈의 개수가 모자라는 것 같았다. 나는 호흡을 하면 아픈 가슴 때문에 얕은 숨을 쉴 수밖에 없었고 들어온 먼지를 내보내기 위한 기침을 하면 몸이 반으로 끊어질 것 같아서 먼지를 계속 마셔야했다.

 "괜찮지 않지?”

  우성천사는 내가 짧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너, 왜 우리를 여기로 오게 한 거야."

  동준천사는 동민을 혼냈고 동민은 질문에 관한 대답대신 다른 말을 했다.

 

 "조용히 하고 제 말 잘 들으세요. 앞에 보이는 문을 열면 마약을 파는 사람들이 보일 거예요. 우리는 당황하지 말고 그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흥정하는 척하면 돼요. 흥정하다가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너무 겁먹지 마시고요. 그리고 그들 중에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이 이곳의 두목인 마두에요.마두의 얼굴을 잘 기억해 놓으세요. 마두는 마약뿐만이 아니라 매춘, 도박, 조직폭력, 불법대출에 관한 사업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와 자주 만나게 될 거예요."

 

  우리는 문을 열고 긴장하지 않은 것 같은 표정을 잘 연기하며 그들 사이로 걸어갔다. 그들은 각자의 앞에 마약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손님들이 맛볼 수 있도록 접시에 마약을 조금씩 덜어 놓았다.

 

 나는 한 번 찍어 먹어 보고 싶었지만 다른 천사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쳤다. 동민은 몇 명의 아는 사람들과 인사하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췄고 우리는 빨간 모자를 쓴 사람 앞에 다다랐다. 그는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는데 우성천사의 인기척에 곧 뒤를 돌아앉았다. 나는 동민이가 있는 쪽으로 이동해 멀리서 그를 봤다.

 

 마두의 얼굴은 코끼리 같았다. 코가 조금만 더 컸으면 동물원에서 노후를 보내도 될 판이었다. 귀가 넓으면서 컸고 입은 코에 가려졌지만 좌우측으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때마침, 앞에 놓인 물을 먹는 모습은 그가 코끼리와 외모만 닮은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똑같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맘에 드는 게 없으세요."

  마두의 말투는 공손했고 상냥했다.

 "여기에 나와 있는 게 답니까?”

 "종류는 여기에 나와 있는 것이 답니다만 수량은 얼마든지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제가 찾는 것은 여기에 없는 것 같군요. 그만 가보죠."

 "그러십시오. 찾으시는 것이 없으면 다른 곳을 둘러보시면 되고, 혹시 또 들리시게 되면 고마운 거고요."

  우리는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내려가는 길보다 수월했고 발을 헛딛지 않았다.

 

  동민이가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정육점에 들러 냉동된 삼겹살 두 근을 샀다. 너무 조금 사는 것이 아니냐는 나의 말에 남길까봐 걱정이라고 우성천사가 말했다. 다락방에서 불판을 꺼낸 동준천사가 먼저 퇴근한 다른 천사들과 조한을 불렀다. 우리 9명은 고기 앞에 둘러앉았고 학선 천사가 구워주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삼겹살 두 근으로 남자 9명이 배부르게 먹고도 한 접시가 남았다.

 

 나는 이빨에 낀 고기조각을 손가락으로 빼내며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음식을 다 먹은 후 곧장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야기에 빠졌다. 조한은 요즘 일본에 출장 가있는 해마천사의 업무보고가 늦는 것을 걱정했고 도석천사는 해마천사가 이스라엘에 있을 때는 돌아올 때까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었다며 조한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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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4. 대천사 - 2 9/9 60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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