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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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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족 - 4
작성일 : 16-09-19     조회 : 405     추천 : 0     분량 : 5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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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온 건가? 변호사가 오기엔 어울리지 않는 곳인데."

 "몸이 아파서 약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렇다면 잘 왔군. 만병통치약이 여기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단, 판사가 내게 전하라는 것이 뭐지

 "조용한 곳에서 전하라는 말이 먼전데."

  마두는 씨름선수들에게 귓속말을 했고 그들은 우리를 외딴방으로 안내했다. 외딴방은 안에서 하는 말이 밖에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문과 벽에 쌓여 있었고 사면에서 CCTV가 움직였다. 천장엔 도깨비가 입체적으로 조각돼 있었는데 그 도깨비는 큰 뿔과 더러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오며 천사들을 봤다. 천사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그들의 계획은 마약을 불태우고 마두를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는데 첫 번째 것은 될지 모르지만 두 번째 것은 안 될 수도 있다.

 

  마두가 제일 늦게 방으로 들어온 다음 문이 잠겼다. 마두는 옷 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고 씨름선수들도 그들의 옷 속에서 한 손에 하나씩 총을 꺼내 들었다. 단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는 그들의 총을 봤다. 마두는 두꺼운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두 손이 총을 들고 있었으므로 재를 떨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었다. 잠시 후, 마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재를 떨어뜨리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자 고개를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떨어지지 않는 재를 보고 그는 콧김을 세게 불었다. 드디어 재가 확실하게 떨어졌지만 콧김과 함께 나온 콧물이 담뱃불을 껐다. 마두는 신경질을 내며 담배를 우리 쪽으로 뱉었다.

 

 나는 어지러웠다. 밀폐된 방안에 다섯 명의 남자가 몰려 있었기 때문에 체온이 기온을 높여 더웠고 네 개의 총구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숨을 답답하게 했다. 그리고 기체 교환된 산소는 신선하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 나는 단의 옆구리를 찔러 상황이 좋지 않음을 원망했고 단은 다리를 오므렸다가 금방 다시 펴고 또 오므렸다가 다시 펴고를 반복했다. 나는 단이 혹시 긴장한 탓에 소변을 본 것은 아닌지 그의 바지를 살폈지만 어두운 색의 바지라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까 참 좋다. 잘생긴 녀석들. 둘이 연예를 하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겠어. 그건 그렇고, 판사가 내게 전하라는 것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상하면 어떻게 하려고. 어서 내놓지."

 "당신만 있는 곳에서 꺼내라고 했어. 저 두 명을 나가라고 해."

 "악마의 목숨은 순식간이야. 천사들이 얼마나 자주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악마들이 내 자리를 뺐기 위해 불철주야 감시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이 두 명을 내보낼 수 있겠나?”

 "그럼 내가 당신의 생명이라도 노리고 있다는 건가?”

 "아니라고 말 못하지."

 "나는 어느 쪽이지? 천사로서 당신을 변화시키는 쪽, 악마로서 당신의 자리를 뺏으려는 쪽."

  마두는 우리에게 한 발짝 다가선 다음 테이블에 짧은 다리를 걸치고 긴대답을 시작했다.

 

 "나도 항상 그것이 궁금해. 네가 도대체 누굴까? 천사가 되고 싶은 악마일까? 악마가 되기엔 조금 부족한 인간일까? 인간이라면, 착한 인간일까? 나쁜 인간일까? 복잡해, 복잡해, 복잡해, 복잡해서 죽겠어! 너 같은 인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말이야. 하지만 나는 확실히 알고 있어! 너 같은 인간들이 누구냐고? 선과 악으로 구별할 수 없는 인간들이지. 어떨 때는 선한 쪽에서 활약하다가 어떨 때는 악한 쪽을 기웃거리는 인간들, 필요에 따라 선과 악을 오고가고 어떨 때는 중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들. 또 목적은 선한 것인데 방법이 악한 사람들도 많이 있지. 정말로 웃겨. 어떻게 선한 일을 한답시고 우리의 방법들을 사용하는지 말이야. 그런 놈들은 악마가 될 배짱도 없고 천사가 될 용기도 없는 강아지 같은 놈들이지. 단, 너는 대천사가 천사라고 착각하겠지만 우리 세계에선 대천사도 악마로 보자는 견해가 더 지배적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돼. 너희들이 하는 일은 우리들이 하는 일과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너희들 딴에는 사회를 더 좋게 하기위한 폭력이고 살인이라고 하지만 폭력과 살인이 어떻게 사회를 더 좋게 한다고 믿고 있는지…. 어리석은 놈. 그리고 너, 변호사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네가 할 일이야. 그 일이 얼마나 선하고 귀중한 일이야. 많이 배우고 많이 노력해서 그 일을 하는 것인데 왜, 악인들의 억울함만을 풀어주고 있지? 한쪽의 편리를 위해서만 일하기로 작정한 건가? 정말로 선한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왜 악인의 변호만 맡고 있냐고!"

 

  나는 마두의 말에 뇌가 정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말이 모두 맞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느 쪽에 서있는 것일까? 내 마음은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처음 천사가 되려했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 둘 다 하나를 찾기 위한 마음이지만 차이가 있다. 선한 방법으로 하나를 찾으려는 첫 번째 마음을 버리고 악한 방법이라도 빨리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마음속에 선한 것들이 가득 찼던 40일 간의 훈련은 이제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된 것일까? 나는 누구일까? 하나의 남자가 맞을까? 천사라고해도 될 만큼 착한 사람일까? 기회주의자? 하나를 찾을 기회 때문에 천사가 됐지만 하나를 빨리 찾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그만두는 이기주의자? 사람의 모양은 하고 있지만 동물과 똑같은 것은 아닐까? 육체의 정욕을 위해 암컷을 쫓는 두발 달린 짐승? 수 십 만개의 세포가 내 생명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나를 위해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에게도 면목이 없다. 죽은 엄마가 가고 싶어 했던 천국에 나도 갈 수 있을까? 천국에 가지 못한다면 지옥으로 가는 것일까? 지옥으로 간다면 하나를 만날 수 없을 텐데. 조한이 나를 본다면, 우성천사가 지금 여기 있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나는 정말로 천사가 됐었던 것일까? 왜 하나와 관련된 유혹은 이길 수 없는 것일까? 하나를 빨리 찾게 해주겠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단의 꼬임에 빠졌다. 단이 총을 잘 쏘게 하기 위해 나는 씨름선수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것이다. 그리고 단이 마두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서 생긴 구멍으로 흐르는 피를 흔적이 남지 않도록 잘 닦을 것이다. 살인을 방조하면 어떤 형벌을 받아야 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재판을 받을 때 누가 나를 변호해 줄까? 나 같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을까? 나의 죄를 판단하는 재판장은 누굴까? 이대청 판사를 배정받을 수 있을까?

  목에서 흐른 땀이 등을 타고 내려가서 발을 적셨다. 나는 체온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손톱이 빨개졌고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천장에 있는 도깨비가 빙빙 돌다가 나를 물어뜯기 위해 밑으로 내려오는 환상이 보였다. 나는 살아야 했다. 도깨비 때문에 하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것이었다. 나는 단의 손에서 총을 뺐었다. 단은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내 손이 그의 손보다 빨랐다. 씨름선수들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바싹 갖다 댔고 마두는 뒤로 조금 물러섰다. 나는 총구를 도깨비를 향해 높게 들었고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수십 발의 총알이 발사됐다. 잠시 후, 나의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가만히 머리에 손을 대니 총에 맞은 흔적은 없었다. 이 피는 실족해서 생긴 상처에서 나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네 명의 남자가 누워 있었고 모두 다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단은 바닥을 보고 엎드려 있었는데 내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의 등에 흠뻑 젖은 피를 손으로 닦아 낸 후, 몸을 들어 올렸다. 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았고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았다. 씨름선수들은 경기에서 졌다. 마두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으로 총을 쥐고 있었다. 그의 심장에선 검은 피가 쪼르륵 흐르고 있었고, 두 개의 눈동자 중 하나는 시선을 잃고 나머지 하나로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총을 든 채, 마두에게 갔다. 마두는 두려워하는 눈빛을 지으며 내게 살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총구를 그의 머리에 올려놓은 후, 천장에 있는 도깨비를 쳐다봤다. 도깨비는 뚝뚝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 피가 온 방을 물들이는 환상이 보였다. 나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신경이 극도로 흥분한 것을 느꼈다. 방아쇠를 잡아당기면 모든 것이 끝이다. 죽은 마두의 손톱을 뽑아 판사에게 가져다주면 나는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하나의 품에 기대 내가 저지른 악을 씻을 수 있다. 하나는 나를 깨끗케 할 것이다. 그녀를 위한 죄이기에 그녀가 용서해 주면 되는 것이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외부를 볼 수 있는 작은 유리 너머에 조한이 있었다. 조한은 놀란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소리가 들어올 수 없는 방이기에 그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인지 확실히 듣진 못했지만 입 모양으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조한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나를 사랑해주던 말과 행동이 생각났지만 나는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마두가 힘겹게 손을 올려 총을 쏘려했다. 나는 그의 손을 바닥으로 쳐내고 방아쇠를 잡고 있는 손가락을 굴곡 시켰다. 땅. 이 소리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5분 동안 가만히 있었다.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있은 후, 목을 움직이는 근육의 반사적 수축으로 정신을 차린 나는 하나와 관련된 생각으로 빠져 들었다. 그녀의 쇄골과 가슴이 만나는 지점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나타났고 목에서 얼굴로 이어지는 갸름한 선이 뚜렷한 형상으로 내 앞에 존재했다. 그녀의 눈 위에 내 눈을 포개고 싶었다. 그녀를 안아 주고 싶었다. 아니, 그녀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녀의 어깨에 기대서 그녀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평안한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그녀의 귓가에 내뿜으며 음정에 걸맞게 화음도 넣고 싶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등을 보이며 사라졌다.

  네 명의 체온이 사라진 방은 금방 추워졌다. 꼭 얼음을 넣어 두는 곳 같았는데, 계속 있다간 몸에 있는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얼음처럼 굳어버린 내 모습을 상상했다. 끔찍했다. 끔찍한 것은 관절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죽어있는 네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들은 굳어있었다. 따뜻한 어떤 것으로도 녹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와도 그들은 일어날 수 없다. 생명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던 육체가 쓸모없게 돼버렸고 영혼은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무서웠다. 내 속에 있는 다른 이름의 내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공포가 몸의 모든 구멍을 통해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처럼 근육이 진동했고, 속에 있던 의지와 자유, 기쁨들이 밖으로 튕겨졌다. 과거가 만든 기억들도 뒤죽박죽 돼서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고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원수처럼 변해버렸다. 나는 주먹으로 가슴을 쳐서 나를 죽이려는 나를 죽이려 했다.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혀를 깨물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었다. 아니, 나는 창피하게도 살고 싶었다. 가슴이 멍들고, 머리에서 피가 나고, 허벅지가 찢어져서 하얀색 뼈가 보여도 살고 싶었다. 혀를 더 세게 깨물 힘이 있었고 총알이 남아있는 총이 가까이 있었지만 죽기 싫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영혼의 깊은 곳에서 시작된 그 소리는 엄청난 에너지로 변해서 벽에 붙어있는 액자들의 유리를 깨뜨렸고 천장에 붙어있는 조명을 내려뜨렸다. 소리에 놀란 몸의 여러 가지 구멍들은 쪼그라들었고 소리에 놀란 내 속에 있는 다른 이름의 내가 사라져버렸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천사, 인간 혹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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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5. 실족 - 3 9/19 524 0
15 5. 실족 - 2 9/19 524 0
14 4. 대천사 - 3 / 5. 실족 - 1 9/19 525 0
13 4. 대천사 - 2 9/9 600 0
12 4. 대천사 - 1 9/8 66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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