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판타지/SF
우주 정거장
작가 : 헤이미치
작품등록일 : 202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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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훈련생들 중 최고 기록입니다!
작성일 : 21-04-12     조회 : 682     추천 : 0     분량 : 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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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 성층권 위

 

 커다란 도넛 모양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정국의 우주 정거장 외벽에 군데군데 태양열 집열판이 거대한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윤서는 동료들과 함께 집열판 뒤에 숨어서 우주 정거장 가운데 있는 대형 폐기물 창고를 주시한다. 심장 소리가 쿵쾅쿵쾅 들리는 것 같다.

 

 멀리서 쉭쉭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진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보니 인간 한 명과 로봇 1대이다. 순간 윤서는 믿을 수 없어 눈이 커진다. 로봇을 이끌고 있는 인간이 우주복을 입지 않고 날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우주복을 입지 않고 있을 수 있지? 어떻게 숨을 쉬지 않고 맨 몸으로 우주 공간을 날 수 있을까? 어떻게 얼지 않았지? 어떻게 영하 127도 이 추위를 견디는 거야? 어떻게 얼굴이 멀쩡하지? 우주 방사능 영향을 받지 않나? 수많은 의문이 짧은 순간 윤서의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

 

 멀리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윤서의 놀라움과는 상관없이 그들은 창고 플랫폼 쪽에 가까워진다. 윤서는 수많은 의문을 누르며 심호습을 쉬어 침착함을 되찾는다. 그리고 등에 멘 로켓 추진체의 스위치를 누른다.

 

 뒤에서 동료가 지상 본부에 보고한 후 액션을 취하자고 하지만 윤서는 듣지 못한다. 쉭 소리가 나며 윤서는 집열판 위로 튀어 오른 후 방향을 잡아 창고 플랫폼 쪽으로 슉슉 날아간다.

 

 인간 대장과 로봇이 돌아 보더니 방어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윤서는 멈추지 않고 그들을 향해 날아간다.

 

 마침내 육안으로 그들을 볼 수 있을만큼 가까워져서 보는 윤서의 눈이 커진다. 인간 대장은 스티브다. 윤서는 머리에 벼락을 받는 듯하다.

 

 “스티브!”

 

 마주 보는 스티브의 눈도 커진다. 아마 우주복 헬멧 유리를 통해 보는 거라 윤서 얼굴을 금방 알아보진 못 했을 거다. 하지만 스티브는 금새 상황을 이해하는 눈빛이 되더니 눈에 힘을 준다.

 

 순간 스티브의 몸이 반짝거리며 몸 여기저기서 근육이 불끈거린다. 스티브가 ‘으악’ 소리를 내는 듯 입을 벌리더니 윤서의 몸을 잡는다.

 

 우주복 속에서도 윤서는 엄청난 압박을 느끼며 고통을 느낀다. 순간 스티브가 윤서의 몸을 잡아 우주 정거장 쪽으로 휙 던진다.

 

 윤서의 몸이 휙 날아가 우주 정거장 외벽에 부딪힌다. 순간 머리에 쓴 헬멧에 금이 가고 안에 있던 산소가 순식간에 슉 빠져 나간다. 순간 윤서는 의식을 잃으면서 우주 공간이 고요하고 푸른 물 속 같다고 생각한다.

 

 (1개월 전)

 

 고요하고 푸른 물 속에서 눈을 뜨고 숨을 참으면서 윤서는 이 고요함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 공간과 같은 조건 때문에 이 곳에서 훈련을 한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윤서는 물의 고요한 움직임이 참 좋다. 입에서는 뽀글뽀글 산소 방울이 올라간다.

 

 그러나 이렇게 느낌을 즐길 수 만은 없다.

 

 윤서는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든 전자 그물의 손잡이를 앞으로 내밀며 오픈 스위치를 켰다. 손잡이 안에 뭉쳐 있던 그물이 물 속에 쫙 펼쳐지며 빛을 받아 반짝인다. 윤서는 그물 손잡이를 잡고 훅 그물을 잡아 돌린다. 잘 발달한 윤서의 상체 팔 근육이 불끈 솟아 오른다.

 

 그물이 물 속에서 파동을 일으키며 휘감겨 돈다. 아마 우주 공간에서 이렇게 움직일 거다. 윤서는 물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그물을 능란하게 끌어 모은다. 날렵한 윤서의 다리 움직임 때문에 물 파동이 강하게 친다.

 

 윤서는 점차 숨이 가빠오는 걸 느낀다. 폐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벌써 맨 몸으로 잠수한 지 5분이 지났다. 5분 10초, 11초, 12초...

 

 윤서는 속으로 시간을 가늠하며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느낌에 그물 스위치를 켠다. 다시 손잡이 안에 그물을 넣고 바로 물 위를 향해 헤엄친다. 철벙철벙 물장구 소리만 고요한 물 속을 휘젓는다.

 

 훅. 물 위에 고개를 내민 순간, 윤서는 사방에서 박수 소리를 듣는다.

 

 “훈련생들 중 최고 기록입니다!”

 

 윤서는 수영장 발판에 발을 얻고 바깥으로 몸을 올린다. 잘 단련된 그녀의 근육질 몸매가 물로 감싸여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훈련장 벽 모니터에 올라온 우주 정거장 요원 훈련생 10명의 잠수 기록을 확인하고는 윤서는 살짝 웃음 짓는다. ‘휘익’ 휘파람 소리가 내고 엄지척을 하며 스티브가 다가온다. 40대 남자라고를 믿어지지 않는 건장한 몸이다.

 

 윤서 가까이 다가온 스티브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당신 강인한 체력에 또 반했어.”

 

 윤서가 살짝 웃어주자 스티브가 팔에 든 커다란 타월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윤서의 몸을 닦아준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덕분이죠,”

 

 윤서가 타월을 받아 자기 몸의 물기를 닦으며 감사의 눈길을 스티브에게 보낸다. 스티브가 따뜻하게 웃어주는데 역시 그리스 조각상같이 잘 생긴 얼굴이다.

 

 오늘 물 속에서 오래 견딜 수 있었던 건 어젯밤 스티브의 집에서 복식 호흡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 훈련소에서 우주 정거장 시설 경비대 요원 훈련을 받는 6개월 동안 스티브는 훈련 강사로 일하며 윤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철인 3종 경기 훈련을 할 때 10명의 훈련생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 마라톤 결승점을 들어오는 걸 보고 스티브는 윤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이렇게 악바리인 여자가 섹시하더라구.”

 

 윤서는 바닥에 엎어져 죽을 듯 숨을 할딱이면서 물통을 건네는 스티브를 올려다 보며 처음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스티브가 물통의 뚜껑을 열고 윤서의 입에 물을 넣어주자 그때 이 남자가 괜찮은 남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윤서는 거의 모든 훈련장에서 스티브에게 지도를 받았다. 스티브는 나이가 많지만 끈질긴 윤서에게 자꾸 손을 내밀어 주었다. 훈련 마지막 날이자 훈련생들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날인 오늘을 위해 스티브는 윤서를 집으로 불러 물 속에서 복식 호흡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물론 그 전에도 둘은 가끔 식사를 같이 하고 밤을 함께 보냈지만 말이다. 온 몸의 물기를 다 닦으며 윤서가 훈련 후 스티브와 나누었던 깊은 키스를 떠 올리는데 여자 목소리가 들려 온다.

 

 “정윤서 대원. 내일부터 우주 정거장에 출근하시면 되겠습니다.”

 

 크고 단호한 목소리에 윤서가 돌아보자 옆에 단단한 몸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정국 우주 정거장 경비 대원복을 입은 30대 여자가 서 있다. 여자가 윤서에게 다가오며 계속 말한다.

작가의 말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그리고 인공 지능에 대한 판타지 / SF 물입니다. 재밌게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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