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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
작가 : 권오단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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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 - 서문
작성일 : 16-04-06     조회 : 1,000     추천 : 0     분량 : 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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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명나라 선덕 연간(1426∼1435)에 자금성 일대에 크게 유행하던 노래가 있었다. 골목에서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어른들의 입으로, 마침내 명나라 전역으로 퍼진 노래의 내용은 이러했다.

 

 颴風起兮 塵飛散 회오리 바람 불어 먼지 날린다

 威加海內 消仙香 위세를 천하에 떨치고 신선의 고향으로 사라졌네

 安得美人兮 受富貴 어찌해서든지 미인을 얻어 부귀영화를 누리리라

 

 당시 사람들에게 『선풍가(颴風歌)』로 알려진 이 노래는 사실, 한(漢)나라를 통일했던 고조(高祖:유방)가 천하를 정복한 다음, 고향인 패(沛)땅에 금의환향하여 돌아왔을 때 불렀던 대풍가(大風歌)를 개작한 노래였다.

 한나라를 건국한 한고조의 마음을 담은 듯 호방하고 기개있는 대풍가에 비해 다분히 세속적이고 천박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노래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목(木)씨 성을 가진 이 지은이에 대해서 혹자는 영락제를 황제가 되게 한 개국공신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홍희제와 선덕제를 황제가 되도록 한 인물이라고 했다. 남경 함락의 1등 공신이며, 북경의 천도와 정화의 해외원정을 계획한 인물이었다고 했다. 명나라가 기반을 잡은 후 장자방처럼홀연히 사라진, 말하자면 장자방처럼 책사(策士)의 임무를 담당했던 조정에 요직을 맡았던 인물이었을 것이다.

 

 영락제가 황제가 된 후에 개국공신들의 목록을 『명사(明史)』에서 찾아 뒤져보았지만 목씨 성을 가진 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개국공신 중에서 눈에 띄는 이는 환관이었던 정화와 정난군(靖難軍)의 모사를 맡았던 도연 정도였다. 홍희제와 선덕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사의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찬찬히『명사』를 살펴보면 이 인물의 존재에 대해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영락제가 건문제가 보낸 장수들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었던 상황과 남경을 무혈입성한 점이다. 또한 홍희제는 뚱뚱하고 비만이며 성격이 소심해서 영락제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황제가 된 점이나, 남경에 있던 선덕제가 홍희제의 부고를 듣고 달려왔을 때 여러 가지 위험을 뚫고 북경으로 도착할 수 있었던 점이다.

 

 영락제를 제외하더라도 홍희제와 선덕제는 누군가의 조력이 없었다면 황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홍희제와 선덕제에게는 한왕 주고후라는 영락제를 빼닳은 경쟁자가 있었다. 두 황제는 주고후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이겨내고 황제가 된 것이다. 만약 선풍가의 지은이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었다면 그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책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선풍가』에서 보여주는 시를 보면 작자는 미인을 좋아하는 호색한이며 부귀를 쫓는 소인배라는 것을 누구라도 한눈에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더더욱 모든 정황을 헷갈리게 한다.

 어쨌든 명나라 홍희와 선덕 연간은 ‘인선(仁宣)의 치(治)’라고 불릴 정도로 명나라 최고의 전성기였다. 원정을 좋아했던 영락제는 전쟁으로 많은 국고를 낭비하였지만 이후에 홍희제와 선덕제로 내려오면서 재정을 튼튼히 하고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면서 명나라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역사에는 기록되어있지 않지만 전해오는 이야기가 맞다면 『선풍가』의 지은이인 보이지 않는 책사가 음지에서 명나라의 치세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천박하고, 세속적이며 음란하고, 소인배 같은 한 사람의 책사가 3대의 황위에 관여하고 명나라의 치세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결국『선풍가』의 지은이, 알려지지 않는 책사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역사서 이면에 있는 미지의 기록을 더듬는 수 밖에는 없었다. 이 이야기의 실마리이자 최초의 단서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선풍가의 지은이가 목풍아라는 사람이며 하북의 승덕현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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