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입을 다문 아이들
작가 : 흰다람쥐
작품등록일 :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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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작성일 : 20-07-31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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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롤로그 >

 

 

  동생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는 거실이 그녀를 반긴다. 운동화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 책가방을 침대 위에 힘껏 내팽개친다. 그러고는 곧바로 거실 소파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전원을 켠다.

  그런 기대감을 품어서인지 동생은 언덕길을 올라가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래되고 낡은 집들을 지나치며 언덕길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 한 번도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그녀가 가진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현관 앞에 놓인 검갈색 구두 때문이었다. 그 남자가 신던 구두였다.

  내심 실망감을 감추며 나와 동생은 학교에서 돌아왔음을 알리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안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요란한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아무도 없이 텔레비전만 웅웅거리고 있는 거실을 가로질러 곧장 방으로 향했다.

  방문 앞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나보다 조금 앞장 서 걷고 있던 동생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눈꺼풀이 치켜떠졌고,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동생을 뒤로 한 채 어중간하게 열려 있던 방문을 열어 재꼈다. 그 순간 거실에서 쏟아지던 불빛이 어둔 방 안으로 스며들었고, 그와 동시에 바닥을 흥건히 적신 검붉은 액체가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다름 아닌 그 남자였다. 그때 동생이 소리쳤다.

  “세상에, 삼촌이잖아!”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뱉지 않았다. 처음 보는 광경에 충격을 먹은 탓은 아니었다. 도리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칠갑을 한 시신을 보면서도 나는 무엇 하나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실은 거짓말이다. 실은 내가 느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희열. 그래, 나는 그 순간 희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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