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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님이 아빠래요?!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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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부터 진짜 ‘용왕’이야!
작성일 : 20-11-28     조회 : 805     추천 : 0     분량 : 7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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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부터 ‘용왕’ 이야!

 

 

 

  깊고 깊은 바다 속을 ‘심해’라 하지. 심해에는 반짝이는 값비싼 보물들이 넘쳐나.

 

 아직 세상에 존재조차 밝혀지지 않은 ‘환상의 바다보물’들이 있지.

 

 어디 보물뿐이겠어?

 

 인간들 눈 뒤집히게 만드는 유(油)라는 것도 가득 품고 있는 곳이 심해라는 곳이야. 그래서 우린 이 곳을 유의 저장고라 하지.

 

 심해의 자연을 탐내는 적이란 것들이 마구잡이로 이곳을 헤집으려 해. 그건 아마도 심해를 손아귀에 넣고 싶은 욕망 때문일 거야.

 

 그래서 해신(海神) 즉, 바다의 신이 이곳을 만들었지.

 

 그 이름도 위대한 ‘심해왕국’

 

 심해왕국에 사는 것들을 싸잡아 ‘어인’이라고 불러.

 

 ‘반인반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어인들은 암수 서로 정답게 늘 평화로운 생을 유하려하지.

 

 수억 년 전이라나?

 

 해신이 처음 심해왕국을 만들고 한 천 년 간은 어인들끼리 알아서 살라고 그냥 뒀다더라고. 딱히 싸움 같은 게 날 일이 없으니까.

 

 근데 세월이라는 놈이 흐르면서 어인들 중 유별나게 욕심 많은 것들이 땅따먹기 식 싸움을 하더라는 거야.

 

 그래서 세운 것이 ‘용궁’

 

 심해왕국의 중심이자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곳이지.

 

 해신은 저 나름대로 할 일이 많아서 따까리 마냥 밑에 왕을 하나 두었는데 그게 바로 ‘용왕’

 

 용왕을 달리 말하자면 해신의 비서, 또는 심해왕국의 국무총리라 할 수도 있겠어.

 

 해신이 못 다한 일을 처리하고, 심해의 치안유지를 위해 힘쓰는 일을 한다고 해.

 

 용왕의 임기는 고작 100년이라는데 임기 동안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면,

 

 

  “바다를 향해 소원을 비는 인간들의 마음을 달래주어야 하느니.”

 

 

 바로 ‘수신제’를 지내는 인간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일!

 

 원래는 해신이 해야 하는 일인데,

 

 

  “인간이란 것들은 다른 종족들에 비해 머리가 유별나게 뛰어나. 그래서 그런 가 언젠가부터 수신제의 본래 목적과 다른 소원들을 빌더라고. 그게... 맘에 들지 않으니..”

 

 

 라는 이유로 용왕에게 떠넘긴 거야.

 

 한 마디로 지가 들어주기엔 귀찮다는 거지.

 

 대체 무슨 소원들을 빌기에 그러느냐 물었더니,

 

 

  “하늘에서 돈이 비처럼 내리게 해주세요! 라던가 어떤 여자인간은 그러더군. 홍수가 나도 좋으니 남자들이 비처럼 내리게 해주세요. 이게 무슨 되먹지 못한 소원이냐고!!!”

 

 

 그래, 뭐. 이해는 한다 이거야.

 

 수신제(水神祭)라는 게 본디 물로 인한 재앙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 기원하는 제사니까.

 

 아, 해신은 바다뿐만 아니라 강도 다스리는 신이야. 세상의 모든 수(水)를 관장한다는 얘기지.

 

 무튼 강이 아닌 바다를 향해 지내는 수신제라면 만선의 꿈 혹은 항해의 안전에 대해 빌어야 마땅하겠지?

 

 

 ‘비를 내리게 해주세요.’

 

 

 이건 기우제(祈雨祭)로 하늘 신 즉, 천신에게 빌어야 하는 거잖아?

 

 내 보기엔 해신이 천신에 대한 질투심에 귀차니즘을 핑계 삼는 것 같아.

 

 

  “무지몽매한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바다를 물로만 보기 시작했으니. 지들 멋대로 메우고, 그 위에 나라를 세우는 것도 모자라 천신 아래 흥망성쇠를 소원하고. 웃기지도 않는 것들.”

 

 

 거 봐, 질투라니까.

 

 

  “그렇기에 나, 해신은 때마다 인간들에게 물의 무서움을 상기시켜줄 것이니. 성난 물이 세상을 삼키는 꼴을 자꾸 봐야 해신에 대한 경각심이 일 테니.”

 

 

 개인적으론 해신이 무지한 거라 생각해.

 

 인간이란 족속들은 어르고 달래야 굽실거리기 마련인데 해마다 수난재해로 겁을 준다면 도망이 답이겠지.

 

 물을 멀리하게 되고, 나아가 강물 또는 바다를 미워하게 되고...

 

 심해만큼 깊어진 원망에 물이 있는 곳을 땅으로 메울 거야.

 

 다시는 성을 내지 못하도록.

 

 다시는 인간의 생을 범하지 못하도록.

 

 그러다 어느 순간 인간은 바다라는 존재 자체를 잊어 버질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내가 사랑하는 해양생태계는 그야말로 상상 속의 공간이 되겠지?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 심해왕국의 용궁처럼.

 

 

  “자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지구상에서 해양이 사라지면 지구의 푸른빛이 사라지겠지? 육지의 생물들도 종국엔 물이 없어 죽을 거야. 그럼... 말 그대로 종말....’

 

  “이 봐.”

 

  ‘말로만 듣던 지구의 종말이.....’

 

  “피 용왕!!!!!”

 

 

 내 이름은 ‘피 용왕’ 피씨 성에 이름이 용왕.

 

 난 지금 바다에 빠져 사망한지 삼일차고, 죽을 때 모습 그대로 용왕좌 앞에 서 있어.

 

 여기서 뭐 하고 있냐고?

 

 목소리만 들려주는 해신이 날 두고 용왕이 될 자격이 있나 없나 심사 중이래.

 

 

 

 

 

 *****

 

  “!!!!!!!! 으악!!!! 머리!!! 머리가 울려!!! 깨질 것 같아!!!!”

 

 

 조곤조곤 말해도 해신의 음성은 달팽이관 바로 옆에서 징을 울리는 듯 한데 역정이라니!

 

 

  “이 메아리 언제 끝나?!?!!!! 나 또 죽겠다고!!!!!!!!!”

 

 

 지구의 절반인 심해를 전부 울리고도 남는 해신의 커다란 음성에 또 한 번 생사의 기로에 놓였는데,

 

 

  “후읍-”

 

 

 해신이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쉬니까 두뇌를 마구잡이로 흔들던 성난 메아리가 삽시간에 잦아 들었어.

 

 

  “하악.... 휴, 죽을 뻔 했네. 아... 나 죽었지.”

 

  “감히 해신을 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하다니. 네 놈은 용왕이 될 자격요건을 하나 잃은 것과 마찬가지!”

 

  “.............”

 

 

 이 무슨 가당찮은 꾸지람인지.

 

 

  “저기요, 전 용왕되겠다고 한 적도 없을뿐더러 해신이고 나발이고 모습이나 보이라고요, 쫌!”

 

  “!!!!!! 이 놈,”

 

  “으악!!! 잘못했어! 잘못했다구요!!! 죄송해요! 언성 높이지마요!!”

 

 

 죽을 때 고통이 어땠는지 기억 안 나지만 해신의 메아리를 듣는 것보단 낫지 않았을까.

 

 

  “흐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봐주겠나니. 나, 해신은 본디 용왕이 될 자들에겐 가차 없나니. 앞에 말했다시피 인간들의 욕심이 가차 없기 때문에.”

 

  “저기... 보아하니 아니, 듣자니까 인간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용왕을 굳이 인간으로 정하는 이유가 뭡니까?”

 

  “앞에 말했다시피 인간이란 종족은 머리가 유별나게 뛰어나니까.”

 

  “뭔 상관...”

 

  “그 뛰어난 머리는 심해왕국을 다스리는데 아주 유용하지. 심해왕국이 세워진 이래 인간 용왕들이 왕국을 다스림에 실패한 적은 없었으니. 아, 딱 한 번은...”

 

  ‘바꿔 말하면 그거네. 해신이 멍청하니까 똑똑한 인간을 비서로 두겠다.’

 

  “이노옴!!!!!!!!!!”

 

  “끄아아아아악!!!!!!!!”

 

 

 이것 봐, 분명 죽을 때 고통이 이 보단 덜 했을 거라니까?!

 

 

  “네 놈이 생각하는 건 모두 들리니!! 감히 신을 상대로 무지의 깊이를 논하느냐!!!”

 

  “알았어!!! 알았다고!!!!!! 그만!!! 제발 멈춰!! 이 미친 메아리!!!!!!!!!”

 

  “후읍-”

 

  “!!!!.... 헉... 헉....”

 

 

 반백 살도 못 산 인생이지만 하루에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는 건 살아 선 못할 짓이야.

 

 죽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이씨... 들리면 들린다고 말을 하던가...! 인제 생각 안 해! 그냥 다 입 밖으로 내면 되는 거지?! 가 아니라 거죠!”

 

  “흐음.”

 

  “흐음은 지랄.”

 

  “어허, 욕은 삼가나니.”

 

  “나니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신이면 신답게 인간 소원 들어주고 말고 하면 될 것이지. 괜히 지가 귀찮으니까 용왕이니 뭐니 따까리 같은 거나 만들어놓고.”

 

 

 해신이 헛기침을 하더라고.

 

 신도 양심은 있나 보지? 쳇.

 

 

  “심해왕국을 다스리는 용왕은 아무나 될 수 없는 법이나니. 주로 바다에 빠져 사망한 인간들을 대상으로 용왕의 자격요건을 따지나니.”

 

 

 나 참, 어처구니가 없었어.

 

 그 자격 요건이라는 게 1순위는 <바다를 사랑하는가?> 라는 거야.

 

 

  “네 놈은 오세아니아 해양생태계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십 수 년을 일할 정도로 바다를 사랑하는 인간이니 1순위는 합격.”

 

  “바다를 사랑, 그래요. 사랑하지. 아주 그냥 사랑해 미치지. 근데,”

 

  “다음 2순위.”

 

  “사람 말 좀 끝까지 듣지?”

 

  “2순위가 중요하나니.”

 

  “거, 나니, 나니 안 하면 안 되나? 이건 뭐 조선도 아니고. 아! 고조선이슈? 아님 저 그 뭐야, 우가차차 그 시댄가?”

 

  “시끄럽나니.”

 

  “아, 예. 그래서 2순위가 뭔데요?”

 

  “망각의 꽃을 탐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망각의 꽃?”

 

 

 망각의 꽃이 무엇이냐 하면,

 

 

  “용궁 정원에만 피는 흰색 양귀비를 닮은 꽃으로 그것은 백년에 한 번 꽃을 피우나니. 용왕의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나 해신이 그 꽃을 꺾어 용왕에게 줄 것이나니.”

 

  “아아, 뭐 그런 건가? 백 년 동안 수고했다. 옛다, 꽃이나 먹고 떨어져라. 그런 거?”

 

  “그러하나니.”

 

  “망각의 꽃... 이름만 들어선 딱 그건데? 먹으면 기억이 싹 다 지워지고.”

 

  “역시. 인간은 머리가 좋나니.”

 

  “망각이란 뜻만 알면 대충 눈치 까는 걸 뭘 또 머리까지, 하하.”

 

 

 뭔가에 칭찬을 받는 다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야. 게다가 신에게 칭찬을 받았잖아? 좋아서 좀 웃었지.

 

 

  “근데 그걸 탐하고 안탐하고가 뭐가 중요한 거야? 그거 먹으면 뭐? 다시 살아나거... 어라? 그런 건가?”

 

 

 역시 칭찬의 힘은 위대해! 순간 솟구친 엔돌핀이 두뇌 회전에 가속도를 붙였거든.

 

 해신이 정곡을 찔렸는지 한참 말이 없더라고.

 

 

  “......... 그러나니. 역시 인간의 대가리는 좋나니. 이승에 남은 미련이 있는 자들은 그것을 먹겠다고 설치다 결국 고래 밥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어인들의 환송을 받으며 하늘로 올라가 천신황녀 품에 안길 수 있나니.”

 

 

 고로 이승에 미련이 있냐, 없냐를 따지는 거였나 봐.

 

 이승에 남은 미련?

 

 

  “미련 같은 거... 많지는 않지만 없다고는 못 해..... 아니, 게다가 백년이면 미련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뭐...”

 

  “그렇다면 네 놈은 2순위도 합격.”

 

  “어어?!! 잠깐만!”

 

  “어차피 네 놈은 하늘로 바로 갈 수 없는 운명이기에 이리로 왔나니.”

 

  “뭐래?....! 당체 뭘 알아듣게 좀 얘길 해! 그리고 그, 놈 소리 좀 그만하시지? 듣는 놈 기분 더럽거든?!”

 

 

 후우욱- 커다란 부채가 일으키는 바람 같은 것이 얼굴을 덮쳤는데,

 

 

  “아, 차거! 뭐야?!”

 

 

 찬물벼락을 맞은 듯 한 느낌이었어.

 

 코끝을 찌르는 냄새도 뭔가 피비린내 같고. 더러운 기분에 코를 막 비벼대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는 해신이란 놈이 대뜸 남의 프로필을 읊기 시작했어.

 

 

  “이름 피 용왕. 봐라, 네 놈은 이름부터가 용왕이니.”

 

  “...... 설마 하니 그거 가지고 운명이네 뭐네 하는 거 아니지?”

 

  “81년 5월 31일 제주에서 출생. 그거 아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5월 31일을 바다의 날이라 하나니.”

 

  “이봐. 그거 나 태어나고 한참 뒤에 정해진 거거든?”

 

  “출생 전에 형제가 될 인어들을 둘이나 잡아먹은 건... 뭐, 본의가 아니었으니 넘어가고.”

 

  “..............”

 

 

 해신은 내 상처를 건드린 거야.

 

 신이란 감투를 썼으니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한 거겠지?

 

 난 말이야. 그래서 신이란 것들을 정말 싫어.

 

 

 

 

 

 *****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엄마가 넌지시 얘기해준 적이 있어.

 

 내가 태어나기 전에 한 번의 유산과 한 번의 낙태를 했다고.

 

 이유는 태아의 기형 때문이었다며, 엄마는 얘기 끝에 살짝 눈물을 보였어.

 

 

  “네 놈 밑에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한 명 있느니. 그녀가... 인어지?”

 

  “...............”

 

  “지구에 사는 인간들 사이에선 10만 명 중 한명이 태어날까 말까 하나니. 대게는 태어나기 전에 죽거나, 죽이거나. 가까스로 태어났다 해도 며칠 이내 죽기 마련.”

 

  “그게 뭐... 내 동생은....”

 

  “살아있지. 무려 37년을 육지에서 살고 있어. 인어가.”

 

  “인어가 아냐!!! 사람이야! 인간이라고!!! 재수가 없어서!..... 다리가 없을 뿐이야... 인어가 아니라고!”

 

 

 이번엔 정말로 욱했어.

 

 해신이 아직 모르나본데 내가 한 성격, 한 지랄 하거든?

 

 그리고 내 동생은...

 

 

  ‘에리얼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앞을 가린단 말이야... 나쁜 해신나부랭이 같으니라고.’

 

 

 내 심장은 멈췄는데 찢어지는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아파. 내 여동생은...

 

 

  “내 동생이랑, 내가 여기 있는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야? 신이면 인간의 아픔을 멋대로 들추고 쑤셔도 된다는 거야! 뭐야!”

 

  “네 놈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느니.”

 

  “뭘!”

 

  “네 놈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운명의 사슬.”

 

  “뭔 사슬?!”

 

 

 성별도 모르는 해신을 향해 미친 영감탱이라고 소리치려 했는데 겁이 나서 차마 그러진 못했어.

 

 그의 메아리는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거든.

 

 불쌍한 내 동생의 인생보다 더 쓴 맛.

 

 

  “지금으로부터 일천팔백칠십구 년 전, 피씨 성을 가진 동양계 남성이 용왕으로 낙찰되었나니.”

 

  “하! 낙찰? 인간 가지고 경매 질 하냐?!”

 

 

 버럭 짜증을 냈는데도 아랑곳 않고 운명의 사슬인지 나발인지를 계속 주절거리더라고.

 

 반드시 날 용왕의 자리에 앉혀야만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처럼.

 

 

  “피씨 용왕은 심해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인어에게 홀려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그 인어의 소원만 들어주려 부단히도 애를 썼나니.”

 

  “사내로 났으면 좋아하는 여자 소원 정돈 들어줘야지. 게다가 용왕이면 능력 있겠다, 못해줄 게 뭐야?”

 

  “그 인어의 소원은 인간이 되는 것이었나니. 무한정인 바다의 생을 버리고 고작 백년도 못 살 육지에서의 생을 원한 어리석은 인어...”

 

  “..... 누구나 미지의 세계를 꿈꾸고 갈망하는 법이야. 생각할 줄 아는 머리와 느낄 수 있는 심장이 있는 인간이라면... 더욱이..... 그래.”

 

 

 적어도 나는 그랬어.

 

 인간 중 누구도 해보지 못한 ‘바다 속 삶’을 꿈꿨었거든.

 

 내 동생이 정말 인어라면 바다에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해신이 또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이야.

 

 

  “물과 뭍은 글자 하나의 차이만으로 메울 수 없는 다름이 있는 법. 어인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어인이 되는 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함부로 꿈꿔선 안 되는 법.”

 

  “!!! 잠깐만!!! 방법이 있어?!?!!”

 

  “...............”

 

 

 해신이 잘도 나불거리던 입을 닫더라고.

 

 그때 딱 생각이 났지! 말했지? 인간은 대가리가 좋다고. 게다가 나, 피용왕은 그 중에서 상위 1퍼센트에 속해.

 

 

  “망각의 꽃. 그래! 망각의 꽃이지?! 그것만 있으면 인간이! 내 동생한테 인가의 다리를 줄 수 있는 거야! 그렇지!?!!”

 

  “흐음..... 아직 용왕좌에 앉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탐한다면,”

 

  “이봐! 운명이라며? 나, 어차피 용왕 시킬 거였잖아?”

 

 

 솔직히 일말의 관심도 없었거든?

 

 그런데 이젠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

 

 

  “할게. 용왕. 저기 앉으면 돼지?”

 

  “잠깐. 네 놈, 뭔가 잊은 게 있지 않나?”

 

  “훗.”

 

 

 망각의 꽃이 피는 건 용왕의 임기가 끝나는 날.

 

 고로 백년 후에나 핀다는 얘기지.

 

 근데 말이야.....

 

 

  “이봐, 해신님. 내가 멘사 회원이야. 아이큐뿐만 아니라 이큐도 높은 편이지. 거기에 옵션으로 타고난 눈치란 게 있거든?”

 

  “.....쯧. 역시 피씨 성의 핏줄답나니. 재수가 없나니.”

 

  “후후. 남은 얘긴 앉아서 듣도록 하지. 삼일 째 서 있느라고 다리가 저려 미치겠나니.”

 

 

 인간 피용왕, 오늘부터 진짜 용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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