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설인
작가 : 연경
작품등록일 :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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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탄생
작성일 : 18-12-31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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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흐름은 때론 많은 것들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또한 소멸시킨다.

 

 휘아대학병원 전염병 환자 전용 응급실, 2020년 5월 10일 아담의 생일.

 아담이 6살 되던 해였다. 하필 그날이 생일이었다. 신종로타플루에 걸려서 아담의 생일파티는 생각도 못했다. 소에서 전염된 변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되어 인간의 호흡기를 통해 이동하고 감염되는 ‘신종로타플루(이하 신종플루)’는 설사와 고열을 동반했다. 육류소비패턴이 변하고 배양육이 많아지면서 그 피해는 심각했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배양육인지 모른 채 줄기세포에서 체세포를 채취해 다시 배양육을 키우고 같은 방법으로 하여 또다시 배양육을 키우고 하여 그 진원지를 파악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병원 내에서도 신종플루 전염병으로 입원하는 환자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어서 전염병 환자들 전용 응급실을 별도로 마련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는 물론 위생복을 입은 채 출입 시 두 번에 걸쳐 전신 소독을 해야 하고, 급히 개발되어 임상시험 중인 신종플루 백신을 맞아야 했다. 결국 신종플루에 감염된 아담도 고열과 설사에 시달리다가 병원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아담을 잃게 될까 봐 지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너무 겁이 나서 제롬을 불렀다. 병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아담의 얼굴처럼 누렇게 뜨더니 이내 하늘에 불이 났다. 화염 속에 충혈된 하늘의 눈2)은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지나가 아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데 제롬이 다가와 지나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지나 : 잘 자라 내 아기 하늘엔 별들이 밝게 빛나고, 은빛 달빛은 너에게 달콤한 꿈을 줄 거야. 자 눈감고 쉬거라 이 시간들이 축복이 될 거야, 날이 밝아 하품하며 깨어날 때까지..3)

 제롬 : 지나야 고생 많지, 아담은 좀 어때?

 지나 : 와줘서 고마워요. 근데 여기 들어오면 위험해요. 그냥 복도에 있어도 되는데..

 제롬 : 아니야, 이건 우리 일이야. 아담과 관련된 건 뭐든지 공유해줘. 백신 맞았어.

 지나 : 응, 그럴게요. 잘했어요.

 이틀의 밤과 낮이 지나갔다. 아담은 고열에서 해방되어 호흡이 안정되고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이번엔 병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고운 살구빛으로 분하더니 이내 모네의 양귀비 물감이 하늘을 덮었다. 물감 속에 피어난 하늘의 눈은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아담이 잠든 방에서 제롬과 지나가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제롬 : 그러지 말고 우리 결혼하자. 지나.

 지나 : 미안해요, 제롬. 당신에게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요.

 제롬 : 아담을 우리가 함께 키우면 좋잖아.

 지나 : 고마워요, 제롬. 하지만 난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요. 내 머리 속은 온통 아담 생각뿐이에요. 그 애는 일반 아이들과 달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제롬, 당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제롬 : 당신도 마찬가지야, 지나. 긴 시간이 될 거야. 아담을 키우는 일.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 얼마나 힘든 시간이 될지 이미 다 예상이 되는 상황이잖아?

 지나 : 아담이 신종플루에 걸린 건 어떤 아이라도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제롬 : 그러니까. 언제 또 걸릴지 어떻게 알아? 내 마음, 이미 알고 있잖아.

 지나 : 그래, 알아요. 당신 마음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그래요. 내가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제롬 : 혹시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거야?

 지나 : 그런가 봐요…

 제롬 : 그래도 생각해봐… 사람으로 상처받고 사람으로 치유된다고 했어…

 지나 : 그러지 말고 아담의 대부가 되어주는 게 어때요? 난 종교 같은 거 없지만 대부나 대모같은 종교 문화는 참 좋은 것 같아요.

 제롬 : 생각해볼게.

 

 아담과의 아침 산책, 2022년 5월 5일 어린이날.

 이 때 아담은 거의 10살이었다. 유난히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씨였다. 아담이 좋아하는 동물원에 가기 위해 오전에 집을 나섰고 시계는 아침 9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아침 공기가 정말 상쾌했고 파릇파릇한 나무들이 싱그러웠다. 지나와 아담은 집주변을 한 바퀴 산책하고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지나 : 아담, 우리 함께 산책한 적 없지?

 아담 : 응, 마미.

 지나 : 엄마랑 손잡고 우리 집 주변 한 바퀴 돌고 나서 동물원에 가자.

 아담 : 응응. 난 마미랑 하는 건 뭐든지 다 좋아.

 아담이 지나의 허리를 껴안으며 와락 안겼다.

 지나 : 나무들이 참 예쁘구나, 우리 아담처럼.

 지나가 아담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리고 도로에 근접한 인도 바깥쪽에 그녀가 서고 안쪽으로 아담을 세워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아담이 그녀를 보며 따라 했다. 그녀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길을 걸으며 나무와 집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간간히 아담의 얼굴을 비추었고 아이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빛났다. 아담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지나를 보며 방긋 웃고는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사랑스러웠다. 아담이 없는 생활은 이제 상상이 안 됐다. 덩치가 꽤 큰 나무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바람이 살짝 불었고 연약해 보이는 연두색 나뭇잎 하나가 아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지나 : 우리 아담 닮았네?

 지나가 나뭇잎을 손으로 집으며 아담에게 말했다.

 아담 : 마미는 뭐든 다 나 닮았대.

 하면서 아담이 두 눈을 찡긋했고 그녀에게 웃어 보였다. 아담의 윙크였다. 아직 한 눈 윙크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아담에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왠지 지금 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아서 그 나뭇잎을 명함케이스 속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아직 어려 연약해 보이는 이 연둣빛 나뭇잎을 이 색상 그대로 박제해야겠다고 지나는 생각했다.

 

 저작권자ⓒ연경(蓮經) ISBN 979-11-372-2367-7

 무단상업복제사용금지.

 스토리야 무료연재는 오직 독자들만을 위한 것입니다.

 

작가의 말
 

 2018.12.31일자 완결 작품.

 one store books studio(평점5.0 최고점), munpia, 네이버 웹소설 에서도 무료 연재 서비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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