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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뷔린투스
작가 : Elcaminosolo
작품등록일 :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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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작성일 : 18-12-31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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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키아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오지 않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서 발견된다면… 이라고 생각하자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신만을 모시기 위해서 태어나서 그런지 주어진 업무에 충실한 사제들이 이를 보기라도 하면 제일 큰일이었다. 스텔라들을 관리하는 것은 그들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본다면 자신을 잡아다 닦달할 것을 알기에 라키아는 그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그들이 이걸 부실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애초에 힘의 크기도 다르고, 다루는 방법도 아니 종의 분류 자체가 다른데 과연 이걸 깰 수 있을까 생각했다. 못 깬다면 자신은 여기서 굶어죽거나 할 것이고, 깬다면 그들에게 끌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막다른 골목이었다. 제일 바람직한 것은 바로 그가 돌아오는 것이었다.

 

 아무리 늦어도 해가 뜨기 전에는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안개 속에서 검은 형체가 보였다. 라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이면 정말 다행이고, 이 새벽에 일찍이 나온 사공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려야 했다.

 

 물소리가 가까워지면서 그가 아닐 확률이 높아졌다. 아까 그가 물 위를 걸을 때 나던 작은 물 튀김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큰 소리로 보아, 그가 내던 물의 양보다 많은 물이 튀어 오르는 소리였다.

 

 어둡고 불운한 생각은 불안할 때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라키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물체가 사람이 아닐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만약에 아까 봤던 그런 괴물 종류면 어떻게 하지?

 그에 대한 해결책은 도대체 떠오르지 않았다.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검은 형체가 점점 가까워졌다. 라키아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는 그 운에 모든 걸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달리 방법이 없기도 했다.

 검은 형체의 모습이 점점 짙어지고, 물소리가 커졌다. 드디어 라키아의 눈에 형체가 확인되었다. 확인 되자마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검은 형체는 배를 탄 누군가였다. 앉아서 노를 저어 오고 있어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어깨라던가 팔의 두께를 보고 남자라는 것을 확신할 뿐이었다. 남자는 노를 저어 라키아에게 다가왔다. 남자도 자신이 보이는 듯했다.

 

 남자는 라키아에게 꽤 가까이 왔지만 구름이 달빛을 가려 누군지 확인 할 수 없었다. 남자는 졌던 노를 물에서 빼내어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러더니 라키아를 향해 던졌다.

 

 노가 날아오는 그 짧은 순간 라키아는 알 수 있었다. 그 남자가 ‘그’ 라는 것을.

 날아온 노는 라키아가 갇힌 막에 박혔다. 막에 금이 가며 파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크기가 더 커졌다.

 

 갇힌 곳에서 탈출하는 것은 좋지만, 바깥은 바로 물이다. 라키아는 본의 아닌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신은 보송보송한 상태로 집에 가고 싶지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막은 그의 상황을 고려해주지 않았다. 쩍쩍 갈라지더니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라키아는 추락했다. 차마 입 밖에는 못 내고 속으로 외쳤다.

 ‘이 미친놈아!!!!!’ 라고.

 

 풍덩하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라키아와 노는 물에 빠졌다. 라키아는 같이 추락한 노를 친구인 양 챙겨서 그가 있는 배로 헤엄쳐갔다. 노를 먼저 배에 올려놓고 배 위로 올라갔다. 물 때문에 무거워져 배 위를 오르려다가 다시 물로 빠졌지만 여러 번 시도 끝에 결국에는 배 위에 올랐다.

 

 “도대체가…”

 라키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헉헉 댔다.

 

 “라키아, 체력 좀 기르셔야 되겠습니다. 그게 뭡니까?”

 

 그의 말에 라키아는 자신의 옆에 먼저 올라온 노를 쳐다보았다.

 ‘한 대 칠까?’

 

 라키아가 범죄와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그가 불렀다.

 “라키아.”

 

 “예?”

 너무 집중해서 고민하던 차에 그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답했다.

 

 “뭔가 이상한 게 있습니다.”

 그의 말에 라키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이 땅에 너만큼 이상한 게 어디 있어. 이 미친놈아.’

 

 “뭔데 그러십니까?”

 

 그는 라키아에게 작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카드인 것 같았다.

 

 “이게 뭡니까?”

 

 “그걸 저도 모르겠습니다.”

 

 라키아는 그에게 건네받은 카드를 달빛에 갖다 대고 앞‧뒤로 살펴보았다. 보기에는 여덟 성인들 중 하나를 그려넣은 평범한 카드 같았다.

 

 “이건 그냥 카드 아닙니까? 성인들 중 하나인 철의 앵그웬 같은데 말이죠.”

 

 “그리 보이십니까?”

 

 라키아는 그의 이상한 물음에 다시 한 번 카드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카드 한 장일 뿐이었다.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운을 느끼지 못하시는군요.”

 

 “?”

 라키아는 그가 말하는 ‘기운’이 무엇인지 몰랐다. 본인은 스텔을 운용하는 능력이 없어 스텔라는 아니었다. 그러나 감각이 예민하여 스텔을 느끼고는 했다. 카드에 스텔이 담겨있나 싶어 집중을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스텔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전 무슨 기운인지 알 수 없군요.”

 

 라키아는 그에게 다시 카드를 건넸다. 그는 카드를 받고 라키아처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허공으로 카드를 던졌다.

 카드는 허공에서 멈췄다. 정확히 달빛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마찰시켜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카드가 울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에엑

 

 라키아는 얇으면서도 높은 이상한 소리에 귀가 아파 귀를 막았다. 아까 괴물이 내던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였다. 사람의 소리와 짐승의 울음소리가 아닌 이상한 울음소리 였는데, 제일 유사한 것은 새의 울음소리가 변형된 것 같았다.

 

 괴음을 내던 카드가 갑자기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무언가의 힘에 맞서 버티지만 버거 워서 흔들리는 것 같았다.

 

 흔들리던 카드에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새어 나오면서 옆으로 넓게 퍼졌다. 그렇게 퍼진 검은 연기는 카드를 감싸면서 서로 뭉쳤다. 그 때 그가 한 번 더 손가락을 마찰시켜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뭉쳐있던 검은 연기가 ‘팡’ 튀는 소리와 함께 분산되어 사라졌고 카드는 라키아와 그 사이에 탁 하고 박혔다.

 

 라키아는 기이한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카드는 지가 살아있는 거 마냥 움직였고 검은 연기를 내더니 그걸 모으는 것 같은 모습은 죽을 때 까지 그 어느 누구도 겪기 힘든 상황인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카드가 검은 연기를 내뿜을 때는 고작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같은 것 일 뿐이었는데, 라키아는 괜히 한기가 느껴져 양팔을 껴안았다.

 

 연기는 아까 그 괴물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괴이하고 고통스럽게 울어대는 것 같았고 무언가 원통하고 원망하는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서럽게 울어대는 것으로 봤을 땐 언젠간 자신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이한테 복수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라키아는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라키아.”

 

 그의 목소리에 살짝 겁에 질려 있던 라키아가 현실로 돌아왔다.

 “예. 근데 저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소름 돋습니다.”

 

 “죽은 자들의 흔적입니다.”

 

 “그것들이 왜 저기 들어가 있는 겁니까? 그것들은 원래 떠돌아다니는 거 아닙니까? 물론 로렌께서 그것들이 응축된 곳을 지나실 때, 실체화가 돼서 여러 번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한 물체에 저렇게 많은 것들을 넣어놓은 것이라뇨? 아니 아니, 많은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적지 않다는 건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으스스했다니깐 요.”

 

 “저도 그게 걸립니다. 혹시 스텔로 가둬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스…스텔이 아니면…?”

 라키아는 이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예. 예상하신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선택지는 2개입니다. 첫째, 레테나퀴스. 특히 저렇게 죽은 자들을 많이 다룰 수 있는 건 신의 대리인 일 뿐이죠. 둘째, 저와 같은 부류. 하지만 이건 희박합니다. 저 죽은 자들을 우리는 다루기가 매우 힘듭니다. 손만 내밀어도 물어뜯으려고 하니깐 요.”

 

 라키아는 그의 말을 듣다가 짜증이 났다. 남부에서 껄끄럽고 시끄러운 곳을 탈출했더니 이제는 더 크고 불편한 곳과 얽히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레테나퀴스랑 얽힐 거였으면 그냥 남부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버텼을 것이다. 레테나퀴스 보다는 나은 선택지 아닌가.

 

 레테나퀴스가 어디인가. 스텔라들을 관리하고 신과 성인들을 기리는 명목으론 아주 선량해 보인다. 하지만 스텔라들은 스텔을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들은 스텔 이외의 힘을 사용하는데 그 출처가 어디인지 모른다. 라키아는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꺼림칙했다.

 

 ‘미친놈들. 죽은 자들한테 까지도 손을 데서…’

 

 “라키아, 좀 알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

 

 라키아는 돈독 오른 벌레들이 득실득실한 아그리젠에서 도망 나왔더니 더 속을 알 수 없고 형체가 없어서 괴로운 벌레들과 다시 얽힐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거기 팔은 왜 그러십니까?”

 라키아가 그의 팔에 난 상처를 보며 말했다. 괴물이랑 붙어있을 때도 물만 맞았던 그였다.

 

 “아… 쥐가 물었습니다.”

 

 “네?”

 라키아가 봤을 땐 쥐가 문 자국은 아니었다. 고르게 마름질 되어 있는 모양이 마치 사람의 이 모양 같았다. 꽤나 세게 물렸는지 그 모양 위에는 굳은 피가 비쳤다.

 

 라키아는 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수도의 쥐는 이가 많은가 보군요?”

 

 “예. 수도의 쥐는 크기도 크고 때론 사람 말을 알아 들어서 늘 조심해야 합니다.”

 

 “…”

 

 “여하튼 라키아, 수도에서 할 일이 생겼습니다.”

 

 라키아는 그의 말에 할 수만 있다면 레테나퀴스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었다.

 ‘너네만 없었어도…’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지만 그것은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 금세 마음을 비웠다. 못 이뤄질 것을 안고 있어봐야 그것은 허상에 불과한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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