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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고요
작가 : ReaDY
작품등록일 : 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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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번호 3번. 몽외지사(夢外之事)-3
작성일 : 19-09-10     조회 : 321     추천 : 3     분량 : 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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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번은 다시 턱을 괴며 말했다. 11번은 생각할 때 항상 턱을 괸다.

 

 “아니야…. 아니야…. 어제 저랑 이야기도 했는데.”

 

 나는 내 시선이 머물러있는 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나와 어제 대화했던 35번이 아니길 바랐다. 사실 35번이라는 것밖에 답이 나오질 않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아니길 바랐다. 시체의 손에 총이 들려있는 것, 승급을 한 36번이 핏방울 하나 없이 깔끔하다는 것. 35번은 나에게 왔을 때 자신과 함께했던 동기의 손에 죽는 것보다 자신의 손에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이미 결정을 했던 것임을 짐작하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나와 35번의 인연이 깊지 않지만 어제 처음으로 내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준 사람인 35번의 죽음은 첫날의 기억보다 더 깊숙이, 단단하게 박혔다. 나의 눈물은 박힌 가시를 따라 내려가다 바닥에 떨어졌다.

 

 “왜 이리 멍청한 생각을 했을까요.”

 

 11번은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멍청한 생각이요? 동기와 싸우지 않고 싶었던 이 사람의 선택이 어떻게 멍청한 선택이에요?”

 

 나는 11번의 말에 반박하며 동시에 가시가 박힌 나의 얼굴을 11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끝내다니 이번 승급심사는 시시하네요.”

 

 11번의 눈에는 35번은 그저 멍청이.

 

 “시시? 이 사람은 배려를 한 거에요. 자신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동기에 대한 배려!”

 

 나는 11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11번의 말을 듣기 힘들었다.

 

 “배려는 말이 배려지. 그런 건 다 핑계고 이 사람은 용기없는 겁쟁이일 뿐이에요.”

 

 11번 또한 자신의 주장을 굽힐 맘이 없는 듯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11번과 눈이 마주치고 11번은 또 한숨을 쉬었다.

 

 “울어요? 겨우 이런 죽음 가지고?”

 

 내 얼굴을 바라본 11번은 내 가슴에 가시를 하나 더 박았다. 이미 먼저 박힌 가시를 더 깊게, 새로운 가시는 이미 한번 다친 상처를 다시 물고 뜯는 것 같았다.

 

 “네. 저는 이런 죽음에도 울어요. 나와 인연이 있는 모두의 죽음에 나는 눈물을 흘려요. 그러는 11번은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해요? 아무리 당신과 인연이 없다고 해도 겨우 이런 죽음이란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 사람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얼마나 마음 아팠을지 생각이 들진 않아요?”

 

 나는 눈이 빨개진 상태로 11번을 노려보았다.

 

 “네. 안 들어요. 당신만 느끼는 그런 감정은 전 모르죠. 항상 우린 안 맞았으니까. 저는 이 사체를 보며 한심하단 생각밖에 안 드네요.”

 

 11번은 정말 그래 보였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그래 보였다. 다시 나는 혼자가 되었다.

 

 나와 11번이 서로에게 씩씩대며 싸울 때 뒤에서 누군가 나를 어깨로 치고 지나갔다.

 

 “아 뭐야. 지나갈 수도 없고 왜 여기서 죽은 거야.”

 

 주변 사람들은 시체를 보고 다 불평을 한마디씩 했다. 시체를 밟고 그냥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사라질 느낌인데 왜 그렇게 격정적이에요? 일단 진정 좀 해요. 밥도 마저 먹고.”

 

 11번은 나를 우리가 밥을 먹던 곳으로 밀었다. 자리에 앉은 나는 밥을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분 뒤 11번이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 가시에 박혔던 상처는 흉터 하나 없이 회복되었고 나는 밥을 먹었다.

 

 “이제 진정했어요?”

 

 이미 밥을 다 먹은 11번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네. 또다시 없어졌네요.”

 

 “11번은 특별한 것 같아요. 나는 그 감정이 한순간에 없어져서 없어지는 기분조차 들지 않던데. 11번은 없어지는 순간도 알고 그 전의 감정도 알잖아요.”

 

 11번은 밥을 먹고 있는 나를 기다리는 게 심심한 듯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11번이 지나치게 이성적인 거지.”

 

 “제가 지나치게 이성적인 거라고 하기엔 이 교도소에 저랑 같은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요? 그쪽이 지나치게 감성적인 거 아닐까요?”

 

 “아니에요.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11번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저 저랑 잘 안 맞는 거지.”

 

 나는 밥을 다 먹고 일어났다.

 

 “당연히 전 틀리지 않았죠. 저는 계획 없이 행동하지 않으니까요.”

 

 11번은 어깨를 으쓱이며 나를 따라 일어났다. 계획에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11번. 그렇다면 나와 친해진 것 또한 계획일까.

작가의 말
 

 몽외지사 : 천만 뜻밖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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