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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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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장
작성일 : 19-09-17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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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 장.

 

  사무실 안은 하얀색 조립식 가구들로 채워져 있어서 밝고 차분해 보였다. ‘광속소년대’의 앨범 사진 액자가 벽에 걸려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현금이가 직원으로 일을 하면서 보아온 ‘검은 가죽 소파’가 있던 사무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 사무실엔 여사원이 꼭 커피를 타와야 마시는 부장도 없었고, 사무용품은 무채색만 고집하는 과장도 없었다. 첫날 출근을 하자마자 분위기를 살핀 현금이는 이 사무실의 일 하는 방식은 다른 곳과 다를 것만 같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역시 이 사무실이라고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현금이가 첫날 출근하자마자 한 일은 ‘충성맹세’였다. 조 이사는 현금이가 ‘빠순이’라서 걱정스럽다는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서현금 씨, 팬 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시죠? ‘린의 날개’라는 개인 페이지에서 장사도 하셨고요.”

  “예.”

  “더 이상 안 하신다면, 저희도 덮고 가겠습니다. 대신 이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밝히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린의 날개’같은 사이트 포함해서요. 사무실에서 본 것, 들었던 것도 아무 데서나 말 하면 안 됩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회사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새나가게 한다면 퇴사를 각오하셔야 합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기에 서명하실 수는 있으시죠?”

  “각서인가요?”

  “예.”

 

  조 이사가 내민 각서에 서명을 한 후, 현금이는 자신의 책상에 놓여 있던 컴퓨터에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깔아야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현대인답지 않게 조 이사를 포함해서 그 사무실엔 직원 중엔 이미지를 다루는 간단한 기술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현금이의 일은 ‘광속소년대’와는 거의 상관이 없었다. 사무실엔 늦은 밤과 아침에만 머무는 무진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 현금이는 회사가 새로 시장에 내놓는 ‘허슬 보이즈’의 사진을 주로 찍고 보정해서 미디어에 내보내는 일을 했다. 더불어 사무실의 온갖 잡일을 했다. 조 이사가 현금이를 뽑은 이유는 곧 다가올 ‘앙콜 컴백 콘써트’를 대비하여 다용도로 싸게 써먹을 값 싼 인원을 충원한 것뿐이었다. 현금이는 그 사실을 출근 첫날 눈치 챘다.

 

  ‘아틀라스’사무실은 연예기획사이지 포토 전문작업실이 아니었다. 그 사무실에서 현금이보다 사진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현금이가 사진에 대해서 배울 것은 그다지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이는 사무실에서 보는 것, 만나는 사람, 모든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현금이는 출근을 시작한 이후, 집에 머무는 것은 인생의 엄청난 낭비라도 된다는 듯이 잠시도 집에 있지 않았다. 이전처럼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지 않았고 친구를 만나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이른 아침에 나와 자정 즈음에 귀가했다.

 

  그렇다 보니 이전보다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 첫 달엔 그간 저축해 둔 돈을 뽑아 생활비로 써야했다. 현금이는 직장을 옮겼다는 말을 룸메이트에게 하지 않았지만, 권재희가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현금이가 늦은 밤에 자신의 방으로 향해 조용히 걸어가는데 재희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야, 너 요즘 뭐하고 다니느라, 도시락도 안 싸갖고 다니냐? '린의 날개'는 팽개쳐두고."

  "점심 도시락은 안 먹어. 사무실에서 함께 먹으니까."

  "사무실?"

  "아틀라스라고 알지?“

 

  현금이와 함께 '부방장'으로 린의 날개 싸이트를 관리해온 권재희는 '아틀라스'가무엇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니가 거길 왜?"

  "서류 냈었다고 말했잖아. 포토그래퍼 직으로.”

 

  권재희의 얼굴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재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침통한 표정이 얼굴을 덮었다. 라이벌 국가간 축구 경기에서 연장 끝나기 일 분 전에 한 골을 내줘서 지는 경기를 본 얼굴이었다. 현금이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시큰둥한 얼굴로 권재희롤 보고 있었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광속 애들 맨날 봐. 그래서 그런지 팬 싸이트에 들어가는 재미도 옛 날 같지 않더라고."

 

  현금이는 광속 멤버들을 딱 한 번 봤을 뿐이지만 부풀려 이야기했다. 현금이는 재희의 분노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확인 한 후, 선심을 쓰는 듯한 말을 던졌다. 현금이 일생에 없는 일이었다.

 

  "나 그래봤자 삼 개월 계약직이야. 언니는 공모에 붙어 상금도 타고 작가라는 자

 격도 얻었지만 나는 아직 고작 삼 개월짜리 임시직을 전전하는 거라고.”

 

  현금이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지만 권재희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언니가 나 없는 동안 '린의 날개'에 들어가서 교통정리도 좀 해주고 그래. 의류랑 책 안 판다는 공지는 내가 진즉에 해놨으니까."

 

  현금이는 하고 싶은 말을 끝마치고 재희가 알아서 생각하라는 의미로 피곤하다는 표정을 얼굴에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방문을 닫자 현금이는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는 웃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현금이에게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린이 첫 번째 소극장 콘써트에서 자신을 향해 눈을 맞추고 웃어 주던 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었다. 권재희의 뒷목 잡고 쓰러질 듯한 얼굴을 보던 순간이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은 순간이 많이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현금이는 그 집에서 이사 나가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장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현금이는 그 날 오후에 조 이사와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현금이는 콘서트 기록 사진을 찍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조 이사로부터 회사가 얼마 후에 ‘광속소년대’의 공식 포토북을 만들 것이고, 그 때에 ‘서현금’ 이름으로 계약을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

  현금이는 권재희와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광속소년대’의 공식 포토북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만은 참고 가기로 했다. 그 때까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사진들을 보는 데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 붓고 싶었다. 새로운 영감으로 사진을 찍을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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