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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고
작가 : 잡학다식생
작품등록일 : 20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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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선
작성일 : 19-10-28     조회 : 408     추천 : 0     분량 :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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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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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연수가 무사히 막을 내리고 캠프의 아이들과 스텝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때는 한바탕 소나기가 내리고 난 후였다.

 

 캠프진에서 미리 준비해 온 플랭카드를 잡고 아이들과 스텝들은 기념 촬영을 마치고 모두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모두 잘 가! 건강하고..."

 "세라 티처,고마웠어요."

 

 세경은 세라에게 쏟아지는 아이들의 선물과 포토 세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인간사는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놈들...잠도 포기하며 수업 준비해서 레벨을 팍팍 올려줬건만 정작 굿바이 인사는 세라한테만 하네...'

 

 그 때 뒤에서 정민이 세경의 어깨를 툭 친다.

 "야,신세경.너 정말 수고 많았다.정말 잘해줬어"

 '그래도 정민 선배는 내 노고를..'

 기쁜 얼굴로 정민을 살짝 쳐다보며 세경은 수줍은 미소를 배시시 지어보인다.

 '모.모두 선배님 덕분이예요..저도..정말..많은 경험이 됐어요..감사하..."

 "오빠,여기서 뭐해? 다들 아이들 해산후 뒤풀이 가자는데?"

 세라가 어느틈에 정민의 팔짱을 잡아채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오빠,난 피곤해 죽겠어.그래도 오빠가 간다면 나도 콜".

 뒤에서 서너명의 스템들이 퀸 세라가 빠지면 말이 되냐며 부추기고 있다.

 

 정민은 생각에 잠긴듯 잠시 주춤거리다 표정을 바꾸며

 "그럼,모두 간단하게 한 잔 하고 갈까? 이렇게 헤어지긴 조금 섭섭하지? 아..세경이도 같이 가자."

 

 세경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아..저,저는 그냥 갈께요.몸도 조금 피곤하고.."

 마무리도 하기 전 모두들 세경에게 수고했다며 인사를 남기고 도심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향하고 있다.

 "그래도 섭섭하잖아..많이 피곤해?"

 정민이 걱정스런 얼굴로 세경을 바라볼 때 세라가 끼어든다.

 "응,그래,세경아,가서 쉬어,오빠, 얜 그동안 못 만난 오타~쿠 친구랑도 연락해야하고 신작들도 봐야해서 아주 바쁠꺼야. 그렇지?세경아,내 짐도 좀 부탁해!엄마한텐 내가 전화할께."

 "아..그래,그럼 세경아! 다음에 보자."

 정민은 세라의 재촉이 겸연쩍으면서도 싫지 않은듯 얼굴을 붉히며 세라의 팔에 끌려 무리들쪽으로 간다.

 

 "아,안녕히..가..세요."

 무리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세경은

 '그래..이제 나는 이용가치가 없어졌다는 말씀이지?..간다.가..기집애..그래도 오빠앞에서 그 오타쿠 소리는 .."

 세라를 힐끗거리며 세경은 양손에 트렁크를 쥐고는 다시 콧등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올린다.

 

 불과 3주만인데도 너무 그리운 느낌이 든다.

 고개를 들어 지하철내 광고들을 흝어보며 세경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집이다..

 늘 환기구의 청결상태가 걱정되던 지하철 에어컨의 바람이 오늘은 상쾌하기만하다.

 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게 이렇게나 뿌듯한 일이구나.

 그리고 집에는 나의 보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흐흐

 개강까지 내 너희들을 마구마구 사랑해주리라.방 콕하며..

 

 집에서 세경을 기다리고 있을 애장품들을 생각하니 세라에 대한 얄미움도 눈 녹듯 사라진다.

 뭐 하루 이틀의 일인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어 기분 좋게 느껴진다.

 좌석 끝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세경은 흐믓한 미소를 짓다가 조금씩 스르르 눈이 감긴다.

 트렁트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고개를 숙인 세경을 대각선에서 바라보며 피식 웃고 있는 시선이 있다.

 

 피식~.

 어디서든 잘 자는거 하나는 인정!

 선글라스너머 세경을 바라보던 시선을 차장밖으로 돌린다.

 

 

 살짝 이마를 찡그리며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중얼거린다.

 '오래간만,서울!'

 

 지상으로 올라온 차장밖에는 소나기가 내린 후 말끔히 씻긴 서울의 새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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