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영애•랑
작가 : 배로만자루
작품등록일 : 2019.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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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작성일 : 19-11-08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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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애는 최선을 다 했다. 죽지 않기 위하기보다.

 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린 몸으로 커져버린 저 세상은 아니, 저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영애의 아버지 또한 최선을 다해 피해 다녔다. 처음에는 그녀를 말렸다. 하지만 소용이 없을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영애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피가 튄 얼굴로 놈들을 노리고 다녔다. 아버지는 지켜보기만 할 뿐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미안함에. 아니다 불안함에. 내 아이가 죽을 까봐. 내 소유물이 없어질까봐.

 

 영애는 죽은 경찰의 몸에서 칼을 빼앗아 들고 위협을 가하는 그들에게서 도망쳤다. 그녀가 뛰어간 곳은 어머니가 있다는 죽은 이 들을 찾아가라고 놓아둔 곳이였다. 뛰어가는 와중에 얼굴에 눈물이 말라붙은 같은 반 여자아이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녀들은 울먹이며 영애의 옷자락을 잡고 “조심해"라고 건냈다.

 영애가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지자 그녀들은 눈물을 터트렸다. 영애의 뒤를 경찰들이 따랐다.

 

 영애는 따돌렸다 생각했다. 울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어머니의 얼굴을 찾으려고 했다.

 

  그때, 엄청난 총소리와 함께 영애가 쓰러졌다.

 

 영랑이 이 소식을 전해 들은건 1시간 후 였다. 이미 창백해진 그녀를 다른 시체들과 누워있는 그녀를.

 영랑의 맥이 빠졌다. 툭 하고 그녀 옆에 주저앉았다. 영랑이 눈물을 터트렸다. 처음으로 흘려보는 눈물이다.

 그녀를 안으려고 들어올리자 그녀의 손과 고개가 힘없이 뚝 떨어졌다.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영랑의 모습에 자기 가족, 친구를 잃어버린 다른 유족들이 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둘은 무의미하게 사랑했다. 서로에게 물들어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어쩌면 간질거리는 사랑을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영애는 그저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의 마음은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은 말이다.

 

 

 

 비참한 세월은 지나가고 텁텁한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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