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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을 주워 왔더니 마교 교주라고 합니다만?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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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과 몸이 바뀌었다?(1)
작성일 : 19-11-10     조회 : 347     추천 : 0     분량 : 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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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부터 간단히 청소를 하고 집 안을 정리했다.

 

  오늘은 유리가 오는 날이다. 그것도 중요했지만, 그전에 어젯밤 여동생의 행동이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연비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 정리를 한 것이다.

 

  옷까지 갖춰 입고 여동생 방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런 오빠는 전국에 나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똑. 똑.

 

 “들어와.”

 “또 벗고 있는 거 아니지?”

 “들어오라고 변태야.”

 

  도대체 방심할 수가 있어야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으로 들어섰다.

 

  연비도 일찍 일어났는지 말끔한 자태로 앉아 있었다.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앉아있는 미소녀를 보니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일자로 굳게 다물어진 입에 고고한 품위가 드러나는 자태. 마교 교주 다운 위엄이 있다.

 

  곰돌이 잠옷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무슨 일이야?”

 

  책상 의자에 적당히 걸터앉았다.

 

 “오늘 수련하기 전에 해 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

 “뭐? 너에 대해 제대로 알려 달라고?”

 “그것도 궁금하지만 그건 어차피 순순히 털어놓을 마음 없잖아.”

 

  쓴웃음을 지으며 푸념했다. 다그쳐서 될 게 아니면 칼자루 쥐고 있는 쪽의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말싸움은 귀찮다.

 

  예상이 빗나가자 여동생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어깨를 타고 사르륵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푸른빛을 자아낸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어제 왜 그랬어? 뭐 우울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애초에 너…… 마교 교주 같은 거 하기 싫은 거지?”

 

  연비가 처음 왔을 때, 그때도 그렇게 말했었다.

  평범하게 살 거라고.

 

  그걸 돕겠다고 한 건 나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사정이나 내막은 몰라도 그녀의 마음만은 알고 싶었다. 아무것도 몰라도 여동생의 심정 정도는 이해해줘야 진짜 오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른 아침에 날 깨운 결의가 바로 그것이다.

 

 “어…….”

 

  내 굳은 눈빛을 읽었는지, 연비는 순순히 수긍했다.

 

 “그거,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거 아니야?”

 “뭐, 그렇지.”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보아하니 네가 도망치려 해도 그쪽에서 자꾸 널 찾는 것 같더만.”

 “모르겠어. 지금은…… 그런 것보다 좀 쉬고 싶어……. 그러니까 빨리 무공 수련이나 하라고.”

 

  그게 왜 그렇게 이어지냐. 내가 강해지는 게 여동생의 평안과 관계가 있나?

 

 “네가 모든 것을 되찾기 전에 죽어버리면 곤란해.”

 “왜? 네가 책임질 일이 생겨서?”

 “그, 그게 아니야.”

 

  연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내가…… 기댈 곳이 없어지니까…….”

 

  잘 모르겠지만 이 녀석, 어제부터 무지하게 귀엽다. 새침한 표정으로 한껏 부끄러워하니 보살펴주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는구나! 불안해하는 여동생을 필사적으로 위로하며 나섰다.

 

 “걱정하지 마.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서 내력인지 뭔지 제대로 써 볼게. 그걸로 네가 편해질 수 있다면 도와주지 뭐.”

 “너…….”

 “돕겠다고 했잖아. 그럼 어차피 한 편인데 나도 항상 짐만 될 수는 없으니까. 일전에도 예령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지도 모르고.”

 “정말 이대로 계속 도와줘도 괜찮아?”

 

  도리가 있나.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지금 알아버리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서 말하지 않는 거잖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다만 네 마음이 그런 거라면 지금은 전력으로 널 도울게. 그 이후는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연비는 가만히 침묵하다 이내 실소했다. 그건 평소의 여동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알겠어. 그거 물어보려고 일찍 일어난 거구나.”

 “그러는 넌? 왜 이리 일찍 일어났냐.”

 

  어젯밤에 게임을 안 해서 그런가. 주말이면 오전에는 내내 숙면하는 여동생이 오늘따라 부지런하게 일어나 있으니 이상하다.

 

 “갈 곳이 있어서. 굳이 말해주자면 본교의 수련동이야.”

 “수련동?”

 “딱히 널 위해 말해준 건 아니니까 캐묻지 마. 좀 더 속성으로 네 힘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 생각해 낸 곳이야. 가서 확인할 게 있어.”

 

  아 그러냐.

  그런데 오늘 유리가 오기로 했는데 서연에 이어 이 녀석까지 자리를 비우면 어쩌자는 거지.

 

 “오늘 수련은? 유리한테 오지 말라고 할까.”

 “고아원에서의 일도 있어서 그렇게 말하면 네가 곤란할 수도 있잖아.”

 “그런가?”

 “여자 마음은 하나도 모르네. 호색한이면서.”

 

  자기 오빠를 멋대로 신사 취급하다니. 정녕 야한 짓을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냐!

 

  그럼 어쩌자는 거지. 교육 담당이 전부 자리를 비우면 우리끼리 명상이나 하라는 건가. 아니, 그 이전에 유리와 둘이서만 있는 게 불편하다. 그 녀석은 얌전해 보여도 막상 밀폐된 공간에 둘만 있다 보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단 말이다.

 

  그 점을 들어 연비를 설득했다. 자습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라라도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그 애는 오늘부터 카페 아르바이트다.

 

  마침내 여동생은 긴 탄식을 뿜어냈다.

 

 “후, 하는 수 없네.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난 수련동에 갈 테니까 네가 가르치는 척해.”

 “내, 내가 어떻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잠재되어 있던 내력이 터져 힘은 넘치지만 다룰 줄을 모른다. 경공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지만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난 교관조차 아니잖아. 난데없이 내가 가르친다고 하면 유리가 나까지 무림인으로 볼걸? 이상한 녀석 취급받는다고!”

 “내가 그럼 이상한 녀석이라는 거야?”

 “아니라고는 말 못 하지.”

 “이이익! 에잇, 진짜!! 그러니까 가르치는 척 만 하라고!”

 “아니 애초에 교관이 아니라고요!”

 “교관이 되면 되잖아!”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대화가 전혀 진전이 없자 버럭 소리 지른 여동생은 침대 밑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함이다. 연비가 뒤적거려 꺼내든 건 적갈색의 커다란 환약이었다.

 

  저게 뭐지?

  저걸 먹으면 교관이 되나?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가만히 앉아 바보처럼 눈만 껌벅이고 있는데 연비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것을 쪼갰다. 반은 나. 반은 자신의 손에 쥔다. 뭔가 고약한 냄새가 나는 환약이었다.

 

 “이건 또 뭐야. 기왕 만들 거면 초코맛 같은 걸로 만들지.”

 

  날 노려본 여동생은 침대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움찔했지만 별일은 없었다. 단순히 내 손을 잡은 게 다다.

 

 “오오, 여동생이 스스로 오빠 손을. 기특해라.”

 “닥쳐. 진기를 운용해. 잘 모르겠으면 적당히 눈 감고 집중해.”

 

  의아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동생에게서 내게로 흘러온다. 그것은 다시 몸 안을 한 바퀴 돌고 연비의 손으로 빠져나갔다.

 

 “좋아, 이제 이걸 먹어. 동시에 먹는 거다?”

 “이, 이게 뭔데. 불안해. 불안하다고 동생아!”

 “아 좀!! 얌전히 주는 대로 처먹자, 오빠야?”

 “오, 오빠!”

 

  심쿵!

  연비의 목소리에 무한 감동한 난 주저 없이 환약을 삼켰다.

 

  잘못되어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냐. 아니, 죽지도 않겠지. 날 죽이지 않기 위해 수행시키는 그녀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다면 대체 이건 뭘까. 몸 안에 퍼져 나가는 약기운이 심상치 않다. 무척 빠른 반응이었다. 이걸로 임시 교관이 될 수 있는 건가? 설마 막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그런 약?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제 곧 졸릴 거야. 한숨 자. 그리고 일어나면 꼭 내가 쓴 편지를 확인해.”

 “편지?”

 “책상 위에 둘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붕 뜨는 기분이 든다.

 

  그걸 마지막으로, 내 모든 감각은 깊은 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눈을 떴을 때 시계는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젠장, 많이도 잤네.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유리가 오기로 한 시간이 조금 지났다. 혹시 내가 잠들어있는 틈에 오지 않았나 싶었지만 침대 위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주워 확인해 보니 그건 다행히 아니었다. 멍하니 스마트 자판을 두드렸다.

 

 - 미안, 엄마 일 좀 돕고 가느라 조금 늦어. (오전 11:52)

 - 유리야, 지금 어디?

 - 나 니네 집 앞

 - ㅇㅇ

 - 문 열어줘.

 

  타이밍 좋네. 마침 딱 도착했군. 이 아파트는 1층 출입문을 위에서 열어줘야 한다. 크게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몸 여기저기가 뻐근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가볍지? 그러고 보니 손도 무척 하얗고 손가락도 가늘다. 눈높이도 평소와 달라져 있었다. 난쟁이가 된 기분이다.

 

  젠장, 연비 녀석.

  대체 내게 뭘 먹인 거야?

  교관이 되면 된다 해놓고선 힘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보다 가벼운 만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머리를 긁적이며 인터폰에 다가갔을 때. 인터폰에 붙어있는 검은 액정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음?”

 

  연비? 아니지, 연비가 왜 인터폰을 눌러. 심지어 아직 화면은 켜지지도 않았는데. 어라? 잠깐만, 방금 내 목소리가.

 

 “아~ 에~ 이~ 오~ 우~.”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소름이 쫙 돋는다. 등줄기를 타고 거대한 땀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맙소사. 설마!!!’

 

  기겁한 난 욕실로 달려갔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거울이 붙어 있는 욕실에 도착하기 무섭게,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본 내 입에서는ㅡ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절규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도……

  여동생의 목소리로.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난 여동생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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