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을 부르다
작가 : 마법사천돌
작품등록일 : 20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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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나 사원
작성일 : 19-11-29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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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부터 인석이 업무설명서를 들고 실험실과 사무실을 눈코 뜰 사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어느 새 점심시간이 다됐다.

 

 11시 50분에 사무실로 인석이 들어서자 일부 직원들은 벌써 식사하러 나간 뒤였다.

 인석은 하 대리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보여 안심했다.

 

 “벌써 식사들 하러 가신 모양이에요?” 자리에 앉으며 인석이 물었다.

 “어정쩡한 시간에 가면 줄만 한 30분서야 돼서요. 과장님하고 몇몇 분들은 일찍 가고, 일부는 나가서 드시고, 어디보자ㆍㆍㆍㆍㆍ ” 그가 말하면서 사무실을 훑었다.

 “지금계신 분들은 항상 이 시간에 드시는 분들이죠.”

 

 인석도 목을 빼고 주위를 둘러봤다. 홍인석 사원과 황유나 사원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자, 식사하러 갑시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 대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명이 나란히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조 대리님도 식사를 늦게 하시나 봐요.” 언제 들어도 황유나 사원의 목소리는 상큼했다.

 “인천지부에서도 이 시간쯤 먹은 것 같아요. 주로 혼자 먹었죠.” 인석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안됐다는 듯 쳐다보았다.

 

 “거기는 어떤가요? 저희는 메뉴가 영ㆍㆍㆍㆍㆍ.” 홍인석 사원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어제 이곳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인천보다 낫던데요?” 인석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 네ㆍㆍㆍㆍㆍ.” 홍인석 사원이 그에 대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땡 하는 맑은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저도 저희 식당, 괜찮은 편이라 생각하는데요.” 황유나 사원이 엘리베이터 맨 안쪽에 자리를 잡으며 인석의 의견에 동조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 건가요?” 홍인석 사원이 약간 비굴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녀 옆에 섰다.

 

 “저는 그냥 편해서 가요.” 하 대리가 말했다.

 “그렇죠, 하 대리님, 저만 그런 줄 알았네.” 그의 가슴을 쓰다듬는 행동에 모두가 웃었다.

 

 “참, 과장님은 항상 나가서 드시는 거 아세요?” 엘리베이터를 나와 복도를 걸으며 하 대리가 인석에게 물었다. “저희가 번갈아 가며 같이 식사를 해야 하는데ㆍㆍㆍㆍㆍ.”

 “처음 듣는 데요.” 인석은 대답을 하면서 인천지부에서도 그런 간부가 있어 그 문제로 그와 말다툼을 한 기억을 떠 올렸다.

 

 “한 달에 4번 정도 차례가 돌아와요. 제가 순번 짜니까 메일로 알려드릴게요.” 앞서 가던 황유나 사원이 고개를 인석에게 돌리며 말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인석이 어색하게 말했다.

 

 식당은 테이블을 붙여서 한 번에 여남은 명이 앉을 수 있는 곳이 8개 정도 있었고, 식당 모서리 자리만 4명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배치했다. 인천지부와 다른 점은 반찬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정도였다.

 

 “아까 보니까 왔다 갔다 하시던데, 좀 알겠어요?” 4명 테이블에 앉은 후, 옆에 앉은 하 대리가 물었다.

 “아니 벌써 업무를 알면 저희 과로 왜 오셨겠어요.” 홍인석 사원이 젓가락으로 돈가스를 잡으며 말했다. 순간 하 대리와 황유나 사원이 그를 흘끗 쳐다봤고, 인석은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감도는 걸 보았다.

 

 “오늘은 웬일로 돈가스를 잘 튀겼네.” 싸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황유나 사원이 돈가스를 집으며 재빨리 말했다.

 “대부분은 속이 덜 익어서 직원들 불만이 많았는데, 아마, 조리하시는 분들한테 이야기 했나보죠?” 그녀가 맞은 편 하 대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 옛날보다 좀 난데ㆍㆍㆍㆍㆍ.” 돈가스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하 대리가 맞장구를 쳤다.

 “난 별론데ㆍㆍㆍㆍㆍ.” 홍인석 사원이 투덜거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모두 말없이 각자의 식판에만 열중했다.

 

 “그럼 여기 계신 분 모두, 동영상을 직접 만드신 거네요?” 침묵을 걷어내며 인석이 말했다.

 “그렇죠, 그거 찍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ㆍㆍㆍㆍㆍ.” 하 대리가 말했다.

 “하 대리님 NG왕에 뽑히시지 않았나?” 홍인석 사원이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맞아요, 굉장히 고생하셨죠.” 황유나 사원이 웃으며 맞장구쳤다.

 

 “말도 마, 한 30번은 찍었나 봐!” 쓴 웃음을 짓고 인석을 보며 하 대리가 말했다.

 “누가 찍었죠? 하 대리님은.” 홍인석 사원이 물었다.

 “안ㆍㆍㆍㆍㆍ대리지 뭐.” 말끝을 흐리며 하 대리가 말했다. “아무튼 뭐 둘 다 고생했어.”

 

 “모두 2인 1조로 찍었나 봐요?” 인석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전부는 아니고요, 안 대리님은 혼자 찍으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끝내 혼자 찍었어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안 대리 호칭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홍인석 사원이 말했다.

 

 인석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하필 그의 전임자만 혼자 동영상을 찍은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메시지는 진짜인지 아니면 장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참 서울지부 최 대리님은 찾으셨어요?” 휴지로 입 주변을 닦으며 황유나 사원이 물었다.

 “누가 아는 사람 있어요?” 하 대리의 눈이 커졌다.

 

 “아니요, 누가 좀 물어봐서요.” 인석이 얼버무렸다.

 “어, 내가 알기론 서울지부 최 대리는 우리 과 2명 말고는 없을 텐데.” 고개를 들어 잠시 생각하더니 하 대리가 인석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잘 아세요?” 입술을 쏙 내밀며 눈썹을 치켜세우며 황유나 사원이 물었다.

 “내 성씨도 흔한 성씨가 아니잖아. 그래서 당직 설 때 심심해서 현황판에서 서울지부에 어떤 성씨들이 있나 찾아봤지. 그리고 각 직급별 성씨가 얼마나 있나 세워봤는데ㆍㆍㆍㆍㆍ, 내 기억으로는 최씨가 많지 않았고, 최 대리는 우리 과에만 있었지 아마.”

 

 “우리 과는 아니시죠?” 황유나 사원이 인석을 보며 물었다.

 “제가 착각한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부탁한 사람한테 물어봐야겠어요.” 인석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약 20분 정도 시간이 흘렀고 모두의 식판에는 밥과 반찬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까 보니까 박 주임님이 실험 얘기 하는 것 같던데,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원래 칼 같은 성격이라 자기 업무 펑크 나는 꼴을 절대 못 봐서 그래요.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식사를 먼저 마쳤는지 포크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하 대리가 말했다.

 “아 예, 예.” 인석이 멋 젖게 웃었다.

 

 “맞아요. 날짜만 잘 지키면 좋은 분이죠.” 황유나 사원의 말에 인석만 제외하고 모두가 웃었다.

 “실험결과만 날짜에 맞춰 넘겨주면 된다는 뜻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자, 어리둥절한 인석을 보고 하 대리가 말했다. “다 먹었으면 일어나죠.”

 

 하 대리가 일어서자 모두 식판을 들고 배식구 옆에 있는 퇴식구로 향했다.

 

 그로부터 몇일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인석은 모두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입사이후 지금처럼 발이 땀나도록 뛰어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 주 목요일에도 밤 9시가 되서야 일이 끝났다. 몸은 고됐지만 박 주임이 경고한 기일 전에 실험을 끝내서 기분이 좋았다. 물론 아직도 완전히 맡은 기기를 익히기엔 미흡했지만.

 

 실험실에서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모두 퇴근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인석은 자신의 가방을 챙기고 컴퓨터를 끈 후, 사무실 불을 모두 끄려고 사무실을 둘러보자마자, 황유나 사원이 막 들어왔다.

 

 “잠깐만요.” 그녀가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가면서 말했다.

 “지금 가시려고요?” 인석이 물었다.

 

 “네, 급하시면 먼저 가시고요.” 그녀가 책상에 앉아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뇨, 같이 가시죠. 실험실 문 잠겼나 확인 한 번 할게요.” 인석이 실험실로 가기 위해 돌아서며 말했다.

 

 약 1분 후 두 사람은 사무실 문을 잠그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사무실 키를 1층 당직실에 걸어놓고 같이 정문을 나섰다.

 

 “평소엔 늦은 시간에 잘 안보이시는 거 같던데ㆍㆍㆍㆍㆍ?” 막 정문을 나서며 인석이 물었다.

 “아, 평소엔 7시쯤 퇴근해요.” 그녀가 인석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일이 많았나 봐요?” 어깨에 멘 가방을 치켜 올리며 인석이 말했다.

 “그게ㆍㆍㆍㆍㆍ대리님이 아직 사무실 정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실 것 같아서ㆍㆍㆍㆍㆍ어쨌든 9시에는 가려고 했어요.” 흰색 블라우스에 대비된 그녀의 약간 벌게진 얼굴빛이 빛났다.

 

 “저 때문이고요?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인석이 어정쩡하게 옆으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꼭 조 대리님 때문은 아니고요. 너무 고마워하시지 마세요.” 그녀가 두 손으로 잡고 있던 뜨개로 된 가방의 끈을 놓으며 손을 저었다.

 

 “그래도요. 정말 착하시네요. 고맙습니다.” 그의 미소가 얼굴 전체로 퍼졌다.

 “그만하세요. 정말 겸사겸사 남아 있었던 거예요.” 목까지 벌게진 것과 달리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인석이 약간 무안해하며 말했다.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는 좁은 길을 벗어날 때까지 말이 없었다. 그 때 그녀가 인사를 했다.

 

 “저는 그만 가볼게요.” 그녀가 고개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버스 안타세요?” 인석이 물었다.

 

 “요 밑에 양재2동에 살아요. 조 대리님은 버스 타시죠?” 그녀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네, 저는 가려면 멀었죠.” 그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럼, 조심해 가세요. 내일 뵐게요.” 역시 그녀의 미소는 상큼했다.

 “안녕히 가세요.” 그도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했다. 마치 소개팅을 한 후 헤어지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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