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49일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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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마스터 장
작성일 : 20-08-05     조회 : 570     추천 : 2     분량 : 5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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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사건 현장은 사체가 발견된 골프장이 아니었다.

 돈 의원은 별장에서 먼저 습격을 당했고, 자의든 타의든 골프장까지 끌려왔거나 도망친 것으로 보였다.

 

 별장을 둘러본 상수와 기태는 15분을 걸어 다시 골드골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골드골프장 관리사무실에서 삼십분 넘게 목격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꼬르륵.

 

 기태가 제 배를 쓸며 상수에게 말했다.

 

  "왜 이렇게 안와. 야 범생. 아침부터 먹고 올까? 속이 헛헛한데?"

 

 상수는 답 없이 제 손목시계를 봤다.

 오전에 벙커에서 사체를 최초로 발견한 이 목격자와의 인터뷰는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곧 오겠다던 직원은 계속 오지 않고 있었다.

 

 기태가 주머니에서 은단을 꺼내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아그작 아그작 씹으며 중얼거렸다.

 

  "속쓰려 죽갔네. 해장이 시급한데."

 

 시종일관 해장타령만 하는 기태를 상수가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유니폼을 착용한 사십 대 중반 가량의 여자가 들어섰다.

 여자는 운동선수처럼 다부지고 키가 컸다.

 

  “저를 찾으셨다구요?”

 

 다짜고짜 여자는 본론부터 꺼내들었다.

 상수도 여자에게 형식적인 목례를 하고 본론부터 꺼냈다.

 

  “벙커에서 사체를 최초 발견하셨다구요. 그 당시 상황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여자는 초조하게 벽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미 다른 경찰에게 다 말씀드렸는데요.”

 

 여자는 꽤 바쁜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상세히 말씀해주시죠.”

 

 딱딱한 상수의 태도에 대번에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치가 빠른 기태가 허허롭게 웃으며 상수에게 말했다.

 

  “범생아. 그렇게 다짜고짜 용건부터 꺼내들면 어떡하냐. 아침부터 골프장 한가운데 턱하니 놓인 사체를 보고 이분이 얼마나 식겁 하셨겠냐?게다가 일요일이 제일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까지 내주시는데, 안 그래?”

 

 상수는 입술을 씰룩였지만 일단 뒤로 한발 물러났다.

 사람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데는 기태가 한 수 위이긴 했다.

 기태가 여자에게 말했다.

 

  “우선 인사부터 드리죠. 저는 변기태 경위이고, 이쪽은 제 짝지 박상수 경윕니다.”

 

 기태가 여자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그제야 여자도 명함 카드를 꺼내 기태에게 건넸다.

 금빛으로 테두리를 박은 고급 명함이었다.

 기태는 명함을 이저리 보며 감탄했다.

 

  “이건 종이명함이 아니네요?"

  "네."

  "이야. 요즘은 신용카드처럼 이렇게 나오는 군요. 게다가 앞뒤에 금색으로다가, 이름을 이렇게 쓰니까 멋집니다. 마스터 장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여자가 딱딱한 표정을 조금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부르시면 됩니다. 이곳에서 제 직위니까요.”

  “마스터라면 지위가 꽤... 높으신 거죠?”

  “골드골프장 전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부장쯤 이라고 보시면 되요.”

  “오. 대단하십니다. 유리천장 시대에 부장급이라니!”

 

 기태의 뻔한 칭찬에 상수가 기태를 흘낏 봤다.

 

  '쓸데없이 넉살은.'

 

 하지만 기태는 아랑곳 않고 마스터 장의 명함을 수첩 사이에 소중히 끼우고 말했다.

 

  "골드골프장 전체를 관리하신다니 엄청 바쁘시겠군요. 일요일인데도 손님이 많죠?"

  "하. 오늘 오전 예약이 다 취소되서 난리도 아닙니다. 사건현장은 언제쯤 정리될까요?"

  "예예. 금방 정리됩니다. 오늘 내로 영업 재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시간을 많이 뺏지는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자가 비로소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기태가 상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그제야 상수가 수첩을 꺼내 질문을 시작했다.

 

  "좀 전에 CCTV를 확인 했습니다. 그런데 피살자 돈종률 의원이 어젯밤 차에서 급하게 내려 뛰어 들어왔더군요.”

  “아... 그게...”

 

 마스터 장이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기태는 자리에서 쓱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하자는 거야. 판 깔아놓고 웬 딴청?’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저 실은...”

 

 난데없는 기태의 행동을 불안하게 보던 상수가 여자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실은... 도착하자마자 의원님께서는 좀 화를 내셨어요. 차 사고가 있었다면서 당장 길가의 큰 바위를 치우라고 난리셨죠.”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제 맘대로 들척이던 기태가 물었다.

 

  “차 사고요?”

  “네. 뭐 큰 사고는 아니었어요. 차에 흠집이 좀 났더군요.”

 

 상수가 물었다.

 

  “어쩌다 난 사고랍니까?”

  "다른 차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고 하시더라구요. 차도에 바위가 있었는데 거기에 부딪칠 뻔 했대요. 다행히 의원님께서는 다친 데는 없으셨습니다.”

 

 상수와 기태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몇 시간 전 상수가 부딪칠 뻔 했던 그 바위를 말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군요.”

 

 상수가 수첩에 뭔가를 적은 후 다시 질문했다.

 

  “피살자 사체를 오늘 아침 제일 먼저 발견하셨다죠?”

  “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카트로 골프장을 둘러보던 중 제가 발견했습니다.”

  “어젯밤 당직직원은 누구죠?”

  “어제는 당직이 없었어요. 전 직원 회식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기태가 물었다.

 

  “피살자가 야간골프를 치셨다던데?”

  “네에? 아. 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죠?”

 

 기태가 씩 웃으며 책상 위 서류를 가리켰다.

 

  “여기 적혀 있네요. 7시 돈종률 의원 라운딩이라구요.”

 

 마스터 장이 인상을 썼다.

 아까부터 빈자리를 어슬렁거리며 책상 위 서류를 뒤적이는 기태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네. 밤 7시에 라운딩 시작하셔서 9시 좀 못돼서 끝났습니다.

  “혼자서 했습니까?”

 

 상수의 질문에 마스터 장은 풉, 실소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거만한 표정으로 상수에게 말했다.

 

  “여긴 실내연습장도 아니고, 골프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보통 2인이나 4인이 팀을 구성하죠. 어젯밤 의원님은 에스알 그룹의 최이사님과 라운딩 하셨어요. 에스알 그룹은 잘 아시죠?”

 

 기태가 피식 웃으며 다시 책상 위 서류를 뒤적였다.

 순간 마스터 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류를 휙 치웠다.

 

  “이보세요 형사님. 서류를 보고싶으면 영장을 가져오세요!”

 

 기태가 실소했다.

 

  “하하 이거 참.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네. 영장은 아무 때나 발급 받는 게 아닙니다. 영장을 받아 이 사무실을 제대로 조사하게 되면 이미 그때는 큰일이 터진 겁니다. 이곳 관련자 중 누구 하나가 살인용의자라는 의미니까요.”

 

 순간 여자가 질겁하며 되물었다.

 

  “사, 살인 요, 용의자요? 우리 직원 중에... 있다구요? 그게 정말인가요!”

 

 상수가 기태를 사납게 흘겨보더니 마스터 장에게 말했다.

 

  “어디까지나 정황이고 추론입니다. 사건 조사는 이제 막 시작 됐고 아직 특정된 용의자는 없습니다.”

  “아... 네.”

  “최 이사님과 피살자는 자주 게임을 하셨습니까?”

  “아니요. 어제만 팀으로 엮어드린 것뿐입니다.”

 

 기태가 자리로 돌아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거, 잘 몰라서 그러는데... 원래 골프가 두 시간 만에 끝납니까?”

  “아뇨, 보통 한 게임은 네다섯 시간 걸리죠.”

 

 상수가 가늘게 뜬 눈으로 물었다.

 

  “이상하군요. 방금 전 7시에 시작해서 9시 못 되서 끝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어제는 왜 일찍 끝났습니까?”

 

 순간 마스터 장이 몹시 당황했다.

 그녀는 땀이 나는 듯 자기 두 손을 무릎에 문지르며 입술을 달싹였다.

 

  “아. 그게... 그러니까 조금 불미스러운, 아니 그게 아니라, 좀 경미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

 

 

 달리는 차안에서 기태는 흥분하고 있었다.

 

  “경미해? 아주 조오금??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이게 말이 되냐? 그게 경미한 사고라는 게 말이 되냐구!”

 

 운전 중인 상수가 기태를 슬쩍 보았다.

 기태 말대로 마스터 장이 말한 사고는 절대로 경미한 사고가 아니었다.

 피살자 돈 의원의 골프공에 캐디 한 명이 맞아 현재 병원에 입원 상태였던 것이다.

 

  “죽은 사람한테 막말하기 그렇지만, 야 상수야. 죽은 돈종률 의원 말이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생전에 빈민들을 위해서 구제활동도 열심히 하고 인망도 높은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고였다잖아요. 공이 잘못 날아가서"

  "그래그래. 사고는 그렇다치지만 아까 그 마스터 장인지 짱인지, 그 여자 말이 문제라 이거야. 위대하신 전직 의원나리께서 작은 골프공 하나 잘 못 날려서 사람이 맞은 건데 뭐 그딴 게 대수야 이거잖아. 내 참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의원이 골프공 잘못 치면 사람이 죽어도 경미한 사고겠다 그치? 이거 어디 골프 겁나서 치겄냐?”

 

 상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까 그 마스터 장이라는 여자는 더 이상 절대로 입을 열 것 같지 않은데요. 우선 어제 다친 그 캐디 입원한 병원부터 알아내야...?”

 

 상수가 하던 말을 멈추고 기태를 휙 쳐다봤다.

 기태가 주머니에서 찢어진 서류 한 장을 꺼내 기분 좋게 흔들고 있었다.

 

  “뭐예요, 그건?”

  “뭐긴. 후훗. 캐디배정표지 임마”

  “그거 어디서 났어요!”

  “어디서 나긴.. 아까 사무실에서 슬쩍 하나 뺐지.”

 

 그제야 상수 머릿속이 번뜩였다.

 자신이 마스터 장과 대화를 나누던 사이 책상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기태에게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어디보자.. 토요일 밤 돈의원을 담당했던 캐디는...? 잉? 부상당했다는 그 윤선미가 아닌데?”

 

 끼익- 소리와 함께 상수가 갑자기 차를 거칠게 세웠다.

 순간 기태의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

 기태는 아찔한 정신을 겨우 수습하며 버럭 소리 질렀다.

 

  “얌마 너 미쳤어!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내려요 당장!”

  “얌마! 갑자기....?”

 

 상수가 운전석 문을 확 열어젖히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

 씩씩 대며 서있는 상수를 보며 기태도 차에서 내렸다.

 

  “얌마, 너 갑자기 왜 그래?”

  “뭡니까, 도대체! 선배가 절도범이예요? 도둑이냐구요! 당장 가서 돌려줘요!”

  “에이 난 또 뭐라고. 겨우 이딴 종이조각 가지고 난리야? 돌려주긴 뭘 돌려줘! 중요하니까 가져온 거 아니냐구!”

  “그럼 영장 받아서 정식으로 요청하라구요!”

  “야, 임마. 마스터 짱인지 뭔지 그 여자는 이거 없어진 것도 모르는데 뭐 어때?”

 

 상수가 저벅저벅 다가와 눈을 부라렸다.

 

  “제발 선배답게 좀 굴어요! 함부로 증거 훼손하고 자기 편한대로 훔치구! 선배 뒤치다꺼리 이젠 지긋지긋하다구요! ”

  “뭐 뒤치다꺼리?? 야! 너 말 다했어!”

  “잊었어요! 선배 때문에 다 잡은 연쇄살인범 놓칠뻔 했다구요!”

  “어, 그래? 김만철 그 새끼 좀 잡았다 이거냐! 그래, 너 잘났다! 새끼야!”

  “유치하긴! 그러니까 떨궈나간 퇴물 취급이나 받지!”

 

 눈이 확 돌아간 기태가 다짜고짜 상수의 멱살을 잡았다.

 

  “뭐, 이 자식아! 위아래도 없는 개** 같으니라구!”

  “순 술주정뱅이에! 그러니까 마누라도 토끼고, 집까지 날렸잖아!”

  “이 새끼가!”

 

 퍽, 소리와 함께 기태가 상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피침을 토한 상수가 눈이 뒤집히더니 기태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컥, 소와 함께 기태가 나가 떨어졌다.

 바닥에 찍힌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아우 나 죽네. 어린놈의 쉑이가 하극상을! 어우 나 죽네!”

  “흥!”

 

 그러거나 말거나 상수는 입가에 묻은 피를 쓱 닦더니 차에 올랐다.

 그러자 기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아! 똥폼 그만 잡아! 너만 잘난 줄 알아?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구!”

 

 기태가 끙, 신음 소리를 내며 비틀비틀 일어나 라이터를 꺼냈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탁. 탁. 일회용 라이터에 어렵게 불이 켜진 순간, 갑자기 상수의 차가 출발했다.

 그 바람에 라이터 불이 확 꺼졌다.

 

  “망할 새끼!”

 

 담배를 확 바닥에 던져버린 기태가 신경질적으로 뭔가를 걷어차다 비명을 질렀다.

 

  “으윽!”

 

 발목을 움켜쥔 채 겅충겅충 뛰던 기태가 갑자가 딱 멈춰섰다.

 눈 앞에 그 바위가 있었다.

 

 - 다음에 계속

나나 20-09-05 19:31
 
굉장히 빨리 읽히네요...
  ┖
최극 20-09-13 00:11
 
고맙습니다, 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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