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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군주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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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20-08-05     조회 : 626     추천 : 0     분량 : 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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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하아-!”

 

  마하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불타오르는 윈드시크릿의 성벽위에 힘겹게 서 있었다.

 

 그가 다스리던 성, 윈드시크릿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성벽 대부분은 공성병기와 마법에의해 무너져 있었고 지금 마하임이 서 있는 중앙 성채도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와라, 이 빌어먹을 제국의 번견들아!”

 

 어김없이 다시 몰려온 대륙연합의 병사들을 향해 마하임은 소리쳤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회백색 털로 뒤덮인 늑대, 아니 그것은 평범한 늑대조차 아니었다. 적어도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사람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렇다. 저것들은 대륙연합의 마도병 바로 워울프라 불리는 늑대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우우우우!”

 “닥쳐”

 서걱

 

 마하임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녀석들의 몸뚱아리가 절단됐다. 그는 원래 마법사였지만,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마나를 완전히 소진한 상태인지라 그의 왕비인 시아라가 남겨준 유품, 보도(寶刀) ‘에타샤’가 그의 유일한 무기였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을 갈무리하며 마하임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크르릉 크와왕”

 “크에에 크아아앙”

 

 이미 퇴로 같은 것은 없었다. 동맹군들은 이미 와해 된 지 오래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성벽 아래서 기어 올라오는 워울프들 뿐이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녀석들의 수는 이제 세자리 수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큭 정말 끝이 없구나!”

 

 마하임의 온몸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아무리 에타샤의 불사의 가호가 있다 하더라도, 몸이 피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벌써 그는 3일째 단 한 시간도 자지 못하고 검만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길! 제기랄!”

 

  마하임은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사방에서 무한정으로 몰아닥치는 저 워울프를 모두 막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크르르르 크아앙!”

 

 마하임이 잠시 움찔하는 사이, 그를 포위하고 있던 워울프 열 마리가 단숨에 마하임을 덮쳤다.

 마하임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지칠 대로 치쳐 한계에 다다른 그인지라 자신을 향해 몰아닥치는 저 워울프들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커억!”

 

 마하임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의 얼굴을 바닥에 처박혔고 워울프들은 마하임의 양팔과 양다리, 그리고 허리와 머리를 각각 움켜쥐고선 마하임의 움직임을 완벽히 봉쇄했다.

 

 “이거 놔! 놔란 말이다!!!”

 

 미친 듯 마하임은 발버둥치며 소리 질렀다. 그러나 워울프들은 마하임을 짓누른 채 역한 공기를 뿜어낼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오오오오오오-!

 

 바로 그때 귀가 먹먹해질 것 같은 굉음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워울프들 조차도 소리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이 소리는 크고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조금 잠잠해 질 무렵, 하늘에서는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황제의 비공정인가?”

 

 입술을 피가나도록 깨물며 마하임은 중얼거렸다.

 

 고대 마도 과학의 결정체. 제국이 만들어낸 창공의 거성. 그 크기는 웬만한 범선보다 더 거대했다.

 

 마하임 역시 실물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 비공정이 나타났다는 것은 이 윈드시크릿의 운명도 다른 알타베르나의 성들처럼 그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했다.

 

 “크하하하! 그래 높은 곳에서 보니 어떤가? 제국의 황제여! 수백, 아니 수 천 만명을 학살한 소감이 대체 어떤지 듣고 싶구나!”

 

 마하임은 광소했다. 한없이 허무하고 한없이 허탈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왜 그렇게 발버둥쳤을까? 그는 거센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절망감에 웃고 또 웃을 뿐이었다.

 

 슈욱 슈우우우 크르르르르

 

 비공정은 허공에서 한번 선회한 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득히 보이는 불타는 성벽 위에서 희미한 사람의 형태가 나타났다.

 

 그것들은 마치 물 위에 비췬 그림자처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주변의 사물과 거의 같은 색으로 위장되어 있어 얼핏 보기에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하임은 저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륜, 네 이놈!”

 

 마하임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그 흐릿한 잔상 중 하나가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하임 자신보다는 조금 작은 키의 새하얀 코트를 입은 남성이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기괴한 형태의 잿빛 가면을 쓰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마하임 황자, 아니 폐하.”

 “크아아아!”

 

 마하임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워울프들을 뿌리쳤다. 그리고 단숨에 하륜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캉!-

 파각!

 

 그러나 마하임의 검은 하륜에게 닫지 못했다. 그의 검은 허공에서 거대한 벽에 부딪힌 것 마냥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하임 역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마스터 명령을···.”

 

 마하임의 목과 팔을 짓누른 그 무언가가 말했다. 그것은 형체마저 일정치 않았다. 인간과 비슷했지만, 전혀 다른 존재. 인간이면서도 인간의 길을 벗어난 자, 통칭 흑신선(黑神仙)들이었다.

 

 “아직 죽여선 곤란합니다. 저희의 계획을 망쳐놓은 대가는 확실하게 치러 주셔야겠죠?”

 

 하륜이 손짓하자 흑신선 중 하나가 검붉은 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마하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 주머니에는 마하임의 머리보다 조금 더 큰 무언가 담겨있었다.

 

 흑신선은 마하임의 앞에서 그 주머니 속에 든 것을 꺼내 들었다.

 

 “네 이놈! 네가 정녕 사람이냐! 사람이냔 말이다!!!”

 

 마하임은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그것은 마하임의 오른팔이자 윈드시크릿의 수호자라고 불리었던 장군, 요한의 머리였던 것이다.

 

 피투성이로 변해 반쯤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뭉개져 있었지만, 마하임이 어찌 그의 얼굴을 잊을 수 있으랴!

 

 마하임은 그를 바라보며 미친 듯 울부짖었다. 그런 마하임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하륜은 천천히 말을 다시 이었다.

 

 “엘프족 여왕 세실의 시신도 찾아 드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정령왕을 소환해 흑신선 대대 하나를 전멸시킨 뒤 자폭해 버려서 말이지요. 머리카락 한 올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씁쓸한 목소리로 말하는 하륜. 그런 하륜을 향해 마하임은 소리쳤다.

 

 “어째서지? 왜? 이런 무의미한 살육을 저지르는 거냐!?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마하임은 피를 토하듯 말한다. 이미 알타베르나 본성이 함락되면서 100만 이상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일부에 불과했다.

 알타베르나 말고도 수많은 나라가 이들의 무차별 공격에 희생당했다. 대륙연합은 타협도 항복권고도 없었다. 그들의 선전포고는 언제나 일방적이었고, 대륙연합의 군대가 지나간 곳에는 오직 죽음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네, 그들에게 죄는 없지요. 다만 ‘감염’ 되었을 뿐. 이해해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원래 그것은 그렇게 시작되니까요.”

 

 하륜은 이말 만을 남기고 처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허공에 녹아들 듯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있는 거대한 제국의 비공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이이잉-

 

 그 때 들려온 기괴하면서도 섬뜩한 울림. 그 울림은 저 비공정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마하임은 이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저건 제국군의 대량살상 마도병기 ‘포톤 케논’이 발사준비를 마쳤다는 징조였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비공정에선 새하얀 죽음의 빛줄기가 윈드시크릿을 향해 내려꽂혔다.

 

 슈우우욱 콰콰쾅!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 포톤케논의 상식을 초월한 파괴력 앞에 윈드시크릿은, 문자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마하임 그가 소중히 여겼던 모든 것들과 함께...

 

 그렇게 마하임의 생은 끝났다.

 

심삼일 20-08-10 14:34
 
재밌네요. 뭔가 큰 스케일의 미래가 벌어질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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