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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군주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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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5     조회 : 419     추천 : 1     분량 : 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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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십시오. 영주님! 제 이번 달 월급은 주고 가셔야죠!!!”

 

 하륜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겨우 잡은 물주가 이렇게 비명횡사해 버리면 정말 곤란했다. 거기다, 잘 못하면 하륜은 영주 시해범으로 몰려 졸지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다.

 

 “절대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눈을 번뜩이며 하륜은 다시금 고대의 기술이 집약된 의료기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단 1%라도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그렇게 하륜의 3일째 철야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어둠으로 가득한 세계.

 

 위도 없고 아래도 없었다. 그저 끝없이 펼쳐진 어둠의 공간. 그 공간에서 마하임은 홀로 서 있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눈을 떴을 뿐인데 자신은 여기에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여기 있어선 안 돼.”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출구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그저 끝없이 펼쳐진 공허의 공간뿐이었다.

 

 “오호라, 간만이다요. '인터라넷'에 접속한 비정규 '다이버'라니.”

 

 그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마하임은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그 때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랄 것 없다요. 나는 관리자의 후예. 윈디다요.”

 

 그 목소리는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일 뿐, 이 목소리에는 일체의 감정이라는 것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목소리에는 왠지모를 기괴함까지 느껴졌다.

 

 “후후, 보아하니 하륜이 또 사고를 친 모양인데, 뭐 좋다요. 내가 널 여기서 ‘로그아웃’시켜 주겠다요. 하륜에게는 이 말만 전해주면 된다요. ‘알타베르나’에서 윈디가 기다리고 있다고. 원하면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고 전해 주면 된다요.”

 

 영문의 알 수 없는 목소리에 마하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목소리는 계속이어졌다.

 

 “로그아웃 전에 재밌는 걸 보여 주겠다요. 아득히 먼 옛날. 지구에 살았던 ‘고대인’의 마지막 항전을.”

 

 그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사방을 뒤덮고 있던 어둠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마하임의 눈 앞에는 말로 표현할 길 없는 장엄하면서도 처절한 ‘고대인’의 전장이 펼쳐졌다.

 

 =======+======

 

 “메이데이, 메이데이! USS엔터프라이즈호 피탄! 중력제어 장치 대파!"

 

 그것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배였다. 하지만 이 배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아닌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배는 정상이 아니었다. 배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당장이라도 두 동강 나버릴 정도로 큰 데미지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안돼! 핵융합로가 붕괴한다! 으아악!!!”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던 배는 엄청난 폭음 빛을 내 뿜으며 대 폭발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배의 잔해, 그리고 그 배 안에 타고 있는 천명에 다다르는 승무원들의 시신이 비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추락하는 배는 이 배뿐만 아니었다. 수백 아니 수 천대에 이르는 거대한 배들이 저마다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은 채로 추락하고 있었다.

 

 “뭐지?! 뭐야? 저건 비공정인가?”

 

 마하임은 미친 듯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폈다.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기묘한 느낌. 엄청난 크기의 비공정이 추락하면서 남긴 역한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지만, 마하임 자신에게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냥 보라요. 언젠가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요.”

 

 스스로를 윈디라 소개한 그 목소리는 이것을 끝으로 그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홀로 이 거대한 전장에 남겨진 마하임 뿐이었다.

 

 “지구연합 최후의 함대에게 고한다! 12시 방향 좌표 19.12.11에 화력 집중! 레비아단이 강림한다! 막아라! 막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이순신함 중력닷 시스템 가동! 공성모드로 전환!”

 “명령 확인! G1-오로라 동참하겠다. 회피기동 중지, 공성모드로 이행한다!”

 

 어지러운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완파 직전의 수 천대의 비공정은 마지막 힘을다해 힘겹게 뱃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각각의 비공정에서 새하얀 빛줄기를 동반한 매서운 포격이 시작되었다.

 

 푸슝 하아악

 슈욱 슈으우욱~

 

 그것은 마치 작렬하는 뇌전 마법과 같은 것이었다. 배에서 쏟아져 나온 빛의 물결은 전방의 어두 컴컴한 하늘 위로 쏘아져 올라갔다.

 

 “탄을 아끼지 마라! 레비아단이 지표에 닫는 순간, 지구는 끝이다!”

 

 누구의 외침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외침은 더욱더 격렬하게 마하임의 귀를 강타했다.

 마하임은 너무나 큰 소리에 저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았지만, 그 소리는 여전히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마하임은 보았다. 검은 안개로 가득한 하늘의 끝자락에서 천천히 강림하고 있는 파괴신 ‘레비아단’의 끔찍하고도 기괴한 모습을.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마하임은 몸을 일으켰다. 온몸은 식은 땀으로 흠뻑젖어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너무나 불쾌한 꿈, 아니 그것을 꿈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사실 의문이었지만 어쨌거나 몸의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집무실... 인가?”

 

 마하임의 마지막 기억은 집무실 지하에 있는 하륜의 실험실이었다. 자신이 여기서 눈을 떴다는 것은, 적어도 그가 시도한 위험천만한 모험이 완전히 실패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영주님!”

 

 샤워라도 한 모양인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긴 검은색 머리칼을 수권으로 감아올린 하륜은 대뜸 마하임에게 달려왔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눈이 안 보이다던가, 어딘가 마비된 느낌이라던가 그런 건 없으십니까?”

 “큰 소리로 말하지 마라. 머리 아프니까. 눈은 잘 보인다. 몸도 잘 움직이는 것 같고.”

 “일단은 성공한 거 같군요. 어쨌거나 축하드립니다. 호모 사이엔스 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 스스로를 무기로 진화시킨 ‘호모 웨포니투스(지혜로운 무기)’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륜은 마하임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말했다. 마하임은 그런 하륜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달라진 건 없... 아니 있군.”

 

 마하임은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임신 6개월 차 임산부 마냥 툭 튀어나온 그의 배는 그 미래에서의 자신과 마찬가지로 선명한 복근이 보였다. 팔과 다리도 상당한 웨이트 트레이닝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의 조밀한 근육이 자리잡고 있었다.

 

 “필요 없는 지방은 ‘시류’가 모두 제거했습니다. 근골격 강화는 인간의 몸이 버틸 수 있는 최고의 수준까지 올려놨구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본 옵션일 뿐이란 사실.”

 

 하륜은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장검을 검집 채로 나에게 내밀었다.

 

 “이건 뭐지?”

 “먼치킨이 되고 싶다고 하셨죠?”

 “아니, 난 세계 최강의 전사가 되고 싶다고 했을 뿐이다.”

 “저기 그 말이 그 말인데 말이죠. 뭐, 됐고 이건 그 세계 최강의 전사가 되기 위한 마스터 키 같은 겁니다.”

 

 마하임은 하륜이 내민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손을 내밀어 그 검을 잡았다.

 검은 롱소드와 숏소드의 중간 정도 크기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 검에서 느껴지는 무언가의 기운은 이 검이 절대 평범한 검이 아니라는 것을 마하임은 한눈에 알 수있었다.

 

 마하임은 조심스럽게 검의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거머쥐었다. 바로 그때였다.

 

 푹-

 

 검의 손잡이에서 제법 날카로운 강철심이 튀어나와 마하임의 손바닥을 꽤 뚫은 후 순식간에 사라졌다.

 

 [혈액 및 골수 샘플 체취 완료. 사용자 등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하임의 귀에는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마하임은 자신의 손바닥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구멍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뭐지? 이건!!!”

 

 [사용자 인증이 끝났습니다. 반갑습니다. 사용자님.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설명해라. 넌 뭐냐?!”

 

 [전, 나노머신 시류 제어용 AI(인공지능)유니트. ‘엘리’라고 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엘리’라고 말씀해 주세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제 목소리는 사용자님의 고막을 직접 진동시켜 전달하는 방식이기에 타인은 들을 수 없습니다.]

 

 마하임의 손바닥에 난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나노머신 시류의 힘이라면, 이 정도 상처를 치료 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륜 설명해라. 지금 이 소리 나한테만 들리는 건가?”

 “아, 엘리가 기동했군요. 엘리는 그 검의 이름입니다. 고대인이 만든 다목적 만능병기죠. 평상시에는 개인용 비서로도 쓸 수 있습니다. 궁금한게 있으면 엘리에게 물어보세요. 시류에 관해서라면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

 

 하륜의 말을 듣고서야 마하임은 자신이 고대인의 ‘로스트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신체개조를 받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확실히 자신의 오감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있음을 마하임은 실감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엘리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사용자님, 성함을 등록해 주세요.]

 

 “이름은 마하임. 성은 버렸다.”

 

 [알겠습니다. ‘마하임’님으로 등록되었습니다. 현재 마하임님께서는 일상모드로 나노머신 시류를 운용 중이십니다. 가동효율은 90%. 돌발 이벤트는 사용자 인증 완료.가 전부입니다.]

 

 아직은 뭐가 뭔지 감조차 재대로 잡을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건 마하임 자신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후우, 당황하지 말자.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엘리, 지금 이 몸의 전투력을 확인할 수 있을까?”

 

 [불가능합니다. 시류가 마하임님의 몸에 완전 인스톨 되려면 앞으로 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투력 테스트는 그 이후에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인스톨을 위해서, 가벼운 스트레칭 및 산책을 추천합니다. 스트레칭은 표준 1번을, 산책코스는 GPS시스템 오류로 인해 제공해 드릴 수 없어 유감입니다.]

 

 뭔가 처음 듣는 단어들을 엘리는 쏟아냈지만,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결론은 앞으로 6시간 이상 기다려야 이 시류인지 뭔지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는 것과, 이를 위해 스트레칭과 산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하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몸이면서도 자신의 몸 같지 않은 기묘한 감각에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그는 걸을 수 있었다.

 

 “놀랍군요. 보통은 1주일은 지나야 걸을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역시 영주님은 규격외의 존재가 확실한 것 같네요.”

 “알 수 없는 소린 그만 해 줬으면 고맙겠군. 그보다도, 전언이 있었다.”

 “전언이라뇨? 누구에게서요?”

 “나도 얼굴은 보지 못했다. 시류인지 뭔지 때문에 의식을 잃고 있는 내게 그는, 아니 그녀는 정말 놀라운 것을 내게 보여줬다. 좋은 걸 보여 줬으니 답례는 해야겠지? 그녀의 이름은 ‘윈디’라고 했다.”

 

 마하임의 말에 하륜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마하임에게 사용한 대부분의 나노머신은 그녀의 보물창고에서 훔쳐왔기 때문이었다.

 

 “그, 그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별말 없었다. 언제든지 알타베르나로 돌아와도 좋다고만 말했다.”

 

 하륜은 침묵했다. 그리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가 싶더니 가자기 고개를 들어 마하임을 향해 말했다.

 

 “그 말인즉, 윈디님도 영주님을 인정하셨다는 이야기군요. 그래, 그렇게 되는 건가?!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후 후후후 하하하하핫!”

 

 갖자기 미친 듯 웃기 시작한 하륜. 이를 본 마하임은 ‘저 또라이가 드디어 맛이 갔나보다.’라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그’를 찾아내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후후 좋아요. 좋습니다! 쥐구멍에도 해 뜰 날이 있다는 옛말은 정말 틀림없는 사실이군요. 하, 하하하 하하하하”

 

 웃음을 그칠 줄 모르는 하륜을 바라보다 마하임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런 놈을 믿고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앞길이 캄캄했다.

 

 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은 보였다. 이 ‘시류’의 힘이란 것이 얼마다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두 번의 회귀에서는 가져보지 못한 미지의 힘이었다.

 

 과연 이 힘이 미래를 바꿀 ‘특이점’이 될 것인지는 아직도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의 마하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하임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낄낄거리는 하륜을 뒤로하고 자신이 앞으로 다스려야 할, 그리고 마지막 최후의 전쟁터가 될 윈드시크릿 성체를 향해 그 첫 발걸음을 땠다.

심삼일 20-08-11 14:39
 
비공정! 검의 사용자 인식.
고대인의 로스트 테크놀로지. 재밌는 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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