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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군주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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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5     조회 : 389     추천 : 1     분량 : 5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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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마하임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위하감 때문에 걷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지만, 가만히 있는 것은 그의 성격상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마하임은 영지관 밖으로 오늘도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군.”

 

 밖으로 나온 마하임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화창했다.

 과거 회귀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새롭게 얻은 ‘시류’라는 힘까지. 무엇하나 현실감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마하임 자신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 뿐이었다.

 

 “엘리, 그냥 산책만 하면 된다고 했나?”

 

 [네 마하임님. 스트레칭도 하면 좋겠지만, 현재 나노머신 시류의 인스톨은 최종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무리해서 몸을 움직이시는 것보다는 속보로 걷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건 어렵지 않지.”

 

 어차피 마하임은 자신이 앞으로 다스려야할 윈드시크릿을 걸어서 한번 둘러보기로 마음먹었으니까.

 

 현재 윈드시크릿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았다.

 지금 윈드시크릿의 사실상의 지배자인 제페쉬 백작이 무력으로 억누르고는 있었지만, 주민들의 민심은 그야말로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마하임이 알기로는 이번 달만 들어서 100명이 넘는 사람이 굶어 죽었다. 이 가뭄이 계속된다면 100명이 1000명으로 불어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드시크릿의 거의 모든 이권을 가지고 있는 제페쉬 백작은 주민들에게 약탈과 착취를 계속 일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윈드시크릿은 첫 번째 회귀에서 있었던 것처럼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나, 성 자체가 폐허로 변해 버릴 것이다.

 

 “우선은 민생의 안정이 가장 시급한데······.”

 

 민생 안정에는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돈을 지원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륜이 ‘사탕무’라는 악수까지 꺼내 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하임은 황자이긴 했지만, 그 어떤 귀족의 지원도 없는 그야말로 몰락한 귀족의 표본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 사탕무는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잘만 이용한다면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지금 사탕무라는 카드를 뽑아드는 순간 2번째 회귀 때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불보듯 뻔했다.

 

 “후우, 급하게 서두리지 말자. 일단 이 시류라는 녀석부터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이런 종류의 고대인의 유산은 마하임이 2번 식이나 회귀하면서도 단 한 번도 들은 적도 본적도 없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강한 힘에는 그 만큼 큰 대가가 따른다는 건 당연한 일.

 그 대가가 무엇인지부터 찾지 않으면 이 ‘시류’라는 것은 사용해선 안 될, 그저 저주받은 아이템에 불과했다.

 

 “우선을 머릿속을 비우자. 복잡하게 생각해 봤자 별 순 없으니까.”

 

 마하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윈드시크릿의 다 무너져가는 성체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대낮인데도 거리는 너무나 한산했다. 마치 오래전 인적이 사라진 폐허라 말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2번째 회귀때 마하임은 이 폐허와 같은 성을 복구하여 인구 50만의 대도시로 발전시켰다. 아마도 그때가 두 번째 회귀에 있어서 가장 인상 깊었고 행복했을 때였다.

 

 마하임이 유파 시현류의 당주 시아라와 결혼한 것도 바로 그쯤 이었으리라.

 

 “후, 갑자기 당신의 얼굴이 보고싶구려.”

 

 제국과의 피를 피로 씻는 처절한 싸움 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내 곁에서 최고의 동료이자 전우로서 함께 했었다. 그러나 제국과의 압도적인 전력차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녀는 마하임을 지키려다 장렬히 전사했다.

 

 시아라가 죽던 바로 그날 마하임은 얼마나 울었는지 몰랐다. 아직도 시아라가 죽어가며 남긴 마지막 말이 그의 귓가에 또렸이 남아 있었다.

 

 “울지 마세요. 나의 왕이시여. 검을 놓기엔 아직 이르답니다. 부디, 우리의 꿈을 지켜주세요.”

 

 그러나, 마하임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마하임 그 역시 시아라가 죽은 뒤 한 달 만에 비공정의 포격을 맞고 죽어버렸으니까. 그리고 마하임은 지금 여기에 있었다.

 

 “또 다시, 실패할 순 없어! 절대로!!!”

 

 마하임은 입술을 깨물었다. 과거로 돌아왔으니 시아라 역시 살아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에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였다.

 

 시아라는 마하임의 약혼녀이긴 했지만, 실제 만나본 것은 아주 어렸을 때 몇 번이 다였다.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간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만나줄지 조차 미지수였다.

 

 “하아- 답답하다.”

 

 그는 걷고 또 걸었다. 목적지도 없었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몸을 맡길 뿐.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영빈관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한적한 길만이 덩그러니 눈에 들어왔다.

 

 [나노머신 시류의 인스톨이 90%를 넘어섰습니다. 지금부터 전투모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하임의 귓가에 엘리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뭔가 사용할 수 없었던 기능 하나가 활성화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하임은 그저 2번 째 회귀때의 추억에 젖어서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

 

 먼 동녘 하늘에는 태양이 두둥실 떠올라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멀리 보이던 성벽은 이제 손에 다을 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지난 500년간 단 한차례도 보수하지 않은 낡은 성벽. 이걸 성벽이라고 말한다면 본성 아르케비니아의 성벽은 신이 만든 작품이리라.

 

 “하아, 이걸 언제 다 복구하나?”

 

 마하임은 한 숨이 절로 나왔다. 멀지 않아 이 성은 전쟁터로 변할 것이다. 승률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면 성의 복구는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성벽은 낡다 못해 중간, 중간 아예 끊어져 버린 곳도 허다했다. 저런 성벽으로는 적병은 고사하고 들짐승조차 막을 수 없을 터였다.

 

 “캬악!”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에 마하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뭘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추스르며 마하임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신경을 집중했다.

 

 “제발 부탁합니다. 이것마저 가져가시면 저희는 죽어요.”

 

 

 나이 든 노파와 한 명의 소녀 그리고 그 주위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윈드시크릿의 경비병들이 멀리 눈에 띄였다. 이것만 봐도 마하임은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가을 징수인가?”

 

  경비병들은 가을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군포(軍布)세와 주민세의 징수를 위해 파견된 병사들이 분명하다.

 

 군포세는 병역을 하는대신 나라에 세금 바치는 세금으로서 남녀노소, 나이 불문, 돈이 있건 없건 반드시 내야 하는 것이었다. 만약 돈이 없다면 토지로, 그것도 없다면 심지어 자신의 몸이라도 팔아서라도 내야만 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세액 자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세금 징수에는 부정부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허어, 올 여름에도 그냥 대충 넘어가지 않았나?”

 “할머니, 더는 우리도 봐주지 못합니다.”

 

 병사들은 마치 좋은 이웃 아저씨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속생각은 전혀 달랐다. 원래 군포세와 주민세는 일정한 수입원이 있는 3인 가족에 한해서만 징수한다. 즉 3인 가족 이하는 낼 필요가 없는 세금이었다. 즉 이들은 부당 징수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노파의 무지를 비웃으면서···.

 

 “하지만 이것만은······.”

 

  그녀는 눈물로 애원했다. 계속된 가뭄으로 올해 농사도 대흉이었다. 올해 거두어들인 밀을 다 합쳐 봐야 지금 이 경비병들이 노리고 있는 한 자루가 다였다.

 

 “그야 그쪽 사정이고, 우리들도 제대로 징수를 해 가지 않으면 징계를 당한단 말일세.”

 

 경비병의 리더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시선은 노파의 곁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작은 소녀에게 닿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애는 눈이 안 보이는 건가?”

 “네, 하나뿐인 손녀인데, 열병을 들었을 때 제때 약을 못 써서··· 제발 이 애를 봐서라도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소녀를 꼭 감싸 안은 노파가 엎드려 흐느꼈다. 그 안쓰러운 모습에 다른 치안병들은 조금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더는 오히려 잘됐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뭐, 좋아. 이걸 가져가면 당신도 저 손녀도 굶어 죽을 테니 이번만은 봐주지. 그런데 말이야, 그냥은 안 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후후, 우리가 원하는 건 간단해. 당신 손녀를 잠시만, 아주 잠시만 빌려 주면 돼. 그럼 모른 척해 주지. 조용히 넘어가 주지.”

 

 그의 의중을 알아차린 다른 경비병들도 가세해 소녀를 내놓으라고 했고, 노파의 얼굴은 순간 흙빛으로 변했다. 분노와 치욕에 몸서리를 치는 노파.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쳤다.

 “네 이놈들! 하늘이 두렵지 않으냐? 손녀를 빌려 달라고? 어느 부모가 네놈들 같은 불한당에게 자신의 딸을 맡기겠느냐! 지옥에나 떨어져 버려라!”

 “뭣이! 이 빌어먹을 늙은이가!”

 

 퍽!

 

 “아악!”

 

 노파는 경비병 리더의 발길질 한 방에 나가떨어져 버렸다. 흥분한 그는 쓰러진 그녀에게 계속 발길질을 날렸다.

 

 일순간 피투성이가 되어 버린 노파. 그러나 이성을 잃은 경비병의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눈먼 소녀가 울부짖으며 그의 팔을 붙들고 늘어져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제발 그만 하세요! 뭐든 다 할 테니까, 그러니까!”

 “시끄러! 이 쓰레기 같은 할멈, 넌 죽었어!”

 

 경비병들의 리더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소녀를 거칠게 바닥으로 밀어 버렸다. 같은 경비병들조차 그 참혹함에 눈을 돌릴 정도였다.

 

 “뭣들하고 있나! 이 계집을 끌어다 윤간을 하든지 팔아 버리든지, 빨리해치우고 이동한다!”

 

 무시무시한 리더의 외침에 그때야 정신을 차린 경비병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손을 뻗었다.

 

 “흐흐흐, 이리 오렴. 아저씨가 천국을 보여 줄게.”

 “무, 무슨 짓이에요!”

 

 소녀는 앉은 자리에서 주춤주춤 물러섰지만, 눈조차 안 보이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군포세는 3인 이상의 가족들에게만 부가되는 세금이지. 그런데 너희 누구기에 감히 저들에게 군포세를 받으려 하는 것이냐.”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서있었다. 선명한 금발이 유난히 눈에 띄는 소년, 그는 다름 아닌 마하임이었다.

 

 “뉘... 뉘신지?”

 

 병사들은 갑작스런 마하임의 출현에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마하임의 선명한 금발은 귀족을 상징하기에 더욱 그러했다.

 

 “지금 감히 내 이름을 묻는 건가?”

 

 마하임의 말에 병사들은 순간할 말을 잃었다. 저 귀족으로 보이는 청년의 말이 맞긴 했었다. 어찌 감히 귀족에게 병사 따위가 함부로 대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믿는바가 있었다.

 

 “하 이것참. 어디 촌구석에서 굴러온 귀족 자제분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말이야. 윈드시크릿의 대 귀족인 제페쉬 백작님의 가병들이란 말이지.”

 “그래 그래. 우리가 뭐 귀족 나부랭이 한두 번 교육 시킨 거도 아니고. 응?”

 “키킥, 그러게 말이야. 한번 인생의 쓴맛을 우리가 보여줘야겠는데?”

 

 그러면서 놈들이 슬금슬금 마하임을 향해 다가왔다. 어차피 인적이 드문 외곽지역. 설령 저 듣보잡(...)이 귀족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은폐할 자신이 있는 그들이었다.

심삼일 20-08-13 18:51
 
즐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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