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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쓰는 남자 야설 쓰는 여자
작가 : 필머
작품등록일 : 202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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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스타카토
작성일 : 20-08-06     조회 : 326     추천 : 2     분량 : 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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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키타카 스타카토 -

 

 

 [날개 매니지먼트 사무실]

 

 오늘도 편집부의 두 직원은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최종훈과 최지연이었다.

 

 “저기요 팀장님, 두 분이 서로 콜라보하는 것에 대해 승낙은 하셨는데...”

 

 “맞아, 뭘 시킬지가 문제지...”

 

 최종훈의 펜이 테이블 위에서 박자를 타며 하릴없이 틱틱 거리는 소리를 냈다. 정신없을 법도 한데 지연은 골똘히 생각하느라 듣지 못하고 있었다.

 

 “흠...”

 

 간간히 둘은 뜨거운 탕에 들어가는 노인이 뱉을법한 탄식을 번갈아 가며 내뱉었다. 그러던 중 최종훈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지연씨!”

 

 “예 팀장님 뭐라도 생각나신 건가요?”

 

 무슨 좋은 아이디어라도 생겼나 싶어 화색이 된 지연이 종훈을 쳐다본다.

 

 “일단 밥 먹고 합시다!”

 

 

 ***

 

 

 오후 2시다.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옆집 총각이 출근하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들린다.

 

 이제 저 남자가 나가고 나면 이 빌라는 내가 전세 낸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아 오늘은 뭘 들으면서 몸을 흔들어 볼까나...”

 

 나는 아껴두었던 락 뮤지션의 라이브 실황 블루레이를 골라보았다. 역시 마감이 끝난 뒤에 자유는 그 무엇보다도 달콤하다.

 

 “오늘 나를 즐겁게 해줄 오빠들은 누구?”

 

 내 오른손 검지 끝이 진열대에 있는 블루레이 위를 스친다. 키스? 아니야 좀 더 경쾌했으면 좋겠어. 미스터 빅? 음, 그건 너무 많이 들었어. 그러면 오랜만에 그린데이는 어떨까? 아! 오프스프링도 있었네...

 

 “으... 고민된다!”

 

 누가 보았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에 결정 장애를 느끼고 갈팡질팡하다가 순간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나는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저 새끼는 왜 안 나가고 집에만 있는 거야?”

 

 그가 밖에 나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것은 은은한 음악 소리가 천정으로부터 아주 미약하게 새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겨가지고, 노래 취향도 간지러워선 진짜!”

 

 맘 같아선 메탈리카처럼 제일 센 음악을 스피커 최대볼륨으로 틀어버리고 싶다. 아무튼, 맘에 들지 않는단 말이야...

 

 나는 괜히 그 남자가 있을 것 같은 위치의 천정을 째려보았다.

 

 

 ***

 

 

 “음음 음음음...”

 

 마감을 하고 비축분을 쌓을 때 여유롭게 들리는 음악은 언제나 나를 기분 좋게 한다.

 

 나는 낮은 음정으로 허밍을 하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불렀다.

 

 “유 기브 미, 썸씽...”

 

 발음이 영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이번에도 편집자의 요구에 훌륭하게 응했고 앞으로의 작업도 여유로운데...

 

 ‘탁’

 

 얼마나 키보드를 두드렸을까 나는 더 이상 글이 떠오르지 않아 노트북을 덮었다.

 

 “읏챠!”

 

 꽤 긴 시간 깍지 낀 손을 위로 뻗어 기지개를 켠다.

 

 ‘그래 안 써질 땐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지!’

 

 내 지론이다. 계속해서 머리를 썼으니 머리가 쉴 수 있게 몸을 움직이면 된다. 그렇게 땀을 흠뻑 쏟고 나면 오히려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그러면 오랜만에 사범님 얼굴이나 보러 가볼까?”

 

 나는 투박한 더플백을 꺼낸 뒤 옷장에서 백색 도복을 꺼냈다. 그리고 보라색 띠에 오버로크 된 노랑색 이름을 본다.

 

 ‘현재진’

 

 나는 그 띠를 허리에 매기 위해 땀 흘렸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렇게 띠를 보며 한참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으며 띠를 더플백에 집어넣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에서 운동 좋아하고 무신경한 네이티브 생 남자 현재진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자 그럼 준비해 봅시다!”

 

 나는 자기 암시를 걸 듯 그렇게 혼잣말을 힘차게 하고 변신을 아니, 일종의 의식을 시작했다.

 

 동그란 뿔테 안경을 벗고 클랜징폼으로 비비크림을 지웠다. 그리고 편안한 티셔츠와 트레이닝팬츠를 입고 야구 모자를 대충 눌러썼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의 최면은 바지를 갈아입을 때 풀린다.

 

 트리이닝팬츠가 내 허리에 탁 소리를 내며 달라붙는 순간 나는 바닥에 있는 향수가 밴 배기팬츠와 리넨 셔츠를 발로 휘휘 저어 대충 흩트려 놓았다.

 

  “바로 운동하면 힘들어서 못 뛸 테니까 집에서 몸을 좀 풀고 가자”

 

 나는 낑낑거리며 아령과 세우는 샌드백을 가져오고 침대를 접어 운동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래층을 흘겨보았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

 

 

 ***

 

 

 “아 진짜 저 기생오라비 돌아이가 대체 뭘 하는 거야 진짜!”

 

 팡팡 터지는 파공음이 둔탁하게 천정에서 계속해서 들려왔다.

 

 이건 뭐랄까 내가 처음에 야설을 쓰고 내 것을 다시 읽어 보았을 때 침대 매트리스에 발길질을 했던 그 소리랑 비슷하다. 팔짱을 끼고 분노 게이지가 차오를 때까지 참아본다.

 

 드디어 소리가 멈췄다.

 

 “아, 그래 잘했어. 제발 내가 올라가는 일을 만들지 말아...”

 

 “우! 아! 끄응!”

 

 이건 또 무슨 소리래?

 

 그리 크게 들리진 않았지만, 굉장히 거슬리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간간히 쿵쿵 뛰는 소리까지

 

 ‘했네 했어, 집에서 외로우니까 야설이나 야동 그런 거 보고 있는 거야 지금!’

 

 갑자기 내가 쓰는 야설에 달리는 악플러의 모습과 저 위 층 남자의 모습이 겹친다.

 

 “죽었어! 진짜!”

 

 나는 전쟁터에 뛰어드는 무사처럼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테이블 위에서 진동했다.

 

 나는 팍 솟아오르는 짜증을 겨우 눌러 담으며 화면을 확인했다.

 

 [초연아 오늘 프라이빗 룸, 토크토크 성공적?]

 

 ‘아 이년 또 남친 갈아탔구나...’

 

 나는 고등학교 동창 수아의 메시지를 읽고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위 층 기생오라비로부터 받은 짜증을 수아에게 쏘았다.

 

 [수연아 이년아 나는 오늘도 독신 쓰리 룸, 독수공방 절망적!]

 

 비꼬듯이 그대로 돌려주었다.

 

 [아, 모르겠고 그냥 나와 내가 살게]

 

 이 계집애는 내가 아무리 삐딱하게 굴어도 심각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 하긴 그러니까 내 친구지, 수아 덕분에 어이없이 기분이 풀려버린 나는 위층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알았어. 언니 가니까 이쁜 거, 맛난 거 시켜죠야대!]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이모티콘을 클릭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마지막으로 이모티콘을 쓴 지가 언제였지?

 

 [놀래라, 갑자기 귀척이야]

 

 그렇게 간만의 외출이 잡혔다.

 

 나는 책장 위에 처박혀 있는 엔틱한 느낌의 고풍스러운 하드 케이스를 꺼냈다.

 

 ‘진짜 오랜만에 하는 화장이네’

 

 오랜 시간 내 눈이 되어 준 두꺼운 돋보기 같던 뿔테안경을 벗고 일회용 렌즈를 꼈다.

 

 ‘이것도 오랜만에 하니까 바로 안 되네...’

 

 나는 귀찮으면서도 살짝 기분 좋은 감각을 느끼며 간만에 거울 앞에 섰다. 조금 어색했다.

 

 어색한 느낌과는 다르게 그리 어렵지 않게 화장을 끝낼 수 있었다.

 

 “그래도 화장 잘 먹었네”

 

 나는 옷장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전신 거울에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이제 출발함]

 

 [ㅇㅋ]

 

 마치 옛날 TV에서 방영했던 변신 소녀처럼 나는 야설을 쓰는 대물마초라는 작가에서 이십 대 여성 한초연으로 변신했다.

 

 

 ***

 

 

 재진은 더플백을 매고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기분 좋은 향기에 잠시 멈춰 섰다. 버스 정류장에서 서서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 여성에게 시선이 꽂혔다.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길인가? 예쁘다.’

 

 계속 쳐다보았다간 기분 나빠할 것 같아서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나도 저런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마음 한구석이 공허한 재진이었다.

 

 한편 친구와 열심히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도 뛰어난 인지능력으로 정확하게 자신에게 조준된 시선을 느낀 초연은 그새를 못 참고 그 내용을 득달같이 수아에게 전달했다.

 

 [방금 훈남이 나 쳐다보고 감 ㅇㅇ]

 

 [망상 ㄴㄴ 근데 잘생김?]

 

 [멀끔하게 생겼음. 약간 운동부? 그런 느낌?]

 

 [전번 물어 보셈]

 

 [헐... 나는 너처럼 남자한테 먼저 전번 묻는 가벼운 여자 아니거덩?]

 

 [그러니까 독수공방하지... 어디쯤임?]

 

 [나 버정 이제 5분 남음]

 

 [나 벌써 도착했어. 빨리 와]

 

 수아와의 메시지가 끝나고 버스정류장에 혼자 남은 초연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자꾸만 적막하게 느껴졌다.

 

 ‘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

 

 새로 사귄 남자친구랑 통화라도 하는 건지 수아에게 보낸 메시지는 1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초연은 지금 막 갑작스럽게 느낀 외로움이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졌다.

 

 

 ***

 

 

 하루 종일 매트 위에서 뒹굴고 난 뒤 땀으로 범벅이 된 재진은 샤워 후 상쾌해진 머리를 말리며 노트북 앞에 섰다.

 

 ‘아, 다시 로맨스카페로 돌아갈 시간이네’

 

 재진은 자신만의 의식을 시작했다. 비비크림을 바르고 뿔테안경을 쓰고 향수를 뿌리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마치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처럼...

 

 그렇게 이십 대 후반의 모태솔로 남성은 외출하지도 않는데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설레게 하기 작정한 차림새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가 로맨스 소설을 잘 쓸 수 있는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누군가와 데이트 하는 느낌의 옷차림으로 글을 쓰는 것, 설레는 마음이 들게 하는 향수가 계속해서 코끝을 맴도는 것.

 

 “자 일을 시작하자.”

 

 그렇게 재진은 평범한 남자에서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로 변신했다.

 

 그가 변신을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때 아래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기분 좋게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샌들 구두를 벗어던진 초연은 마치 허물을 벗듯 원피스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 목이 늘어난 헐렁한 티셔츠와 트레이닝팬츠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이제부터 야설을 써야 한다.

 

 집안을 어지럽히는 것부터가 그녀가 야설을 쓰는 첫 의식이었다. 너저분하고 난잡한 환경, 깔끔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자신을 흐트러뜨려 모든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되게 하는 것

 

 그것이 그녀가 야설을 잘 쓰는 비결이었다.

 

 “아, 이제 일 해야지...”

 

 컴퓨터를 켠 뒤 창문도 아닌 벽에 쳐져 있는 분홍색 커튼을 걷어냈다. 거기에는 누가 봐도 아찔한 여성들의 사진이 잔뜩 붙어있었다.

 

 익숙하게 컴퓨터 본체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초연은 한 쪽 모니터에 야동을 한쪽 모니터에 광활한 공백이 펼쳐진 원고 파일을 올려놓았다.

 

 청조한 여성 한초연에서 야설 쓰는 여자로 변신했다.

 

 ***

 

 

 간만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거워 다소 무리를 한 나는 밀려오는 공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작업 수칙을 깨 버렸다.

 

 “배부르다...”

 

 내 앞에 펼쳐진 배달 음식 용기가 자극적인 냄새를 온 방안에 풍기고 있었다.

 

 “아, 다 쓰고 갖다 버리려고 했더니만...”

 

 배달음식 냄새가 강해서 좀처럼 집중이 안 된 나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뒤 냄새가 풀풀 나는 일회용 배달 용기를 비닐에 꽁꽁 묶은 다음 현관문을 나섰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마주치기 싫은 인영이 다소 어두운 엘리베이터 조명을 받고 서 있었다.

 

 나는 온몸으로 어필했다.

 

 ‘나는 지금 인사하고 싶지 않지만, 멋쩍으니 어쩔 수 없이 가볍게 목례를 합니다.’

 

 라는 대사를 마음으로 표현하듯이 띠꺼운 표정을 유지한 채 빳빳한 목을 억지로 숙였다.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 정류장에서 본 그 천사같이 예쁜 여자와 데이트 하는 남자는 어디 사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상상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뱉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내 주위에 유일한 여자라고는 저런 히키모리녀 밖에 없냐 진짜’

 

 게다가 내 인사도 대놓고 씹는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저 여자한테 이래야 하지?

 

 ‘아, 시비 걸고 싶다.’

 

 ‘아, 저 여자의 속을 뒤집어 놓고 싶다.’

 

 부릉 부르릉.

 좋아 시동 걸렸다. 빈정거림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인사를 대놓고 무시하는 저 여자에게 어떤 말로 열 받게 할지 나는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

 

 

 나는 내일이 분리수거일이라 부랴부랴 양손에 두세 봉지의 종량제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아 바보, 1층 안 눌렀다.’

 

 재수 없게도 위층에서 먼저 눌렀는지 내가 슬리퍼 신은 발로 1층을 누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갔다.

 

 ‘꼭 재수 없게 말이야...’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띠꺼운 얼굴을 한 허여멀건 기생오라비가 고개를 까딱한다.

 

 ‘저럴 거면 인사를 하지 말지?’

 

 속으로 한바탕 궁시렁 댄 뒤에 나는 고개를 획 돌려 그의 인사를 대놓고 무시했다.

 

 “에휴”

 

 ‘어머 이게 무슨 짓이야, 지금 나 보고 한숨 쉰 거야?’

 

 나는 순식간에 부글부글 끓었다. 수많은 악플에도 헤죽거리며 능청스럽게 답글을 다는 나인데 이렇게 5G급으로 내 속을 뒤집어 놓다니.

 

 이것도 능력이면 능력이다. 아니 아주 내 속을 뒤집는데 천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저기, 혹시 직장은 안 다니세요?”

 

 와, 저 띠꺼운 쌍판때기, 저 빈정거림의 끝판왕 같은 말투!

 

 아니, 시비 걸기 기사 자격증이라도 가지고 있는 거야 뭐야? 나는 단번에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안경을 손끝으로 한번 들어 올렸다.

 

 화가 매우 많이 났다는 표시다. 조심해 이 자식아.

 

 “그쪽이 무슨 상관인데요?”

 

 “아니, 맨날 낮에 시끄럽게 하니까 내가 너무 힘들잖아요.”

 

 “그럼 그쪽이 출근을 좀 하시던가요.”

 

 미안하지만 그쪽이 기사면 나는 기능장 정도 되거든? 그러니까 덤비지 마 아가야.

 

 “아니요. 저는 프리랜서라서 집에서 일하는 데요?”

 

 “안 물어봤는데요? 안 궁금한데요?”

 

 기생오라비 녀석의 꿀 먹은 표정을 보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헐, 얼마나 관심이 고팠으면...”

 

 아, 좀 세게 받아치는데? 그럼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드르릉 드르릉...

 좋아 시동 걸렸다. 나의 돌 직구 스트레이트 불도저 말싸움 엔진.

 

 나는 전투태세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안경을 손끝으로 들어 올렸다 놓았다.

 

 “아 그래요?.... 어맛!”

 

 하지만 내 말이 이어지기 전에 엘리베이터의 조명이 꺼졌다.

 

 ‘최악! 진짜 최악! 어떻게 이딴 놈이랑 엘리베이터에 갇히지? 드라마에선 운명적인 남자랑 갇히던데!’

 

 나는 너무 억울해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한초연 이 박복한 년, 운명의 상대도 아니고 철천지원수랑 엘리베이터에 갇히다니!’

 

 

 ***

 

 

 한편 재진도 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지지리도 재수 없는 놈! 하필 이런 돌아이 같은 여자랑 엘리베이터에 갇히냐?’

 

 재진은 소심하게 발을 굴렀다.

 

 

 

 

 

 

작가의 말
 

 괜히 능력밖의 소재를 건드린 것은 아니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노력해서 좋은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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