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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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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다
작성일 : 20-08-06     조회 : 169     추천 : 2     분량 : 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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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축구부 감독을요?"

 도저히 이해가 안 가 되물었다. 뜬금없이 축구팀 감독을 맡으라니...아무리 곧 해체된다고 해도, 말이 엘리트 축구부지 방과 후 특별활동과 다름없는 곳이라고 해도, 100일 후에 해체 돼 짧은 부임기간이라도...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몰래 카메라야?"

 교장실 가운데에 카메라가 떡,하니 설치되어 있긴 했다.

 

 "대놓고 몰래 카메라 하는 게 어디 있냐?

 맞은 편에 있는 매니저(박권태-32)형이 무슨 싱거운 농담이냐는 표정으로 대답해준다.

 

 "나는 아이돌이잖아......"

 뜬금없이 축구감독이라니...나는 현역 아이돌이라고! 이곳이 내 모교이긴 하다. 축구부에 몸을 담기도 했고 물론 나는 축구부 에이스를 너머 축구부 역사 전체를 봐도 전설이었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갔다.

 

 "우리 학교는 예술고잖아......"

 

 그렇다 우리 학교는 예술고다. 왜 예술고에 축구부가 있는지 학교 재학 중에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축구부 에이스로 활약한 건 함정이지만.

 

 "아트 사커라고 못 들어봤니?"

 재학 중에 너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들려온 대답이었다. 단 축구는 유럽이 중심이라며 아트 풋볼로 이름 지었다고 했다.

 

 우리 예술고 축구부 아트풋볼은 지네딘 지단을 앞세운 아트사커 프랑스의 활약에 감동한 당시 교장의 직권으로 1998년에 창립되었다. 사립학교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십 년 넘게 빠짐없이 대회에 참여하며 단 한번도 예선통과를 하지 못한 전통이 계속 유지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친선경기 포함 딱 세 번 이겼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형편 없는 실력에도 해체위기조차 못 느낀 채로 굳건히 살아남았는데 우리한테 진 학교는 남아 있어도 리빌딩과 다름없이 초토화가 되어 우리 상대로도 늘 전력을 다했다. 그래서 최근 승리는 내가 있을 때가 마지막이었고 이게 뭐라고 자부심이 꽤 컸다.

 

 나는 현역 아이돌 그룹 가수로 활동을 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은퇴 상태다. 한 이십 년 후에 추억 회상 예능에 나오면 모를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재기도 불가능했다.

 연기 학원이라도 끊어달라고 할걸! 반짝 누린 인기가 오래갈 줄 알았다.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게 분명하다는 소속사 사장의 강력한 건유로 군입대를 앞둔 상태였다.

 계약 해지를 하면 구내식당 비용은 줄일 수 있을 텐데, 으으리 어쩌고 하며 놔주질 않았다. 군대 가는 동안 자연스레 기간이 만료되긴 했다. 그걸 노린 게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있는 교장실 안에는 가운데 쇼파에 앉아 카메라를 무척 의식하는 교장과 함께 임시로 축구부를 맡아 불만이 많은 체육선생이, 나보고 감독하라고 헛소리를 내뱉은 매니저 형과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 있다.

 

 -간식비라도 벌어다 주라

 

 오늘 아침에 사장에게서 온 문자가 이제야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나는 약파는 곳으로 행사 뛰는 줄 알았다. 어르신들 좋아하라고 분장도 나름 해갔는데 그래서 지금 무척 당황스럽다.

 

 "어디 공연하다 오셨습니까?"

 교장이 안 묻는 게 이상한 거다. 내 앞에 있는 축구부 감독을 겸임 중인 체육선생이 웃는다. 우...웃어?! 속에서 열불이 났다.

 

 "큼큼!"

 내 속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실실 쪼개던 체육선생이 갑자기 정색을 한다. 뭐야 메소든가.

 

 "너무하시네! 내 제자였을 텐데, 실실 쪼갠다니!"

 뭐야 이 인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속으로 무지 당황스러웠다.

 

 "뭐 인간? 이 인간?"

 체육 선생이 매니저 형과 교장 선생이 말리는데도 흥분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매니저 형이 카메라를 가리키자 겨우 정신을 차린다.

 

 교장과 체육 선생은 카메라가 있어 잔뜩 굳은 채 의식 중이다. 무슨 상황극 찍는 것도 아니고 뭐냐 대체.

 

 "너 여기 축구부 출신이잖아."

 매니저 권태 형이 묻는다. 너 여기 축구부 에이스였잖아. 라고 말을 해야 정확한 질문이었다.

 

 "모교 출신이라고 다 축구 감독을 하냐?"

 이제 권태 형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나려고 한다. 이게 뭔 비밀이라고 알려주질 않았냐. 권태 형이 움찔한다.

 

 그래 나는 아이돌로 진로를 급격하게 틀기 전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부 엘리트 과정을 밟았고 예술고에 축구부가 있는 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런데도 예술고 아트풋볼 축구부에 들어가 에이스 놀이를 한 적이 있긴 하다. 다른 학교 축구부에 갔다면 벤치만 앉아 있었겠지.

 

 나는 전설이었다.

 

 이십여 년이 넘어가는 역사 속에 기록한 단 3승 중에 1승을 한 것도 내가 있을 때고, 유일한 두 자릿수-열 골-로 축구부 사상 가장 많은 득점 기록자이기도 하다. 패널티킥이 그 중 네 골이었지만 필드골만 정당한 득점으로 치는 건 부당하다.

 

 축구는 아홉 살 때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진 나름 잘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축구로 대성공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프로의 벽조차 넘지 못할 것 같았다.

 전국 대회에서 맞붙어보면 느낀다. 아, 저 새끼는 연령별 국대까진 승선하겠구나. 쟤는 프로는 갈 수 있겠는데...그리고 나는, 냉정하게 선수로는 성공을 못 할 거라고 진단을 내렸다.

 

 나중에 학부모 비위 맞추며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하고 싶은 애들 국대 갈 거라고 뻥치며 승합차 모는 거 싫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평생 한 축구를 관두고 과감하게 진로를 바꿨다. 뜬금없이 아이돌로 예술고니까 가능했다.

 

 축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리라 냉정하게 진단을 내렸지만 아이돌로 성공할 거란 망상에 빠진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개인적 우화와 상상적 청중을 늘 몰고 다니는 청소년이었으니까. 성공하고픈 열망만큼 허영심도 컸다. 지금은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이 되어 일년 만에 3인조 그룹으로 데뷔했다. 물론 지금도 소속되어 있는 이 기획사가 작은 것도 한몫 했다

 계약이 만료되자마자 거대 기획사로 옮긴 여자 아이돌 그룹이 워낙 많은 돈을 벌어다 줘서 혜택을 받은 덕분이다. 사장은 방송국에서 그 그룹 마주치면 언제나 고개 90도로 숙이라고 했다.

 

 '축구선수 출신 아이돌'이 내 방송 출현할 때 수식어였다. 덕분에 축구 및 운동 관련된 예능에도 단골로 얼굴을 비췄다. 내 덕분에 꽤 큰 홍보효과를 누려 같은 멤버들이 고마워했다.

 첫 음반이 30위권에 진입했고 신입인데도 예능에 나가면서 대스타를 꿈꿨는데, 첫끗빨이 개끗발이라고 반짝였다가 그대로 잊혀졌다.

 

 그때는 같은 멤버들이 내 덕분에 방송 나간다고 좋아했는데 지금은...개자슥들...! 한 명은 최근에 연락해 봤는데 다른 사람이 받더라.

 뭐 이해는 한다. 내 덕분에 인지도가 확 올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알린 예능 출현이 갑자기 독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내 책임이란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너무 열심히 한 탓이다. 열심히 했는데 망한 건 꽤 억울한 일이지만 삶이 그렇더라.

 눈치가 없었다.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팬덤을 가진 공격수 아이돌에게 패스 안 했다고 백만 안티가 만들어졌다.

 

 이것만으로도 치명적인데 그 아이돌 못지 않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상대편 수비수와 부딪힌다음 나도 모르게 욱해 한 2.78초 정도 노려본 게 결국 소속사 차원에서 사과까지 내걸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싸가지 없는 신인이라고 욕을 했다. 축구 경기에 무슨 선후배가 있다고 생각만 해도 빡친다 빡쳐!

 

 나는 평소에 다소 비관적이라고 억울한 평가를 받지만 정확히 말해 냉정하게 현실적인 것이고 그래서 연예인으로도 안 되겠다고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해체한 게 맞나? 우리끼리 수근 댈 정도로 흐지부지 가수 생활이 끝났다. 어차피 한 명은 아예 관두기로 했고 남은 한 명은 원래부터 연기자가 꿈이라고 했다.

 

 나는 개인 행사 위주로 가끔 뛰며 방송국은 근처에도 못 갔다. 소속된 기획사가 좋게 말하면 오픈 마인드고 나쁘게 말하면 방치하는 곳이라 합의 후 그냥 군입대 하기로 했다.

 나름 깔끔한 마무리였지만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어 여행을 갔다. 군 제대 후 뭐하고 먹고 살까 앞서 고민 중이었는데, 매니저 형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를 해주겠다고 해서 모교인 이곳 교장실로 와서 축구부 제의를 받은 게 방금 전까지 상황이다. 분명 골 때리는 상황이다. 약 팔러 가는 줄 알았다고!

 

 "선생님들 앞에서 자꾸 무슨 생각을 해......"

 "그러니까."

 "응?"

 매니저 형이 내 공상을 깨부순다.

 

 "감독님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교장이 말한다. 부담은 안 갖고 그냥 이 상황이 골 때릴 뿐이었다. 그리고 감독이라니 아직 수락 안 했어요.

 

 "그런데 축구부가 계속 유지가 되네요."

 재학 중에도 제일 신기했다. 지원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0-10으로 진 다음 날에도 해체된다는 걱정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운동장외에도 관리 잘된 인조잔디가 따로 있어 그곳에서 훈련한다.

 

 "자선도 해야지."

 성적이 개판이라 엘리트 축구부라고 해도 실력 있는 선수가 올 리가 없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선수들은 실력은 부족하지만 계속 축구를 하고 싶은 선수들이 큰 돈을 주고 와서 유지가 되었다.

 오히려 학교 재정에 꽤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도 이제 해체를 앞뒀다. 100일 후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왜 해체되는 거에요?"

 삼십 년간 딱 세 번 이겼는데 욕심 없이 운영되는 곳 아닌가? 아니 손해도 안 봤다면서 그러냐. 무슨 금기어라도 되는지 그 말에 셋 다 흠칫 놀란다. 교장 선생은 그 와중에도 카메라를 의식한다.

 

 '승부조작'

 

 아!!! 절대로 허용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사 년 전에 발생한 일이 작년 겨울에 드러났다고...

 

 그때 아트풋볼 축구부 코치로 있던 사람이 망했으면 덮어졌을지 모르는데 프로 축구팀 감독이 되어 승승장구하며 더 화제가 되었고, 이후에도 후속 코치들이 상대 감독과 짬짜미처럼 빈번히 이뤄진 게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당장에 해체해버려!"

 정년퇴직 후 정치에 입문하려던 아트풋볼 창시자인 교장이 노발대발하며 결국 해체 결정이 내려졌다. 사립학교라 가능한 일이었다.

 어차피 사회적으로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반감도 심했고, 점점 큰 돈을 주고 축구 하러 오는 선수도 적어 오히려 총무부는 그 말을 반겼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어 올해까지는 운영을 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안 좋은 일은 연거푸 터지려는 것인지. 지금 학생들은 승부조작에 연루되지 않았는데 구타와 부조리가 걸렸다.

 그나마, 아주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들은 미리 흘러나온 정보로 제재가 가해지기 전에 자퇴를 하거나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을 떠났다고 했다. 그래봤자 벤치만 달구겠지만 공중분해 되어서 갈 곳 없이 떠도는 것보단 나은 결정이겠다.

 

 그렇기에 지금 남은 선수들의 실력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지금은 해체 준비로 방과 후 취미활동으로 전환되어 일반 학생들과 함께 운동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지금 이 팀은 콩가루 오브 콩가루란 말이었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애들은 다 착해요."

 퍽이나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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