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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술고 축구부 감독이 되었다
작가 : 철학숙제
작품등록일 : 20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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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감독 부임 기념 친선전
작성일 : 20-08-06     조회 : 105     추천 : 1     분량 : 5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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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날 지면서 그걸 이기려고 했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기려고 해도 이길 수가 없는 실력들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상대 팀이 우리를 십삼 점 차로 이기면 올라가는데......"

 "!!!!!!!!"

 감독에겐 숨기는 게 없어야지. 체육 선생이 우물쭈물거리며 말해준다. 아니 수락한 적 없다고!

 

 "고민하지마. 이미 결정 나서 통보해주는 거야."

 이 형이 진짜 멱살 좀 잡히고 싶나! 속으로 울컥했다.

 "형 멱살을 잡는다니......"

 매니저 형이 교장 눈치를 보며 대답한다.

 

 "감독님, 잘 부탁드립니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정치인처럼 교장 선생과 나란히 선 채로 악수를 나눴다. 지금 약장수 분장했다고! 이러고 싶지 않다고!

 

 "하나 두울..."

 -찰칵!

 

 권태 형이 사진을 찍는데 여전히 이해가 안 갔다. 어서 몰래카메라라고 해! 속으로 외쳤다.

 

 "몰래카메라 아닙니다."

 교장이 두 손을 잡으며 대꾸해준다. 정색한 표정이 진실이란 걸 알려줬다.

 

 그러니까 내 임시 매니저인 권태 형의 기획은 이랬다. 요즘 유자튜브 시대라 수익이 엄청나니 놀고 있는 소속사 연예인을 굴리자는 의도였다.

 매니저임에도 이 의견이 받아들여진 건 워낙 작은 곳이라 매니저이자 실장이자 기획자이며 결정적으로 사장의 친동생이어서 그랬다.

 어차피 나는 소속사에서 방치 상태고 군대 가있는 동안 계약도 자동적으로 끝난다. 사장 형은 볼 때마다 계약 연장은 없다고 얘기했다.

 

 "이번에 해체되는 건 정말 운명이다!"

 굉장한 자기류의 해석으로 권태 형은 축구부 해체가 엄청난 타이밍이라고 했다. 축구팀을 맡아 그 과정을 방송하자는 기획이었다.

 

 참고로 권태 형은 친형인 사장과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 무려 사장 친동생이 내 매니저를 하는 이유는 내 담당 매니저-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스트, 로드매니저 다 없다-가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땜빵이다.

 이 형도 친형 아니었으면 그냥 한량이지......내 걱정할 시간도 부족하지만 권태형 보면 가끔 답답해서 속으로 생각하게 된다.

 

 "얌마...네 걱정이나 해."

 권태 형이 잔뜩 주눅들은 채 톡 쏜다. 뭐야...신기(神氣)가 있나. 자꾸 알아들어. 나 혹시 혼잣말 하니?!

 "자꾸 튕기면 계약서 꺼낸다!"

 권태 형이 속주머니에서 손을 집어넣고 독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거부할 수도 없다. 연습생 기간은 짧았지만 그다지 많은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해 지금이라도 정산금 뱉어내라면 할 말이 없다. 신입 때 바짝 벌었는데 그만큼 많이 요구한 탓이다.

 어차피 해체 예정으로 방과 후로 전환된 상태라 성적은 기대할 필요도 없다. 100일 버티다 컵대회 첫 경기만 치르면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경기 조별 예선 끝난 다음 날이 해체 D-day이다요."

 같은 모교 출신이라 말을 놨다가 그래도 축구부 감독인데 존중을 하라는 교장말에 반말과 존댓말에서 갈등 중인 체육 선생이 인수인계 중이었다. 존댓말 하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냥 말 놔라. 짜증났다.

 

 "그...그럴까...요?"

 뭐야 대체...단체로 나를 놀리는 것 같다. 체육선생이 그래도 되냐는 표정으로 놓다가 교장 눈치보고 요를 붙인다.

 

 그래도 언제 살면서 방과 후도 아니고 진짜 축구부 감독을 맡아보겠나. 솔직히 아이돌로 완벽하게 성공할 줄 알았는데 군대 갔다가 와서 클럽 체육 교사라도 해야 하나 지도사 자격증까지 알아봤었다.

 좋은 예행 연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방송 잘 되어 수익 나오면 나눠준다고 했으니 이왕 할 게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이거 아니었으면 군대 갈 때까지 돈 까먹으면서 술 밖에 더 마시겠나. 그러고 보니 술 마실 돈도 다 떨어졌다.

 

 ***

 

 경기장에 나가 본다. 그래도 인조 잔디 상태는 나쁘지 않다. 내가 있을 때부터 지원은 빵빵했다. 그래서 더 다른 학교에게 부러움과 함께 비아냥을 들었지만 말이다.

 선수들은 감독 대신인 체육교사가 지시한대로 의미 없는 런닝을 뛰다가 흐지부지 각자 흩어져 있는 상태다. 얼굴을 보면 의욕이란 게 없다.

 

 어쨌거나 남은 엘리트 선수들은 죄가 없고 안타깝게도 실력도 없어서 다른 학교로 전학도 못 갔다. 애초에 축구는 계속 하고 싶은데 받아주는 곳 없어 오는 곳이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번 가을 컵 대회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서 대학에 진학해 축구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눈에 띄는 활약으로 실업 연습생으로 가는 게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다.

 

 둘 다 현실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동정심이 들었다. 방과 후로 전환된 지금은 기존 엘리트 선수들이 개인 코치가 되어 같은 방과 후 학생들에게 패스를 가르쳐 주고 있다.

 엘리트 축구부 선수가 인사이드로 섬세하게 패스를 주자 방과 후 축구부원이 앞발로 세게 찬다. 그러면 저 멀리 날아간 공을 찾으러 가는 일의 반복이었다.

 선수는 고쳐줄 생각도 없이 공을 주우러 간 사이에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을뿐이다.

 

 어차피 지금 축구를 관두면 예술고에서 아이돌 데뷔를 할 것도 아니고 축구 안 하면 학교 끝나고 PC방이나 가니 그냥 시간 보내는 거다. 아예 축구를 관두고 수능 준비하는 부원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실력이 없다고 해도 어렸을 때부터 축구만 해온 선수들이라 대충 보는데도 기본기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다만 실전을 치르지 못해 폼이 다 떨어진 상태겠지.

 

 의욕도 없고 시간만 때우는 표정. 곧 군대에서 내가 지을 표정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열심히도 안 하고 하지만 이해한다.

 불안하니까. 난데없는 불가항력에 휩싸인 거니까. 애새끼들이 벌써부터 저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는데...가슴이 아팠다.

 

 축구부를 관두고 본격적으로 아이돌 연습생이 되며 축구 경기장은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나중에 뒤늦게 내 감정을 분석해냈다.

 남들이 갖는 불운한 부상이나 엘리트 위주의 학교에서 발생하는 부당함도 크게 겪지 않았다. 단지 나는 내 잠재력을 믿지 않아 축구 선수로 성공하리란 희망을 조기에 체념한 것뿐이다.

 그래서 축구를 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했다. 운이 좋아 일찍 데뷔했고 나름 성공 가도도 달렸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였다. 여기 있는 내 후배이자 현역 축구부 선수들이 갑자기 안타까워졌다.

 

 "모두 모여라."

 나와 함께 나온 체육 선생이 선수들을 모은다.

 

 "이제부터 해체, 아니 이번 역사적인 아트 풋볼부의 마지막 감독을 맡아주실 분이다."

 아직 감상에 더 젖고 있고 싶었지만 나를 소개해준다.

 

 "감독님 유니폼 네임 마킹은 '*푸이'로 할 거에요?"

 축구부원 한 명이 다가오더니 그렇게 말하고 풉하고 웃는다.

 

 "야, 너 저리 가!"

 매몰찼지만 저런 개그 질색이다.

 공준호라고 영화 감독을 꿈꿔 예술고에 왔다. 그리고 축구 다큐를 찍으려고 축구부에 들어왔다고 했다. 한 마디로 전력 외란 말이다.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아, 저리 가라고!

 

 "축제에서 봤는데?"

 선수들이 수근댄다.

 

 사실 못 알아보면 살짝 서운하려고 했다. 모교 출신이라 축제에 와서 공연한 적이 있다. 당연히 보이그룹이라 호응이 없었다.

 내가 모교 출신이라고 밟히며 볼트래핑 했을 때가 제일 환호가 컸다. 그래도 모교라서 완전히 폭망해도 불러줄 줄 알았는데 안 부르더라.

 하긴 예술고라 짱짱한 라인업을 갖추긴 했다. 여자 가수들만으로도 충분했다.

 

 "넌 완전히 효용가치가 없어졌어."

 사장 형이 한 말이 아직도 잊지 않는다. 속으로 이걸 때려 생각했는데 갑자기 자신의 말이 심했다고 사과하며 고기 사주더라.

 

 "이제는 너희 감독이란다."

 그 말에 불신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그건 지금 감독인 체육 선생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 거다.

 

 "얘들아 나 모르냐? 나도 여기 축구부 선수였어."

 못 알아볼 수는 있다. 하지만 솔직히 눈을 빛내며 놀랄 줄 알았는데, 덤덤하다. 하긴 우리 학교 축구부가 갖는 위상은 자기들도 잘 알 것이다. 이건 절대로 자기 비하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판단이었다.

 

 "잘 모를 수도 있지. 서로 알아가야 하니까. 하지만 당시에 예술고 아트사커 에이스 10번하면 알아줬다니까!"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권위를 갖춰야 한다!

 

 "10번?!"

 에이스라는 말에 비로소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곧 무덤덤해진다. 일단 넘어가자.

 

 "자, 오늘은 통성명하고 간단하게 평소하던 트레이닝하고......"

 "연습 경기가 준비되었다."

 내가 말하는데 갑자기 권태 형이 훅 치고 들어온다.

 

 "형, 뭐하는 거야?"

 "감독 부임 기념 축구 시합을 준비했다."

 

 "뭐라고?"

 선수들이 더 당황하는 눈치다. 실전은 두려워...너희들이 그런 눈빛을 하면 안 되지!

 

 "요즘 유자튜브 대박나면 돈 엄청 번다. 나 혼자 카메라 달랑 들고 온 거 아니야."

 권태 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학교 정문으로 우르르 승합차 여러 대가 들어온다. 그리고 경기장에 카메라가 설치되기 시작한다. 저 움직임을 보면 프로들이다!

 

 "뭐 우리 회사 직원들이라고?"

 빠르고 능숙한 움직임에 프론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 놀지 말고 밥값 하라고 철저한 연습의 결과라고 자랑한다.

 저들도 분명 사장을 싫어할 게 분명하다. 관두면 어디 갈 곳도 없고 하아...어딜 가나 동병상련.

 

 "최대한 많이 찍어야지!"

 권태 형이 내게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뜬금없이 감독 부임하자 바로 연습 경기를 하게 되었다.

 

 "이거 선수 정보다."

 매니저 형이 태블릿 PC를 건네준다. 전날 주든가.

 

 돈 아낀다고 출력도 안 하고 그냥 태블릿 PC를 통째로 줬다. 억지로 시켰는지 성의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간단한 선수 프로필이다. 그나마 엘리트와 방과 후 선수는 구분되어 있었다.

 

 "호난도...기인혜는 지금 해외로케? 그리고 배일 아니, 배일도..."

 일단 이름은 알아야지. 엘리트 선수부터 외워야겠다. 우리 회사 스태프들이 경기장에 카메라를 세팅할 동안 태블릿 PC를 보며 출석을 불렀다.

 

 "...왜 없냐?"

 이거 언제 작성한 거야? 부르는 이름마다 결석자가 발생했다. 일단 출석을 마저 불렀다.

 

 "잘 부탁한다. 몸 풀자."

 엘리트 선수들 출석을 부르며 이름과 얼굴을 확인하고 몸을 풀게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훗, 반항? 귀여운 녀석들 초반 기싸움이란 거구나. 져줄 생각은 없단다.

 

 "우리는 무시하는 겁니까?"

 응?

 "서러워서...꿔다놓은 보릿자루도 아니고!"

 방과 후 선수들이 반발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은 출석을 부르지 않았다는 거다. 이...인정 내가 잘못했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출석을 불러달라니......

 

 "문재윤...박만득...김가을..."

 경기장에 설치되고 있는 카메라를 보느라 이탈한 공준호를 마지막으로 출결 체크를 마쳤다. 드디어 몸을 풀게 할 수 있었다. 벌써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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