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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군주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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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8     조회 : 389     추천 : 1     분량 : 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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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법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듀이는 나름 글밥을 먹은 몰락한 귀족의 자제였다. 그래서 어릴 때 나름 고등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마하임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봤자 죽음은 확정적이었지만 말이다.

 

 “그건 사실이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법을 누가 집행하느냐 따라서 모두에게 평등할 수도 있겠죠.”

 

 듀이의 말에 마하임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바라보았다.

 

 “결국 법이란 도구. 칼이나 화살 같은 무기와 다를 봐 없습니다. 누가 그 검을, 그 활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만인 앞에서 평등할지 아니면 때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고무줄 잣대가 될지 결정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후후, 어디선가 주워들은 건 좀 있구나. 그래 좋다. 네가 보기엔 내가 그 도구를 만인 앞에서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마하임의 물음에 듀이는 생각에 잠겼다. 쉽게 죽일 수도 있는데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다음 한 마디가 어쩌면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글쎄요. 보아하니 무력은 우리 대장님보다 뛰어나신 듯 하지만, 그 정도 힘으로는 만민 앞에서는 고사하고 이 윈드시크릿에서 조차도 평등하게 법을 집행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왜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마하임은 휴이의 말을 듣고서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휴이는 마하임의 말에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 거렸지만 지체없이 입을 열었다.

 

 “누가 뭐래도 현 윈드시크릿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저기 우리 경비 대장님이신 요한님의 아버지 제페쉬 백작이니까요.”

 휴이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한 역시도 인상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 제페쉬 백작의 악명은 이웃영지까지 알려질 정도로 대단했던 것이다.

 

 “역시, 죽이기엔 아까운 인재다. 요한.”

 “네 영주님!”

 “이 둘을 앞으로 내가 만들 직속 부대에 편입시킨다.”

 “그, 그럼 살려주시는 겁니까?”

 “오러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병사는 흔치 않지. 더군다나 머리도 좀 돌아가는 것 같고. 손을 좀 보면 쓸만한 졸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하임은 이 말만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얼굴은 아무런 감흥도 없는 무표정한 얼굴었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아힘에게는 매번 회귀때 마다 반드시 넘어야 할 벽. 제페쉬 백작이 있음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가 버티고 있는 한 윈드시크릿을 온전히 지배하기는 불가능했다.

 

 이미 말아먹은(...) 그 미래에서도 제페쉬 백작과의 의미 없는 세력 다툼 때문에 얼마나 많은 희생과 시간을 허비하였던가?!

 

 ‘이번만큼은 다를 거다. 제페쉬 백작!’

 

 마하임의 다음 목표는 그렇게 정해졌다.

 

 

 

 

 

 윈드시크릿 성은 알타베르나에서도 가장 작은 영지에 속했지만, 성을 지키는 경비병들의 수준만큼은 타 영지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다.

 대수림이라 불리는 대규모의 몬스터 서식지가 인근에 있는 것도 한몫 했지만, 그 이전에 윈드시크릿 경비대 대장인 요한의 감독하에 경비병들은 매일 같이 지옥훈련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그 훈련은 최근 3달 사이에 더 엄격해 졌다. 가뜩이나 힘든 훈련이 더 힘들어 졌으니 경비병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그대로 연병장 20바퀴를 돈다. 실시!”

 “실시!”

 

 요한의 말에 40여 명의 윈드시크릿 경비대 병력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오전 훈련을 마쳐야 할 시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나마 요한에게 훈련을 받는 것이 훨씬 편했으니까 말이다.

 

 신임 영주가 부임하고 나서 훈령의 양과 질은 완벽히 달라졌다. 특히 이 영주의 엄격함은 도를 넘었다. 그가 시키는 훈련은 어디까지가 훈련인지, 어디까지가 실전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았다.

 

 “오늘도 내 몸에 손을 못되면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하임은 연병장 한쪽 구석에 두 명의 병사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 둘이란 다름 아닌 휴이와 듀이였다. 그들은 3달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 했지만, 마하임의 눈에 들어 겨우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그들 앞에 기다리는 것은 죽음보다 더 괴로운 지옥 훈련이었다.

 

 “어서 공격하지 못할까?!”

 

 마하임의 외침에 휴이와 듀이는 마지못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목검은 이미 땀으로 흔건히 젖어있었고 몸은 천근만근 같았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또 어떠한 가혹행위를 당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은 영 적극적이지 못했다. 지금껏 수없이 공격을 해보았지만, 영주의 머리끝도 스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거기 있어라. 내가 그리 가지.”

 “아, 아닙니다! 듀이 가자!”

 “썅! 나도 모르겠다, 와아아아!”

 

 휴이와 듀이는 마지 못 해 마하임을 향해 달려 들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팔조차 제대로 안 올라갔지만, 그들에게는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부웅-

 

 목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이어 이어졌다. 언 듯 보기엔 조잡해 보였지만 그들의 검술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장에서 다져진 실전 검술이었다. 웬만한 영지의 기사들도 이들을 상대하기 껄끄러울 것이다.

 

 “후우, 좋아. 엘리 시류 오버클럭 x3 실행!”

 [네, 마하임님. 오버클럭 x3 실행. 전술지원 개시합니다.]

 

 지난 섯 달 동안 마하임은 엘리를 이용한 나노머신 시류를 길들이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나노머신 시류는 인체와 융합하여 인체에 숨겨진 모든 힘을 100%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나노머신 시류를 사용할 시 급격한 체력 저하였다. 시류는 인체에 숨겨진 자원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도구였기에, 한계 이상으로 사용 시 몸에 걸리는 부하는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마하임이 오토파일럿 모드를 처음 사용한 그날, 마하임은 정말 죽다 살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용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집으로 돌아오자 온몸이 쑤시고 결리기 시작하는데 태어나서 이런 심한 몸살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 이후 마하임은 지금까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자신을 단련했다. 시류의 힘은 결국 자신이 얼마만큼의 체력을 가지고 있느냐에따라 그 강함과 약함이 결정되었기에,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타겟의 공격루트 확인, 증강현실 센서로 표시합니다]

 

 엘리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위험요소를 감지하여 가장 빨르고 효율적인 방어와 공격루트를 마하임의 시야에 표시해 주었다.

 

 처음엔 이 증강현실이라는 시스템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못해 지독한 멀미와 두통으로 고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익숙해져 버려서 증강현실의 백업이 없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였다.

 

 마하임은 증강현실로 표시된 검의 괴적을 정확히 파악해 순식간에 휴이와 듀이의 공격을 피해 버렸다.

 

 “허억, 허헉, 이건 사기야! 영주님 지금 마법 사용하고 있으시죠?! 저건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야.”

 “이제 더는 검 못 휘둘러. 차라리 저희를 죽여주십시오.”

 

 휴이와 듀이는 결국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마하임은 시류의 힘을 이용해, 일반적인 전사의 3배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물론 10배 까지도 가능은 했지만, 그렇게 사용했다간 다시 그 지옥의 몸살을 겪어야 했기에 긴급상황이 아니면 5배 이상은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상황이었다.

 

 “뭐, 좋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쉬어도 좋다. 그리고... 아참 요한, 나랑 이야기 좀 하지.”

 

 마하임은 헐떡이는 휴이와 듀이를 뒤로하고 연병장을 빠져나갔다. 그 뒤를 빠른 걸음으로 요한이 따라붙었다.

 

 “듣자하니 병사들의 급료가 꽤 밀렸다던데?”

 “면목없습니다. 윈드시크릿의 재정은 이미 바닥이어서···.”

 

 예상은 했지만, 윈드시크릿의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 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영주가 빼돌려 놓은 재물로 겨우겨우 버텼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였다.

 

 윈드시크릿의 우기라고 할 수 있는 겨울이 찾아왔건만 올해도 하늘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매일 아침 가뭄으로 굶어죽은 영지민의 시체를 소각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마하임은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아직 준비는 덜 끝났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그 x같은 미래를 또 반복할 것이 뻔했기에 마하임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재정문제는 곧 해결된다. 병사들이 돌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잘 타이르도록. 오후 훈련은 알아서 해줘.”

 “네. 영주님.”

 

 요한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서기관 하륜과 함께 지금 마하임이 꺼내 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바로 이 요한이었다. 지금은 이름 없는 기사일지 몰라도 그는 이후 마스터소드의 칭호를 얻은 전설적인 기사로 성장한다.

 

 ‘시간이 없다. 방법은 하나.’

 

 원래는 지금은 닫혀있는 마나홀까지 열어 마법까지 익힌 다음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세상만사 마음대로 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닥쳐오는 위협은 그야말로 태풍과 같았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입니다.

 

 갑자기 마하임은 시아라가 윈드시크릿에서의 마지막 전투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서야 그 말이 이해가 되는 듯 했다.

 

 ‘목숨을 걸지 않고선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그 빌어먹을 미래를 또다시 반복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오늘 밤은 여느 밤보다 길고 긴 밤이 될 것 같았기에 마하임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영빈관을 향했다. 미래는 그렇게 천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심삼일 20-08-16 21:37
 
나노머신 시류!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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