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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군주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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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9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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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윈드시크릿의 밤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흉작 때문에 도시의 상업활동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사람이 모이는 도시라면 어디든지 '시장'은 존재했다.

 특히 윈드시크릿의 상업지구는 밤은 낮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낮의 모습은 일반 시장과 다름없었지만, 밤이 되면 조금은 특별한 시장이 열린다.

 

 그것은 바로 노예시장.

 

 한 달에 한 번 윈드시크릿에서 특별한 노예시장이 열렸다. 물론 윈드시크릿에서 노예 거래가 불법이었지만, 그런 것이 유명무실해 진지는 오래였다.

 

 제페쉬 백작이 윈드시크릿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기가 무섭게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것이 노예 매매였던 것이다. 특히 윈드시크릿은 변방에 있는 만큼 대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사인간 노예도 드물게 볼 수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들이 거래되는 날이었다.

 

 “뭘 봐. 꺼지지 못해?!”

 

 아니나 다를까. 상업지구 중앙로에 마차 한 대가 지나갔다. 그 주위에는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의 경계가 삼엄했다. 마차 안에는 나신이나 다름없는 유사인간 여성이 대 여섯 명 정도 보였다. 이들은 상품이었다. 오늘 밤 암시장에서 거래될 아주 특별한 상품.

 

 “노옴에, 다크엘프. 켄타우르스까지 과연... 세부적인 디테일은 2번째 회귀랑 거의 같군.”

 

 마하임이 회귀 과거로 회귀할 때마다 주변 상황이나 역사 흐름이 조금은 달라졌다. 회귀 시점의 차이가 가장 컸는데, 다행이 이번 회귀는 2번째 회귀보다 1년이나 더 과거로 돌아온 듯했다.

 

 마하임은 머릿속에 드는 상념을 떨치고 오늘 밤 자신이 털어야할 목표물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마차 안은 그야말로 유사인간들의 전시장을 보는 것 같았다. 검은 피부에 유난히 뾰족 솟은 귀를 가진 다크엘프부터 시작해서, 이마 중앙에 뿔을 지닌 노움. 반인반마의 켄타우르스 족까지 그들은 한결같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차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유사인간들은 일반적인 인간들이 가지지 못한 초능력이나 괴력을 소유한 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생포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수도 매우 적어 그들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그래서 이렇게 생포한 유사인간들은 특수한 약물로 그들의 사고를 마비시켜서 거래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저들은 그 보통을 철저히 따르고 있었다.

 

 “어디 보자 6명이면 적어도 600만 골드. 윈드시크릿 한 달 예산이 저기 있구나.”

 

 저들 한 명의 가격은 보통 100만 골드. 600만 골드면 윈드시크릿 한달 예산과 맞먹었다. 그런 유사인간 노예가 6명이다. 저들이 사라진다면 이들을 밀반입한 제페쉬 백작은 꽤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슬슬 시작해 볼까?”

 

 마하임은 준비해온 두건을 얼굴을 가렸다. 옷은 이미 도둑이나 입을 법한 평범하면서도 실용적인 검은색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정체 드러내서 좋을 것은 없다. 더욱이 저 노예들의 주인은 제페쉬 백작이었다. 아직 제대로 일을 벌리지도 않았는데 그와 척을 둔다는 것은 전술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최악의 악수였다.

 

 미래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후견인과 동시에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은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 그자를 상대하는 만큼 최대한 은밀하고, 또 치명적으로 행동해야 했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서 오늘 밤은 최적의 날이었다.

 

 “멈춰라.”

 

 마하임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길 중앙에 우뚝 서 길을 가로막는다.

 

 “뭐야, 이 꼬맹이는, 꺼지지 못해?”

 

 선두의 용병 두 명이 눈을 치켜뜨며 마하임을 노려봤다. 하지만 마하임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이다.

 

 “복면의 꼬맹이라. 동화책을 너무 많이 봤나 보네. 그래 네가 그 유명한 정의의 사도냐?”

 “정의?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 나로 말하자면··· 그래, 네놈들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줄 사람이지.”

 

 그의 말대로 마하임은 정의 따위는 관심 없었다. 그렇다고 이 노예들을 훔쳐서 되팔겠다는 생각은 더욱이 없다. 그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압도적인 힘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 힘을 얻기 위해 지난 섣달 간 피나는 훈련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알아보는 데에는 실전 이상이 없었다. 물론 위험은 따르겠지만, 큰 깨달음에는 큰 대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없다. 현필, 칼슨 처리해. 죽여도 좋다.”

 

 이 용병들의 우두머리라고 생각되는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용병들의 수는 20명. 비싼 노예를 운반하는 만큼 경비도 삼엄했다. 물론 마하임의 눈으로 본 그들은 오합지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와라.”

 

 창과 검을 각각 뽑아든 두 명의 용병이 마하임에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빈틈이 없어 보여 살짝 긴장도 됐지만, 마하임에게는 엘리가 제어하는 나노머신 시류가 있었다.

 

 [목표물 확인. 타겟 락온. 전투지원 시스템 지원을 시작합니다.]

 

 언제나처럼 엘리는 기다렸다는 듯 증강현실 시스템을 가동하여 마하임의 안구에 직접 전투지원을 시작했다. 이미 x3의 오버클럭을 기본지원 하고 있었기에 마하임의 온몸은 힘껏 당겨진 활시위 마냥 터질 듯 긴장하고 있었다.

 

 “엘리 이번엔 네 본체도 사용해 보겠다. 가능하지?”

 

 [네 마하임님. 발도 즉시 사용가능 합니다.]

 

 마하임은 하륜이 고대인이 만든 최강의 병기라 극찬한 ‘엘리’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손에 착 달라붙는 그립감은 과연 고대인의 작품이라는 생각이들 정도로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경고한다. 거기서 한 걸음이라도 더 오면 너희는 죽는다.”

 “닥쳐라, 꼬맹이. 죽는 건 너다!”

 

 계속 꼬맹이란 소리를 들으니 무척이나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다. 마하임의 현재 나이 열 일곱. 그의 키는 고작 160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용서해 줄 생각은 없었다.

 

 슈하악-

 

 마하임의 검은 그야말로 찰라의 순간에 검집에서 퉁겨지듯 튀어나왔다. 현재 마하임의 근력은 일반적인 전사의 3배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더욱이 두 번의 회귀를 하면서 수도 없이 익혀온 마하임의 실전 검술은 이미 마스터소드 급을 넘어서고 있었다.

 

 “크헉.”

 

 마하임을 공격하려던 두명의 용병은 비명조차 제대로 못 지르고 바닥에 쓰러졌다. 목의 경동맥과 심장을 가르지르는 정확한 공격. 그들이 입고 있던 싸구려 방어구는 마하임의 검 엘리를 막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내 검붉은 피가 바닥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주변은 일 순간 쥐죽은 듯 조용해 졌다.

 

 “덤벼라!”

 

 마하임은 여전히 처음과 같은 톤으로 짧게 도발했다. 그때야 정신을 차린 용병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마하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살기등등한 모습에 구경 나온 윈드시크릿의 주민들은 사방으로 숨기에 바빴지만, 마하임의 눈에는 그저 오합지졸의 최후의 발약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10만 대군과 싸웠던 나다. 무엇이 두렵겠는가?’

 

 물론 기억 속의 미래와 지금 현재와의 상황은 달랐다. 하지만 전장에서 목숨을 건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촤앙-

 

 마하임은 몸을 비틀며 용병들의 첫 번째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그 공격을 흘리면서 검을 쥐고 있는 용병의 팔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으아악!-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스러지는 용병. 하지만 용병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마하임을 향해 검을 날렸다. 하지만 이런 단조로운 공격에 맞을 마하임이 아니었다. 그는 뒤로 살짝 물러서며 팔이 잘려 의식을 잃기 직전인 용병을 자신을 향해 공격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퍼퍽!

 크아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팔 잘린 용병의 몸에 칼이 박혔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인지라 공격을 멈출 수도 없었다. 용병들은 곧장 무기를 뽑으려 했지만, 사람의 몸에 박힌 것이 쉽게 빠질 리 없다.

 

 “위, 위험해! 물러서!”

 “씨x 검이 안빠져.”

 

 당황하는 용병들. 그런 용병들을 향해 마하임의 검격은 매섭게 날아들었다.

 

 서걱-

 

 섬뜩한 절단음이 낮게 울려 퍼졌다. 엘리의 날카로움은 상식을 초월했다. 나노코팅 된 엘리의 검날은 그 절단면이 물질의 원자 사이를 파고들 정도로 날카로웠기에 그저 가볍게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금속이든 생명체든 모조리 절단되어 버렸다.

 

 팟, 츄화악-

 

 마하임의 검은 마치 종이를 자르듯 그를 공격하려던 용병들의 검과 갑옷, 그리고 그들의 몸통까지일격에 절단해 버렸다.

 

 사방으로 튀는 피. 마하임은 뒤로 살짝 물러나 그 피를 피했다. 너무나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싸움을 지켜보던 윈드시크릿의 주민들은 도망치는 것도 잊고 그를 바라보았다. 마하임은 마치 희극의 배우라도 된 것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다시금 용병들을 도발했다.

 

 “어서 와라, 이런 싸움은 처음이지?”

 “모두 떨어져라! 활을 꺼내! 원거리다. 원거리 공격을 해라!”

 

 보통의 병사라면 멘탈이 무너져도 몇 번이나 무너졌겠지만, 그들 역시도 나름의 수라장을 겪어온 용병답게 신속히 대응에 나섰다.

 용병들은 저마다 뒤로 물러서며 등에 메고 있던 활이며 석궁을 꺼내 들었다.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가 마하임라는 점이었다. 더욱이 활은 일정한 사정거리가 유지돼야 제대로 된 위력을 낸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됐다. 하지만 이곳은 너무 좁고 목표물과의 거리는 너무나 가까웠다.

 

 “여기서 죽지 않는다면 그 팔 다시 붙여주지.”

 

 마하임의 검이 활시위를 당기려던 용병중 한 명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족히 10m는 떨어져 있었지만, x3으로 강화된 마하임의 육체는 이미 ‘초인’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걱

 

 기분 나뿐 울림과 함께 용병의 팔은 썩은 무 자르듯 간단히 잘렸다. 아무리 잘 드는 칼이라도 사람의 팔을 자르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용병들은 철제 보호구로 팔의 각 관절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의 단분자 소드급의 날카로움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단분자 컷팅 모드 정상작동 중. 목표 개체 앞으로 11명 남았습니다]

 “크아악!”

 

 엘리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뒤섞여 팔이 잘린 용병의 비명이 마하임의 귀를 자극했다. 피가 그의 얼굴에 사정없이 튀었지만, 마하임은 무뚝뚝하게 검을 갈무리 할 뿐이었다.

 

 “활로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은가? 한 번 쏴 보시지?”

 

 마하임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충분히 거리를 벌린 남은 11명의 용병들은 일제히 마하임에게 화살을 퍼부었다.

 

 퓻 퓨슉 퓩

 

 순식간에 수 십발의 화살이 마하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마하임은 능숙한 동작으로 뒤로 살짝 물러나는가 싶더니 이미 전의를 상실한 팔 잘린 용병을 방패처럼 자신의 앞으로 내밀었다.

 

 “쏴라! 가까이 오게 하지 마!”

 

 남은 11명의 용병은 미친 듯 화살을 마하임에게 퍼부었다. 하지만 단 한발도 마하임에게 명중하지 못했다. 화살은 모두 마하임에게 팔이 잘린 용병을 꿰뚫었을 뿐이었다.

 

 팔이 잘린 용병은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 하다 이내 축 늘어졌다. 용병들이 화살을 재장전하기 위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마하임은 죽은 용병의 시체를 맞은편 용병들에게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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