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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군주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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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작성일 : 20-08-10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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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컥!”

 “우왁!”

 

 마치 공성병기에라도 맞은 듯 재장전 중이든 용병들의 진형은 순시간에 무너졌다. 마하임이 이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마하임은 단숨에 용병들 사이를 치고 들어가서 망설임 없이 검격을 날렸다. 용병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해 보았지만, 백전노장이나 다름없는 마하임의 상대는 아니었다.

 

 ‘슬슬 끝이 보이는군.’

 

 생각보다 컨디션은 좋았다. 엘리의 서포터도 이제 완벽히 익숙해져 마치 손에 잡힐 듯 그 기능을 다룰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노머신 시류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전투였다.

 

 “원한은 없다. 너희의 죄는 그저 주인을 잘못 만난 것 뿐.”

 

 마하임은 엘리의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말한다. 용병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20명이 넘었던 용병들은 순식간에 6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전투가 가능한 사람은 4명도 안 됐다. 용병들의 눈에는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했다. 승산이 없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마하임은 그들을 바라보다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망쳐도 좋다. 적어도 내가 네놈들을 등 뒤를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하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용병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 명도 그 자리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쓰레기들.”

 

 지금껏 말 위에서 상황을 관망만 하던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묵직한 투구와 경갑옷으로 무장한 그는 말머리를 돌리더니 가장 가까이 있는 용병의 등을 향해 거침없이 마창(馬槍)을 내리꽂았다.

 푸욱!

 

 창은 그대로 용병의 가슴을 관통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용병.

 

 “드래건 용병단에 후퇴는 없다. 도망치는 놈들은 내 손에 죽는다.”

 

 그의 외침이 거리를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이미 도망치는 용병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저 달릴 뿐이었다. 이를 본 마상의 남자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창은 바짝 붙어서 도망가던 두 명의 용병을 한 번에 꿰뚫었다.

 

 퍼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용병들의 비명소리가 거리를 울렸다.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두 명의 용병. 마하임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경고. 정체불명의 이능이 별견되었습니다. 검출. 결과. 1성급 검기로 판명되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역시 엘리였다. 엘리의 전투 지원시스템은 저 기마병이 사용하는 이능을 정확히 판별하여 마하임에게 보고했다.

 

 ‘칫, 내공을 쓰는 놈인가?’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창으로 저런 식의 파괴력을 내려면 근력의 힘만으로는 불가능 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능의 힘, 즉 오라나 내공 둘 중 하나는 사용한다는 이야긴데, 오라를 견디는 창은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럼 답은 하나다.

 

 “선술을 배운 자인가? 내공은 이런 데 쓰라고 배운 게 아닐 텐데.”

 “흥, 알게 뭐냐. 애초에 신선 따위는 관심 없다.”

 “뭐, 그런 것 같군.”

 

 마하임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내공을 사용할 줄 안다고 무조건 다 강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마하임으로서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

 

 “어디 실력 한번 볼까? ‘정의의 용사’씨.”

 

 말 위에 굳은 듯이 앉아 있던 용병은 말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중무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에 착지할 때 소리조차 들리 않았다.

 

 둘은 침묵 속에서 서로 노려보며 한동안 대치했다. 상대 역시도 함부로 마하임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이미 마하임의 실력은 볼만큼 봤고 자신이 내공을 사용하는 것조차 단숨에 간파했다. 그것은 마하임이 상당한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침묵을 지키던 용병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하임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묻자. 세실 일리암스, 그년의 사주인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저 용병도 세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세실 일리암스. 마하임이 그녀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지금은 그저 이름없는 도둑에 불구 하겠지만, 지금으로부터 13년 후 그녀는 해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의 대 해적이 된다.

 

 전쟁과 전쟁 속에서 금전 관계에 얽혀 조금은 황당하게 시작된 인연. 그렇지만 그녀는 그 암울한 미래 속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배신치 않은 몇 되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 물론 마하임과 얽힌 이상 그 끝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말이다.

 

 “그건 아니지만, 세실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라면 저 노예들이 좀 필요해서 말이지. 어느 문파의 사생아인지는 몰라도 네 무덤은 여기다.”

 

 검을 고쳐 잡는 마하임. 제대로 된 내공을 가진 자라면 이런 시골에서 용병 따위를 할 리 없다. 엘리의 말이 정확하다면 상대는 고작 1성급 검기밖에 사용치 못하는 자였다. 실제 내공은 훨씬 더 빈약할 게 틀림없었다.

 

 “근거 없는 그 자신감. 내가 부셔주마!”

 

 쓰르르릉-

 

 마하임의 도발에 매서운 살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자신의 무기를 뽑아든다. 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넓은 검신, 그것은 일반적인 검이 아닌 태도라고(太刀) 불리는 무기였다. 찌르기보다는 베기에 특화된 고전적인 무기였지만 윈드시크릿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빠르다!’

 

 생각보다 용병의 움직임은 빨랐다. 방심은 있을 수 없다. 마하임은 녀석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여 검을 겨누었다.

 

  촤앙-

 

 검과 도가 부딪히면서 새햐안 불꽃이 튀었다. 나노코팅이 된 마하임의 검이었지만, 저 용병의 검은 자를 수 없었다. 검기로 코팅된 검은 물리학적 법칙을 왜곡시켰다. 그래서 마하임의 검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부터 실력과 실력, 체려과 체력의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캉- 슈욱!

 츄아악 챙!-

 

 연이어 이어지는 검격 어둔 밤이었기에 그 불꽃은 더욱 선명했다. 현란한 검 놀림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보는 이의 탄성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무려 십합 이상의 공격을 마하임과 용병은 주고받았다. 아직 둘 중 그 누구도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마하임의 호흡은 무척이나 거칠어 졌다. 비록 x3의 오버클럭이라 할지라도 아직 장시간 사용은 무리인 모양이었다.

 

 “하아 하아- 재법하는 군.”

 

 마하임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상대였다. 단순히 내공만 좀 사용할 줄 아는 자라고 생각했는데, 검술도 발군이었다. 단지 검을 몇 번 맞댄 것만으로도 이 정도 위압감을 느끼다니 평범한 무사는 절대 아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정규군에 들어가도 높은 직위에 오를 텐데 왜 남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거지?”

 “알 거 없고, 죽어라!”

 

 살기를 듬뿍 머금은 용병의 태도가 마하임에게 연이어 날아왔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녀석의 도신, 온몸이 저릴 정도의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번 공격은 무언가 특별했다.

 

 [경고 2성급 검기 발현!]

 “젠장!!!”

 

 마하임의 눈동자가 커졌다. 2성이라니! 1성급 검기와 2성급 검기는 그 위력이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2성급 검기는 시아라가 애용하던 검기중에 가장 낮은 등급었지만, 그 위력은 무쇠를 자르고 바위를 가르는 극단적인 파괴력을 자랑했다. 말 할 것도 없이 보통의 검으로는 막을 수조차 없었다.

 

 “막을 수 있겠지? 엘리!”

 [문제없습니다. 저의 본체는 ‘울트라 하르메르미디움’으로 제작되었기에, 그 어떤 공격도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하임은 엘리의 말이 체 끝나지도 않았지만, 매섭게 날아오는 용병의 검격을 향해 자신의 검을 내밀었다.

 

 쩌엉-

 

 묵직한 충격이 마하임의 팔을 타고 올라왔다. 다소 위태로웠지만 마하임의 검 엘리는 녀석의 검을 완벽히 받아냈다. 용병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감돌았다.

 

 “검기를 막다니, 그 검!.”

 “놀라긴 이르다!”

 

 겨우 이 정도에 놀라다니 녀석은 하수임이 틀림없었다. 녀석은 검기를 사용할 수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뿐이었다. 검술과 검기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데 녀석의 검기는 검술과 전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어깨너머로 검기의 운용법을 좀 배웠다고 고수가 될 수 없는 법. 마하임은 멈추지 않고 엘리에게 명령했다.

 

 “엘리 x5 오버클럭!”

 [네 마하임님. x5 오버클럭 모드로 이행]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상대가 강하다면 시간을 끄는 것은 독이었다. 마하임은 망설이지 않고 현재 사용가능한 최고의 수준으로 자신의 육체를 오버클럭 했다.

 

 “사, 사라졌다?!”

 

 용병의 눈에는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x5 오버클럭이라 함은 뇌와 육체를 평상시의 5배 이상 가속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단순히 5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뇌와 육체는 하나로 이어진 초끈과 같은 상태. 즉 5x5의 육체적 정신적 업그레이드를 의미했다.

 

 콰지직!-

 

 용병은 마하임의 공격을 보지도 못했다. 그가 마하임의 공격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자신의 배를 감싸고 있던 바스트 플레이트가 박살이 난 뒤였다. 마하임의 펀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용병의 내장을 뒤흔들며 용병의 몸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커어억!-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용병은 허공으로 2m 이상 치솟은 뒤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의식은 단번에 날아갔음은 물론 하며 극심한 고통에 경련까지 일으켰다. 마하임은 숨을 몰아쉬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조금 위험했나?”

 

 연이은 오버클럭으로 체력이 바닥난 마하임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x5까지는 자유자재로 사용가능하긴 했지만, 역시 아직 까지는 무리임이 틀림없었다.

 

 “엘리 저 용병, 죽은거냐?”

 [살아있습니다. 마하임의 님의 공격을 맞기 직전, 내공의 힘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한 것 같습니다.]

 “호오, 정말? 그럼 경기공도 조금은 사용할 줄 안다는 이야긴가?”

 

 경기공이란 내공을 사용하여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기공술의 일종이었다. 그 미래에서 자신의 아내였던 시아라는 이 경기공을 응용해서 제국의 공성용 마장기와 1:1로 싸우기까지 했으니 정말 대단한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부정. 경기공이라고 보기에는 내공의 운영이 미흡합니다.]

 “그런가? 하긴, 경기공은 5성급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니까. 어쨌거나 조금은 아쉽지만... 역시죽여야겠지?”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부하로 삼고 싶었지만, 지금의 마하임으로서는 이자를 설득시키거나 혹은 돈으로 매수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검기를 다루는 자를 적으로 둬서 좋을 것이 없다. 아군으로 할 수 없다면 죽이는 것이 답이다. 마하임은 용병에게로 다가갔다. 용병은 여전히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마하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을 움직여 녀석의 투구를 벗겼다.

 

 “여자?”

 

 드러난 용병의 얼굴에 마하임은 깜짝 놀랐다. 그냥 여자였다면 그렇거니 했겠지만, 이 녀석을 다크엘프 였던 것이다.

 검은 피부에 잡티 하나 없는 날카로운 눈매의 얼굴. 유사인간 중 가장 사납고 위험한 종족. 그리고 아름다운 종족이기도 했다. 그래서 노예로서의 값어치는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비쌌다. 마하임 역시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목소리가 특이해서 설마 했는데, 다크엘프라니...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러게.”

 

 갑작스럽게 난입한 목소리에 마하임은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를 보아선 분명 여자였다. 그것도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누구냐!?”

 “나? 그냥 지나가던 사랑스런 도둑.”

 

 그녀의 말투 그녀의 목소리, 마하임은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마하임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대 해적 세실 일리암스. 물론 먼 미래에서이지만 말이다.

 

 ‘지켜보고 있었나?’

 

 그녀 역시 마하임과 마찬가지로 복면을 하고 있었지만, 날렵한 체형과 얼굴의 윤곽, 그리고 목소리를 보아 할 때 분명 세실 그녀가 맞았다.

 마하임은 연이은 돌발 상황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그가 세실을 처음 만난 것은 바다에서였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앞으로 3년 뒤. 하긴 생각해 보면 이곳에 그녀가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윈드시크릿은 변방의 상업도시. 온갖 불법이 자행되는 곳, 이 혼란의 도시라면 세실이 활동하기에 이상적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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