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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황후, 한소제
작가 : 솽솽
작품등록일 : 20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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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국혼(4)
작성일 : 20-08-15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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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혼을 앞둔 날!

 헌예는 병부상서 한수오의 저택을 몰래 찾아갔다.

 저를 따르는 금위병의 수는 최소한으로 했다.

 왜냐하면 괜히 많은 사람을 대동해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혼인을 치르기 전에 한번은 그대의 얼굴을 제대로 봐야겠어!’

 

 보라색의 평복을 입은 헌예는 정수리 상투를 덮는 작은 금관을 썼다.

 그리고 다소 단순해 보이는 황금 비녀를 꽂았다.

 

 “음.”

 

 높은 담장 너머로 소제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지켜보던 그는 곁에 있던 장 내관에게 물었다.

 

 “한 소저는 바깥출입을 전혀 안 하나?”

 “아무래도 밖에 나오면 곤혹스러운 일을 당하다 보니 그렇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장 내관이 말했다.

 

 “곤혹스러운 일이란 건?”

 

 헌예가 의아해하는 시선을 보냈다.

 

 “그것이…….”

 

 장 내관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헌예는 대충 짐작을 했다.

 화서국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추녀로 살기란 편하지 않았을 거다.

 

 “괴물! 한소제!”

 “박색! 한소제가 내일 시집간대요!”

 

 어디선가 아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수오의 저택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어떤 아이는 돌까지 던지기까지 했다.

 

 “이 녀석!”

 

 헌예는 돌을 던지는 아이의 한쪽 손목을 잡아챘다.

 아이는 갑자기 어른이 자기 손목을 잡고, 날이 선 음성으로 말하니까 순간적으로 놀랐다.

 

 “너희 좀 전에 뭐라고 한 것이냐?”

 “…….”

 

 아이는 대답하기를 꺼렸다.

 

 “이런 행동은 옳지 않아! 이곳은 병부상서의 집이 아니더냐?”

 “그렇지만 다들 이리 말해요.”

 

 아이는 헌예의 손아귀에서 제 손을 빼고서는 다시 수오의 집에 돌을 던졌다. 그러곤 헌예가 쫓아오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나 얼른 도망쳤다.

 

 “한소제! 괴물!”

 

 아이들마저도 소제에게 모욕을 주는 것을 보니 헌예는 기분이 이상했다. 동정심이라는 게 마음에서 일었다.

 

 “다시는 병부상서의 집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없도록 해라! 만일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경우에는 아이의 죄를 그 부모가 대신 갚는다! 만일 돌을 던지면 돌을 맞을 것이고, 오물을 던지면 오물을 맞게 해!”

 

 왠지 화가 난 음성이었다.

 

 “네!”

 

 헌예 그 자신도 이런 명령을 내릴 줄은 몰랐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소제를 위해서!

 황제가 돼서 처음으로 내린 명령이 소제를 위한 것일 줄이야!

 

 “폐하, 이제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환궁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장 내관의 말에 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헌예가 돌아서려던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고 그의 앞으로 분홍빛의 사(紗)로 얼굴을 반을 덮은 여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녀를 본 장 내관은 다급한 음성으로 빨리 말했다.

 

 “한 소저입니다. 한 소저!”

 

 뜻밖에 소제를 마주친 헌예는 자기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돌아섰다. 그런 그의 뒤에 소제가 다가섰다.

 

 “누구십니까?”

 

 소제의 음성은 온화하고 청아했다.

 어쩌면 선녀의 음성이 이럴지도 몰랐다.

 

 “어떤 아이들이 소저의 집에 돌을 던지고, 악담하기에 혼을 내줬소. 내 볼일은 끝났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헌예는 한 발을 지면에서 떼서 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자 소제가 그의 앞으로 나왔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소제는 헌예의 얼굴을 응시했다.

 

 “누군가 했더니 황제 폐하셨군요?”

 

 소제는 얼굴만 봐도 딱 알았다.

 그리고 헌예의 옆에 있는 장 내관이 그의 신분을 확실히 증명해줬다.

 

 “아아, 한 소저! 내일이 혼인을 치를 날이니 준비할 것도 많지 않겠습니까?”

 

 장 내관이 당황한 낯으로 말했다.

 혼인을 앞두고 신부의 얼굴을 보러 온 건 부정을 타는 일이라고 금기시되던 일이었다.

 이는 황제라고 해도 다를 바 없었다.

 

 “혼인이 내일인데 제 얼굴이 그리도 궁금하셨나요?”

 

 소제는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

 다른 얼굴 부위는 가려져서 못 봤으니 모르겠지만, 눈만큼은 크고 아름다웠다.

 

 ‘그녀가 추녀라는 게 정말 사실일까?’

 

 헌예는 의문을 품었다.

 솔직히 말해서 화서국에서 소제의 얼굴을 본 사람은 그 집안 식구들밖에 없으리라!

 추녀라는 소문은 강물처럼 넘쳐났지만, 정작 소제의 얼굴을 본 사람은 외부인 중에서는 없다고 해도 거의 맞았다.

 

 ‘그대의 얼굴을 내 손으로 확인해 봐야겠어!’

 

 무엇에 정신을 빼앗겼는지 몰라도 헌예는 소제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얼굴을 덮은 사를 벗겨볼 참이었다.

 헌예의 기다란 팔이 불쑥 자기 얼굴로 다가오자 소제는 크게 놀랐다.

 

 “아!”

 자기 얼굴이 드러날까 봐 소제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떤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단지 그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뿐!

 

 휙!

 

 소제는 앞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무작정 헌예의 허리를 자기 두 팔로 꽉 감았다. 여자가 갑자기 거리에서 자기를 안았기에 헌예는 당혹감을 못 감췄다. 더군다나 그녀 때문에 놀란 헌예는 몸의 균형까지 잃었다.

 

 풀썩!

 

 동시에 두 사람은 쓰러졌고, 헌예가 소제의 몸 위로 누웠다. 재빨리 헌예는 돌에 머리를 다칠까 봐 그녀의 머리에 제 손바닥을 받쳤다.

 그러는 바람에 헌예의 손등이 돌에 심하게 긁혔다.

 “폐하?”

 

 단 손가락 한 마디 차이도 안 나는 간격에서 소제는 저를 내려다보는 헌예와 시선을 맞바꿨다.

 

 “다칠뻔 했잖아!”

 

 헌예는 자기가 다친 것은 생각도 않았다.

 그저 소제가 다칠 뻔한 것만 떠올랐다.

 피가 멈추지 않든 상처 부위가 따갑든 그 역시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폐하, 피가 나세요.”

 

 소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피가 흐르는 헌예의 손등을 봤다.

 

 “됐다.”

 

 무뚝뚝한 어투로 말했지만 헌예는 소제가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그가 장 내관에게 요청했다.

 

 “좋은 연고를 구해서 그녀에게 전해.”

 “다친 건 제가 아니라 폐하세요.”

 

 소제가 피가 철철 흐르는 헌예의 손을 잡았다.

 

 “아직 우리는 정식 부부가 아니야. 미혼인 여자가 남자의 손을 이리 잡아도 된다고 봐?”

 “고작 하루 차이입니다. 오늘은 안 되고 내일은 뭐든 된다는 말씀이세요? 아직 혼인을 치르지 않았지만, 지난 16년간 혼약을 맺은 사이였죠.”

 

 반박을 못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혼약을 맺었어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래서 제 얼굴을 빨리 확인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소제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저를 놀리는 심상이 가득해 보였지만, 어쩐지 헌예는 그런 그녀가 밉지 않았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벌써 경을 쳐도 경을 쳤을 일이었다.

 

 “예비 황후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했다간 그 입을 다친다!”

 

 헌예가 소제의 입술을 검지로 누르며 말했다.

 자기 입술에 그의 손이 닿자 소제는 눈이 커졌다.

 

 “방금 제 입술을 만지셨네요?”

 “그대는 좀 전에 내 품에 안겼지. 안 그래?”

 

 소제는 자기 얼굴을 확인하려던 헌예에게 놀라 그를 안았던 일을 떠올렸다.

 망신살이었다.

 길거리에서 보는 눈도 많은데 남자를 안아버리다니!

 게다가 그는 이 나라의 지엄한 황제였다.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게 그대의 평생 소원이었나?”

 

 헌예는 소제를 놀렸다.

 아마도 그녀를 놀리는 재미에 빠진 듯했다.

 

 “자, 손을 잡는 척하다가 또 안아도 된다. 해봐.”

 

 헌예가 몸을 일으키더니 자기 한쪽 손을 내밀었다. 이에 소제는 얼굴을 붉히며 바닥을 손바닥으로 짚고 제힘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분이 어떻게 난왕 전하와 형제일 수 있지?’

 

 소제는 믿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같고 어머니는 다른 두 사람.

 성격도 다르고 외모도 판이하였다.

 

 “폐하의 손부터 치료하는 게 좋겠어요. 안으로 드시죠.”

 “아니다. 그대의 집에 들어갔다가 또 본황을 범하려고 든다면 그야말로 낭패이지 않겠느냐?”

 “네?”

 

 소제는 어이가 없었다.

 남의 집의 담 앞을 서성인 것도 그였다.

 자기 얼굴을 덮은 것을 치우려고 해서 놀라게 한 것도 그였다.

 모두 그의 행동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 내관, 가자!”

 “네.”

 

 장 내관이 헌예를 따라서 가려고 했을 때였다.

 

 “저기!”

 

 소제가 다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돌아선 헌예가 소제의 얼굴에 시선을 뻗어갔다. 관통하듯 저를 보는 그의 시선은 마주하기가 버거웠다.

 화서국에서 제일가는 미남!

 과연 그 명성대로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약만이라도 갖다 드릴게요.”

 

 소제가 헌예를 붙잡았다.

 그녀는 헌예가 우두커니 서 있는 사이에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방 안의 작은 장에서 함 하나를 꺼냈다.

 그 속에 든 흰색 병을 들고 나왔을 때 소제는 자기 일행과 저 멀리 떠나는 헌예의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

 

 “가 버린거야?”

 

 멍하니 그 일행을 보던 소제가 혼잣말을 뱉었다.

 

 ***

 

 

 다음 날 아침.

 한수오의 저택으로 말 두 마리가 이끄는 마차가 한 대 왔다.

 꽃으로 장식된 붉은 마차에 오른 소제는 얼굴 전체를 붉은 면사포로 가렸다.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는 건 친정 노비인 달아였다.

 

 “아가씨, 명색이 국혼인데 너무 허술한 거 아녜요?”

 

 이런 국혼은 처음 봤다.

 이 나라의 황후를 맞이하는 행사인데 군중 앞에서 하는 행렬도 없고, 지참금으로 온 물건들이 다였다.

 심지어 황궁에서는 마부와 짐을 옮겨줄 짐꾼 몇 명만 보냈다.

 

 “폐하의 뜻이야.”

 “폐하께 섭섭하지 않으세요? 일생에 한 번 뿐인 혼인이에요. 더구나 아가씨는 이제 황후가 되신다고요!”

 

 달아는 입이 삐죽이 나왔다.

 소제가 도둑 혼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왜 남이 모르게 빨리 혼인을 치러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건 추녀 황후인 그녀를 사람들 앞에 보이고 싶지 않은 황제의 뜻이 아니었을까?

 

 “정말이지. 달아는 속상합니다. 우리 아가씨의 얼굴을 황제 폐하가 보셨다면 이럴 수 없을걸요?”

 “달아!”

 “그렇잖아요? 아가씨를 추녀로 알고 홀대하시는 게 분명해요!”

 “말을 조심해!”

 

 소제가 그녀에게 주의를 줬다.

 달아는 자기 얼굴을 아는 사람이었다.

 황궁에 가서도 달아가 무의식중에 소제의 진실을 밝힌다면, 아주 곤란한 일이 생길 것이다.

 돌이킬 수도 없는, 아주 끔찍한 일이!

 

 “죄송해요.”

 “차라리 폐하가 날 홀대하는 게 좋아. 그래야 내 비밀을 안전히 지킬 수 있어.”

 “그렇지만 아가씨도 사랑을 받아야죠.”

 

 달아는 안타까워하는 눈으로 말했다.

 소제는 항상 추녀 취급을 받으며 곤란을 겪고는 했었다.

 미인을 두고 추녀라고 거짓말을 한 한씨 가문.

 어쩌면 소제는 한씨 가문의 희생양인지도 몰랐다.

 

 “사랑?”

 

 소제는 헌솔이 자기에게 줬던 손수건을 꺼냈다.

 유일하게 그 사람과의 기억이 남은 물건이었다.

 

 “난왕 전하를 생각하세요?”

 “그분은 이제 좋은 친구로만 지내야 해.”

 “사랑하셨던 거죠?”

 “…….”

 

 소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사랑했다고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고, 사랑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차라리 비겁하게 대답을 회피하기로 했다.

 

 “입궁하시면 어쩔 수 없이 난왕 전하도 자주 뵙게 될 거예요.”

 “알아.”

 “이제 아가씨는 폐하의 여자가 되셨으니 난왕 전하와 전처럼 가까이 지낼 수도 없을 거고요.”

 

 달아의 말에 소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할 거야.”

 “부디 아가씨가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행복이 어디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소제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행복은 멀리 있어 보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손이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곧 황궁이에요.”

 “응.”

 

 소제는 벌써 긴장이 됐다.

 

 “떨리세요?”

 “조금.”

 “황후전에 도착하면 말씀드릴게요.”

 “알았어.”

 

 소제는 마차 안에 얌전히 앉아서 황후전에 도착할 때까지 때를 기다렸다. 황궁에는 자기편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혼자 강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밀림.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황후라고 해도 자기가 가질 수 있는 건 오로지 황후라는 이름뿐이었다.

 아마도 헌예도 전의 황제들이 그러했듯 추녀 황후를 두고, 후궁은 아름다운 여자들로 데려와 줄을 세울 것이다.

 아름다운 것만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화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추함은 역겹고 피하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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